얼음 땡! 웅진 우리그림책 28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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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그림에서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의 글에서는 늘 특A급 감동을 받곤 한다. 만화가 강풀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동화작가로서의 강풀 작가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첫번째 동화도 좋았지만 이번 이야기 더, 정말 더더더 좋았다. 추억도 되새기고, 감동도 무르익고 말이다.



강풀 작가가 어렸을 때,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학교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 후다닥 숙제를 마치고!

그리도 뛰쳐나가 해저물 때까지 뛰어놀았다. 누구랑 특별히 약속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들 비슷하게 골목길에서 마주쳤으니까.

꼭 동갑내기 친구일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동네 오빠 언니가, 형 누나가 동생들과 어우러져서 놀았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등등등


난 비석치기는 못해봤다. 구슬치기도 거의 못해봤다. 하지만 딱지치기랑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는 잘했고, 운동장에서 정글짐 혹은 철봉을 이용해서 하는 놀이도 좋아했다. 



그 시절 어린이들의 최고 사망률을 기록한 것은 바로 저 '금밟기'가 아니었을까. 금밟지 않고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희열을 느꼈던가. 땅따먹기도 재밌었고, 허수아비도 좋아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번 할라치면 얼마나 까르르 웃음이 났던가.


그러다가 밥 먹으라고 외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면 모두들 주섬주섬 집으로 돌아갔다. 해저무는 줄도 모르고 놀았던 시절이다. 그렇게 뛰어놀고 난 다음의 저녁밥은 얼마나 꿀맛이었던가. 실컷 땀을 뺀 어린이들은 빠르게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오후의 즐거운 놀이를 상상하며 학교에 갔고, 쉬는 시간 그 짧은 동안에도 땀흘리며 뛰어놀지 않았던가.



얼음 땡!은 그야말로 대표적인 놀이였다. 술래에게 잡히기 직전에 얼음!하고 외치면 술래에게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친구가 와서 "땡!"하고 외치며 터치를 해주어야 했다. 그 전에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 얼음 땡!을 열심히 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멀리까지 도망 가서 잡히기 직전에 "얼음!"을 외친 것 까지는 좋았지만, 너무 멀리 오는 바람에 '땡'을 해줄 친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날은 점점 어두워갔고, 친구들은 하나 둘 밥 먹으러 집으로 돌아갔다. 땡을 당하지 못한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잊혀진 것 같아 속상했던 것이다. 이 친구를 구해줄 또 다른 누군가가 과연 저 골목길을 돌아서 올 것인가? 


이야기는 강풀 작가답게 아주 감동적으로 끝이 난다. 너무 예쁜 이야기여서일까? 책의 맨 뒤에 아이가 뻥이죠? 하고 묻는 순간 아빠가 "땡"을 외쳤다. 끝까지 익살스런 강풀 작가다.



요즘엔 아파트 단지에도 놀이터 대신 주차장이 세워지기도 하고, 흙모래밭이 아니라 우레탄을 깐 바닥이 자리하고 있고, 아이들은 학원 가기 바쁘고, 시간이 나도 핸드폰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기 때문에 모여서 노는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 요즘의 중고생은 '고무줄 놀이'도 잘 모른다. '공기놀이' 정도까지는 알아도. 


더불어 놀고 협동정신도 키우고, 몸을 쓰면서 자라는 세대가 단절된 것 같아 속상하다. 이런 것이 가능한 시골의 대안 학교로 보내지 않는 한 쉽게 마주칠 수 없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놀이문화를 영상문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겠지. 착잡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일이다. 이런 것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었던 아이들인데, 지금은 얼마나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져 있던가. 



부록으로 같이 들어 있던 얼음 땡! 딱지다. 두꺼운 종이로 딱지를 넘기는 딱지치기보다, 이런 동그란 모양의 딱지를 손바닥으로 쳐서 넘기는 딱지를 더 많이 갖고 놀았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돌아오는 설에는 다현양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이모 어렸을 적에는 말이야~ 하며 이런 놀이가 있었다고 소개해줘야지. 같이 딱지놀이를 하기에는 개수가 좀 부족하지만, 아무튼 소개는 시켜줄 수 있겠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이런 노래도 들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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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2-11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그땐 다 몸으로 때우는(?) 놀이들 뿐이였던거 같네요.

