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조카가 졸업한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다. 

그만큼 나는 늙어가고 있지. 슬프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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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보다 많이 짧은 2월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읽자. 지겹거나 지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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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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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더 무서워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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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이 빤쓰 구멍 난 빤쓰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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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도장 꽃 도장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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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
에릭 밀스톤 & 팀 랭 지음, 박준식 옮김 / 낮은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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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관련된 전 세계의 이슈 40가지를 선정해서 지도와 그래프로 설명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걸 다시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눴다. '현재의 과제/농업/무역/가공,소매,소비/국가별 농업,소비 데이터'로.


먹거리와 관련한 주제가 나오면 불평등지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구 상에는 모든 인류가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음식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공정하게 분배가 되지 않으므로 한쪽에선 비만으로 근심하고, 한쪽에선 굶주림으로 신음한다. 이같은 주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이야기들이지만 이 책은 그걸 너무 '도식화'해서 수치상으로 효과적이긴 해도, 감정을 건드리는 건 다소 약한 부분이 있다. 너무 수학적인 접근이랄까?  

 

 

5초마다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다

 

1인당 하루 평균 공급 열량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색이 진해질수록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이 적은 것이고, 빨간색이 진해질수록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이 많은 것이다. 짐작하는 대로 아프리카 대륙은 파아랗고, 북미 대륙은 넘치게 빨갛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빨갛다. 뜻밖에도 포르투갈도 많이 빨갛군! 남한과 북한의 색상도 대조적이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남한이 빨갱이로군.

  

 

농업은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쓰고 있다

 

한 사람의 하루치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최대 5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남한은 물 부족 국가에 확실히 편입했구나. 북한은 상대적으로 물이 충분하고... 사람 자체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이 참 어마어마하다. 식수도 그렇고 씻을 물도 필요하고,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물이 있고 세탁을 위해서도 물은 필요하니까. 정말이지 물은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비타민A 결핍증으로 매년 최대 50만 명의 어린이가 실명하고 20억 명이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영양 부족이란 말이로구나.


가상수(virtual water)는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을 가리킨다. 물 부족 국가가 생산과정에서 물을 많이 쓰는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대신 외국에서 수입함으로써, 가상으로 물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개념이다. 품목별로 봤을 때, 곡물보다 육류와 유제품의 가상수가 압도적으로 크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다. -34쪽

 

문득 건조한 기후의 유목민이 떠올랐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유제품과 육류로 식량을 공급하는데, 정작 그 나라에는 물이 아주 부족하다는 것! 아직까지 대한민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많은 지표들이 대한민국은 물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확실히 지금처럼 물을 아끼지 않고 쓰고, 또 낭비한다면 물이 고갈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연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부각하기 위해 농산 연료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바이오연료 생산이 늘면 사람이 먹을 식량을 생산할 토지나 수자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의 섬유소(셀룰로오스)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나 조류 등을 활용한 바이오연료(2세대 바이오연료)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식량이냐 연료냐'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토지의 대부분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남미와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이다. -35쪽

 

딜레마로구나. 가축의 사료로 더 많은 식량을 쓰고 있고, 그 가축들이 또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도 같은 악순환일 테지. 고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지만 여러모로 불편하게 만드는 현상들이다. 

 

미국의 공장식 양계장 닭에게 주어진 공간은 A4 용지보다도 좁다

  

세상에... 몇 해 전부터 더더더 비참해진 닭들에게 더 큰 애도를...

 

10kg의 사료로 1kg의 쇠고기가 생산된다

 

이렇게 보면 참으로 비생산적이다. 고기는 항상 옳아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고기는 왜 이리 소모적인 존재인 것인가!


유전자 조작의 장단점

 

장점

1. 유전자조작 작물이 수확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2. 건조 지역이나 염분이 많은 지역에서 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형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3. 주곡 작물에서 베타카로틴 같은 영양분의 함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4. 식물에서 백신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5. 작물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일단 장점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단점

1. 연구의 주안점이 빈곤층의 필요에 있지 않다

2. 값비싼 유전자조작 종자와 제초제 같은 다른 투입물을 공급하느 생명공학 기업에 농민이 종속될 수 있다

3. 유전자조작 유전자가 "탈출하여" 원치 않는 곳에서 유전자조작 작물이 자랄 수도 있고 비유전자조작 작물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4. 의약품을 생산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작물을 예기치 않게 사람이나 동물이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장점이 있다 한들 이미 1번 단점에서부터 무릎을 꿇게 만든다.

