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포켓북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5년 2월
품절


내가 숲으로 간 것은, 깊은 사고에 따라 살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시하고 인생이 가르쳐 주는 것을 내가 배울 수 있을 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며, 죽음에 직면해서야 자신이 살아있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꼴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또한 불가피한 일이 아니고서는 체념하는 것도 싫었다. 나는 깊이있는 삶을 살며 인생의 정수를 철저하게 들이마시고, 스파르라 인처럼 인생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모두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늠름하게 살며, 폭넓게 그리고 뿌리까지 풀을 베어버려, 생황을 구석까지 몰고가서, 최저의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만약 인생이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개의치않고 그 참된 하찮음을 통째로 손에 넣어 그것을 세상에 공표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168쪽

어느날, 나는 우연히 무지개의 한쪽 끝에 서 있었다. 무지개는 대기의 낮은 부분에 가득 넘쳐서 주위 초목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색이 들어간 수정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는 긋한 신비함을 느꼈다. 그것은 무지개빛의 호수엾으며, 그속에서 나는 한동안 돌고래처럼 생활을 했다. 만약 무지개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면, 내일과 생활도 및으로 채색되었을지도 모른다. 철도의 둑길을 걷고 있을때, 나는 종종 내그림자 주위로 빛의 띠가 생겨나는 것을 보고 이를 신비하게 여기며, 나는 틀림없이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곤 했었다.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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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턱에 놓아 둔 구근이 싹을 뻗어내고 있다. 봄이 오면 감자 싹들은 빛을 찾아 마치 송곳인 양 판지를 뚫거나 심지어는 나무도 뚫고 나간다. 창턱에 놓인 구근이 지난 해 그녀가 보내 준 그것이라면 아마 작은 수선화 모양의 꽃을 피우리라. 손톱 크기보다 작은 꽃들. 죽어 가는 짐승의 냄새와도 같은 달콤하고도 얼얼한 향을 지닌. 북쪽의 꽃. 순록의 꽃.

부엌 찬장에는 역시 그녀가 손수 만들어 보내 준 꿀 케이크가 놓여 있다. 아무도 모를 그녀만의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당밀 파이와 비슷하지만 당밀 대신 꿀과 호두 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다. 헤이즐넛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스칸디나비아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찾아보기 쉽지 않을 그런 호두이리라.

테이블에는 아프리카 사탕과자가 놓여 있다. 아마 아프리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탕이 들어 있는 작은 버들고리 궤만이 아프리카 것일지도 모른다. (상자 안쪽에는 우간다산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검은색의 부드러운 과자는 일일이 손으로 싼 것으로, 예테보리에 있는 그녀의 부엌에서 만들어진 것이 맞을 것이다.

몇 년 전, 내가 토니 린드그렌(Torgny Lindgren) 을 발견한 것도 순전히 그녀 덕분이다. 그녀가 보낸 소포 꾸러미 중에, 내가 읽은 소에 관한 책 중 최고인[메랍의 미인(Mehrab's Beauth)]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이후린드그렌의 모든 책을 찾아 읽었다. 소포에 함께 부친 편지에 그녀는 이렇게 썼었다.

"덴마크행 기선에 앉아 있어요. 석유 저장소가 늘어서 있는 긴 항구를 지나 예테보리를 벗어나는 중이지요. 모든 것이 벼냈어요. 보기에 따라서는 내항(內港)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조선소는 손을 놓고 있고, 전부 개인 소유인 독일과 덴마크행 호텔급 기선들만 늘어서 있어요. 나는 이런 해상 호텔들이 싫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그리고 난 언제나 공짜로 배를 타요. 떠나기 직전에 자전거를 갖고 티켓 없이 배를 타거든요. 영하 사도의 음울한 날씨예요. 라디오에서 들으니 내가 태어난 저 북쪽은 영하 삼십 도라는군요."

이건 그녀가 4월 어느 오후, 엑스-레-벵에서 멀지 않은 부르제 호숫가로 난 좁은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라마르틴(Lamartine)의 시로 유명해진 호수였다.

끝없이 다음 기슭으로 내몰리며, / 돌아올 길 없는 영원의 흑암으로 실려 가면서, /이 가없는 시간의 바다에, 우리 단 하루만이라도/ 닻을 내릴 수 없단 말인가.

