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토마토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삶은 토마토? 토마토를 삶은 건지.. 아니면 삶은 곧 토마토라는 이야기인지..

하여간 제목에 깃든 중의적 의미를 살살 풀어내는 재미있는 만화책.

처음엔 음식에 관한 만화책이라 하여 요리하는 것을 다룬 책인줄 알았다..

만화 속에 제 2의 백종원 아저씨가 나와서 설탕 듬뿍 친 요리들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만들어놓은 여러 음식에 관련된 기억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토마토는 상큼하지만 삶은 토마토는 달콤하다.

살다보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시큼하고 얼떨떨한 기억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생각만해도 군침이 흘러나오는 달콤한 추억도 있다.

저자는 특정 음식과 관련된 인물들의 기억과 추억을 때론 달콤하게, 때론 시큼털털하게 그려낸다.

그림은 세련되었다기 보다는 다소 투박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게 그려져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그림의 투박한 면이 오묘하게 음식에 대한 정감과 추억을 잘 이끌어내는 듯 하다.

< 비빔국수 이야기 >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남편과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아내 이야기.

왜 그 남자와 결혼했냐는 말에... 흰 머리 때문에? 라고 대답하는 여자.

남편은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아내의 머리칼에서 흰 머리를 쏙쏙 골라서 뽑아주는 남편.

왜 잔치국수를 좋아하냐는 말에, 그는 따끈한 국물이 있는, 노곤한 느낌의 잔치국수가 좋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약간의 잔치국수를 덜어주는 남편....

“ 그의 말은 항상 잔치국수 가락처럼 부드럽게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배 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앞으로 나아갈 기운이 되어준다 ” ( 28쪽 )

국수 이야기에 등장한 신혼부부 이야기... 알콩달콩 살아가는 새내기 부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그들이 부디 국수가락처럼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랬다..

< 바람떡 이야기 >

시골에 살고 있는 주인공 아가씨.. 도시로 나가서 학교를 다니는 애인이 해주는 빵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하니 쫄깃하다는 그 말...

사실 주인공 아가씨는 방앗간 집 딸이다. 방앗간 집 딸 앞에서 빵 이야기를 하다니 생각이 있는 건지?...

애인이 도시로 떠난지 3년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다. 주인공 아가씨는 애인을 생각하며 바람떡을 먹는다.

쫄깃쫄깃 말랑말랑한 떡이지만 공기만 들어있는 텅 빈 속이 드러난다.

공허해진 가슴 속에 찬바람이 스며드는 것 같아서 옷깃을 다시 여미는 여주인공..

“ 결혼식 전날 바람떡을 먹고 바람이 난 신부 때문에 엉엉 울었다던 옆 동네 총각의 이야기를 듣고 동네 계집애들과 실컷 비웃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바람떡을 좋아하던 내 애인은 이듬해 봄이 오기도 전에 소소리 바람 타고 멀리로 떠나버렸습니다 ” ( 94쪽 )

떡은 쫄깃쫄깃 말랑말랑.. 행복과 여유를 상징하는 것 같지만 바람떡은 물면 공기가 푸슉 빠져나간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애인에 대한 주인공 아가씨의 헛헛한 마음이 여기서 드러나는 듯 했다.

이외에도 유학 시절 동안 만났던 일본 여자 친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붕어빵....

깝깝한 현실 앞에서 갈길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달콤함과 따뜻함을 전달해준 코코아...

설익은 파스타 마냥 설익은 사랑을 나누었던 그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토마토 파스타...

이 책엔 특정 음식과 관련된 추억과 기억의 에피소드들이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음식에 이렇게 많은 추억과 기억들이 깃들여있다니.... 어쩐지 자주 밥을 함께 먹는 사람과는

이상하게 빨리 친해진다 싶었다. 음식을 맛있게 먹다보면 추억도 함께 쌓여가는구나...

