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닉 혼비의 피버피치를 읽고 나서, 영국의 축구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라고 불을 뿜었다. 그러나, 역시 야구를 모르고서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재미를 120% 느끼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산 것은 백만년전이지만, 왠지 패배자들을 위한 어쩌구 내지는 패배자들을 위한 찬가 따위의 선전이 연봉십만불을 목표로 달리고 있던 내게 못내 거슬렸고, 그럼으로써 어딘가에 처박아 놓고 안 읽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몇권이나 선물을 하기도 했다. 주말에 책정리를 하던 중 이 책이 나왔고, 마침 작가의 신작인 '카스테라' 를 적립금에 눈이 어두워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고, 마침 롯데가 7연패의 늪을 끊느냐 마느냐 하는 경기를 바로 앞에 두고 있었다.

야구를 틀어놓고, 이미 열흘정도 보아왔던 낯익은 롯데의 플레이를 애써 옆눈으로 보며 책을 읽었다. 책의 첫부분에는 화려한 삼미의 역사가 나온다. 나는 처음으로 삼미의 로고가 수.퍼.맨.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경악했고, 삼미는 첫해에 16연패. 다음해의 18연패 기록으로 전해의 기록을 갈아치움으로써 ' 삼미의 라이벌은 삼미' 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끝내주는,뭔가 초현실적인 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으면서 완전 뒤집어지는 글들이 나올때마다 , 처음 프로야구가 생길때 인천의 어느 방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동네 반장이 인천고 야구감독의 초빙으로 1학년 한 선수의 피칭을 보러 간다. 속으로 ' 아직은 풋내기가 아닌가' 하고 따라나섰는데, 그 선수의 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도루코 면도칼로 스트라이크 존을 도려내는 듯한 볼의 컨트롤, 세상의 모든 커브 볼들에게 '자넨 참 성격이 곧군'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낙차가 큰 변화구.'



웃음을 참지 못하며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 부분을 읽어준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나는 다섯살이었고, 그와 같은 운동경기를 미친듯이 좋아하며 기록을 달달 외우고 다니던 아빠의 손에 끌려 롯데자이언츠 어린이 회원이었고, 기억은 잘 안나지만 몹시 큰 야구장에 쫓아다녔었다. 어릴적 사진을 보면 아이는 계속 자라는데, 옷은 항상 시퍼러둥둥 촌시런 롯데자이언츠의 잠바(사진 속에는 반팔티. 물론, 사계절용 옷이 다 있었다.) 였다.

 

 

* 어렸을적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우주박람회 *

그러나 이것은 야구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작가의 현란한 안작가스러운 말솜씨를 따라가며 롯데의 어이없는 답답해 죽는 플레이를 8연패를 강하게 예감하며 보다 보니 좀 피곤했다.

주인공 '나'는 삼미에 열광하고 자학하고 삼미를 버리고( 혹은 삼미가 팬들을 버리고?) 돼지발정제를 먹은 사회로 뛰어든다.

'프로야구'는 소년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하고 사회인에게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국가차원의 거대한 음모였던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가 했던 야구는 '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는 '자신만의 야구'이다.  이 부분을 먼저 읽었더라면 난 허걱 하며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미수퍼스타즈로 시작된 유년기에서 곰이 된냥 호랑이가 된냥 마늘만 먹으면서.. 는 아니고라도 그 비슷하게 열심히 외워서 일류대학에 소속되고,  일단 그 '일류대학' 간판을 걸고 대기업에 들어가고, 열심히, 더 열심히, 죽어라고, 미친듯이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다가 권고사직.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에서 삼진아웃을 당한줄 알았으나, 사실은 투스트라이크 포볼로 1루에 진주해 쉬라고, 삶이 던져준 네번째 볼이었다고 생각해버리고.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주고 있어서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을 주어져 있었던 것이고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리는 기분으로 시간을 향유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 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그렇게 책의 마지막은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라고 말해준다.  '나'는 구질구질한 인간들. 사회에서 보기에 낙오자인 인간들을 모아 '삼미수퍼스타즈 팬클럽'을 만들고 전지 훈련 장소로 삼천포로 간다. '삼천포로 빠진 그들' .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가?. 베이직을 강조하고 프로가 되라는 보스의 말을 들으며 , 다른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들을 모두 해내려고 바득거리며 책을 읽고 느낀점을 쓰는 월요일 휴가날이다.