대학 도시에서 노교수들이 타고 다니는 것 같은, 허리를 펴고 타는 보통 자전거였다. 실제로 그녀는 교사이기도 했다. 이란과 우간다 난민 학생들에게 스웨덴 문학을 가르쳤다. 그런데 자전거는 약간 변형되어 있었다. 핸들이나 안장, 폐달은 그대로였다. 말고삐에서 떼어낸 작은 재갈 조각처럼 생긴 브레이크 장치를 포함하여 모든 부품들 역시 그대로였다. 자전거에 싣고 있는 것 때문에 변형된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안장 가방이 마치 낙타 허리 살처럼 뒤 흙받이에 늘어뜨려져 있었다. 텐트와 우산, 물병 하나가 뒤 짐칸에 묶여 있었다. 헤드라이트 아래의 앞 짐바구니에는 지도와 로션, 말린 무화과가 든 봉투와 양초, 망치, 그리고 린드그렌의 새 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회색 곱슬머리의 여인은 부르제 호숫가로 난 좁은 시골길에서 천천히 폐달을 밟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끝없이. 검은 푸조 605 한 대가 자전거를 탄 여인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서 다가왔다. 운젅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길 너비를 잘못 어림했고 차의 뒷부분이 자전거 안장 가방의 오른쪽을 훑고 지나갔다. 자전거와 사람 모두 길 옆 도랑으로 처박혔다.

차는 서지 않았다. 어떤 무게가 실린 것이라야 사고나 충돌로 기록된다. 아무도 앞 창문에 부딪친 나비 때문에 차를 세우지는 않는다. 차가 받은 충격은 그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여인은 욕을 내뱉으면서 일어나 피해 상황을 살폈다. 자전거 먼저, 그런 다음 자신을. 앞바퀴가 휘었고 페달이 손상되었다. 그녀 자신은 무릎이 약간 베였다. 그녀의 피부는 대리석처럼 매끈했다. 일생에 걸친 바닷물에서의 단련으로 그런 피부를 가지게 된 것이리라. 짙은 피가 흘렀다. 붕대로 무릎을 감고 길가에 앉아 다른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빵가게 차였다. 운전수는 그녀를 옌까지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자전거 수리를 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앞바퀴를 새 것으로 갈아 끼고 무릎에는 붕대를 두른 채 북쪽을 향해 길을 떠났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군용 방수 망토 차림이었다. 처음,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푸른 눈동자는 검은 눈동자보다 덜 늙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역경을 지나 온 얼굴이었지만 눈동자는 소녀 같았다. 후에 나는 그녀가 결혼했고 장성한 두 자녀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녀의 젖은 옷을 스토브 위에 널어 말렸고 수프와 치즈를 먹었다. 붕대를 푼 무릎에서 작은 상처를 보았다.

사흘이면 나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밖으로 나가 자전거 앞 바구니를 뒤적이더니 잼이 든 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모과 젤리, 당신 거예요. 이젠 가 봐야겠어요. 하지만 그 전에 조금 걷고 싶어요.

자전거는 층계참에 기대 놓았다. 반시간 남짓 지나자 앵초꽃 한 묶음을 뿌리째 들고 오더니 자전거 앞 바구니에 조심스레 놓았다.

먼 길인데 조금 늦은 게 아닐까요? 내가 말했다.

가끔은 밤에도 타요.

무섭지 않아요?

자전거가 있잖아요!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흔든다. 천천히 그러나 끝없이 페달을 밟고 있었다. 받지 않고 주고만 싶어하는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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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0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손꾸락이야. 헥 헥. 지금까지 읽었던 존 버거의 스타일과는 좀 다르다. 그 나름대로 또 좋다. 많이많이!

panda78 2005-05-03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에 관한 책 중에서 최고라..... - _ -;;;

하이드 2005-05-03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서 아마존 검색하려다 참았어요.

panda78 2005-05-03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 ㅋㅋㅋ 참으셨군요.

마태우스 2005-05-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에 얽힌 안좋은 추억이 있어서 추천.

하이드 2005-05-0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뭐...뭐에요, 마태님!.. 추천은 감사합니다!
 

 

 

 

 

동화책 사러 -_-a

아;;;;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겨우 도..동화책이잖어. 그러나,, 나는 주문 버튼의 간단한 단어들에도 삐질 거리는 나를 발견해야만 했다.



흑 ㅜㅜ  일단 빨리 도착이나 좀 해봐바.

타치아나 하우프트만의 책 표지 몇권 더. ( 안 샀다. 그냥 표지만 구경했다.)

흠. 저 위의 돼지랑 이 돼지랑 시리즈인가?

아, 요 책도 귀엽다.