뼈다귀 모양을 운동장 바닥에 그려놓고 두팀으로 나눈뒤
한팀은 뼈다귀 그림 안 한쪽 둥근곳에서 다른 쪽으로 뛰어가고
다른팀은 그림 밖에서 상태팀을 밀어내거나 끌어내는 그런
무지막지한 육탄전 놀이가 있었는데....
비슷하게 십자가 놀이란것도 있었구요. 마노아님도 아실려나요? *^^*

문틈 사이 빼꼼 고냥이 귀여워 ㅎㅎㅎ

마노아 2015-02-11 17:14   좋아요 0 | URL
맨 몸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었던, 참으로 친환경(?)적인 놀이의 세계였어요.^^

무지막지한 육탄전! 그림이 그려지긴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안 해본 놀이 같아요.^^;;;

문틈 사이 빼꼼 고개를 내민 고냥이를 놓치지 않았군요!
역시 관심이 가는 고양이예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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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김명희 지음, 김복태 그림 / 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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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마을 감나무 집에 딸아들 쌍둥이가 태어났다. 

삼칠일 되어 금줄 걷고, 백일 되어 떡돌렸는데, 옹알이 하던 이 어여쁜 아이들이 어느덧 돌을 맞게 되었다. 

아이들이 맞는 경사스런 첫 생일을 어찌 그냥 지나칠까. 감나무 집은 청소하며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돌쟁이들 새옷을 장만하고, 돌잡이 용품도 마련했다. 

소박하게 상 위에 올려진 녀석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실타래, 대추, 돈, 쌀, 붓, 활, 자가 보인다. 

이 녀석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각자의 입으로 들어 보자. 



자는 솜씨, 활은 용맹함, 붓은 슬기로움, 밥은 먹거리, 실타래는 장수, 대추는 가족 간의 화목, 돈은 머니!

요즘의 돌잔치에는 실타래, 청진기, 비행기, 마이크 등이 올라온다. 그나마 저 지폐가 돌상에 올라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손님들에게 앵벌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ㅡㅡ;;;)



돌잔치에 가보면 돌잡이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마구잡이로 울고 있을 때. 아주 순한 아기들도 있었지만 좀처럼 가만 있질 못하고 버둥거리는 아기들도 있다. 컨디션이 나빴다기보다 너무 활동적이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아해가 떠오른다. ^^



그림 속 풍경처럼 가족들끼리 모이는 소박한, 그렇지만 의미있는 돌잔치를 기대한다. 

요란하게 이벤트 진행자가 손님들 일으켜 세우는 그런 자리 말고... 



일찍 결혼을 해서 벌써 중학생 학부형이 된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돌잔치를 그렇게 했다. 여러 사람 초대하는 건 결국 지금껏 뿌린 경조사비 회수하는 것 아니냐고. 그거 싫다고. 신랑과도 뜻이 맞았던 친구는 정말 직계 가족만 모여서 조촐하게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대신 가족 사진을 좋은 걸로 찍었다. 당시엔 나도 무척 어리던 때여서 아직 돌잔치 경험도 없었던 무렵이었는데, 친구의 그런 자세 혹은 각오가 무척 보기 좋았다. 이후 눈살 찌푸리는 돌잔치를 많이 보아서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 것 같다. 



책의 말미에 돌잔치의 유래나 풍습, 역사 속에서 읽혀지는 모습 등을 소개했다. 

과거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는 아이가 태어나도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아서 돌잔치가 굉장히 큰 잔치였겠지만, 지금같은 100세 시대에는 풍습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예단 풍습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며칠 전에 시스터는 무려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된 돌잔치에 다녀왔다. 손님 1인당 20만 원짜리 뷔페였는데, 접시가 너무 무거워서 두접시밖에 못 먹었다고 한다. 자리도 음식과 거리가 멀었고 손목이 아파서 세번은 못 갔다는 후문. 무거운 접시로 음식을 많이 못 먹게 하려는 호텔 측의 꼼수? ㅎㅎㅎ


암튼, 무려 20만원짜리 뷔페 음식이 나오고, 셔틀버스가 아우디인 그런 돌잔치를 다녀오면, 참... 기분 거시기하지 않겠는가? 돈 있는 사람이 돈 쓴다는 데에 누가 말리겠냐만은... 여하튼 여러모로 심경 복잡하게 만드는 돌잔치들일세. 