 

질소비료는 또한 기후변화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질소비료의 생산에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 결과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리고 질소가 풍부한 토양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는 그 자체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기여 정도가 300배나 큰 온실가스다. -52쪽

 

무려 300배! 엌! 소리 나는 수치다.

 

한국의 먹거리 수입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1970년대 80.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1년에는 최저 수준인 22.6%까지 떨어졌다. 쌀과 감자, 고구마 등의 자급률은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보리와 콩류는 무척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밀의 경우 최근 우리밀 붐으로 자급률이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2011년 현재 자급률은 1.1%에 불과하다. -87쪽

 

이렇게 미미한 숫자라니... 탄수화물, 특히 밀가루 중독자로서 애석을 금할 수가 없다. 오늘도 먹은 떡볶이에 유감을 표할 수밖에....;;;;

 

외식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막론하고 오랜 전통을 가진 활동이며 여전히 지역 문화가 각 국가의 음식 스타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에서는 레스토랑을 가족이 운영하는 전통 때문에 국제적 체인이 뚜렷한 입지를 확보하기 힘들다. -102쪽

 

얼마 전에 '대부'를 소개하는 이동진의 '더 굿 무비' 클립을 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돈 꼬를레오네가 떠올랐다. 


 

미국 식단에서 열량의 10%는 패스트푸드로 섭취한다

 

아프리카를 위한 버거는 없다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지역에는 버거 체인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패스트푸드가 산업국가에서는 싼 음식과 동일시되지만 개도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살 수 없는 비싼 음식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로 몇몇 남미 국가에서도 맥도날드가 철수했다. -105쪽

 

빅맥 구입에 필요한 노동시간도 그래프로 잡아놨는데 실수로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영국이 0.2로 가장 적은 노동시간이 들었고, 조지아는 5.0으로 가장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반면 과체중자가 가장 많은 나라도 영국으로 잡혔다. 상대적으로 아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버거이고, 그런 만큼 많이 먹고 살쪘다는 소린가? 패스트푸드가 살을 찌우는 건 확실해 보인다. 요즘에는 잘 사는 동네 엄마들과 학생들은 날씬한데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엄마도 아이도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 슬픈 초상이로구나.

 

기본적으로 식량은 권리이지 상품이 아니다

 

식량 주권을 떠받치는 핵심 원칙[닐레니 선언]

1. 기본적으로 식량은 권리이지 상품이 아니다

2.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3. 식량 체계는 가능한 한 지역화되어야 한다.

4. 지역 자원을 지역민이 통제해야 한다.

5. 지식과 기술이 지원되어야 한다.

6. 자연은 협력 대상이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111쪽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함은 지당하다. 밥을 해주시는 엄마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의 농업 사정이나 주부에 대한 저평가에 한숨이 나온다. 역시 협동조합이 대안일까?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넉넉한 반찬을 좋아하는 식문화 탓에 남는 반찬이 많고 국물이나 김치 등 음식물에 염분이 많은 탓에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나 재활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되어 큰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전체 음식물의 약 1/7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5년에 18조원이었고 2012년에는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3쪽

 

음식 남기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내 식판에 담아온 급식은 국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못 먹겠으면 적게 덜어와야 마땅하다. 욕심 내어서 듬뿍 담아오고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동료들을 볼 때면 울화가 치민다. 음식 자체의 비용도 그렇거니와, 음식물 쓰레기, 굶주리는 지구 저편의 사람들 등등... 이유는 많다. 부디, 음식 좀 남기지 말자. 1차, 2차, 3차로 진행하는 음주 중에도 말이다! 

