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야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무언가 계속 '백야행'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아직 '백야행'을 보지 않은 독자라면, '백야행'을 먼저 보기를.
정작 작가는 이 책은 '백야행'의 후속이 아니라고 했다지만, 옮긴이도 말했듯이
독자는 '웃기시네, 후속 맞잖어' 하는 마음.

'백야행' 이 내가 좋아하는 코넬 울리치의 상복의 랑데부같은 불멸의 로맨스 추리소설. 이어서, 그나마 점수를 주었다면, 이 작품 '환야'는 글쎄다. '백야행'에서 거역할 수 없는, 남자를 미치게 하는 눈빛과 그러나 동시에 아픈 과거를 간직했던 그녀.의 모습으로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면,

'환야'에서 그녀는 제목이 백야에서 환야로 바뀐것 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야행'의 독자라면, 그녀 주위의 알면서, 모르면서 끝까지 그녀를 놓지 못하는  남자들처럼 그녀에 대한 한가닥 ( 이번엔 정말 아주 얇은 한가닥) 믿음과 연민.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작가는 별로지만, 작가가 만든 이 여자 주인공 만큼은 미워할 수 없는 딜레마를 가져다 주었고, 그녀.는 나쁘지 않아. 사실은 그녀도 그를 사랑할꺼야. 요염하게 웃어도, 사실은 속으로 마음 찢어지고 있을 꺼야. 라는 상상을 해보는거다.  아니면, 그것이 그녀의 사랑하는 방식. 그걸 알면서 괴로워하건, 그걸 모르고 당했다.고 하건, 그녀로 인해 기쁨 얻었으면 된 거 아냐. 하는 억지라도 써보던가.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에서 으레히 등장하는 반전도, '그녀'의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당연한것처럼 여겨질 정도이니, 팜므파탈소설.이란 장르가 있다면, 이 책은 추리소설칸에서 빼서 그 쪽 칸에 꽂아 두어야 할 것만 같다.

정작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리뷰가 되어 버렸다. 이 모든 이야기와 대도박은 '고베 대지진'에서 시작된다.

*백야행에 이어서, 환야에 등장하는 집요한 가토 형사도 정말 내가 지금까지 읽은 중 가장 비호감. 인 캐릭터다. 이 가토 형사.는 심지어 변태같어! 재수없어재수없어.

** 이렇게 카리스마 있는 여주인공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는 여자를 모른다! 라고 생각한다.

***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작에서처럼 계속 이렇게 독자들을 가르치려고 든다면, (149쪽, 191쪽) 난 진짜 짜증낼꺼야.  이것이 똑같이 사회 문제를 다루어도 미야베 미유키식 접근이 세련되고 오래가는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금새 후져지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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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30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네임 바꾸셨군요! 하긴, 지킬과 영원한 짝이죠^^