 요 책도 .왠지 이번에 사는 책이랑 겹치는 것 같은 책이다. 다행이 사고 싶은건 다 품절이다. 에헤라디야~

오오~  이건 이번에 산 책의 한정판 하우프트만 사인본! ( 물론 당근 불행히도 다행히도 안 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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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군요. 오호~ 4개국어를 하시는 군요. 우와~~ 대단..

하이드 2005-05-03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제대로 하는건 1개국어밖에 없습니다. 위? 메르씨. 땡큐, 아리가또. 당케 쉔. 젤루 자신있는 감사합니다. ^^;;

panda78 2005-05-03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와와-- 정말 미스 하이드님의 능력은 끝이 없고나.. 놀라워요. 전 영어 하나 제대로 못해서 밖에 나가면 밥도 못 시켜 먹구 그러는데.. ㅜ_ㅜ 아우 부러워라..

panda78 2005-05-03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결국 세계의 동화라는 멋진 책을 원서로 지르셨다 그 말씀이시죠?
예전에 사신 그림 동화랑 같이 두면... 무지 멋지겠다. @ㅁ@ 우와우와- 구경 가자-

하이드 2005-05-0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전 나가도 우리말을 젤루 잘해요. 근데, 책 클릭하면 뜨는 표지랑 제품 넣기 했을때의 번역본 표지가 다르게 뜨네요? 원서 표지가 예쁜데. 오늘 서점에서 보니깐 사이즈가 완전 틀려주시긴 하지만, 그림 동화책보다 더 멋질 것 같지는 않아요.

panda78 2005-05-03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림동화책은 워---낙 표지가 예술로 이뻤잖아요. ^^
그거만큼 이쁜 책은 드물 것 같아요. 근데 이 책도 안에 그림이 듬뿍 있어서 펼치고 보면 푹 빠질지도.. 어쨌든 멋져요, 하이드님-- ^^**

날개 2005-05-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 당근 받으시면 사진 찍어 올려주실거라 기대하겠습니다..^^

nemuko 2005-05-0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 기다릴께요^^ 멋진 하이드님 부러워요~~~~~

로드무비 2005-05-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결국 사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어제는 동화책, 오늘은 페트병 따개...님의 쇼핑 내역이
저와 약간 관련이 있군요. 흐뭇합니다.^^)

하이드 2005-05-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새로운 지름신으로 등극하셨습니다요!!

ceylontea 2005-05-0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져요..
저는 그냥 <세계의 동화> 주문했어요...(5천원 할인쿠폰에 10시 2500원 할인쿠폰 적용받아가며... 두 쿠폰이 동시에 적용되는데 감탄하면서..^^)

그리고... "다행이 사고 싶은건 다 품절이다. 에헤라디야~"에 넘어갔어요.. 히히.

2005-05-06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0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속삭이신님. 그러셨군요. 사실 얼마전에 그림동화책 영문판으로 사서 이 책 살까 망설였는데, 다른 나라 동화, 민담들 얘기에 혹해서 사봤어요. ^^
 
안녕, 레나
한지혜 지음 / 새움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화려함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빈궁함을 더욱 강조하는건가?

서문도 작가 소개도 없이 시작된 첫 단편 '호출''결혼식을 앞두고 옛 애인들과 관계된 물건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잊기 위해, 그 사람과 보냈던 시간을 잊기 위해, 혹은 그 때 아팠던, 지난했던 과거를 지우기 위해, 사진을 태우고, 편지를 태운다. '자전거 타는 여자'에서도 식물인간인 아버지를 보낼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와 관계된 물건을 정리하고, 태울 수 있는 것들을 태우는 장면이 나온다. 무언가를 태우면서 마음 한 구석의 재를 날려버린다는건 내게는 너무 드라마스럽고 닭살스럽다. '호출'은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두번째 단편인 '안녕 레나' 에서는 온라인으로 도피하는 인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죽고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진학에 실패했고 ,재수를 할 형편도 아니었고, 실무 능력 따위는 배운 적 없는 인문계 고등학생이다 보니 작은 회사에 겨우 취직하지만, 내 인생이 작은 사무실에서만 정착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우울해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뭔가 확 저질러보고 싶은 충동이 나를 들쑤신다' 그러다가 찾은 '통신'이란 '탈출구'   익명성을 무기로 매번 새로운 자신을 꾸며대는 그 곳에서의 안락함을 흔들어대는 '레나'라는 아이디의 그녀. 그리고 '숲' 이라는 아이디의 그. 그들과의 '안녕'을 끝으로 소설은 끝나지만, 궁금하다. 그 후 '나'의 삶이. 또 어떤 다른 도피처를 찾아 해메이고 있는건지. 

