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참 빨리 지나갔다. 책읽을틈도 없이... 라고 변명을 해본다.
25. [생각] 장정일|양장본 |286쪽|188x128mm (B6)- 그러니깐 쪼끄만 책.

이것저것 잡다구리한걸 모아서 책을 냈구나. 생각 들었던 것.
이 책을 읽고 느낀점이라면, 장정일은 음주운전자를 성범죄자보다 싫어한다.와
장정일은 대구에 산다. 와
그리고 삼국지를 사 볼까? 다.
이 책은 파본으로 왔고, 알라딘에 세번 얘기했는데, 결국 반납하러 안 왔다. 그 와중에 책을 잃어버렸다.
암튼 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겨준 책.
26.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원제 And Our Faces, My Heart, Brief as Photos(1984)
존 버거 |김우룡 옮김| 반양장본|132쪽|222x141mm

그렇구나 2월에 나는 처음으로 존 버거를 접했구나
그것도 이 깨끗하고 하얗고 단정하고 고요한 책으로.
이 책이 첫 만남이라 좋았다.
27. 행운아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A Fortunate Man| 존버거 지음. 쟝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반양장본|184쪽 | 188x 128mm (B6)

두 번째 만남.
존 버거와 장모르의 '사샬'이라는 어느 시골 의사 이야기.
'사샬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 (...) 사샬은-우리 사회의 끔찍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행운아이다.'
존 버거는 시골 마을 의사인 사샬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원하는 일을 하지(알지) 못하는 우리의 끔찍한 현실을 비추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말로 표현 못하는 것조차도 그의 관찰을 벗어나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 된다. 우리가 의사에게 의존하는 이유, 몸이 아플 때 관계의 단절과 그 단절을 이어주는 의사의 역할, 의사와 환자간의 변증법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는 풀어낸다.
한 편의 고요한 풍경 사진으로 시작한 이 글의 마침은 사샬이 일을 할 때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의 인용이다. 그 논리는, '그 금욕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긍정적 비전의 씨앗을 그 안에 담고 있다. '
"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 매일 누군가 죽어가죠- 나는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데, 그 생각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줍니다."
나도 리뷰를 이 인용으로 마치고 싶지만, 사샬박사의 직업관과 같은 그의 다짐은 가장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죽음만큼 강력한 말이라는 사족을 달지 않을 수 없다.
늦게나마 존 버거를 만나게 된 나는 또 다른 의미에서 '행운아' . 다.
28. 전쟁중독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 평화네트워크 엮음|반양장본 | 72쪽 | 257*188mm (B5)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 원제 Why the U.S. Can't Kick Militarism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만나게 된 책
* 이 전쟁중독이 미국 국민과 전세계 사람들을 도대체 어떤 지경에 빠뜨리고 있는가?
* 도대체 그 비용은 또 얼마인가?
* 전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 그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29.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진 지음 유강은 옮김 |반양장본 | 310쪽 | 223*152mm (A5신)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 원제 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

처음으로 만난 하워드 진.
명쾌하고 알기 쉽다.
100% 이해가는건 아니지만, 이해되는 부분에 대한 공감은 순수하고 강렬하다.
인간은 폭넓은 스펙트럼의 특질을 보여주지만, 보통 이 중 최악의 것만 강조되며 그 결과 너무나도 자주 우리는 낙담하고 용기를 잃게 된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건대, 용기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역사는 거대한 적과 맞서 자유와 정의를 위해 함께 싸워 승리한 사람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다 - 물론 충분히 많은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정의를 위한 이러한 싸움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바로 인간이다. 잠시라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순간에도 남들과는 달리 아무리 작은 일이지만 무언가를 행하는 인간이다. 또 영웅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아주 작은 행위라도 불쏘시개 더미에 더해지면 어떤 놀라운 상황에 의해 점화되어 폭풍 같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30. 장미 도둑 |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반양장본 | 277쪽 | 210*148mm (A5)| 원제 薔薇盜人

퇴락한 스트리퍼와 정리해고 당한 카메라맨의 온천장에서의 하룻밤의 이야기인 수국꽃 정사로 시작해서 너무도 완벽한 부하 직원을 중매해주려고 불렀다가 어머니랑 데이트 나가버리는 다소 황당한 가인으로 끝나는 여섯개의 단편 모음집. 각기 다른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이야기일진데, 왜 나에게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마음에 남는걸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사다 지로가 극우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얘기들을 이렇게 가슴치는 얘기를 쓰는 사람인데.
31. 사랑을 먹고 싶다 - 유승준

뻔한 기획의 맘에 안드는 편집의( 왕 불편한 페이지 보기. 책 중간에 떡.) 과장된 글. 여행가면서 들고간 책인데 짐만되고, 완전 후회스러웠음
32. 긴 머리 공주 - 안너마리 반 해링언 글,그림, 이명희 옮김|양장본 | 30쪽 | 257*188mm (B5)

한 동안 그림책 많이 보다가 점점 안 보게 되었는데,
이젠 좀 안 맞는다 싶은 것이..
그래도 손탠의 책은 여전히 좋다.
33. 독초컬릿 사건 -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 |반양장본 | 324쪽 | 204*132mm

앤소니 버클리 콕스는 프랜시스 아일즈의 본명이다... 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리스트를 만들면서 읽어봐야지 하고 꺼낸 책인데, 대략적인 스토리를 보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 약간은 지루해하며 읽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가, 제목만 보고 너무 발랄한 추리소설을 기대했었나보다.
34. 세상 끝의 풍경 - 쟝모르.존 버거 지음. 박유안 옮김 |184쪽 | 223*152mm (A5신)|At the edge of the World