blowup 2006-09-3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야행을 먼저 읽은 사람들은 확실히 그녀를 미워하기만은 힘들다고 하더군요.
애처럽다구요.
근데, 왜 작가는 연작처럼 읽히도록 장치를 다 해놓고,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는 걸까요?
따로 또 같이, 처럼 읽히길 바란 걸까요. 연결해서 읽고 싶은 사람들은 그러되,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뜻으로요.
환야에서 백야로 걸어들어가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전출처 : 뉴튼의 사과님의 "엄청나게 지루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산만한"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 사진이 삽입된 것이 신기한건 아니지만, 마지막의 사진들은 꽤나 감동적이었어요) 2차대전과 9.11의 현재,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겹침을 따라가는 것이 혼란스러웠다는건 인정해요. 하지만, 결말로 가면서, 그 모든 것들의 이면이 보이게 되는 것은 얼마나 멋졌는데요. ^^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보면 지루하고, 그 이름 똑같은 대대손손들에 식겁하게 되지만, 마지막 열장으로 그 소설은 '소설이란 장르의 존재이유' 가 되지 않았을까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나열이 몹시도 짜증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다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숨쉬는 시간에 이런 작가가 있어줘서 정말 운이 좋다. 라고 생각했어요. 개인 취향이 있는 것이니, 다만, 반만 읽고 접으셨다면, 끝까지 읽어보시면 어떤 감상하실지 궁금합니다. 마르께스까지 가져다 붙였으니, 제가 너무 큰 장담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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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 > 도대체 누가 찰리 채플린을 모독하는가?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마빡이" 코너를 봤다. 제3회째인가, 딱 한 번 본 것만으로 그 코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코너는 "박준형 표" 비아냥 개그에 "옥동자 표" 혐오 개그를 뒤범벅한 것이 분명해 보이니, 적어도 여기서 말하려는 찰리 채플린과의 비교를 위해서는 그 한 번의 시청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TV도 없는 내가 굳이 "마빡이" 코너를 봐야 했던 이유는 이 코너가 "뜨고" 나서 인터넷 뉴스에 "슬랩스틱의 부활"이니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킨다"는 표현이 수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선 좀 의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무리 옥동자가 뛰어난 "연기"를 했다손 치더라도 설마 채플린에 버금가랴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옥동자라는 친구, (물론 본명은 따로 있지만, 그 캐릭터 이름으로 더 유명하니, 여기서는 옥동자로 통일) 분명히 성대묘사 쪽에 있어서는 탁월한 면이 없지 않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친애하는~ 온곡~ 초등학교~ " 어쩌구 하는 그의 어린 시절 교장선생 훈화말씀 흉내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적어도 나로선 성대묘사를 제외한 그의 "실력"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고, 특히 그가 그 "잘난 얼굴"을 들이밀며 혐오감에 바탕한 헛웃음을 유도할 때에는 정말이지 짜증이 팍팍 솟구친다. 그는 물론 잘 생긴 얼굴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얼굴을 바탕으로 하여 웃음을 자아내려면 어디까지나 "못 생긴 사람이 잘 생긴 척" 하는 아이러니에 근거를 두어야지, 처음부터 끝까지 "못 생긴 얼굴"을 무작정 화면에 들이밀고 자학하듯 강조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이러니는 가능하다. 그러나 자학은 곤란하다. 옥동자의 한계이자 문제는 아이러니와 자학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이것이야말로 지나치게 말초적, 노골적이 되어가는 오늘날 코미디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물론 옥동자의 얼굴을 "못 생겼다"거나 "혐오스럽다"고 표현하자면, 그 부인에게 크나큰 모욕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그의 얼굴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솔직히 TV에 나오는 그의 얼굴은 고의적으로 "망가트린" 얼굴에 가깝기 때문이다. 