삼천포와 명동한복판에 한발씩을 걸치고 어정쩡하니 삶을 향유하지도,그렇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소리높여 외칠 수도 없는 어정쩡한 프로는 그때도 6개구단중 5위였던( 삼미가 물론 6위) 롯데. 3위에서 4위로 내려가고 열심히 5위, 6위로 내려가고 있는 롯데의 지금과 비슷한가?

이렇게 말하니 왠지 운명론자 같은 생각이 든다. 화요일, 수요일 경기에는 지금 제일 잘나가고 있는 미련곰탱이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과 붙어야 되는데, 두자리수 연패도 멀지 않았다. 젠장.

나 뿐 아니라, 동생도 ( 저 위의 사진에 있었던 꼬맹이가 이렇게 컸다) 어린시절 롯데 잠바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사진 찾으며 깨달았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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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6-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삼미 슈퍼스타즈..>에 어울리는 리뷰로군요^^ 그나저나 롯데가 부활해줘야 저도 다시 야구를 볼텐데 말입니다...

oldhand 2005-06-1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롯데가 연패의 늪에 빠져있더군요. 타력이 부진하자 투수진까지 동반 몰락의 길을.. 롯데의 분발을 기원합니다. (개막이후 꼴찌 질주중인 기아팬(82년 원년 회원출신)이..-_-;)

하이드 2005-06-1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전 어제 SK 응원했지요. 근데, 심정은 다 비슷한지 책 읽다보니 나오더군요. 삼미옷 입고 그물망에 매달려 차라리 오비를 응원하는 책 속의 '나' . 그러고보니 피버피치에서도 못하는 팀이 바닥도 모르고 계속 못할때 팬들이 자학의 극에 달하면 상대팀을 응원하더군요. 으흐흑.

하이드 2005-06-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오늘 9연패 어허허허흑.

2005-06-18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2-1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규도 난감해한 작가 ‘박상’ 첫 장편소설.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게 말이 되냐’ 박상 작가가 대한민국 모든 유쾌발랄찌질궁상 청춘들에게 바치는 청춘로망판타지.
‘이 꽃 같은 세상이 말이 되냐!’고 생각하신다면 YES24, 인터파크, 인터넷교보, 알라딘에서 진행중인 출간기념 이벤트에 지금 바로 참여하세요.
 

 1.RoseAnna (1965)

스웨덴의 아름다운 호수가에서 발견된 젊은 여자의 시체. 교살당한 그녀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스톡홀름에서 전문가를 부른다. 골초에 살인과 형사 30대 후반의 워커홀릭의 전형인 마르틴 베크 형사 등장. 그녀의 신원' 로제안나' 라는 이름을 알아내는데만 세달 걸려주심. 스웨덴에서 1967년 1993년에 영화화되엇음.

2.The man who went up in smoke ( 1966)

3.The man on the Balcony (1967)

스톡홀름의 공원에서 살해된 어린 소녀.두 명의 목격자가 있는데 한명은 한마디도 협조하려들지 않는 냉혈한인 강도. 그리고 다른 한명은 세살난 소년.

4.The Laughing policeman (1968)

웃는 경관

 

 

5. The Fire Engine that disappeared (1969)

경찰감시하의 아파트가 폭파된다. 테러리즘? 암살? 혹은 그저 실수?처음으로 등장하는 조직범죄, 지하세계와의 싸움. 군발트 라르손의 활약이 있다고 한다!

6. Murder at Savoy (1970)

7. The Terrorists

8. The Abominable Man

9. Cop Killer ( Their a Martin Beck Police Mystery ;9)

Cop Killer 라니 에드 맥베인의 'Cop Hater' 경찰혐오자를 연상케 한다.

그나저나 6권부터 9권까지는 순서도 모르겠고, 아마존에서도 절판이다. 쩝.