책 자체는 전통 풍습으로서의 돌잔치를 소개하는 내용일 뿐인데, 돌잔치 때문에 떠오르는 단상들은 모두 이렇다. 근래에 돌잔치를 몇 차례 다녀와서 더 그럴 것이다. 근데 왜 잔치 다녀갔는데 와줘서 고맙다는 전화나 문자는 안 오는 것일까? 십여 년 전에 친한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한달이 되도록 전화가 안 와서 내가 먼저 전화해서 신혼 어떠냐고 물었던 기억이 급 떠오른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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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여우의 대결
바쇼에게 빚 갚은 여우
존 무스의 첫 번째 禪 이야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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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의 전작 "한 줄도 너무 길다"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게 벌써 15년 된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의 부족함을 메워서 무려 750쪽에 달하는 하이쿠 모음집을 다시 냈다. 일본의 대표 하이쿠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고 이 짧은 시의 몇 배에 달하는 해설을 붙였다. 130명의 시인들에게서 1,370여 편을 소개했는데 하이쿠이기에 이 정도 분량이 가능하지 싶다. 그밖에 책 말미에는 150쪽에 달하는 해설도 붙였는데 하이쿠에 대한 보다 깊은 소개와 배경, 그리고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까지도 소개했다. 하이쿠에 굉장히 깊이 빠져있구나...라고 인정하게 되는 열정이다. 




좋았던 시들을 따로 정리해 보았다. 


추워도

불 가까이 가지 마

눈사람

 

소칸



달에 손잡이를 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소칸

 

소칸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다음의 시를 썼다. 

"소칸은 어디 갔는가 하고 누가 찾으면 잠깐 볼일이 있어 저세상에 갔다고 전해 주시오"


시인다운 마지막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더 압축적이긴 하지만.^^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바쇼




땅에 묻으면

내 아이도

꽃으로 피어날까

 

오니쓰라

 

다섯 살에 천연두로 숨진 아들을 생각하며 쓴 시다. 바다에 묻힌 아이들은 무엇으로 다시 피어날까...



저 걸인

하늘과 땅을 입었네

여름 옷으로

 

기카쿠

 

벌거숭이 걸인에게서 천의무봉을 보는 시인의 시선이다.



재주 없으니

죄지은 것도 없다

한겨울 칩거

 

잇사

 


이 지구에서 끊임없이 보태기 보다 파괴와 살상을 일삼는 건 인간뿐이지 않던가. 재주가 많아서 탈이라고 해야 할까.



줍는 것마다

모두 다 움직인다

물 빠진 갯벌

 

지요니

 

영어의 ‘동물animal'은 ’숨‘을 뜻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나왔으며, 우리말의 ‘숨’은 ‘삶’, ‘살다’와 같은 어원이다. 숨 쉬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움직이는 것이다. ‘갯벌’은 봄의 계어이다.


사랑도 거기서 출발했지. 삶, 살다...



도둑이

남겨 두고 갔구나

창에 걸린 달

 

료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달이건만, 그 달을 줄걸 그랬어-라고 안타까워하던 라이 아저씨가 생각난다. 



그래도 하이쿠 선집을 읽었는데 하이쿠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하겠지? 기억해 두고 싶어서 적어보았다.


하이쿠에는 세 가지 약속이 있다. 이 약속은 앞에서 간단히 설명했듯이 렌가의 훗쿠에서 내려온 규칙들이다. 첫 번째 약속은 5.7.5의 열일곱 자로 음수율을 맞추는 것이다.

하이쿠의 두 번째 약속은, 시가 짧은 만큼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고 여운을 주기 위해 중간에 ‘끊는 말’을 넣는 것이다. 이것을 하이쿠 용어로 ‘기레지’라 한다. 5.7.5의 어느 한 곳에 여운이나 감탄을 나타내는 어미를 써서 흐름을 끊어 주는 것을 말한다. 끊는 말을 사용하면 읽을 때 여운이 생겨 의미가 더 깊어진다. 대표적인 끊는 말은‘~이여’, ‘~여라’, ‘~구나’ 같은 것이다.

하이쿠의 세 번째 중요한 약속은 계절을 담는 것이다. 하이쿠에서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를 계어라고 한다. 계절만큼 인생의 변화, 시간의 한계, 살아 있는 것들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것은 없다. 하이쿠가 계절을 중요한 규칙으로 삼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계절은 단순한 시적 소재가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 가진 존재를 에워싼 숙명적인 환경이다.

-638~642쪽

 

재미있는 인연도 소개하였다.


일본의 하이쿠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시대이다. B.H. 체임벌린에 이어 R.H. 블라이스가 하이쿠를 집대성해 영역하면서 이미지즘 시인들의 시작 활동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블라이스는 매우 독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문학에 심취한 웨일스계의 이 영국인은 열여섯 살에 이미 학교 교사로 채용되었는데 가르친 과목은 놀랍게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였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열일곱 살에는 병역을 거부해 2년간 감옥살이를 했으며, 석방된 후 런던대학에 입학해 고전 문학을 전공했다. 우등생으로 졸업한 블라이스는 인도로 건너갔다가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영어영문학과의 외국인 강사로 초빙되었다. 경기도 숭인면 청량리에 있는 일본식 집에 살면서 말을 타고 음악을 즐기며 학생들을 좋아한 이 괴짜 교수는 채식주의자이자 자칭 원시 불교도로 절에서 참선하기를 즐겼다. 그는 자신의 월급을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조선인 학생 한 명을 입양해 런던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했다. 그에게 우리말을 가르친 이가 당시 그 대학 학생이던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이다.