옥동자도 가만히 있을 때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클로즈업으로 잡힐 때의 그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거나, 입을 헤 벌리고 바보처럼 웃음을 짓거나 하는 "억지" 얼굴이다. 따라서 그런 얼굴은 "못 생겼다"거나 "혐오스럽다"고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 나나 다른 시청자들이 편견을 가져서가 아니라, 옥동자 자신이 그런 얼굴을 의도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생각엔 그게 "우스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더 큰 문제는 이른바 "말빨 개그"가 주류인 오늘날에는 마빡이처럼 "신체 개그"가 마치 "슬랩스틱"의 대명사인 것처럼 오해된다는 것이다. 물론 슬랩스틱, 쉽게 말해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는 코미디가 최대한 몸을 사용하는 연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한 슬랩스틱은 마빡이가 펼치는 "자학" 개그와는 다르다. 나아가 옥동자는 채플린에 버금갈 수조차 없고 채플린에 감히 비교조차 될 수 없다.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채플린도 최대한 몸을 사용하는 코미디를 한다. 그의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맞고, 때리고, 구르는 등의 액션의 연속이다. 하지만 채플린의 코미디에서는 마빡이처럼 신체의 어느 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때리거나 강조함으로써 관객들의 억지 웃음을 이끌어내는 장면은 없다. 채플린의 코미디에 나오는 슬랩스틱은 고도로 계산된, 철저하게 의도된 연기다. 채플린 자신만 해도 코미디언이기 이전에 춤과 음악에 능숙한 만능 연예인이었다. 따라서 그가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는 연기는 그 부드러운 동작만 보면 거의 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채플린의 진정한 계승자는 (적어도 우리 주위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쪽으로는) 마빡이나 다른 "혐오성" 주무기를 사용하는 코미디언보다는 오히려 성룡이라고 할 수 있다. 쿵푸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성룡의 슬랩스틱은 채플린보다는 한층 과격하고 드라마틱한 면이 강조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철저히 계산된 춤 동작에 가깝다. 성룡 자신도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연기를 자주 참조하고, 또한 종종 "차용"한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코미디에서 가장 채플린과 비슷한 슬랩스틱을 한 사람은 일단 심형래가 아닐까 싶다. 심형래는 바보 연기로 유명하고 늘 "맞는" 역할을 맡았음, 또한 갖가지 유행어를 남겨 이른바 "말빨 개그"의 선구자로 인식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의 코미디 연기는 지극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슬랩스틱이었다고 본다. 즉 바보(심형래)와 똑똑이(임하룡)이라는 두 가지 대립항을 주연으로 삼거나, 바보(심형래)와 정상인(그 외의 여러 조연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그 가운데서 바보의 우둔함을 강조하는 식이다. 결코 바보가 그 자체로 바보스러움을 나타내는 경우는 없다.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혹은 똑같은 상황에서 혼자서만 별난 짓을 하기 때문에 바보스러운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심형래와는 약간 종류가 다르지만, 신체를 최대한 활용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동작을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김병만의 "액션 개그"도 채플린과 비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무술과 운동에 능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수시로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지만 그 동작은 하나하나 계산되었기 때문에 웃음 못지 않게 감탄을 자아낸다.