책의 시작은 ' 내 친구 쟝 모르를 스케치하다' 라는 제목으로 존 버거의 쟝 모르에 대한 이야기가 일곱장 정도 나와 있다. 35년이 넘는 그들의 우정. 존 버거는 쟝 모르의 모습에서 '소년'과 ' 개'를 본다고 한다. '관심 어린 무관심'의 사진을 찍고, 모든 것을 보았지만 여전히 모든 피사체에 놀라움을 가지고 사진으로 담는 사람. '세상끝' 에서 쟝 모르의 우정을 받아 누렸음을 감사해하는 존 버거의 짤막한 글이 끝나면, 이제, 드디어 at the Edge of the World 로 시작되는 쟝 모르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번역자님께서도 답글 달아주셔서 황송했던 리뷰 ^^a ( 비록 나의 딴지에 대한 답글이긴 했지만서도 ;; ) 출판사에 직접 질문도 했던 책. 책은 참- 좋았다.
35.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반양장본 | 288쪽 | 211*150mm| Essays in Love

리뷰에 내가 찍은 사진을 끼워 넣은 신개념 리뷰 ^^ a (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에 읽고 불끈 해버린 리뷰에 추천도 많이 받았다. 으흐흐
한마디로. 좋.았.다.
근데, 여행의 기술도 이마만큼 좋았으니, 왜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더 번역되어 나오지 않는걸까?!!
36.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반양장본 | 268쪽 | 220*132mm
원제 Como Agua Para Chocolate (1989)

내가 본 가장 섹시한 소설.
37. 숲을 지나가는 길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양장본 | 430쪽 | 210*150mm|원제 The way through the woods

역시 좋았던 콜린 덱스터의 책.
옥스퍼드 살인사건만큼이나 좋았다.
역시 나의 각주에 대한 딴지에 번역자님의 긴 답글을 볼 수 있다.
각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추리소설계의 고수분들의 답글에 담겨 있다. 기다리던 작품이 새로 나와서 다들 왔다가 허접한 내 리뷰만 덜렁 남겨 있었던지라, 그 아래 답글 달아주셨다. ^^a
역시 재미로 각주 투표까지 했다.
38. 무진기행 | 김승옥 | 양장본 | 440쪽 | 223*152mm (A5신)

아무리 봐도 좋을 글귀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 오는 여귀가 뿜어서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
누구나 마음 속에 '무진'을 가지고 있다. 그곳으로 도피하거나, 그곳에서 치유당하거나, 그곳에서 위안과 안심을 얻거나간에. 그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장소일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고 각자의 관념속에만 존재하는 곳일 수도 있겠다.
39.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반양장본 | 163쪽 | 225*132mm|원제 雪國

책 읽는 때가 맞을 때가 있다.
perky님이 빠리 가기전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을 읽었는데, 그의 무덤을 보고 꽃다발을 남기고 왔다거나
알랭드 보통의 '나는 왜 사랑 하는가'를 발렌타인데이에 읽어버렸다던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눈이 유난히 귀했던 2005년 겨울 눈 내리는 날 읽고 있었던것처럼.
그랬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어제 서울에 (사실상) 첫눈이 내렸다. 눈다운 눈이 내렸단 말이다. 그리고 잠깐잠깐 내렸던 눈은 내가 집에 쳐박혀 있을때만 와서, 뉴스에서나 볼 뿐이었다. 폭설에 차량정체인 강원도 저 곳은 우리나라인가? 눈발을 맞으며 새벽길을 나서는데, 문득 화가 치밀어올랐다. 카페인이 들어가기 전인 잠결이였지만, 그 감정은 분명 '분노' , '화' 로 분류될 수 있었다. 이런 날은 산에 가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그 감촉을 발바닥 뿌리부터 느끼며, 산의 침묵을 들어야 하는데, 이따금 나뭇가지가 얹힌 눈이 버거워 털어내면 나뭇가지위의 그것이 바닥에 쌓인 더 많은 눈 위에 조금은 거칠게 내려앉는 소리만 들릴뿐인 그런 산을 타야하는데. 예전 어느 구정에 산과 눈과 까치와 하늘밖에 없었던 겨울 한라산에서처럼. 혹은 언제나 공상만 하는 겨울바다에 가야하는데, 검은 바다가 꿈틀대고, 하얀 눈발이 그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들어줘야 하는데.
40. 독일인의 사랑 | 막스 뮐러 지음

독일 소설 재미없다 재미없다 하다가 읽게 되었다.
역시 잘 안넘어가는 관념적인 책.
쉽게 넘어가는 책만 읽다가 읽어낸 이 책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좀 버거운 독서경험이었지만, 몇권 더 읽으면, 다시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재미있었을' 때도 분명 있었으니깐.
헉. 이게 다다;;;
2월은 참 빨리 지나가서, 나는 책 읽을 틈이 없었다. ㅜㅜ 고 핑계를 대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굵직굵직한 책들이 보인다. 존버거를 처음을 만나서 읽은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행운아' 그리고 쟝모르의 '세상끝의 풍경' .콜린덱스터의 새로운 모스경감 시리즈가 해문에서 나와줬고, 역시 하워드 진이란 행동파 지성인도 처음으로 접했다. 고등학교때 문제집에서 보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읽어버린 김승옥의 '무진기행' 그리고 다른 단편들도 무지 좋았고, 미루고 미루던 조엘 안드레아스의 '전쟁중독'도 읽어버려 속이 시원하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 알랭드 보통의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은 것도 2월의 큰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