 

의미있는 책이었다. 기대보다 덜 재밌기는 했어도. 이성은 건드렸지만 감성을 포섭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는 책이었다. 그래도 지도와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그 속에 들어 있는 문제의 핵심을 되새기며 읽어 마땅한 책이었다. 이 비정한 세계에서 충만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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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가는 꽃 없다고 말하지 말라
김기현.안도현 엮음, 송필용 그림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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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반쯤 홀려서 구입한 책이다. 퇴계 이황이 매화를 노래한 시들을 퇴계학을 전공한 김기현 교수가 번역하여 해설을 달았다. 그리고 그걸 다시 안도현 시인이 좀 더 우리 입말에 가깝게 한번 더 번역...이라 하긴 어렵고, 다듬어서 시를 실었다. 그리고 송필용 화가가 매화 그림을 삽화로 곁들여 완성했다. 아마도 야심찬 기획이었겠지만, 뭔가 소모적인 기획이 아닌가, 읽고 나서 생각했다. 왜냐하면 김기현의 번역과 안도현의 다듬은 시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시를 궁서체로 한 번 읽고 휴먼매직체로 한 번 더 읽는 느낌? 굳이 두번씩 읽어야할 만큼 이황의 매화시가 크게 매력적이지도 않다. 뭐 이건 취향 문제이겠지만.

 

 

원색을 쓴 것보다 파스텔에 가까운 매화 풍경이 더 고왔다. 그래도 인상적이어서 사진은 찍었다.

 

읽으면서 앗!하고 놀란 부분 한 가지. 195쪽에 보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사람들은 매화를 보면 매실주와 매실음료수와 매실장아찌만 생각한다. 매화가 꽃필 시절에 추위가 닥치면 매실의 수확이 줄어들 것만 걱정한다. 물질주의의 '추위'가 이토록 심하게 사람의 정신을 손상시키고 있다. 조화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내 안의 '순백한 꽃'을 아름답게 가꾸고 '천상의 향기'를 맑게 피울 수 있을까?

 

이런! 매실이 매화에서 나온 거였어? 글자만 따지면 매화의 열매가 맞겠지만, 그걸 같이 연결시켜 본 적이 없다. 매화 꽃과 매실은 너무 안 닮았잖아! 뭐, 은행잎과 은행도 물론 안 닮았지만!

 

매실주와 매실음료수는 같은 선상에서 연결할 수 있었는데, 사실 매실장아찌도 연결 못시켰다. 하물며 매화를!

 

'매화'는 늘 고매한 선비정신으로 치환되기 마련이어서 설탕 대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벗이 된다고 생각지 못했다. 어쩐지 좀 가깝게 느껴지는 기분!

 

매화와 매실의 관계를 알았다는 게 이 책을 읽은 최대의 수확이다. 시는, 내 입맛엔 아니네. 너무 솔직하게 고백해서 미안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랴. 이 책은 내게 번지수를 잘못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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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1-30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참 좋네요. 표지를 보면 한번 읽어보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안의 그림도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좋을 것 같아요.
마노아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마노아 2015-02-01 02:03   좋아요 0 | URL
그림 분위기가 좋죠. 저도 소개글 보고서는 관심이 가서 구입한 책인데 제가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르더라구요.
한시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더 그런가 봐요.
서니데이님 주말 즐겁게 보내셔요~

희망찬샘 2015-01-31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와 매실을 줄긋기하며 아하!했던 그 옛날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마노아 2015-02-01 02:04   좋아요 0 | URL
매화와 매실! 이젠 잊지 말아야겠어요. 매실차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야겠어요.^^

2015-02-02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2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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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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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지웅에 대해서 아는 바는 사실 거의 없지만, 방송에 종종 얼굴을 비추니 얼굴은 알았고, 영화평론가 허남웅의 이름을 보고서 허씨 집안에 '웅'자 돌림이 있나 보다... 뭐 이 정도 생각했다. 이 책이 한참 회자되며 많은 분들이 이야기할 때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미안하다. 고백하자면 '허세 쩌는' 허지웅이라고 생각했다. 인상이 그랬다. 역시 미안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허세 쩌는 허지웅은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런 인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내가 막연히 짐작했던 것 같은 잠시 반짝 인기를 얻은, 시류에 편승한 얼치기는 아니었다. 허세는 있을지언정, 진정성이 보인다. 그리고 많은 경우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그의 신랄한 혓바닥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설명하고 방어하고 부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에세이집이다 보니 개인 소사에 대해서도 나온다. 유년 시절, 부모님, 고시원 시절 등등등... 인간 허지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지만 이 부분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음. 하하핫, 솔직해서 미안하다. 진심이다.