그렇다면 옥동자는 왜 웃기는 걸까? 일단은 그 혐오스러운 얼굴 때문에 웃기는 것이다. 가령 마빡이 이전에 옥동자가 나섰던 또 하나의 "혐오 개그"인 "사랑의 가족"을 보자. 지극히 못 생긴 두 사람에다가 박준형 (역시 미남은 아니다) 세 사람이 최대한 각자의 우스꽝스런 얼굴을 강조해 주는 표정과 분장으로 클로즈업 된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자신들의 "외모"에 대한 것으로 집중되고, 그 와중에 자신들조차도 서로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키득거리고, 웃음을 참기 위해 얼굴이 새빨개지는 모습이 더더욱 우스움과 안쓰러움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습긴 우습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긍정적인 웃음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웃음이다. 속 시원한 웃음이라기보다는 안쓰러운 웃음이다. 정말 재미있어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웃지 않을 수 없어 웃는 웃음이다. 내 생각에는 이른바 "박준형 표" 개그가 다 그런 식이다. "우비 삼남매"를 비롯해서 박준형이 다양한 코너에서 시도하는 개그는 십중팔구 우상파괴적인 개그이고, 패러디 개그이다. "마빡이"를 박준형 표 개그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은, 옥동자나 다른 출연자들이 그야말로 "단순무식"한 마빡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을 때, 박준형은 그걸 보며 좋아하는 시청자들이나 관객을 그야말로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힘이 빠져 헉헉대는 마빡이를 향해 "야, 담당 피디가 너 이걸로 추석특집 한 시간짜리 준비하래"라고 비아냥대는 것이나, 혹은 마빡이가 "TV에 나오는 건 5분이지만, 이거 찍을 때는 10분더 넘게 이짓 한단 말이야!" 하고 투덜대는 것 모두가 기존의 코미디/개그/방송 등등에 대한 과격한 야유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준형 표" 개그는 사실 지금까지의 방송사상 가장 특이하고 전복적인 개그인 동시에, 그 자체의 웃음보다는 기존의 질서를 패러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독창성이 약한 개그이기도 하다. 옥동자의 개그에 대해서는 그의 주특기인 "성대묘사" 말고는 언뜻 생각나는 것이 없다. 보통 그의 "주무기"는 얼굴이지만, 사실 그것은 단기적으로는 훌륭한 무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의 선배격인 정부미, 배영만, 한무, 이주일을 보라. 처음에는 충격을 주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청자들이 그 외모에 익숙해지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이주일의 경우, 말년에 이르러 사업가로 성공하고 중절모에 수염까지 기르고 안경을 쓰고 나오면서부터는 그야말로 "멋진 노신사"로 인식되었음을 보라.) 사실 나는 이주일 이후로부터 죽 이어진 "외모"로 승부하는 코미디야말로 "이주일의 저주"라고 본다. 물론 이주일은 TV 시대의 첫 수퍼스타인 동시에, 악극단 시대의 마지막 수퍼스타이기도 한 과도기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주일 이후에 코미디의 주류가 "연기"보다는 "외모"로 확 기울었음은 사실이다. 사실 그 이전에만 해도 (그리고 이주일이 나오고도 한동안은) 코미디의 중심은 "아이러니"였다. 어떤 정상적인 상황을 전제한 다음에 곧이어 삐딱한 상황을 보여주며, 그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웃음을 이끌어낸 것이었다. <웃으면 복이 와요> 같은 프로그램은 아예 "코믹 드라마"에 가까웠고, 그 핵심 역시 "오해"로부터 비롯된 아이러니라는 전통적인 희극의 핵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외모와 연기력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아서, 내 경우에는 블랑카란 이름으로 나온 코미디언에 대해 많이 기대를 했지만, 소재 고갈인지 아니면 중소기업 사장들의 항의 때문인지 나중에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를 거의 "원시인" 취급하는 수준으로 떨어져서 그만큼 크게 실망했다. 아무리 오해와 압력이 있더라도, 그 캐릭터를 잘만 살려서 보다 풍자적인 기세로 밀어붙였다면 꽤나 공감이 갔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적어도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앞으로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결코 줄어들진 않을 것 아닌가.)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 나오는 마빡이의 연기는 자학이지 결코 슬랩스틱이 아니다. 그리고 옥동자는 감히 채플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거야말로 "채플린에 대한 모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옥동자가 정말로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요즘 사람들이 "채플린을 몰라서" 그런 것일 뿐이다. 채플린의 영화를 단 한 편이라도 똑똑히 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식의 무식한 발언은 하지 못할 것이다. <키드>나 <시티 라이트>를 보라. <독재자>나 <모던 타임스>를 보라. 아니면 채플린이 떠돌이 분장을 지우고 맨 얼굴로 출연한 <뉴욕의 왕>이나 <무슈 베르두>를 보라. 과연 그 어디서 옥동자와 같은 혐오 개그, 철저하게 계산된 동작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게 자기 신체를 학대하면서 관객의 억지 웃음을 자아낸단 말인가? 채플린은 단순히 코미디언이 아니라, 위대한 배우이며 영화감독이다. 반면 옥동자는 기껏해야 혐오스럽게 생긴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실력 없는 개그맨에 불과하다. 그러니 뭘 모르는 사람들이여, 제발 옥동자의 개그를 평가한답시고 멀쩡한 채플린까지 바보로 만들지 말라. 그거야말로 자신의 무식을 자랑하는 행위이니까.