경성에서 만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블라이스는 일본으로 건너가 가나자와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나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941년 적국인이라는 이유로 고베의 강제수용소에 갇혔다. 단테를 읽으려고 이태리어를 배우고, 돈키호테를 읽으려고 스페인어를 배우고, 괴테를 읽으려고 독일어를 배우고, 바쇼를 읽으려고 일본어를 배운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다.

수용소에 갇힌 블라이스는 그곳에서 매일 하이쿠를 읽고 공부하면서 책을 썼다. 그리고 수용소에서 만난 하와이 출신의 미국 청년 로버트 에이트컨에게 선불교를 가르쳤다. 학교 절업 후 괌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가 그곳을 점령한 일본군에게 붙잡혀 난데없이 포로 생활을 하던 에이트컨은 뜻밖의 장소에서 블라이스를 만나 제자가 됨으로써 생의 일대 전기를 맞이했다. 전쟁이 끝난 후 풀려난 에이트컨은 하와이로 돌아가 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운 뒤, 하이쿠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가서 오랜 기간 선사들 밑에서 수행했다. 201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에이트컨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불교인이자 영성가였으며, 핵실험 반대 운동과 양방향 군비 축소 운동, 핵잠수함 반대 운동을 펼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다.

에이트컨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낼 때 군비에 쓰일 몫만큼은 제하고 납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면에서 소로우와 정신이 일치했다. -708쪽



너무 두꺼워서 부담이 되는 책이었지만, 시가 짧았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읽을 수 있어다. 읽을 당시에는 이 짧은 구절 안에 이런 의미를 담은 게 대단해 보였지만 그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나는 아무래도 스토리가 있는 글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 그래서 내가 더 사랑하는 두 책을 소개한다. 역시 하이쿠다. ^^


시인과 여우의 대결 


바쇼에게 빚 갚은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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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의 사법활극 - 소송전문기자 주진우가 알려주는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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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가액 기준으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주진우 기자가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소개했다. 이름하여 주기자의 사법활극!


2009년 2.51%였던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은 2010년 8.8%, 2011년에는 19.44%로 늘더니 2012년에는 23.49%까지 증가했다. 1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5명 중 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렀다는 얘기다. 억울하게 재판을 받았거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도 부지기수라는 말이다.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54쪽


이명박 정부 때부터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이 확 뛰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러 입을 막았다는 증거다. 그렇게 해서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돈들도 무지막지하게 뛰어버렸고 그것들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야말로 헐!이다.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억울한 옥살이는 약 8만 건으로, 그 보상 금액은 1370억 원에 이르렀다. 증거도 없이 함부로 사람을 구속하는 검·경찰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늘어나고 있어서 마지막으로 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정치적인 재판이 그랬다.-박홍규 교수의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중에서 -240쪽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착한 사람들이, 바로 그 법으로 오히려 올가미 씌워져 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법은 결코 약자의 편이 아닌 것 같지만, 그 법의 도움을 받아야 그나마 덜 억울해질 수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 소송 하나 끝나면 다음 소송이 줄을 잇는, 그럼에도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의 역할을 잊지 않는 기자가 자신이 온 몸으로 부딪혀 체득한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얘기하고 있다. 당연히 실전 사례가 가득하다.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재미나 몰입도로 본다면 전작 '주기자'에 다소 못 미치지만 시사활극을 재밌게 보았다면 이 책 역시 놓치지 말자. 원래 활극은 시리즈로 보아야 재밌다.(응?)


가끔 뉴스에서 판사들의 막말 논란을 접할 때가 있다. 어찌 된 게 이 나라에서는 더 많이 배운 사람이 더 창조적인(!) 막말을 잘 하는 건지... 다른 나라도 그런데 내가 모르는 것 뿐?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 “70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냐.” 모두 재판 중에 판사가 한 말이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개에게 물려 얼굴 왼쪽에 중상을 입고 민사소송을 내자 담당 판사가 “애도 잘못이 있네, 왜 개한테 물려”라고 말했다. 이런 말들을 한 판사 중에 징계를 받은 판사는 없다. -265쪽


다시 한 번 '지랄 총량의 법칙'이 떠오른다. 구성애 씨가 방송에서 한 말이 있다.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그야말로 진상 손님 넘버 1이 판검사, 2위가 교수, 3위가 성직자라고. 에너지가 한참 발산될 시기에 내내 공부만 한 나머지 미쳐버리기라도 한 걸까? 이쯤에서 베이비 로션 지검장이 떠오른다.


