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언제나 옳다 - 아빠와 함께, 조금 더 지적인 파리 여행
강재인 지음 / M31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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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 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로망의 여행지이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아마도 파리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분위기, 고풍스런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여행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작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는데, 상상했던 이탈리아와 달라서 실망한 점이 많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민박집은 추웠고 주인장은 불친절했다. 영어로 소통도 잘 안되고 교통도 좀 불편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에 생각해보니, 편리하게 여행했던 아시아 지역보다는 이탈리아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힘들고 불편했던 점은 더 이상 생각이 안나고 웅장했던 대성당과 아름다웠던 거리만이 마음에 남았다.

이 책의 저자인 강재인 씨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자의 로망인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결혼하기 전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쌓기 위한 파리 여행. 두 사람의 여행답게 이 책에는 주요 저자인 강재인씨의 시각으로 본 파리여행과 아버지의 시각으로 본 파리여행이 두 가지 버젼으로 쓰여져 있다. 세대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이 바라보는 파리는 어떻게 다를지.. 책을 보기 전부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 제목은 [ 파리는 언제나 옳다 ] 이지만 부제목은 [ 아빠와 함께, 조금 더 지적인 파리 여행 ] 이다. 책을 읽어보니 이 책에는 부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여행은 테마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예술가와 문인이 머물렀던 주요 관광지 탐방. 이 부녀는 파리의 예술가와 문인들이 주로 다니던 카페와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장소들에 대한 감상과 그곳에 자주 출몰하던 예술가와 문인들의 삶과 작품 활동 등을 여행기에 담았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의 경우, 풍경 사진이나 먹거리 사진 혹은 여행지에 대한 본인들의 감상이 쓰여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의 경우, 옛 파리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예술가와 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매우 흥미로웠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아버지와 딸은 [ 미라보 다리 ] 방문을 두고 약간의 신경전을 벌인다. 저자가 미리 짜놓은 여행 계획에 미라보 다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 [ 미라보 다리 ] 에 가자고 적극 주장한 이유는, 이 다리에 연관된 한 시인과 화가의 사랑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 [ 미라보 다리 ] 라는 시를 쓴 시인의 이름은 기욤 아폴리네르 이고 그는 19세 때 파리로 이민와서 가난한 예술가들 -- 화가 피카소, 화가 루소, 시인 장 콕토 등 --- 과 어울린다. 그러다 1907년 피카소의 소개로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난다. 그들은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되지만, 결혼관이 맞지 않아서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들의 쓸쓸한 사랑 이야기를 언급하며,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미라보 다리를 거니는 부녀. 삶의 본질은 결국은 고독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카페 레 되 마고를 찾아간 그들은 이 카페를 자주 방문했던 문인들의 이름이 적혀있던 팸플릿에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이름을 찾아낸다. 아버지는 그들의 계약결혼에 대해 언급하면서 1929년 그 당시 치고 매우 파격적인 결혼이었지만 서로의 자유를 허락한 긍정적인 방식이었다고 하는 반면, 저자는 그 계약결혼이 가식으로 느껴진다면서 아버지의 생각에 반격을 가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앞둔 저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자유 연애를 허락하는 식의 결혼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확실히 이런 면에 비추어봤을 때 아버지의 연륜을 무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더 보수적일 수 있는데, 남녀 간의 결합이 반드시 결혼 (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닫힌 결혼 ) 으로 이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사실 어릴 적에 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 여행은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사실 이 부녀는 둘 다 고집이 굉장히 쎄서 여행을 하는 동안, 하나의 주제를 두고 투닥투닥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 옛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자주 찾았던 커피숍과 동네 서점을 다니며 파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예술적 분위기에 젖어든다. 보통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녀오기 쉬운 여행인데.... 예술 탐방이라는 테마가 있는 여행... 그리고 아버지와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여행... 너무 괜찮은 여행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며시 펜과 노트를 꺼내본다.. 언젠가는 떠나게될 파리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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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방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3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김효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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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 추리 소설 시리즈 1편 재미있게 읽었구요. 3편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는 탐정들의 심리묘사 등에도 초점을 맞춘다고 하니 완전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꼭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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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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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 [반지의 제왕] 과 함께 영국 판타지 문학의 계보를 이를 새로운 고전으로 찬사받은 작품. 2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고 한 이 작품을 쓴 저자의 이름은 리처드 애덤스. 그는 1972년 두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 [ 워터쉽 다운 ] 으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첫 배경은 토끼들이 옹기종이 모여사는 샌들포드 마을이다. 주인공은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을 가진, 허약한 토끼 파이버와 리더 기질을 가지고 있는 그의 사촌 형제 헤이즐. 파이버는 샌들포드 마을이 핏빛으로 변하는 환각을 보게 되고 그 환각에 지속적으로 시달린 후, 얼른 마을을 탈출해야 한다고 믿는다.