 

다만 사회적인 현상들에 대해서 한 마디씩 씹을 때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아, 이거 뼈있네. 그래그래. 동의해... 라고.

 

너는 좌파니까 안 된다는 말에 대응하기 위한,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방어는 애초의 구질구질한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끝없는 사상검증의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실제 당신이 좌파든 우파든 공산당원이든 사민주의자든 파시스트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부채질하고 있는 저 정체불명의 진영논리에 따르면, 내 편이 아니면 전부 좌파다. 이 허울뿐인 수사 앞에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고백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효과도 가져올 수 없다.

 

도대체 내가 좌파여선 왜 안 되나. 좌파라면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너는 좌파라서 안 된다는 말을 꺼내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는 좌파가 아니라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잡음과 논란은 많을수록 좋다. 가져선 안 될 신념을 상정하고 현실화하는 것. 그것이 말의 힘이고 마법이다. -175쪽

 

근래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찝찝했다. 인권헌장 채택 건 말이다. 그가 대선을 내다본다면 나야 환영하는 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클릭을 시도 혹은 시행한다는 건 전략적으로 우려스러웠다. 소위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이 우클릭했다가 성공한 사례가 있던가?

 

그렇지만 저런 식의 처세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충분히 수긍간다. 연말 즈음에 받은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이 내게 보여준 지지는 황송할 정도였다. 단순 지표로 점수를 매기면 내가 학교 탑일 것 같았다. 그런데 몇몇 학생이 나더러 좌편향 교사라고 써놨다. 말 그대로 '심쿵' 했다. 아, 재계약은 힘들겠구나. 시절이 하수상한데 재수 없으면 아주 이상하게 꼬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보내준 찬사와 상관 없이, 그 몇명의 학생들이 어쩌면 뜻도 모르고 썼을 것 같은 그 '좌편향' 딱지가 주말 내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랬다. 나처럼 아주 평범하고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한 조각조차도 움찔하게 만드는 이 좌파 딱지. 대한민국이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 가늠하게 만드는 한 사례다.

 

요한복음 8장에 등장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대목은 이 불행한 여인에게 연민을 가지라는 따위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대목에서 방점은 먼저에 찍히는 것이다.

백 개의 돌팔매 안에 돌멩이 하나로 숨어 있을 때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1/N이라는 익명의 폭력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이 타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깨달으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고도 책임질 수 있으면 돌을 던지라는 말이다. 그럴 수 있는가? -187쪽

 

1/N이라는 익명의 폭력이 참으로 무섭고 비겁하다. 많은 왕따 사건들이 바로 저 1/N을 빌미 삼아 책임 없는 척하며 가해자의 얼굴을 숨기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던가.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왔다. 백번 동의하고 또 동의한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언론들은 오보의 가능성 따위 얼마든지 감수하면서 기사를 내보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도 사실을 욕망하지 않았다. 정작 그들이 욕망했던 건 진실이 아니라 이슈였다. 정확한 사실 전달보다 좀 더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원했다. 뉴스 소비 행태가 인터넷 포털 중심으로 재편성되면서 황색 저널리즘이 유난히 강화됐다.  -199쪽

 

물론 기레기들이 아무 연관고리 없이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은 아니다. 사실을 욕망하지 않는 대중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더 큰 책임이 언론에게 있을 뿐.

 

1997년에 발표된 이승환 5집 앨범에 '애원'이라는 곡이 있었다. 타이틀은 아니었지만 타이틀스러운 대곡 발라드였다. 그런데 이 애절한 곡의 뮤직비디오에 귀신이 찍혔다. 광나루역에서 촬영한 지하철 씬에서 기관사 옆에 흰 소복 입은 떡대 좋은 긴머리 여자가 잡힌 것이다. 대중에게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당연히 이 장면을 삭제했지만, 이것은 곧 이슈화되고 이승환이 앨범을 띄우기 위해서 노이트 마케팅을 벌인 거라고 소문이 났다. 이승환은 분노했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기자들은 반박기사를 써주지 않았다. 뒤에 그가 억울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이들도 기사는 써주지 않았다. 이유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자극적인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에 불을 피울 수 있으니 얼마든지 언론을 이용해서 퍼뜨리고,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이미 흥미가 사라지고 난 뒤이니 정정보도는 하지 않는다. 당연히 사과도 없다. 아니었어? 아님 말고!