김 전 지검장의 사표는 수십억 원짜리다. 김 전 지검장은 사표를 냈으니 우선 검찰의 감찰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연금을 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변호사 개업도 가능하다. 징계에 의해 면직되거나 해임되면 몇 년간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다. 관심이 좀 사그라지면 경찰 조사에서 가장 가벼운 처분을 받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고는 전관예우라는 날개를 달고 떼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주변 브로커들이 “불쌍하게 나와서 후배들이 지검장님 사건은 무조건 챙겨준다”며 영업하고... -174쪽


정확히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청 물의를 일으켰던 공직자의 사표를 MB 각하가 '격노'하면서 수리했더라며 나꼼수에서 방송했던 게 생각난다. 그런 식으로 다 뒤를 봐준다. 세상에, 수십억 원짜리 사표라...;;;


268쪽부터 270쪽까지 해방 직후부터 유신헌법까지 쭈욱 정리한 글이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가 그야말로 간첩조작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 그런 내용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여러 대목들이 떠올랐다. 지금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는 어제 문재인이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떴던 속보가 떠오른다. "북한 동해에 미사일 5발 발사" 참, 창의력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게으르기까지. 하지만 이해가 된다. 지금껏 줄곧 먹혀왔으니까.

 

두 명의 60대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결혼식에서 15만 원을 훔쳤다. 다른 사람은 회사에서 1천5백억 원을 훔쳤다. 두 남자는 비슷한 시기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15만 원을 훔친 남자는 징역 3년, 교도소로 갔다. 1천5백억 원을 훔친 남자는 집행유예,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간 남자의 재판부는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한다. 사실 김승연 회장은 아프다며 형 집행정지. 그다음은 집행유예. 재벌들의 ‘석방 공식’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이미 우리나라 법전 한 페이지에 기록된 내용인 듯하다. 판결문이 재벌 앞에만 가면 ‘다만’이라는 단어를 달고서 굴곡이 심해진다. 판결문이 리아스식 해안도 아닌데. -323쪽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공식을, 앞으로도 많이 보고 살 것 같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지만, 이 불평등한 법치국가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룰'을 알아야 한다. 온몸으로 소송을 겪어온 주진우 기자가 이 책에서 친절히 사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일들이지만,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 우리가 이모양 이꼴로 살게될 줄 언제는 알았던가. 


법치주의를 지키려면 참여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 자유는 용기에서 나온다. 권리는 투쟁으로 쟁취된다. 그 시작은 아는 것이다. 세상에 균형이 어디 있나. 옳고 그른 게 있을 뿐이지. 법과 법전에 좌와 우가 어디 있나.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도리가 있는 것이지. 옳음에서, 도리에서, 상식에서 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짧은 생각이다. 그런데 삶이 자꾸만 나를 속인다. 법이, 소송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절망하지도 말자.

나는 법과 소송의 불합리에 대해 끝까지 떠들 것이다. 부조리한 것을 못 견디는 운명을 타고난 철부지처럼. 떠돌기와 끌려가기를 거듭해야 할지라도. 감옥에 갈지라도. 끝끝내 유머를 사수할 것이다. -325쪽


이런 자세가 참 좋다.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골 아파서 못 버틴다. 유머를 사수하며, 좀 더 의연한 자세로 이 현실을 헤쳐가보자. 옮음과 도리, 상식에서 법이 시작되는 세상이 올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 각자 가슴 속에 내공을 키워가면서!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화입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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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2-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법이라는게
`최대한 여기까지 지켜라가 아니라,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져야 한다`는 거라는데
대한민국은 최소한 지켜져야 할 그 선들이 무너진거죠.

