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고 있는 책은 쟈넷 에바노비치의 '메트로 걸' 이란 책이다. 쟈넷 에바노비치는  현재 10까지 나온 '현상금 사냥꾼'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번역된것은 딸랑 한권 ' 그래 나는 돈을 위해 산다' 이고 정말 웃기고, 페이지 넘어가는게 아까운 책이다. 별로 안 사고 싶게 생긴 커버이지만, 리뷰들을 읽어보면 정말 재미있다는걸 알 수 있다.
직업을 잃고 얼치기로 현상금사냥꾼을 하게 된 스테파니와 초등학교 동창인 초절정 섹시 카리스마 날라리 경찰의 로맨스가 감초처럼 끼워져 있다. 쟈넷 에바노비치는 로맨스 작가로 유명하고, 아무튼 그녀의 책들을 읽다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을 띤 로맨스이거나 로맨스의 형식을 띤 추리소설이거나 그렇다.

완전 배꼽잡는 장면도 많이 나오고, 여주인공의 모험이 제법 현실적이다. 예를들면, 위험한 상황에서 겁을 먹고 오줌을 싼다거나( 진짜로 오줌을 싸는건 물론 아니고, 그마만큼 로맨스 소설이나 추리소설에서 보기 힘든 적나라한 장면들이 나온다는 얘기다) 물론 해피앤딩으로 다 끝나긴 하지만, 그 중간중간의 에피소드들이 제법 현실적이다( 과장된 스토리라인과( 물론 너무 현실적이기만 하면 누가? 왜? 로맨스소설/추리 소설을 읽겠는가? ) 현실적인 대응들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고 해두자)

그러니깐 이 페이퍼는 로맨스소설에 대한 이야기였지. ^^;; 아, 삼천포 빠지기 대회같은거 있으면 일등먹지 않을까?

메트로걸을 읽으면서 든 잡생각들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알렉산더 바니는 아버지의 정비소에서 자동차 정비하는 법을 글깨우치는것보다 먼저 배웠다. 씩씩하고 남자같은 여자 캐릭터이다. 서른살의 어느날 문득.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싶어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하얀 탑에 핑크 미니스커트에 힐을 신고 마이애미비치로 간다. 마이애미 비치로 가게되는건 동생 빌이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거기서 빌이 훔쳐간 것으로 생각되는 배의 소유자인 후크( NASCAR (자동차 경주) 의 스타) 를 만나 동생을 찾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니깐 잡생각.

1. 로맨스추리소설 혹은 추리로맨스소설을 읽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왜 여자주인공 앞에 섹시하고 멋지고, 마초인척 하지만, 사실은 주인공 여자에게 잘하는. 뭐, 그런 남자인게지. 근데, 왜? 화가 나지?  

여자 주인공의 상황은 충분히 현실적인데, 왜? 남자주인공은 항상 그렇게 초현실적인거냐구?
삼순이도 그랬다! 브리짓존스도 그랬다!

2. 왜? 여자주인공은 항상 다 가지고 있는거지? 초섹시절정의 남자친구. 돈도 물론 잘 벌구. 플러스 멋지구리한 게이친구 플러스 역시 멋져 죽는 오빠나 남동생.

물론. 그것은. 독자들의 대부분이 여자주인공 같은 여자인 관계로, 그들을 대리만족 시켜주기 위함이란걸 알지만, 난 왜 새삼 화가 나는거지?

아, 여행후로 미뤄두었던 작업 다시 들어가줘야 겠다!
(나의 모든 문제를 욕구불만으로 돌려버리려는 나. 물론 아직까지 나는 지중해의 햇살과 에게해의 세례를 듬뿍 받은 행복 덩어리이긴 하다.) 아, 여행 다녀와서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나의 결심은 어찌 된거냐?!
무..물론 남자친구도 포함된 안정된( 혹은 롤러코스터) 삶이 나의 목표다.
쳇바퀴에서 될 수 있는한 벗어나는 것이 나의 목표.
쳇바퀴에서 확 튕겨나가서 멀리 날아가는거. 발 밑이 안 보이지만, 그 곳이 런.던.이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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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9-1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그렇죠. 저도 제 안의 아니무스가 때때로 너무나 크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젤러즈니의 단편들은 각각 한 편의 시와 같다.
무미건조한 이야기들을 무미건조하게 내뱉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있어서, 각각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울컥해버리고 만다.