헤이즐은 긴가 민가 하지만 평소에도 파이버가 불길한 일을 정확하게 예언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를 족장에게 다급히 알리러 가지만, 족장은 애가 타는 두 형제의 간청 - 모두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 에도 콧방귀만 뀌며 무시하고, 도리어 족장과의 만남을 허락한 빅윅을 다그친다.

결국 헤이즐과 파이버는 자기들 만이라도 마을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함께 따라올 토끼들을 모집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족장에게 불만을 갖게 된 빅윅과 마을 생활에 불만을 갖게 된 블랙 베리 등이 있다. 빅윅은 머리에 텁수룩한 털을 가진 토끼인데 용기와 투지를 가진 토끼 부족 최고의 전사다. 그리고 블랙 베리는 침착하고 현실적이며 토끼답지 않은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 댄더라이언이라는 토끼도 함께 하는데 그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토끼들에게 고난을 극복할 힘을 길러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들의 여정은 만만치가 않다. 우선 강을 건너야 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종종거리고 있는데 그들이 지나온 숲 속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왕왕 울린다. 어서 강을 건너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개의 이빨에 물어뜯길 지도 모른다. 어쩔 줄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는 헤이즐 일행들. 그러나 널빤지를 이용한 블랙 베리의 재치로 강을 건넌다. 그리고 느닷없이 나타난 까마귀에게 쪼이는 약한 토끼들인 파이버와 핍킨. 하지만 힘쎈 빅윅과 실버가 까마귀를 공격하여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낸다.

이런 고생스러운 일을 겪어가며 길을 가던 중, 파이버가 던지는 예언 한마디.

“ 저기가 우리가 살 곳이야. 인간이 오지 않는 언덕. 저 언덕들과 우리 사이에는 짙은 안개가 가로막고 있어. 앞이 보이지 않겠지만 저 안개를 헤치고 나가야 해. 어쨌든 안개 속으로 들어가야 해.. 우릴 속여 길을 잃게 하는 안개 말이야 ”

주위에 안개 같은 건 없는데 이런 말을 하는 파이버를 보는 헤이즐은 알쏭달쏭 하기만 하다. 파이버는 이런 말을 뱉어놓고는 기억조차 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시 길을 나서는 무리들. 멀리서 들판을 찾아낸 헤이즐 무리들은 기쁜 마음에 들판으로 내려가 그들이 지낼 굴을 파기 시작한다. 그러나 굴을 파는 것은 원래 암컷들의 몫. 수컷들에 의해서 참으로 허술한 굴이 지어진다. 이래서 제대로 하룻밤이나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중에 그들은 새로운 토끼를 만나게 되는데, 잘 먹어서 덩치도 좋고 윤기도 좔좔 흐르는 낯선 토끼. 그는 자신을 카우슬립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마을에 묵을 것을 권유한다. 그에게서 섬뜩한 기운을 느낀 예언자 파이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카우슬립을 따라가는 헤이즐을 비롯한 나머지 무리들, 그들은 과연 어떤 운명을 만나게 될 것인가?