이 책을 너무 공감하며 읽다보니 옛 생각에 저절로 빠져들었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쑥떡이나 언니가 해줬던 매운 떡볶이 등등등

삶은 곧 음식이고 음식은 곧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과 함꼐 한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나오키에게는 매달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가 배달된다. 답장을 하지 않아도, 이사를 가도 어김없이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편지. 그 편지는 나오키가 행복을 움켜쥐려고 할 떄마다 발목을 잡는다. 편지가 배달될 떄마다 나오키는 자신이 사회에서 껄끄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

교도소의 방 구석에 앉아 편지를 정성스럽게 써내려가는 츠요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 날에 대한 후회와 동생에 대한 염려를 담은 편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생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형 츠요시는, 답장이 없음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편지를 보낸다. 반면, 형 츠요시에게서 편지가 오는 족족 찢어버리는 동생 나오키. 찢어버리는 두 손에 웬지모를 절망과 분노가 엿보인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사망에 이어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세상에 오직 둘만 남은 나오키 그리고 츠요시 형제. 형인 츠요시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성적이 좋았던 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 배움이 짧아서, 이삿짐 센터에서 가구를 나르는 등의 육체노동 밖에 할 수 없었던 형 츠요시는 설상가상으로 허리를 다쳐서 당분간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다른 것보다,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던 츠요시는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해버린다. 예전에 자신이 이사를 맡아서 해주었던 어느 할머니의 저택에 몰래 들어가서는 돈을 훔쳐나오던 츠요시는, 동생이 좋아했던 텐진 군밤에 눈길이 가고,, 군밤을 들고 나오려던 순간 할머니에게 목격이 된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할머니를 보고 당황한 츠요시는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버로 할머니의 목을 찔러버리는데....

독자의 예상을 뒤집는 반전과 트릭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작품답게 추리적 요소를 찾아보려했으나 이번 작품은 약간 달랐다. 일종의 휴먼 드라마 같은 작품이랄까? 대중성과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사회에 속한 인간으로써 한번쯤 성찰해봐야할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츠요시가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범죄와 아무 상관도 없는 츠요시의 동생 나오키가 평생 받아야했던 편견과 차별의 눈길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를 독자에게 계속 물어보고 있는 듯한 저자.

책을 읽다보니 안타깝게 여겨지는 포인트가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범죄를 저질러버린 츠요시. 물론 그의 잘못이 크긴 하나 그 동기가... 동생 대학 등록금 마련이라는 부분에 가슴이 아팠다. 사실 나도 가난한 집안에서 나와 내 동생 대학 학비를 걱정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완전 공감하면서 읽었다. ( 그렇다고 범죄를 옹호하는 건 아니고 ) 하지만 그런 선택 밖에 할 수 없었던 츠요시의 어리석음엔 화가 났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진 않았을까?

형인 츠요시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 나오키에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편견과 차별도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거대한 족쇄가 되어서 나오키의 발목에 채워진 형의 범죄.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자꾸만 세상의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는 나오키.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밴드에 입성하지만 형의 범죄기록에 의해서 프로데뷔가 무산되고 사랑하는 여인이 생기지만 그녀와의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도 없다.

나오키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사람들은 벽을 치기 시작한다. 범죄자를 증오하는 마음과 불행을 피하는 마음이 겹쳐져 슬슬 나오키를 피하는 사람들. 가까웠던 사람들과 계속 멀어지는 나오키가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에 절망과 슬픔,,, 진한 고독이 어린다.

" 하루 사이에 무척 많은 일들을 겪었다. 여러 사람이 왔다가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남았다. 예정된 결말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포기하는 것에는 이미 익숙했다. 앞으로도 분명 또 이럴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내 인생이다 ." ( 300쪽 )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범죄자를 옹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무리 벼랑 끝에 몰렸다하더라도 인간이 지켜야할 마땅한 도리가 있고 존엄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츠요시나 나오키에게 자꾸만 동정심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바보같았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 범죄를 저지른 츠요시와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처럼 노력해도 해도 다시 굴러떨어지는 돌 (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때마다 나락으로 다시 떨어진다. 형의 범죄기록 때문에 ) 에 맞아서 쓰러지는 나오키. 행복이라는 나비를 찾아서 뛰어다니지만 손 끝에서 자꾸 놓쳐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범죄자의, 그것도 흉악 범죄자의 동생이라는 낙인 때문에.