명동 사채왕에게 뇌물받은 검사 정직1년 맞았다는데, 그게 엄청나게 큰 벌이랍디다.
여지껏 그런적이 없데요. 킁....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김여진과 날나리들이 김진숙씨에게 했던 말이라네요.
유머와 연대! ^^

그런데 대문 사진에 승환옹이 사라지고 지성이 있네요? ㅎㅎㅎ

마노아 2015-02-10 21:57   좋아요 0 | URL
최소한의 선도 없는 대한민국. 원세훈이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 눈길이 갑니다. 끄응....;;;;

유머와 연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네요.^^

바로 직전 사진은 비행기에서 찍은 구름 사진이었고요.
그전 승환옹 사진은 공연 포스터인데 2014라고 적혀 있어서 바꿨어요.
이번엔 제가 며칠 전부터 홀릭이 되어버린 지성 오라버니입니다. 아, 지성앓이가 시작됐어.
신세기의 그 `퇴폐미`라니! 지금 바탕화면을 가득 장식해 버려서 화면 보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ㅎㅎㅎ
댓글저장
 

1. 지난 주는 수영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월요일에는 지난 주 금요일로 잡혀 있던 이승환 클럽공연의 티켓 예매가 있었다. 시간은 8시. 클럽공연은 입장인원이 500여 명 정도로 소규모이기 때문에 예매가 전쟁 수준이다. 작년에 있었던 수많은 클럽공연을 한 번 빼고는 모두 취소표를 잡아서 갔다. '무한 새로고침'의 힘으로! 이번 공연에는 무려 십수년 만에 부르는 '나의 영웅'이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 했다. 고로, 과감히 수영은 패쓰했다. 가서 샤워만 하고 잽싸게 돌아왔음ㅎㅎㅎ

2. 그러나 수요일도 갈 수 없었다. 수요일은 3월에 예정되어 있는 '진짜진짜' 공연 예매일이었다. 작년 연말 공연의 서울 앵콜 공연이다. 전국 투어를 마치고 서울에서 다시 '앵콜' 공연을 잡는 것도 거의십년 만인 것 같다. 그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그의 인기가 지난 가을 히든싱어3의 성공적 출연으로 인해 어느 정도 솟구친 영향이지 싶다. 잠실 실내 체육관이므로 표가 다 나갈 리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역시 과감히 수영을 제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을 같이 했던 직장 동료들을 꼬셔서 3월 공연을 같이 가기로 했다. 예매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ㅎㅎㅎ

3. 목요일에는 진주에서 올라온 뮤지컬 파트너와 함께 지킬 앤 하이드를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회식이 잡혔다. 아니 무슨 회식을 당일에 통보해...;;;; 내 표는 12월에 예매했고, 내 동행은 무려 진주에서 올라오고 있는데.... 회식을 과감히(사실은 몹시 눈치 보며) 제꼈다. 공연은 잘 보고 돌아왔고, 금요일은 바로 월요일에 피튀기게 예매했던 바로 그 클럽 공연을 다녀왔다. 

 

 

바로 요런 분위기! 다닥다닥 붙어서 공연을 봐야 하므로 앞쪽에 키큰 사람 있으면 대략 낭패. 이날은 이런 순간을 위해 장만해 둔 8cm굽의 운동화를 신고 갔다. 이 운동화는 거의 무기 수준으로 무거운데 엄지 발가락을 누르는 모양새로 잡혀 있어서 일년에 한 번 정도만 신는다. 여름 클럽공연은 광란의 물쇼가 진행되므로 아쿠아슈즈를 신고 갔는데, 이번엔 겨울이어서 모처럼 신고 간 것이었다. 퇴근해서 6시간 이상을 발가락을 누르는 신발을 신었더니 집에 와서는 발이 움푹 패여 다시는 올라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내님을 보고 오는데 그 정도 고통 쯤이야!!!

 

4. 토요일은 일정이 빡셌다. 먼저 오후 한시 반에 직장동료 결혼식이 있었다. 저녁에 돌잔치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점심 뷔페는 가볍게만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아도 가볍게 먹어야만 했다. 너무, 너무 맛이 없었다.ㅠ.ㅠ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최대 두접시만 먹고 입을 닦았다. 

5. 돌잔치는 7시였으므로 시간이 좀 남았다. 인사동 길을 쭈욱 걸어서 종로 지하상가를 구경했다. 지난 가을에 내가 샀던 치마가 50% 세일하는 것을 보고 살짝 안타까워하며 그 옆의 다른 세일 치마를 하나 장만했다. 난 투미 스타일 옷을 좋아함. ㅎㅎㅎ

먹은 것 소화시킬겸 서울 역사박물관까지 걸어가고 싶었지만!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친구의 생일이 이주 앞으로 다가와서 간 김에 선물을 줄 생각이었다. 아기를 위한 책 두 권과 일본에서 사온 우산 하나.

 

 

 

말라 있을 때는 평범한 우산인데 물에 닿으면 저렇게 꽃무늬가 드러난다. 물기 닦으면 다시 사라짐. 신기해라~

 

6. 서울 역사박물관에서는 '프라하-유럽 중앙의 요새'전을 보았다. 30분 내에 환승할 생각으로 후다닥 보느라고 집중하긴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눈도장 정도는 찍을 수 있었다.