 

이런 사태에 염증을 느낀 이승환은 은퇴를 결심하고 6집 앨범에서 '당부'라는 꼭을 쓴다. 머지 않아 그대와 헤어지게 될 거요~로 시작하는 곡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는 은퇴하지 않았고(다행히!) 여전히 현역으로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다. 대신 이때의 심정을 담아 '귀신소동'이라는 곡과 'rumor', '퀴즈쇼', '소통의 오류' 등의 노래에서 언론과 대중의 미친 줄타기를 꼬집는 곡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털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억울함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고, 폐인이 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그런 사례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또 자주 보아왔던가.

 

요즘 한국 영화에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는 배우는 아마도 '이경영' 씨가 아닐까 싶다. 한때 방송에서 젠틀한 이미지로 잘 나가던 그가 스캔들로 곤두박질 쳤다. 그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파렴치한으로 남아 있다. 그는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했다. 영화에서 아주 작은 역이라도 맡겨주면 열심히 배역을 소화했다. 불러주는 것이 고마워서 부르면 어디라도 달려갔다. 그랬던 것들이 이제는 극장 가면 그를 무조건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여기에 관해서는 영화 '더 헌트'를 적극 추천한다. 한번 실추된 명예가 결코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정의'의 이름으로 말이다.

 

연예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스타를 공인이라 부르며 사생활을 헤집는 대담함과, 그것을 감수하며 눈물을 떨구거나 거짓말을 하는 스타의 처연함 사이에는 일종의 부채의식과 상환에의 의지가 양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일종의 권리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현상도 이렇게 보면 이해할 만한 사고의 흐름이다. 사채꾼도 돈 받으러 갈 때는 정의롭다. -237쪽

 

스타는 공인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인이라 부르고, 또 스타들도 자신이 공인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지만, 용어의 쓰임 자체는 둘째 치고 바로 그 스타를 향해 사생활 침해는 물론 테러에 가까운 비뚤어진 관심을 보이는 인간들은 또 왜 그리 많은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타진요다. 이제 제발 미친 관심과 의심을 거두고 진짜 '공인'에게 정의의 칼을 휘둘렀으면 좋겠다. 허지웅의 표현대로 배트맨이 조커가 아니라 연예인 신상정보나 캐고 있다면 그게 다크 나이트가 되겠는가.

 

요즘엔 엽기적인 범죄가 자꾸 증가하고 있다. 마치 경쟁하듯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경연대회를 여는 것 같다. 끔찍한 사건이 터지고 나면 사람들은 모두 왜 저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당연히 궁금해 한다.

 

원래 인간은 자신이 두려워하거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명료한 이름을 붙여 그것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떠벌리기 좋아하는 종자다. 언론이 해법을 제시한다.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웹툰 때문이다. 왕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미지의 공포가 아닌, 가십으로 전락한다. 이제는 쉽고 재미있는 점심시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 도매마케팅은 당장 눈앞의 편한 대상을 원흉으로 몰아 문제를 단순화하고, 실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고민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악랄한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우리는 애초 그 고민을 하고 싶었던 걸까. 기회가 있다면 폭력의 맥락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언론의 관련 보도 자체를 불의라 규정하는 건 짜증의 결과는 될 수 있어도 정확한 지적은 될 수 없다. 공포를 도매가로 판매하는 언론의 무책임은, 쉽고 편한 오락거리를 도매가로 요구하는 우리의 여가와 공생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끊어야 할까. -227쪽

 

청소년보호법의 번제물이 됐던 이현세 씨의 '천국의 신화'가 먼저 떠올랐다. 그 소모적이었던 긴 논쟁.