10. The Locked Room

몇번째 시리즈인지 알 수 없다. Cop Killer 가 Maj Sjowall 혼자 쓴걸로 되어 있는걸 보면 1975년에 Per Wahloo 가 죽고나서 쓴 것 같기도 한데

The locked room은 또 두 사람이 공저로 되어 있다. 영문판으로서는 가장 최근에 나왔다. 어쨌든 있으니깐 일단 쇼핑카트로

시리즈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당췌 모르겠다. 이 책이 7번째 시리즈라고 하는 리뷰어가 있다.

 

angelus novus
마틴 벡Martin Beck은 제 전공이라. 쿨럭. 스웨덴 사람들이 읽는 추리소설 읽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참 많이도 읽습니다.
페르 발뢰Per Wahloeoe와 마이 셰발Maj Sjoewall 부부의 공저인 마틴 벡 10부작은 <범죄소설en roman on ett brott> 이라는 부제를 공유합니다. 1965-1975년 사이에 발표되었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Roseanna, 1965 로즈애너
2 Mannen som gick upp i rök, 1966 연기로 올라간 남자
3 Mannen på balkongen, 1967 발코니의 남자
4 Den skrattande polisen, 1968 웃는 경관
5 Brandbilen som försvann, 1969 사라진 소방차
6 Polis, polis, potatismos!, 1970 사보이살인사건(원제: 경찰, 경찰, 으깬감자!)
7 Den vedervärdige mannen från Säffle, 1971 세플레에서 온 추악한 자
8 Det slutna rummet, 1972 잠긴 방
9 Polismördaren, 1974 경찰살인범
10 Terroristerna, 1975 테러리스트
60-70년대 스웨덴 사회의 문제점까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인 것으로도 유명한 이 걸작들의 주인공 마틴 벡은 인간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이지요. 늘 피곤에 절어 있으면서도 할 일 다 하는. 저 중에 두 편 정도 원어로 훑었던 기억이 납니다. 동료 렌나트 콜베리와 군발드 라숀도 개성 강한 인물이군요. 여러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고. 1990년대 말에 영화로 만들어진 벡 시리즈는 기존 10부작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벡의 이미지에 잘 맞는 스웨덴 배우 페테르 하베르와, 사격과 격투에 능한 군발드를 연기하는 미남 스웨덴 배우 미카엘 페슈브란트의 연기로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같은 스웨덴 작가 헤닝 망켈의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의 원조격이 아닌가 하는. - 2005-06-12 03:4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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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6-1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추리소설 많이 읽었었는데 그러고 보니 안 읽은지 꽤 되네요.
함 읽어볼까...근데 사논 책이 절 부르네요. 그래도 함 눈독을 들여놨으니 언젠가 읽겠죠?

2005-06-14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간만에 또 열광할만한 미스테리 시리즈를 발견했다. 이 한 권만 달랑 있다는 것이 좀 좌절스럽기는 하지만, 아마존에 시리즈9 까지 나와 있는걸 확인했다.

펠바르, 마이 슈발 부부작가가 쓴 이 시리즈에서 각 권 30장씩 10권까지 발표해 전후 스웨덴 사회의 변천을 마르틴 베크의 생활이며 그가 뒤쫓는 사건에 의해 묘사해보려고 한다는 장대한 계획이다. 1965년부터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썼고, 애석하게도 펠이 1975년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 시리즈 9에서 멈추었나보다.

이 리뷰의 제목으로 하려고 했던건 스웨덴판 87분서!!! 였다. 이미 리뷰 제목에 있는걸 보고 허접하니 스웨덴 본격경찰극!!!으로 바꾸긴 했지만, 읽는내내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이 부부는 스웨덴에 87분서 시리즈를 스웨덴에 소개한 역자들이기도 하고, 마르틴 베크를 뉴욕으로 파견하여 스티브 켈레라 형사와 힘을 합쳐 한 사건을 수사하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을정도라고 밝힌바 있다. 으. 얼마나 재밌을까. 87분서 시리즈에 열광하는 나로서는 정말 환상적인 일이겠다.