 

 

7. 잔치집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마두역에서 내려야 했는데 눈 떠 보니 대화역. 아, 종점까지 가버렸네.ㅜ.ㅜ 다시 마두역으로 되돌아 갔다. 돌잔치 음식은 다행히! 맛있었다. 배가 그닥 고프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 없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오랜만에 본 친구도 반가웠고 돌잔치도 잘 보고 왔는데, 돌잡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언제부터 그리 되었는지 돌잡이 상에 올려놓는 돈 대신 하객들에게 소위 '앵벌이'를 시키는 풍습이 생겨버렸다. 이번엔 신용카드까지 받는다며 카드 내라고 닥달하기도. 아, 이런 건 정말 없어졌으면. 나는 돌잔치도 솔직히 반갑지 않은 사람이지만, 자식 둔 부모들은 돌잔치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돌잡이는 좀 지양했으면! 예전에 내가 들었던 돌잡이 중에 과일을 놓은 어머니가 있었다. 사과는 사랑하며 살라고, 배는 베풀며 살라고, 감은 감사하며 살라고~ 예쁜 돌잡이여서 지인에게 얘기했더니 자기 아이 돌잔치를 그렇게 치르기도 하였다. 청진기나 펜 등은 식상하긴 해도 눈 찌푸리게는 않지만, 하객 앵벌이는 제발 하지 말았으면!

8. 토요일을 빡세게 보냈으므로 일요일은 차분하게 집에서 휴식을 취할까 했지만, 알라딘 B님의 급한 연락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오, 무려 강하늘과 박정자 주연의 연극 '해롤드 앤 모드'였다. 집에서 쉬겠다는 결심 따위!!








 

 



19세 소년과 79세 할머니가 만나 80세 생일에 헤어지는 내용. 

와, 강하늘 얼굴에서 광채가! 게다가 노래 부르는 장면까지도!

심봤다~

박정자 씨는 정말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셨고, 강하늘은, 뭐 미모가 곧 연기력이랄까. ㅎㅎㅎ B님 고마워요! 기대치 않은 멋진 연극이었어요.^0^

 

 

 

9.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는 다시 수영 가는 날. 지난 주에 일주일을 고스란히 빠졌으므로 열심히 운동할 생각으로 오리발 들고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샤워를 하면서 깨달았다.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걸...;;;;; 대략 난감이었다. 어쩌다였으면 그냥 샤워만 하고 집에 갔겠지만 연속 4회를 빠지는 일은 이제껏 없던 일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씻던 언니가 자기 수영복 하나 더 있다면서 탈의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내민 수영복은 아주 큰, 다 늘어진 수영복이었다. 찾아보니 본인 게 없어서 탈의실 담당 직원분께 얘기해서 얻어왔단다. 그러니까 후줄근해져서 (아마도) 버리고 갔을 그런 수영복이었다. 아는 사람 게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안 빌려왔을 테지만, 나 대신 빌려왔는데 거절하기도 민망하고, 그거 기다리다가 셔틀 버스도 놓치게 생겨서 그냥 입기로 했다. 입었는데, 입었는데... 너무 커... 게다가 대체로 라인이 커서 엉덩이 쪽이 특히 너덜너덜....


아, 정말 고문이었다. 한바퀴 돌고 오면 엉덩이 골에 수영복이 자꾸 끼어...ㅡ.ㅡ;;;; 그거 신경 쓰는 게 수영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나중엔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서 어제는 귀가길 걷지 못하고 버스 타고 돌아왔다. 힘들어...;;;;;;

 

10. 삽질의 연속 끝에 좋았던 것 한 가지! 오늘 점심 먹다가 미란다 커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음하하핫, 통상 네번째 들었다.

 

 

이제 올란도 블름 같은 미모의 남친을 만들어야 된다며 언니에게 자랑질을 했는데, 미란다 커가 턱이 각졌다며, 그래서 닮았단 소리를 들었을 거라는 반응이 되돌아 왔다. 헉, 그런 거야? 그런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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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2-0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엄청난 일주일 간의 기록입니다^^ 이승환 잘 돼서 너무 좋아요~~ ㅎㅎ

저도 돌잔치 시끄럽고 별로인데 지난 주에 다녀 온 지인의 돌잔치는 괜찮았어요 아이 아버지가 진행하고 돌잡이도 하고 선물도 주니까 조용하지만 집중이 돼서 좋더라구요 ㅎㅎ 과일 놓는 거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마노아 2015-02-05 09:11   좋아요 0 | URL
빡센 일정의 결과 피곤이 노도처럼 몰려오는 이번 한 주네요. 급기야 오늘은 택시 타고 출근..;;;;;

저는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돌잔치는 안 하고 싶은데, 한다 해도 조그맣고 소박하게 하고 싶어요. 저런 느낌의 과일 돌잡이도 좋구요. 근데 과일이 커서 아기 손에 잡힐려나..^^

다음 주에는 주진우 북콘서트 가야겠어요. 울 공장장님 영접하러요. 아직 예매 전이지만 갈 겁니다. 불끈! ^^

hnine 2015-02-04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노아님을 사진상으로만 뵈었지만 그렇네요, 닮았어요.