이 [ 편지 ] 라는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소 작품처럼 스릴이나 긴장이 넘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 마땅한 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는 모르나, 범죄자의 가족이 평생 겪어야 할 차별과 편견의 고통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들도 함께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그러나 나오키가 겪는 고통을 들여다보니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나오키였다면? ... 평생 형과 사회를 원망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500쪽이 넘는 페이지였지만 뛰어난 필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답게 금방 읽을 수 있었던 작품 [ 편지 ]. 어려운 주제답게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스파이가 나오는 영화나 소설은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과 스릴감에 나도 모르게 읽는 손에 힘이 들어가요. 대학생 조앤이 어쩌다가 스파이가 되었을까요? 읽어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서운 방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그런 체험 프로그램을 몇 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소위 고스트 스팟이라고 하는, 귀신들이 출몰한다는 폐가에 잠입해서 직접 그 분위기를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으스스하고 소름끼치긴 하지만, 웬지 스릴감 있고 짜릿한 느낌에, 그런 프로그램을 골라서 시청하곤 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예전보다 심장이 약해져서인지 사실 그런 프로그램을 일부러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호러, 공포물을 좋아하는 경향은 아직 남아서인지 웬지 귀신 이야기,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에는 이끌리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책 “ 무서운 방 ” 도 그런 프로그램과 같은 형식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추리나 스릴러 소설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그게 아니고 이 책은 저자가 귀신이 나오는 부동산에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초자연적 현상, 심령 현상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 정도로 보면 된다.

" 사고 부동산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 일본 연예인 마츠바라 타니시, 그가 직접 겪은 심령 체험과 주변에서 취재한 사고 부동산에 얽힌 기묘하고 오싹한 이야기를 실제 도면과 함께 소개한다 " 라는 말이 책 뒤에 나와 있고 책 속에 그가 살았던 방의 도면도 그려져 있어서 그의 경험이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

주인공은 일본의 코미디언인 마츠바라 타니시라는 사람 인데 그는 TV 프로그램의 한 일환으로, 으스스한 사연을 담고 있는 아파트만 골라서 세입자가 된다. 자살, 살인, 고독사 등등등 무시무시한 사건이 발생한 원룸이나 아파트만 찾아다니는 저자. 실제로 본인이 귀신을 직접 체험하거나 조심하지 않았으면 목숨이 위험했을 수도 있을 그런 경험을 한다. ( 갑자기 기절하거나 한밤중에 찾아오는 괴기스런 존재들,,, )

예를 들면 전 입주자가 자살을 한 부동산에 입주했던 저자는 특별한 괴기 현상을 경험하지는 않지만 집에만 있으면 항상 몸이 좋지 않고 사소한 일로 짜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인을 초대하면 어김없이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 여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요.” “ 여기 뭔가 별론데요 ”

두통이나 짜증 정도는 애교이다.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기절을 한다던가 사신 같은 그림자가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 방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졌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있는 벽에 기대 앉았다. 그 자리에서 움직일 만한 기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 중략 ) 나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 ( 53쪽 )

“ 프로그램 후반부의 괴담 코너 도중에 - 검은 그림자가 벽을 스쳐갔다 - 는 코멘트를 시청자들이 잇달아 보냈다. 그림자 모양은 마치 사신 같았다고 한다.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보니 그림자가 잠깐 스쳐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은 분명히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낫을 든 사신과 닮은 형태였다 ” ( 61쪽 )

사실 예전에 내가 살던 집에서 잠을 자다가 천장에 구멍이 뚫리면서 충혈된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는 꿈을 꾸고는 며칠 동안 안방에 못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 며칠이 아니라 아마 한달이상 못 들어갔을 것이다,,,, 고양이를 끌어안고 거실 소파에서만 잤던 기억이 난다 ) 이 책에서도 그런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 어느날 밤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토미 씨는 눈을 떴다. 그때 천장의 구멍 너머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이 어슴푸레 보였다. 셋, 아니 네 명의 얼굴이....., 그 후부터 토미 씨는 자기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 114쪽 )