이 작품 '웃는 경관' 에서는 스톨홀름 비 내리는 밤. 시체가 가득 실린 버스가 시내에서 발견된다. 살인과 주임 마르틴 베크 형사는 시체더미 속에서 부하 오케 스텐스토름 형사를 발견한다. 스톡홀름 경시청 살인과의 형사들이 각각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추적하며 사건의 조각을 맞추어 나간다.

부부작가가 쓰는 미스테리라서 그런지 건전한(?) 부부의 모습과 경찰소설로는 드물게 형사/경찰들의 가족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작가가 얘기했듯이 스웨덴( 정말 낯선 나라다. 아마 이 작품은 내가 읽어본 첫 스웨덴 책이 아닐까 싶다.)의 의 문제들을 꼬집고 있다. 미국의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등장인물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유머감각들도 뛰어나고 87분서보다 더 생생하고 개성있는 형사들의 모습들이 나온다. 군바르드 라손이란 거칠고 무식하게 힘센 형사나, 책에서나 나올것 같은 무지막지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메란델 형사. 그리고 마르틴 베크와 코드가 맞는 마르틴 베크 다음으로 비중이 큰(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콜베리 형사. 부인이 라플란드 인인 룽 형사( 스웨덴의 라플란드에 대한 행패에 대해 세풀베다의 '소외' 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라플란드 이야기를 볼 줄이야!)

언제 읽을지는 몰라도 마르틴 베크 시리즈 사러 아마존으로 어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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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6-1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내 동생이 갖고 있던 거 같던데, 뺏어봐야 겠다^^

panda78 2005-06-1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분명히 전에 봤는데.. 음.. 가물가물..

하이드 2005-06-1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손에 잡자말자 휘딱 읽었어요. 재밌더라구요! >.<

마냐 2005-06-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강력한 뽐뿌를...음. 추리작가 헤닝 만켈도 스웨덴 작가 아니었나 싶네요. 한때 그 주인공의 묘한 매력을 좋아했는데... 근데 1965년이죠? ^^;

하이드 2005-06-1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야, ^^;; 네. 1965년이요. 헤닝 만켈의 또 이 시리즈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전 사놓고만 아직 안 읽어봤지요. 이 시리즈는 딱 제 스타일이네요!

panda78 2005-06-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사 미스 하이드님의 추리소설 취향을 약간 알 듯 합니다요 ^^

하이드 2005-06-1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87분서, 시므농, 윌리엄 아이리쉬, 그리고 마르틴 베크.( 콘웰도 넣어도 되려나?) 심리묘사나 전체적인 분위기 묘사가 되어 있는 책들이 좋아요. 물론 그 외의 추리소설도 재미있게 보긴 하지만요. 아, 로렌스 블록의 이번 책 '800만가지 죽는 방법' 같은 책도 정말 좋았어요. 아,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요!! 로스 맥도널드도 루아처도 '움직이는 표적'은 좋았는데, 위철리여자는 별로.

einbahnstrasse 2005-06-12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틴 벡Martin Beck은 제 전공이라. 쿨럭. 스웨덴 사람들이 읽는 추리소설 읽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참 많이도 읽습니다.
페르 발뢰Per Wahloeoe와 마이 셰발Maj Sjoewall 부부의 공저인 마틴 벡 10부작은 <범죄소설en roman on ett brott> 이라는 부제를 공유합니다. 1965-1975년 사이에 발표되었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Roseanna, 1965 로즈애너
2 Mannen som gick upp i rök, 1966 연기로 올라간 남자
3 Mannen på balkongen, 1967 발코니의 남자
4 Den skrattande polisen, 1968 웃는 경관
5 Brandbilen som försvann, 1969 사라진 소방차
6 Polis, polis, potatismos!, 1970 사보이살인사건(원제: 경찰, 경찰, 으깬감자!)
7 Den vedervärdige mannen från Säffle, 1971 세플레에서 온 추악한 자
8 Det slutna rummet, 1972 잠긴 방
9 Polismördaren, 1974 경찰살인범
10 Terroristerna, 1975 테러리스트
60-70년대 스웨덴 사회의 문제점까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인 것으로도 유명한 이 걸작들의 주인공 마틴 벡은 인간적인 면에서도 매력적이지요. 늘 피곤에 절어 있으면서도 할 일 다 하는. 저 중에 두 편 정도 원어로 훑었던 기억이 납니다. 동료 렌나트 콜베리와 군발드 라숀도 개성 강한 인물이군요. 여러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들도 있고. 1990년대 말에 영화로 만들어진 벡 시리즈는 기존 10부작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벡의 이미지에 잘 맞는 스웨덴 배우 페테르 하베르와, 사격과 격투에 능한 군발드를 연기하는 미남 스웨덴 배우 미카엘 페슈브란트의 연기로 깊은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같은 스웨덴 작가 헤닝 망켈의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의 원조격이 아닌가 하는.