사실 이 워터쉽 다운은 쪽수가 700쪽이나 되는 토끼 군단의 대장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들은 몇 번이고 모진 운명을 만나게 되고 그 때마다 자신 안에 있는 현명함과 재치 그리고 힘으로 그 상황을 극복한다. 비록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옛말이 있긴 하지만,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죽음만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뭔들 못 하랴! 풀만 뜯어먹고 똥만 싸는 뭔가 밋밋한 토끼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책을 계기로 모험하고 도전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진 토끼들을 만나게 되었다. 엘릴 (적을 나타내는 말), 실플레이 ( 먹이를 먹으러 땅 위로 나가는 일 ), 엘-어라이라 ( 토끼족 전설 속의 영웅, 천의 적을 가진 왕자라는 뜻 ), 등등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똑똑한 토끼들.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얻기 위한 토끼들의 긴장감 넘치는 대장정....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을 토끼스러운 명랑하고 발랄한 모험의 세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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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한국추리문학선 3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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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추리소설 불모지인 한국에서 한국형 밀실 추리 소설이 탄생했다. 그것도 현 과학 선생님이 쓴 소설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소설의 배경은, 제목에서 나왔듯, 교동회관이라는 곳과 정선에 있는 폐교이다. 이 두 군데의 장소에서 각각 살인 게임과 추리 게임이 열린다. 그런데 처음에 추리 게임만 진행되었던 정선 폐교에서도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선 교동회관에 6명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잡혀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러가지 이유로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박중독, 사업실패, 명품중독, 마약중독 등으로 사채를 빌리고 갚지 못한 이들. 이들은 목숨값으로 빚을 탕감받고 살인 게임에 참여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살인 무기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금고와 함께 창문도 없고 문도 단단히 닫힌 교동회관에 갇히게 된 그들. 3명을 죽여야 나머지가 살아남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지령은, 웬지 [ 쏘우 ] 라는 옛 영화를 떠올리게끔 했다.

금고를 열 비밀번호도 아직 제대로 풀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불안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빚에 쫓겨서 들어온 사람들 외에 한 사람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는 정선 폐교 추리 게임 대회에 참여했다가 큰 부상을 입었던 추리 소설가 당승표였다! 아직 몸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그가 왜 이곳에?

한편, 이 밀실 살인 사건 이전에 정선 폐교 추리 게임이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대회로써, 주최측에서 여러 사건을 예시로 제시하면, 범인과 범죄방식을 찾아내는 것인데, 1등에게 상금이 주어진다. 이 추리 게임에 추리 소설가 당승표가 2차 경기에 참여하게 되고 그는 노련한 추리작가 답게 날카로운 추리력을 동원하여 주어진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나눠준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이 추리 게임의 주최자인 공승천 박사가 사망하고 참여자 몇몇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추리 작가 당승표는 당황하지 않고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살인범이 누구인지, 그리고 살해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지만, 범인 색출 과정에서 본인도 큰 부상을 입고 만다. 병원에 입원하고만 당승표.

한편, 살인으로 얼룩진 추리 게임이 끝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당승표의 눈에 뭔가 이상한 장면이 들어온다. 뉴스에서 연일 정선 폐교 살인 사건을 보도하고 있고 SNS은 정선 폐교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북새통인 것. 그 일로 인해, 그 전에 발생했던 " 백화점 재벌 2세 갑질 사건 " 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진 추리 소설가 답게, 정선 사건 뒤에 뭔가 큰 음모가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된 당승표. 그는 자신과 함께 큰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전직 경찰관 나승만과 손을 잡고 추적을 시작하는데........

이 [ 교동회관 밀실 살인 사건 ] 은 추리 게임이라는 상황을 이용하여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사건 해결에 참여하게끔 한다. 독자들은, 상금과 재미를 위해서 추리 게임에 참여한 당승표에 빙의되어서 그와 함께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범인을 색출하고 범죄방법도 밝혀낸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추리 게임에 참여한 일반인들이 제시하는 사건 해결방법이나 범죄 방식의 신선함에 놀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체 처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전직 경찰 나승만과 택시 기사 김우태의 처리 방법은 매우 현실적이어서, 혹시나 이들도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추리 보급을 위해 개최한 추리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그리고 돈이 남아 도는 갑부가 재미로 연 살인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정선 폐교 사건도 그렇고 교동회관 밀실 사건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정선 폐교 추리 게임 살인 사건 이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 백화점 갑질 사건, 거기에는 안하무인인 재벌 2세가 있고, 그에게 갑질을 당한 피해자가 있으며, 그 피해자를 중간에서 좌지우지 하는 브로커가 있다. 그리고 그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이 있고 그 정치인을 위해서 일하는 어둠 속의 인물이 존재한다.