시간이 좀 있는 밤에 펼쳐들었다가 소름이 끼치고 머리칼이 쭈뼛서는 느낌이 들어서 놓을 수 밖에 없었던 책 [ 무서운 방 ]. 이런 부동산을 전전하던 저자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영적인 존재에 관심이 있거나 뭔가 스릴있고 소름끼치는 경험을, ( 간접적으로나마 )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밤에 본다면 엄청 무서울 수도 있으니 주의하란 말을 덧붙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마에 의해 순식간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를 중심으로, 집요하게 사건을 뒤쫓아 정의를 밝혀내려는 기자 김정혜, 온갖 양아치 짓으로 돈을 버는 폭력 조직의 대장 박창우, 대중을 좌지우지하며 권력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려는 정치인 장무택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그러나 제일 궁금한 인물은 바로 용가리이다.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화마를 일으킨 미스터리한 남자. 피냄새가 나는 끈적끈적한 가연성 물질을 들고 다니고 입에서 불을 뿜는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경찰 시험 준비를 하지만 매번 낙방하는 청년 형진. 오지랖이 넓고 정의감이 투철했던 그는, 경찰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선한 청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동네 순찰 중이었다. 백수 주제에 남들을 위한답시고 나섰던 그때, 집 담벼락에 마치 예술 활동을 하는 듯한 남자를 발견한다.

 

항공 점퍼를 입고 스키 고글과 마스크를 쓴 특이한 남자. 그의 정체가 궁금했던 형진이 그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 순간, 그 남자는 형진의 얼굴에 피비린내나는 검붉은 액체를 집어던진 뒤, 당황하여 팔을 내젓던 형진의 얼굴에 대고 불을 뿜는다. 뜨거운 열기가 훅 다가옴과 동시에 작열하는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눈밭에 나뒹굴었던 형진.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생지옥의 현장. 얼마전까지 형과 여동생 그리고 형진이 함께 살았던 건물이 화염에 휩싸이고 한 순간에 재가 되고 만다.

 

얼굴과 온 몸이 녹아내린 것도 비참했지만, 사랑하는 여동생 진아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주인공의 형인 형문은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매정하게 말해버린다. 그 이후로 형진은 반쯤은 미친 상태로 살아간다. 용가리에 대한 처절한 복수심,, 그를 잡아야 한다는 열망으로 살아가던 형진. 불이 나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흔적을 추적하지만, 괴물처럼 녹아내린 얼굴과 화재 현장마다 나타나는 그를 의심하는 눈길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숨어살 수 밖에 없게 된 그 .... 형진은 알콜 중독에 걸린 노숙자가 되어 서울역 주위를 떠돌게 되는데..

 

실력있는 신인 작가의 탄생인가? 저자는 평범한 한 청년이 한순간에 노숙자와 알콜중독자로 전락해버리는 과정을 뛰어난 필력으로 잘 그려내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였던 주인공의 고통이 생생하게 그대로 전달되는 듯 하다. 정의감 투철하고 남을 배려했던, 선한 느낌의 청년은 이제 가고 없고 가끔씩 찾아오는 환청과 작열통에 몸부림치는, 삶에 환멸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다.

 

형진은 귀찮게 그를 찾아와 화재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따내려던 기자 김혜정과 함께 팀을 이룬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려는 용가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런데 그 와중에 그의 활동을 방해하는 인물들이 있다. 권력에 대한 야망을 이루려던 정치인 장무택과 그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는 양아치 박창우. 장무택의 지시로 온갖 범죄 ( 방화범죄, 용역 깡패들의 폭력사태, 표적 살인 등등 ) 를 저지르고 다니는 박창우가 형진의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볼 만 하다.

 

현장감이 생생해서 책이라기 보다는 " 불 " 을 소재로 한 연속극 한 편을 본 기분이다. 드라마로 만들면 대박나겠다 싶은데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어떻게 잘 구현해낼지는... 미지수. 아직도 눈 앞에 인생을 걸고 " 용가리 " 를 추격하는 주인공의 타오르는 눈빛이 보이는 듯 하다. 희대의 연쇄 방화범,, 싸이코패스를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꼭 읽어보세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