하이드 2005-06-1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정말요!!!

하이드 2005-06-1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페르 발뢰가 1975년에 죽었다고 하던데 10권까지 나왔었군요. 근데, 스웨덴어는 어떻게 발음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네요. 마틴 벡에 페르 발뢰 인가요? 전 나름 마르틴 베크가 오, 스웨덴 식인가벼 했었는데. 아, 배우들 사진좀 보려했더니, imdb에 이미지가 없군요 -_-aTV 시리즈로 한참 했던모양이죠? 근데, 원어라 함은 설마 스웨덴어란건 아니죠? ^^;

Beetles 2005-06-1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또 멋진 책을 추천..전 하이드님 따라쟁이라..하이드님이 추천하신 책들 하나씩 골라 읽는 재미로..산답니당..이 서재에 안들어오면 왠지 허진한..ㅎㅎㅎ그런데 몰랐는데..하이드님이 추천하신 책을 구입할땐..땡스투 이걸 눌러야 하는지 이제서야 알았다는..-_-

하이드 2005-06-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눌러주세요~ ^^ ㅎㅎ

알고싶다 2005-06-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닉이 '엄마냐' 였으면 재미있었을텐데.
엄마냐? 미스하이드님: 엄마야 ^^;; (아이 추워 아이 추워)
아까 오전에 왔다가 숫자가 예뻐서 캡춰해놨는데 두둥-



오늘은 왠지 미스 하이드님하고 통한것 같아요, 어제도 통했는데 역시 인생은 미스테리???


비연 2005-06-1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추리소설이죠^^

히나 2005-06-1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조르주 심농과 윌리엄 아이리쉬 좋아라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ㅎㅎ) 부부경찰이나 부부탐정 혹은 형제자매 탐정을 편애하는 나로서는 보관함에 넣지 않을 수 없군.. 사게 되면 땡스투 누를께..

oldhand 2005-06-2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리뷰를 이제서야 봅니다. 제가 주말에 올라온 글들엔 좀 취약한 편이지요. 흐흐. 일전에 <웃는 경관>읽을 차례라고 하셨었는데, 재미있게 보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동서의 출간 예정 리스트에 <사라진 소방차>가 있긴 한데, 나와 줄지는 의문입니다.
 
픽션들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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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몹시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몹시 재미없다. 그리고 그 ‘어떻게’를 가르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허접한 ‘상식’ 이었다.

중남미 문학에 폭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다가오는 ‘보르헤스’라는 이름의 거대함. 그가 의미하는 것. 그의 작품에서 읽어야 하는 것. 그리고 문장보다 긴 주석들(흡사 작품해설과도 같은)을 모두 생각하고 읽다보면, 그 어떤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 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다시 한 번 숨 한번 크게 쉬고, 처음부터 읽어나간다. ‘불한당들의 세계사’에서 나는 내 소양이 부족해, 그의 책을 읽어낼 수 없다. 고 한탄했다. 지금이라고 내 소양이 크게 나아진 바는 없지만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보르헤스를 보자. 마음먹으니  그 넘쳐나는 상상력을 주워 먹는데만도 흡족하다.

 

‘픽션들’을 읽는다고 하니, 너무너무 좋았더라는 극찬들이 쏟아진다. 이런, 나는 건강검진 받는 중간중간에 ‘이렇게 재미없을수가!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를 읽었는데 말이다. 한 페이지를 한 삼십분쯤 들여다보고 있음을 깨달았을때는 정말 이 책 덮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서도. 나를 이렇게 재미없게 하는 것이 ‘주석’이던, ‘번역’이던. 그저 나 평소 하는대로, 이야기를 생각하며 읽으려고 노.력. 하다보니 조금씩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 얼마전에 미학강의 들을 때 이야기 해주었던 줄거리를 듣고( ‘원형의 폐허들’)오, 재미있겠는걸. 하고 1권에서 멈췄던 보르헤스 전집을 다시 시작했던 것이다.