 

*** 한편으로는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같은 "슬랩스틱"을 무조건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다면 영화 <베니와 준>에서 자니 뎁이 보여준 연기를 한 번 보라고 해주고 싶다. 이 영화에서 자니 뎁은 버스터 키튼의 광팬 (맨 첫 장면에서부터 기차에서 키튼의 전기를 읽고 있다) 으로 등장해서, 곳곳에서 채플린과 키튼의 연기를 모방(가령 줄리언 무어가 일하는 식당에서 포크에 롤빵을 찍어 다리를 만들어 춤추는 장면은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에 나오는 장면의 모방이다.)하고 있는데, 최소한 이것을 보고 "뛰어난 연기"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채플린과 키튼의 연기가 뛰어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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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프랑스 사진전 2편


사진의 종주국 … 눈길 끄는 프랑스 사진전 2편 [중앙일보]
예술가들의 일상
끌레그가 잡은 피카소·달리·장 꼭도
눈에 익은 명장면
브레송·호니 등이 찍은 20세기 걸작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요즘 국내 미술계에 프랑스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전시가 속속 기획되고 있다.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처음 생겨났고, 이후 걸출한 사진작가를 배출한 사진 종주국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전시 두 편이 나란히 문을 연다.


아기를 품에 안고는 해맑은 미소를 짓는 파블로 피카소, 기타 연주를 들으며 알 듯 모를 듯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 살바도르 달리…. 20세기 예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피카소.달리.장 꼭도 인물사진전'(28일부터 10월 24일까지.김영섭사진화랑.02-733-6331)은 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루시앙 끌레그의 렌즈에 비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전시다. 끌레그는 아를르국제사진축제를 세운 장본인으로 주로 누드사진 작업을 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는 특이하게도 그가 친하게 지냈던 예술가인 피카소, 달리, 장 꼭도 세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며 촬영한 작품들이다. 이들은 모두 예술이라는 끈으로 연결됐다. 끌레그는 피카소와 40년간 우정을 나눴다. 피카소는 끌레그를 더 큰 무대로 진출하도록 힘을 북돋아주었고, 아방가르드 시인인 장 꼭도와 만남을 주선해 몇몇 작업에서 협업을 하기도 했다. 30여 점의 사진 속에서 자화상을 그리는 장 꼭도, 퍼포먼스를 벌이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달리를 보다 보면 어느새 인간미 넘치는 예술가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전문갤러리인 갤러리 뤼미에르가 선보이는 '프랑스 사진명작 전'(10월 29일까지.02-517-2134)은 프랑스에서 한창 사진으로 주가가 올랐던 1900년대 초반부터 1950년대까지의 작품들이다. 작품 모두 갤러리 뤼미에르의 소장품들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윌리 호니.만 레이.유진 아제 등 이름만 들어도-아니 이름은 모르더라도 작품은 눈에 익은- 친숙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와인병을 끼고 걸어가는 소년(브레송), 바게뜨 빵을 옆구리에 끼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이(윌리 호니) 등 가족과 이웃의 일상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유진 아제는 텅 빈 파리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1930년대 파리가 도시 전체를 리노베이션 하면서 시민이 모두 도시를 떠난 후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파리는 생경한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기록상 한점만 남아있다는 윌리 호니의 '와인재배자, 지롱드'(웨이트리스가 와인을 따라주는 장면 사진)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작품은 현재 9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박지영 기자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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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6-09-2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뤼미에르에서하는 사진전 자세한 소개, 제 서재에 다시 올렸습니다.
 

이렇게 또 메일을 뿌려봅니다.
월요일이지만,
막 딴 와인과 다음주의 빨간날들에 대한 기대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음악.으로 흥을 돋구어봅니다.

음악 고르면서
어제 읽었던 개빈 라이얼의 '심야 플러스1 midnight plus one' 에서 좋았던 구절 옮겨봅니다.

'빠리는 4월이다. 비도 한 달 전만큼은 차갑지 않다. 그러나 패션쇼를 보기 위해서 비를 맞으며 가기엔 너무 춥다. 비가 그칠 때까지는 택시를 잡기 어렵고, 비가 그친 뒤면 택시가 소용이 없다. 겨우 몇백 야드밖에 안 되는 거리이다. 그러나저러나 형편이 좋지 않은 것이다. 결국 '뒤 마고'에 궁둥이를 붙이고 술잔을 기울이며 바깥 셍제르망 거리에서 푸른 신호와 동시에 그랑프리의 팡파르와도 같이 시작된 저녁 러시아워의 소음을 듣고 있었다.'

- 심야플러스1의 첫페이지입니다. 4월의 빠리. 뒤 마고에 앉아서 셍제르망 거리의 푸른 신호와 동시에 그랑프리 팡파르와도 같이 시작된 저녁 러시아워 소음을 듣고 있었답니다. 젠장. '빠리' 가 뭐길래, 셍제르망이 뭐길래, 이리도 멋지단 말입니까. 쳇!

주인공은 전직 영국정보원인 루이스 케인입니다. 모든지 '영국' 들어가면 환장하는 접니다만, 캉베르의(칸베르.라고 적혀있지만, 프랑스발음상 캉베르라고 맘대로 고쳐봅니다) 어느 까페에서 만난 유럽의 넘버3 총잡이 로벨. 의 모습은

'건장한 몸집으로 나보다 서너 살 젊고 키는 2인치쯤 작아 보였다. 억센 느낌의 금발을 짧게 자르고, 엷은 붉은 빛 체크 무늬 스포츠 코트에 거무스름한 바지를 입고 손으로 짠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옷차림으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으나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전에는 유령 같은 것에 사로잡힌 듯한 얼굴이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그 유령에 익숙해진 표정이다. 꽉 다문 입매에 연한 푸른 빛 눈이 제빨리 움직이는가 하면 곧 꼼짝도 않고 고정되기도 했다. 그밖에 주름살이 눈에 띄었다. 두 가닥의 깊은 주름살이 코를 지나 입가에 이르렀고 눈가에도 주름이 있었고 이마에는 만들어 붙인 것 같은 주름이 고랑에 패어져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뭔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주름살이 거기 있다는 것 뿐이었다. 피로한 얼굴도 아니었다. 굶주린 표정도,고달픈 표정도 아니었다. 지옥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어차피 그렇게 되리라고 체념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