그 이후의 단편들도 계속 불편하다. 목소리 큰 엄마의 모습. 식물인간의 모습이거나 부재인 아버지의 모습.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들.  나의 이 불편함의 정체는 책을 찜찜하게 책을 덮고 책 표지의 화려한 꽃문양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뒷표지의 같은 꽃 문양에 써 있는 어느 문학평론가의 말이다.

' 하루에도 몇 번씩 뭔가 확 저지르고 싶은 청춘들의 우울을 경쾌하게 포착한 소설들. 대체적으로 '청년' 세대라고 할 수 있을 이 소설집 속의 젊은이들은, 우리 소설에 자주 등장했던 삐딱한 난동자, 엽기적인 호색한, 과격한 몽상가, 항우울성 페시키스트, 차가운 냉소주의자, '쿨 보이들'과 '럭셔리 걸' 등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어떤 인물인가, 요컨대 이 시대의 '이태백' 계열에 속하는 인물들. 그러니까 '확 저지르고 싶은' 젊음의 열망은 충만하지만, 대체적으로 경제난이 초래한 일상의 하중에 압도되어 푸릇한 미래의 희망과 출구가 봉쇄되어버린, 이 시대의 전형적인 젊음의 초상들인 것이다. '

평론가는 이와 같은 것들을 작가의 장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똑같은 얘기를 하지만 그 반대에 서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책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바로전에 읽은 중남미의 마꼰도라는 마을 이야기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뉴스가 아니라 소설에서 읽어야 했는데, 우울이 경쾌하게 포착되지도, 소름끼치게 사실적이지도, 와닿는 말로 포장되지도 않아서 맘에 안 드는 것이다.  한국작가들의 궁상스런 소설들을 멀리하는 것은 현실에서의 내 주위의 궁상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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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3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03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일수록, 동시대가 배경인 소설일수록 취향이 분명하게 들어나고 거기에 상황과 사적인 감정까지 개입되어 책에 푹 빠지기가 힘들어요. 조금만 좋다고 하면 귀 파닥파닥 하며 사는데, 그 재미있다던 성석제나 천운영이나 등등등 전혀 안 사고 있는거 보면 말이지요. 최근에 읽었던 한국작가 책중 정말정말정말 재미있었던건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었네요. 정말 멋졌는데!

하이드 2005-05-03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권해주신 책 땡기는군요. 역시 저랑 취향이 정말 통하십니다.

하이드 2005-05-03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밑에 보니 황진이도 재미있게 봤었네요.

panda78 2005-05-03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승옥 전집 말씀하시던 생각 납니다. ^^
저도 그래서 우리나라 소설은 적게 봐요. 성석제도 두 권 빌려 읽고 말았구.. 천운영도 안 봤구나..
요 며칠 사이 재미있게 본 거로는 이윤기 [하늘의 문1-3]이랑 - 특히 2권은요, 제가 전쟁소설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책 좀 더 볼까.. 싶게 만들 정도로 재미나더랍니다.
[고래]요! 음. 재미있더라구요. 흠흠.. 그 변사체 말투도 그렇고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런 식으로 뭔가 주욱 나열하는 것도 그렇고
문체가 참 재밌었어요.

panda78 2005-05-03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황진이 관심없었는데, 재미있게 보셨다니 궁금해지네요. 새벽별 언니한테 담번에 빌려달라 그래야지. ^^
근데 정이현은 소설집 한 권 뿐인가봐요. 그거 말고는 무슨 수상작품집 같은 데 한편씩 실려있는 듯. 신작이 기다려집니다. ^^

하이드 2005-05-03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사실 읽지도 않고 별로다 하는건 반칙이긴 해요. ^^a 이윤기는 다아 좋아요. 근데 이양반것도 소설 읽은지는 디게 오래되긴 했네요.

panda78 2005-05-03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진홍글씨]이후 백만년 만에.. ;;;
근데 지금 불붙어서 쫘악- 살까 생각중입니다.
새로 에세이집도 나왔던데 그거랑 해서요. ^^

panda78 2005-05-03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 다들 칭찬하시던 권지예의 폭소가 별로였던 탓에, 이젠 뭐가 재밌더라 해도 한국소설은 잘 안사게 되더라구요.;;;

2005-05-03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0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당연하죠. 그러니깐, 같은장소 같은시대 소설에 대해서는 제 성격과 상황이 이입되어 버린다니깐요. 그래도 못 읽을뻔 하다가 읽어서 좋아요.^^ 독서는 나의 힘!