단편집의 첫 작품은 '12월의 열쇠' 이다. 신의 마음을 탐구하고자 한 이 단편은 가슴을 묘하게 후벼판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잉태되었지만, ...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가기 적합지 않은 '고양이 형태' 의 종족들의 이야기이다. 로저 젤러즈니는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작가하니 생각나는 작품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이다.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혹은 판단은 독자에게 맏기겠다. 내지는,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가? 따위의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답으로 소설속으로 더 더 깊이 몰입해간다.

이 단편집에 속한 작품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신의 마음이 되어버린 고양이종족의 이야기 ' 12월의 열쇠',  거대한 어류와의 싸움, 이 백경을 떠올리게 하는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야생차와 길들여진 첨단차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악마차' 혹은 단편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전도서에 바친 장미' 등등등 어느것 하나 인상깊지 않은 것이 없다.

혹자는 ( 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젤러즈니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특히 남자주인공) 들이 과한 카리스마와 마초적인 면, 신격화로 유형화되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에 어쩔수없이 반해버리고 말지만, 그와 어우러지는 차가웠다 뜨거웠다 하는 로저젤러즈니식의 사랑.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가는 배경. 주제의 압축, 신화의 은유. 건조했다 화려했다 극과 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문체 등은 그의 소설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모든 면중에 나를 가장 끌어당기는 것은 작품 속의 '슬픔' 이다.

이 작품집에 속해 있는 열일곱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슬프다.
읽고 나면 슬픈 감정의 여운을 남기거나, 그 강도가 심한 것은 눈물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 로저 젤러즈니는 詩이다. 슬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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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9-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제가 젤라즈니 아저씨에 대해 하고픈 말이 바로 저것이었다니까요. 마초, 신격화...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반하는....상상력. 주제. 신화의 은유...현란한 문체....그리고 시.

에구...이 책, 읽어보지도 못한채...고이 모셔두고 왔는데...아..보고프네요. 보고파.
 

유럽(이래봤자,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의 그 비싼 인터넷 까페들을 전전하며, 그래도 틈틈이 알라딘 로그인해서 글도 쓰고 페이퍼도 보고 그러는 와중에 주.문.도 했다. ^^;;

 황금가지의 이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사.기.만. 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악녀가 좋다. 이번에 '가이즈앤 돌즈'를 보며 또 한번 확인했고,
 그러니깐 악녀 책이 나오는 족족 살꺼다.

 정작 책은 신화에 나오는 옛날옛날 악녀의 원형같은 존재이다. 
  덥썩 구매.

 

 젤라즈니의 책이 새로 나왔길래 역시 덥썩 샀다. 
 런던에서 서점도 많고, 책도 많지만, 의외로 원하는 책을 콕 찝어 사기가 힘들더라.
 둘래둘래 구경하며 집히는데로 샀는데, 
 로저 젤라즈니의 책만큼은 좀 더 사고 싶어서 갈때마다 물어봤는데, 의외로 전혀 없거나, '  이미 원서와 번역본으로 다 구비하고 있는 '앰버 연대기'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보면 젤라즈니의 책이 은근히 많이 번역되어 나와있다. 여행중에 읽은 무.거.운( 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일지 모르지만, 정말 무거운 책이다. -_-+) '전도서를 위한 장미' 에 또 한번 감명받고, ' 젤라즈니 never let me down' 이라고 굳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리뷰가 좋은 책을 ' 어쩌고 하는 이벤트가 있다길래 찾아보았다.
 자신은 없지만, 혹시 많이 쓰면 하나라도 뽑아줄까 얍삽한 생각을 하며, 책들을 둘러보았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중에 , 돌아가면 요리를 해야지. 생각했더랬다.
 로드무비님의 뽐뿌리뷰도 한몫했다. 근데, 땡스투 누르는건 까먹었더요 ㅜㅜ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사실 이런책. 저언혀 -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저자의 얼굴이 책표지에 박혀있는 책은 더. 더. 더. 싫다.
 '책속으로'를 읽은 것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사게 하였다.

 ' ..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 비교하자. ' 혹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마흔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하니, 사십대 중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 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제풀에 지쳐 중단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예전에 읽었던 '중국 견문록' 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글솜씨가 대단한것도 아니고, 잘 포장해서 스팩타클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진심에서 나오는 힘. 의지와 신념에서 나오는 글들과 마음들이 느껴졌다.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존 드릴로의 책은 언제나 읽고 싶었다. 분명 원서로 사 놓은 것도 있을텐데( 제발 이 책이 아니길!) 이번 기회에 읽어보겠다고 샀다.