마노아 2015-02-05 09:11   좋아요 0 | URL
2초 미란다 커라도 영광입지요. hnine님 고맙습니다. 유후~

아무개 2015-02-0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굉장히 숨차는 페이퍼입니다 ㅎㅎㅎ

저는 박경림이나 본적 없지만 예전에 개콘인가 하는 프로에서
무술했던 여자를 닮았다고 하던데요...
똑같이 턱이 각졌어도 닮은 사람은....다르군요 ㅡ..ㅡ

마노아 2015-02-05 09:12   좋아요 0 | URL
아 눈이 뻑뻑해. 이제 목요일인데 엄청 피곤하네요.
늙었어요. 일주일 좀 빡셌던 걸로 두고두고 파장이...;;;;

저도 박경림 같단 소리 들었어요. 이 놈의 턱이 늘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누군가 심가가게 턱 깎을 생각 없냐고 물어서 완전 상처 받았어요.ㅜ.ㅜ

BRINY 2015-02-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미란다 커~ 그러고보니 닮았어요~

강하늘은 미모가 연기력이다!!
우리반 부반장이 강하늘 닮긴 했는데, 문제는 강하늘을 눌러놓은 거 같다는 거죠. 하하하~

개학하니 시간이 왜이리 빨리 간답니까.
매일 1년치 서류 정리하고 찾고 보완하다 끝나네요.

마노아 2015-02-05 09:14   좋아요 0 | URL
오오오, 미란다 커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어요. 앞으로 이 여자를 찬양하기로.ㅋㅋㅋ

강하늘을 아래쪽에서 올려봐서 저는 굉장히 커보였는데 울 언니는 안 크다고 하네요.
아무튼 얼굴이 작아서 비율이 훌륭하더라구요.
앙, 강하늘 닮은 부반장, 어쩐지 응원하고 싶네요.^^
오늘 개봉하는 쎄씨봉도 꼭 보겠어요.^^

저는 오늘 종업식입니다. 겨울방학보다 하루 더 긴 봄방학이랄까요.
그래서 어제 오늘 좀 정신이 없네요.^^;;;

다락방 2015-02-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
미란다 커라뇨! 대박! 그것도 네 번씩이나! 미란다 커라니!!
어제 내 친구 M 양이 `레이첼 맥아담스` 닮았다는 소리 들었다는데, 에헤라디여, 내 친구들은 다 영화배우로구나. ㅋㅋㅋㅋㅋ

마노아 2015-02-05 09:15   좋아요 0 | URL
우왕, 사랑스런 레이첼 맥아담스! 그녀를 닮은 M양이 궁금합니다.
울 언니는 다락방님이 신동미 닮았대요! ^^

다락방 2015-02-06 09:40   좋아요 0 | URL
신동미 가 누구인가 검색해봤는데 검색해봐도 누군지를 모르겠어요. 근데 얼핏 보니 닮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필모그라피 검색해보니 나이도 나랑 동갑이에요.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5-02-06 12:30   좋아요 0 | URL
저는 드라마랑 영화 몇 편 봤는데 연기도 잘하고 느낌도 좋은 배우예요. 이리하여 우리는 영화배우 친구 먹는 겁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15-02-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옛날옛날에..... 김혜자와 김주승이 하는 <19 그리고 80> 연극을 봤어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은 관객석에 앉아있던 김희애가 예뻤다는 ...(아, 제가 정말 늙었군요. ㅠ ㅠ )

마노아 2015-02-10 21:59   좋아요 0 | URL
김주승 이름 오랜만에 듣게 되네요.^^ 19 그리고 80이라니, 같은 연극이군요.
저 오늘 쎄시봉 봤는데 김희애가 70에 육박한 나이를 연기하는데도 피부가 너무 팽팽해서 몰입에 방해 됐어요. ㅎㅎㅎ
근데 영화 말미에 김희애가 부른 노래가 나오는데 정말 잘 부르더라구요. 자주자주 노래를 들었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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