재미있다고 생각한 원형의 폐허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옛날에 어떤 도사가 원주민 마을에 오게 되었는데, 신전에 있으면서 상상으로 사람을 만드는 일에 집착하게 된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아들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를 만들어내고 다시 잠에 빠지게 된다. 몇 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우연히 지나가던 장사꾼들의 말에 깨게 되는데,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소년은 어떤 폐허가 된 신전에 자리 잡았는데, 불 속으로 걸어가도 타지 않는다고. 그제야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원소중에서 그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존재라는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 ‘ 불’ 이란걸 깨닫는다.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아들이 자신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꿈으로 만들어진걸 알면 얼마나 굴욕감을 느낄 것인가를 고민하며 천하루의 밤을 보낸다. 그러다가 그가 기거하는 신전에 불이 나게 된다. 순간 그는 강으로 뛰어들까 하다가 자신의 이 모든 고민과 힘든 삶을 종식시키기 위해 불길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불길은 그의 살갗 속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는 열기를 느끼지 못하고, 타지도 않는다. 안도감과, 치욕감과, 두려움과 함께 자신 또한 자신의 아들처럼 다른 사람에 의해 꿈꾸어진 환영이란 것을 깨닫는다.


픽션들에서는 추리기법의 소설들도 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이라던가 ‘칼의 형상’ 그리고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 등에서는 보르헤스식의 추리소설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브라운 신부의 작가 체스터턴이 우아한 탐정소설의 창시자로 몇 번이나 언급되고 있다.


은유와 가짜들로 가득한 ‘픽션들’의 단편들은 내게 그리 쉬운 독서는 아니었다. 3권 알렙은 좀 더 재미있기를 바라며 만 이틀이라는 긴 시간동안 잡고 있었던 이 얇은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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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정원에서 길을 잃었답니다 ㅠ.ㅠ

하이드 2005-06-1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도요.

마냐 2005-06-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0년전에 읽긴 읽은거 같은데...기억이 하나두...ㅠ.ㅜ

모모 2006-11-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원형의 폐허들'.. 천계영씨의 만화 DVD가 떠오르는군요;; 이 책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호기심이 생기네요
 

 

 

 

 

유시민을 만나다.

책을 많이 읽는 지인이 말하길 자기가 본 가장 유려한 미문이었다는 '항소이유서' 에서 소셜 리버럴리스트가 되기까지, 지승호의 인물 탐구1

    

글머리에|개혁의 희망인가, 분열주의자인가

1부|유시민이라는 코드
슬픔과 노여움이 많은, 소셜 리버럴리스트__지승호
의심을 동반한 믿음, 햄릿형 소신__정혜신
유시민처럼 철들지 맙시다__한홍구
유시민의 수난 시대__김정란
나의 동생, 유시민__유시춘

2부|유시민과의 만남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하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절필 선언을 하다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다
4.24 재보궐 선거에 나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하다
누나 유시춘과의 만남

부록|스물여섯 청년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지승호 책 그동안  보관함에만 담아 놓았었는데, 이 책부터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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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6-1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재밌을 것 같아요
기대 만빵된다 실은 제가 유시민 아저씨를 좋아하거든요 지승호는 인터뷰를 참 심도있게 잘 진행하더라구요

chika 2005-06-1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에 대해 별로 관심없어도 지승호씨가 얘길하면 엄청난 관심이 생길 것 같아지지 않나요? ^^

하루(春) 2005-06-1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시민에 관심 많은데...

하이드 2005-06-1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저도 유시민 좋아요!

marine 2005-06-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하이드님도 그럴 것 같았어요 ^^ 말씀을 어찌나 논리적으로 잘 하시는지... 혹시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 읽어 보셨어요? 진짜 잘 썼던데...

하이드 2005-06-1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봤어요. ^^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