'로벨은 홀스터 매는 일을 끝내자 침대 끝에 앉은 채 총을 찔러넣었다가 다시 총을 쓱 뽑았다. 그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카우보이 책에 나오는 것같이 매끈한, 아니 우아한 동작은 아니었다. 다만 잡아서 꺼낼 뿐이었다. 그런 태도는 마음에 들었다. '

그런 총잡이도 맘에 들고, 그런 총잡이를 관찰하는 영국 정보원도 몹시 맘에 들지요. 하드보일드지요?

'모두들 잠자코 있었다. 가끔 허베이와 뒷자리의 여자가 담배를 붙이는 빛이 얼핏 눈에 들어올 뿐이다. 동이 트기 전 한 시간이 우울한 시간이다. 새로운 하루를 맞는데 힘이 충실해 있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는 시간이다. 환자가 밤의 지루함에 지쳐서 체념하고 죽어 가는 시간이다. 솜씨좋은 총잡이가 숨어서 적을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트기 한 시간 전. 우울한 시간.에 대한 정말 맘에 드는 글귀입니다.

109페이지.의 도의 이야기도 정말 멋진 장면인데, 다 옮기기 너무 기네요. 섣불리 옮겼다가 맥락을 해칠까 저어되기도 하구요.

'그 뒤로 침묵이 계속되었다. 하늘이 다시 흐리기 시작했다. 비구름은 아닌 것 같았으나 회색 구름덩이가 해를 가리고 있었다. 오후는 김 빠진 맥주같이 멋없는 분위기였다.'

어떤 오후였는지 알 것 같습니다. 네. 김 빠진 맥주같은 멋없는 분위기의 오후였습니다.

다음은 제 리뷰에도 인용해 놓은 부분인데, 조금 길게 옮겨 봅니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천천히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자기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몇 년이나 전에 자기 눈앞을 막아 버린 문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글라스가 약간 흐릴 정도로 식히는 거요."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얼게 해선 안돼. 얼리면 대개의 것은 일단 맛있게 보일 수가 있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것이 미국을 다스리는 비결이오, 케인. 진짜 마티니에는 시시하게 올리브나 어니언을 넣지 않소. 다만 여름의 냄새를 넣을 뿐이지."

여름의 냄새만 넣어서 마티니 한잔.

멀리서 엔진 소리가 사라져 갔다. 싸늘하게 내리덮는 듯한 밤으로, 별은 보이지 않았다. 브르타뉴에서 뒤에 남기고 온 모양이었다.

내 별빛은 어디에.. 서울에서는 살고 싶지도 죽고싶지도 않다.. 어느 혼혈경찰 따라하는거에요. '나는 산티아고에서는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아' 세풀베다의 소설에서. 핫라인. 이던가요?

247,248pg 도 멋져요. 어딘지 비현실적이면서도, 사실 나도 자주 하는 짓.
역시나 옮기면 분위기 망칠까싶어 생략

그는 천천히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렸다. 표정이 하나도 없었다. 이이상 더 표정을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지옥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지옥인가 하고 납득이 갈 것 같은 얼굴이었으나, 지금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 한 조각차 보이지 않았다.
나 스스로 상상하는 수밖에 없었다.
'술이 필요하구나.'

이 장면은 아마 발췌된 부분만 보고 상상하는 것이 혹여 나중에 책을 읽게 된다면 알게 되는 부분과 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장면에 이런 대사 집어 넣다니, 반칙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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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9-2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뻑가는 대사들인걸요. 현실에서 저런 멘트를 날리면 어떨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네요. 전 올리브 넣은 마티니 원츄.

하이드 2006-09-2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이마티니.도 아닌, 애플마티니;; 좀 과.하다 생각되는 대사.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닥 과한 분위기.의 책이 아닌지라, 외려, 생략된. 많은 이야기.로 궁금증을 유발하지요.

BRINY 2006-09-2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으로짠 넥타이란 어떤 거지요?? 상상이 안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