 

 

 

이번에 산 책들중 펭귄의 70년기념 에센셜 얇은 책들, 그리고 펭귄커버에 관한 책( 물론 펭귄에서 나왔다) 중고서점에서 건진 'crime'이란 잡지. ( 사고 보니 쨍쨍한 작가들의 글이 무쟈게 많았다.)그리고, 드디어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를 홀랑 다 사버렸다.

정리 되면 사재기목록도 어여 올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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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9-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나요,,
건강은 어떠신지요,,
즐거운 여행이셨지요,,

물만두 2005-09-1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억~ 님 넘 부러워요 ㅠ.ㅠ;;;
화이트노이즈 읽고 얘기 좀 해주세요^^

하루(春) 2005-09-1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 데려오셨나요?

marine 2005-09-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저도 한비야 글솜씨에는 좀 실망했지만 진심이 담긴 듯한 성실한 내용이 좋아서 도서관에서만 빌려 본답니다 ^^

nemuko 2005-09-1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재기 목록 어여 올려주세요^^
오자마자 피곤하실텐데도 자랑질에 여념없으신 하이드님. 넘 반가워요^^

비로그인 2005-09-1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의 서재에 오면 더더욱 책을 `사지르고' 싶어집니다. 전혀 관심이 없던 감각의 박물학도 실은 하이드님의 리뷰에 질렀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하이드 2005-09-1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좋은 책은 마구 널리 알리고 싶어요. 물론 누가봐도 좋은 책이라기보다는 제 취향에 100% 의존하긴 하지만요. 감각의 박물학 재미있죠? ^^
네무코님. 그러게요. 어여 자랑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합니다. 아직 행복모드라 안피곤해요. 흐흐
나나님. 그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건 틀림없어요.
하루님. 흑. 어제 데꾸 자면서 긴여행의 보람을 느꼈답니다.
물만두님. 어여 책이 와야할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추석 끼어서 늦어지나봅니다.
울보님. 여파가 안즉 남아서 행복모드랍니다. ^^ 배실배실

하이드 2005-09-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lly 님. 네. 읽으셔야해요 (심각심각)

하이드 2005-09-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변화의 땅 보기 전에 말씀이신가요? 그렇다면 아니요. ^^ 딜비쉬가 1편 변화의 땅이 2편격이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 타산지석 2 타산지석 2
유재원 지음 / 리수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에 여행을 할 작정이라면, 그 어떤 가이드북보다 낫다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사진들도 큼직하니 훌륭하고, 그리스통인 유재원 교수의 글은 쉽고 재미있으며 아름답다.
각 장을 시적으로 끝내는 그 마지막 문장의 묘미는 정말 감동스러울 지경이다.

서문부터 너무 아름답다. '그리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에서 역사적으로 먼 그리스이지만, 현대 한국인에 스며든 그리스적 요소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어떤 유명한 외서 가이드북에서 감히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 사람의 우리 글이라 하겠다. 세장 반에 걸친 서문만 읽어도 벌써부터 그리스에 대한 마음가짐이 틀려진다.

이 책을 처음 접할때 그리스전문이라는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이야기는 뭔가 학문적이고, 역사와 문화, 신화 등에 대한 이야기일꺼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역사속의 이야기들을 현실에 끌어들여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리스에 와 있는 느낌이다.
첫 시작은 이렇다.


'그리스로 가는 길은 멀다. 유럽의 서남쪽 구석에 자리한 그리스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우리 나라, 이 두 나라 사이의 공간적 거리는 멀기만 하다. 시간적으로도 두 나라는 멀다. 직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가려면 이스탄불이나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다른 도시의 공항을 거쳐서 가야 한다...'

본인이 직접 여행하고 돌아보면서 조곤조곤 쓰는 그리스 이야기는 그저 딴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여타 신화책과는 달리 좀 더 여행서에 가깝다하겠다.

첫 글의 끝맺음은 다음과 같다.

' 오늘날 아테네가 당신 눈에 초라하고 무질서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역사가 당신을 속인 것이지 아테네가 당신을 속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덧없고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글을 주욱 읽어나가다가 끝문장에서 정말 찡해져버린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내심 시적인, 마음 울리는 끝문장을 기대하게 된다.