 

최근에 끝난 드라마 중에 '피노키오'가 있다. 언론이 사람을 영웅으로도 만들 수 있고, 한순간 죽일놈으로도 만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그리고 그 힘을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들을 위해 남용하고 있는 것을 고발하는, 제법 재밌는 청춘 멜로물이었다. 극중에서 보도국 국장이 말한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뉴스와 봐야 하는 뉴스 중 어느 것에 방점을 찍을 거냐고.

 

시청률을 위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걸 먼저 보도하겠다는 국장에게 주인공 기하명(이종석)은 이렇게 반격을 가한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는데 뭘 먼저 듣겠냐고. 그의 선배는 좋은 소식을 먼저 듣겠다고 했고, 하명은 곧 한류 스타가 총출동하는 대형 공연에 선배 기자가 차출됐다고 알린다. 선배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나쁜 소식이 뭐냐고 묻는다. 하명은 얼마 전에 검사받은 건강검진에서 췌장암 진단이 나왔다고 담담하게 알렸다. 선배는 당연히 좌절하고 그걸 왜 지금 얘기하냐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하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듣기 좋은 소식을 먼저 알리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사람들이 지금 알아야 하고 지금 들어야 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는데, 그걸 다 뒤로 미루고 가쉽에 가까운, 흥미 위주의 기사들만 먼저 챙기는 것은 췌장암 발발 소식을 뒤로 하고 한류 스타 기사나 챙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 맞는 말이다. 현실이 그렇게 따라주질 않아서 문제지. 그런데 언론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시청자들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허지웅이 말하지 않았는가. 누가 먼저 그 고리를 끊을 것이냐고. 엄마 방에 들어갈 때마다 자주 채널을 돌려놓는다. 지금은 뉴스 시청 하시라고. 기왕이면 좋은 뉴스 보시라고... 아주 작은 몸짓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나.

 

영화 '필라델피아'와 '콘스탄트 가드너'는 덕분에 보고 싶어진 영화다. 그리고 '설국열차'는 덕분에 더 좋아진 영화다. 영화와 함께 설명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현실의 초라함들을 그는 아주 냉소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냉소는 때로 막연하고 뜨거운 주관보다도 되레 진실을 더욱 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허지웅은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혓바닥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듯 보인다.

 

역시 시니컬함이 잘 어울리는 그의 표현에 빗대어 마무리를 해보자.

 

아무튼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떼어내어 다시 붙이려다가는 못 쓰게 된다.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남았으면 남은 대로 결과물을 인내하고 상기할 수밖에 없다. -37쪽

 

얼마나 걸맞는 비유인가. 산다는 건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과 비슷하다. 다시 사다 붙일 수 있는 액정 필름이 아니니, 먼지가 들어갔으면 들어간 대로, 기포가 있으면 또 그대로 인내하고 견뎌야 한다. 고작 그것 때문에 핸드폰을(삶을) 갖다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 삶이다. 우리의 삶이다. 잘 버티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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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79 2015-02-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목에 꽂혀 고르게 된 책.



이 책은 그냥 작가 허지웅의 삶에 대해

진실되게 쓰여져 있는 책이였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2부 부적응자들의 지옥는 본인의 삶에 대해..

3부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4부 카메라가 지켜본다는 언론,영화에 대한 내용이다.



뭐 재미있다 재미없다.

혹은 좋다, 좋지않다 라고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 중 나는 허지웅의 삶이 재미있고 좋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삶이 힘들어져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고시원 총무 알바도 하고

어머니와 본인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증오하며

열심히 살았던 삶의 내용이

안쓰럽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부, 3부는 정체나 범죄 사건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닌 관계로 많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뉴스 기사, 언론은 사실과 달리

너무 과장되게 발표가 됨을 얘기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자로 타블로, 최민수의 주관적인 관점이 설명되었다.



아무튼 허지웅은 참 솔직하다.

뭔가 대단한 솔직함과 약간의 비판적인,

날카로운 어조로 마치 세상은 조금 삐딱?하다는

그런 느낌의 내용은 나와 어긋나긴 했지만

방송인으로서가 아닌 작가 허지웅에 대해

더욱 알 수 있고 호기심이 생기는 책이 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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