돌바람 2005-05-1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면 '레나'라는 닉네임의 익명성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레나와 같은 익명의 레나들이 양상되는 걸 보면 작가가 포착하고 있는 현실 공간에 줌을 맞춰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진짜 뭔가 저지르고 싶어하는, 허나 저지르지 못하는 인간군이 어디든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쭈뼛거리게 되던데, 나는.
 

 예전에 오프서점에서 이 책보고, 참 별책도 다 있다 싶었다. 마르케스라는 이름이 있는 와인 빼곤 낯선 이 길쭉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 표지도 참 후지고 후드득 넘겨봤을때도 왠지 후져보였지만, 이런 책은 많이 많이 사줘야해. 생각했던 책.

 

 

 이 책은, 글쎄 어떨까.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편이라고는 하는데, 얼마나 알찬 내용일지는 두고볼 일이다. 표지가 심상치 않기는 위의책이랑 만만치 않음.

 

 

 

 거의 유일하게 내가 찾을 수 있었던 내가 알고 싶은 중남미사에 관한 책.

 

 

 

 콜롬비아의 여성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 음. 재미있겠군!!!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드디어 끝냈다. 과연 끝냈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단편만 보고 열광했었는데, 정작 이 소설을 지금에야 접하다니, 너무 게을렀다.

계속 열심히 읽고 싶은 중남미 소설들이다.

그들의 역사에 너무나 무지한데, 지금에야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다니.  too late, but better than NEVER.  라고 위안해본다.

 

angelus novus님의 추천에 힘입어  추가.

 

 

 

 

 

근데, 라틴아메리카로 검색하니 꽤 많은 책이 나오는군요. ( 바보!!! 몰랐던거냐?!)

근데 막상 땡기는 책은 위의 책밖에 없군요.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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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5-02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남미 시집들도 읽어 boa요 로르까와 네루다 등등 그런데 로르까는 스페인 시인이군 ^^;

perky 2005-05-02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남미에 푹 빠지셨군요. ^^ 저도 백년의 고독을 읽은후부터 시간나는대로 중남미 책들 읽기 시작했었어요. 나중엔 여행까지 가게 되더라구요. 책들만으로는 양이 안차서, 어떤 곳인지 직접 밟고 싶어져서요..저도 기회되면 중남미 역사책들 읽어보고 싶어요. 그래야 중남미 문학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서요. 정말이지, too late, but better than nothing입니다.

panda78 2005-05-02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으로 바예호는 어떨까요. ^^
[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가 궁금합니다. 중남미, 정말 언젠가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에요.

urblue 2005-05-0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레의 모든 기록> 추천입니다. ^^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강준만)인데, 내용이 추가된 건가 했더니 저자가 틀리군요. -_-

딸기 2005-05-0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콜럼버스에서 후지모리까지' 재밌게 읽었더랬어요. 유어블루님도 그 책 갖고 계시군요. ^^
하이드님, 마지막 책- 베탄구르, 갖고 있는데, 어째 재미없을 것 같아서 계속 안 읽고 내비두고 있어요.

einbahnstrasse 2005-05-03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은 원래
<웃으면 죽는다 :군사계엄하의 칠레 잠입기>Garcia Marquez, Gabriel, 김진욱 옮김. 서울 : 문학사상사, 1988.
으로 나왔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 책은 사기 보다는...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한 다른 좋은 입문서로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추천합니다.

einbahnstrasse 2005-05-03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파트리시오 구스만의 <칠레전투: 비무장 민중들의 투쟁The Battle of Chile: the struggle of an unarmed people> 3부작 비디오 역시 추천합니다. 그걸 보고 <칠레의 모든 기록>을 읽으면 훨씬 더 이해가 잘 될 듯.

하이드 2005-05-03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책만 안 샀지요. 목차가 막상 사려고 보니 별로 안 끌리더라구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책! 그러니깐요. 제가 원하던 책이라니깐요! 당장 장바구니로!

하이드 2005-05-03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으면 죽난다 : 군사계엄하의 칠레 잠입기] 가 원제일까요? 더 원제스럽긴 하군요. 칠레전투... 와 같은 비디오는 어디서 불 수 있을까요?

einbahnstrasse 2005-05-03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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