몇가지 유려한 끝문장들을 더 옮겨보면, '유럽의 땅끝 수니온' 에서는 ' 그 바다 빛깔을 보며 왜 호메로스가 '포도주처럼 붉은 바다' 라고 노래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서양의 시인들이 이 언덕에 서서 지는 해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 까닭도 저절로 알게 된다.'  '영웅들의 벌판 마라톤' 에서는 ' 역사의 아이러니는 이와 같이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기구한 면이 있다. 마라톤 평원 구석에 있는 초라하고 조그만 성당 안에서 촛불을 켜고 비잔틴 성화에 입을 맞추는 순박한 그리스 시골 여인의 눈에 눈물이 비치는 까닭을 우리는 알길이 없다 '

유익하고, 재미있고, 아름답고, 사진들도 큼직큼직하며, 유려한 글. 책에서 더 이상 뭘 바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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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9-03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사 봐야겠군요. ^^
[영원한 문화도시, 아테네]란 책을 샀는데, 다녀오셔서 혹시라도 읽고 싶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
즐거운 여행 하고 계시는 듯 하네요. 아,정말 부럽기 짝이 없어요- 얼마나 멋질까!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그의 잡문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를 알게 된 것은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란 표지의 장편소설을 통해서였다.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들을 읽고난 후의 감상은 딱히 이러이러한 점이 좋고 이러이러한 점은 싫다고 말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저 그의 에세이가 소설보다는 좀 더 웃긴 것 같아. 라고 말할뿐이었다.

'먼 북소리'는 하루키가  남유럽( 주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에서 머물면서 두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댄스댄스'를 쓰는 삼년동안의 스케치이다.

그는 이 책을 쓰는 것에 장편소설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중요한 (복귀의 )의미를 두었고, 그렇게 쉽지많은 않게 때로는 즐겁게 이 글을 썼었다. 뒤늦게 이 책을 읽게 된 나는 새삼 하루키를 다시 보게 된다. 하루키의 여행기를 읽는 것은 세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그 전에 읽었던 익숙한 곳( 미국은 왠지 여행이 아닌것 같다.) 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마음에 아련하게 와 닿았다.

그리스에서 읽는다고 해서 그리스 여행기가 딱히 남다를껀 없다.
남는 것은
그.래.도. 그리스는 여행할만 한 곳이구나. 하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는 갈 곳이 못 되는구나 하는 두가지 생각이다.

위트있고, 낙천적이며,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 아저씨.
'심심하고 정말 할일이 없어서' 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 나온다. 그 말을 보면서 '심심한것' 마저 어느정도는 중요하고 , 어느정도는 '재미'도 있다는 역설적인 기분이 되어버린다. 나의 '심심한' 여행에 어느정도 면죄부를 얻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서는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다 봐야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눈에 불켜고 돌아다니는 여행도 할 수 있지만, 때로는 길 잃기를 밥먹듯하며, 우연히, 어, 이거 아크로폴리스네? 어, 이거 고고학 박물관이네? 하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일상에서 벗어난거잖어. 'take it easy, man'

물론 나는 하루키처럼 모든면에서 넉넉하게 여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무지하게 바쁜 시기에 눈 딱 감고 내버린 3주의 휴가이긴 하지만, 관광청에서 돈대주는 것도 아니고, 돌아다니면서 하는 일이라곤 순수하게 소비적인 일이라 왠지 심심하고 느긋하면 안 될것 같은 죄책감 느껴지던 찰나에 이 책을 읽으면서 딩굴거리는 것은 소박한 행복임을 느낀다.

좀 더 현실적으로 남은 것 몇가지는 집으로 돌아가면 수영도 배우고, 면허도 따야겠는것. 어떤 외국어든 익혀서 '먼 북소리' 기다릴 것 없이 내가 북치면서 또 떠나자는 것. 아테네 어느 호텔방 더블침대에 홀로 누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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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9-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야 그렇다쳐도 리뷰까지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2005-09-0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9-0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존경스럽네요. ^^

클리오 2005-09-0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쓰고싶은 말을 위에다 다 쓰셨군요... ^^ 하이드 님 그리스에 있는 기분이 안들어요. 여행기는 멋지지만... 얼굴을 못본다면야 서울이나, 그리스나... ^^

어룸 2005-09-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경존경!! 설마 리뷰까지 쓰실줄이야!!! ^ㅂ^

하루(春) 2005-09-02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타에서 쓰신 리뷰라 그런지, 글이 다 둥둥 떠있는 것 같아요.

울보 2005-09-0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533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