과연 정선 폐교 추리 게임 살인 사건과 교동 회관 밀실 살인 사건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까? 정선 추리 게임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당승표는 왜 갑자기 교동회관 밀실에 얼쩡거리게 되었을까? 인위적이기 보다는, 현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과학 선생님이 쓴 소설 답게, 해결 실마리 등은 과학 지식에서 찾을 수 있다. 대중적으로 쓰여진 글이라 책을 드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중간에 끊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책을 이렇게 쉽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작가님만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추리 소설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믿고 당승표의 다음 활약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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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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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점을 명심하라. 한 이야기의 끝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일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사람은 죽는다. 옛 질서는 무너진다. 새 사회가 탄생한다. "

SF 가 탄생시키는 놀라운 세계. 그 세계 안에서 작가의 지적 상상력이 꽃핀다. 존재하지 않되 존재하는 고요대륙에 3명의 여인이 있다. 에쑨과 다마야 그리고 시에나이트. 그녀들은 각기 다른 나이와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오로진이라는, 땅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인류이다. 그들의 감각과 신경 촉수는 대지 안으로 스며들어, 대지를 느끼고 진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통제하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엄청난 잠재적 힘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은 마치 그들을 괴물처럼 대하게끔 한다. 타고난 힘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차별받고 혐오당하며, 심지어는 죽임까지 당하는 특별한 존재. [ 오로진 ]. 이 책은 그들의 탄생과 활약에 대한 이야기이다.

" 세상이 끝났다는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행성은 변함없이 존재하기에,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완전히 "

이 책은 The Broken Earth Trilogy 시리즈 중 첫번째 편에 해당하는 [ 다섯번째 계절 ] 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여기서 다섯번째 계절이란 겨울이 6개월이상 지속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즉, 빙하기 혹은 소빙하기를 나타낼 수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중심세계인 고요대륙에 다섯번째 계절이 들이닥쳤고, 설상 가상으로 대륙 이쪽 저쪽 마을에 대지의 흔들림 현상이 발생한다. 세상의 파괴와 인간 멸종의 시기가 다가오는 것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위에 이야기했던 3명의 여인의 삶을 살펴보자.

맨 먼저, 에쑨의 이야기. 그녀는 고요대륙의 중심 도시인 유메네스 근처에 자리잡은 소도시 티리모에 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보육교사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조용히 살고 있던 에쑨의 삶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에쑨의 능력을 물려받은 아들 우체가 [ 오로진 ] 이라는 것을 발견한 남편 지자가 우체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딸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이리하여 정체가 드러나 버린 에쑨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남편을 찾아 길을 떠난다.

" 너는 지자에게 말했어야 했다. 결혼하기 전에, 그와 잠을 자기 전에, 그를 보며 어쩌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주제넘은 생각을 하기 전에. 그러고도 로가 [ 오로진을 낮춰 부르는 단어] 를 죽이고 싶었다면 그는 그 분노를 너에게 풀었을 것이다. 우체가 아니라. 죽어 마땅한 건 너다. 두 향의 인구의 만 배가 넘도록 "

다마야는 자신이 그 [ 오로진 ] 임을 알게 된 부모에 의해서 어딘가로 팔려갈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을 사러 온 아동매매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 수호자 : 오로진의 힘을 통제하는 집단 ] 이며 그녀를 [ 펄크럼 : 오로진을 훈련시켜서 무기로 만드는 조직 ] 에 데리고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에나이트. 그녀는 강력한 조산술 [ 산을 움직이는 능력 ] 을 시행할 수 있는 오로진이자 번식자의 계급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번식을 하고 주어진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

이 책은 고요대륙이라는 가상의 세계와 그 중심에 있는 가상의 도시 유메네스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지의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 오로진 ] 이라는 종족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3명의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들은 한 마을을 파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단지 오로진 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을 당하고 차별 받는다. 어릴 때부터 힘을 제어하는 훈련을 받아야 하고 자유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직 특정 계급이나 종족들을 위한 효율적인 무기로 길러지는 [ 오로진 ] 들. 과연 그녀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지구행성의 운명은 그녀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약력을 보니 N.K. 제미신이라는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SF와 환상문학 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성과 인종 차별 및 여러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과 현실에서의 활동은 동떨어지지 않다고 본다. [ 오로진 ] 이라는 특정 종족들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무지몽매한 [ 둔치들 : 능력을 가지지 않은 그냥 사람들 ] 은 오로진들을 두려워하고 죽이기까지한다. 그러나 갖가지 위험과 어려움을 뚫고 살아남는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누구보다 뛰어난 지략과 강력한 힘을 가진 여인들과 그들이 사람들의 혐오와 차별, 냉대를 이겨내야한다는 사실은, 저자가 본인의 위치로 올라가기까지 느꼈던 사회 속에서의 차별과 동떨어진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니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소설인가 싶기도 한데,, 아직은 1권이라 그 느낌은 접어두기로 했다.

어쨌든,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던지고 싶어하는 화두가 무엇이건 간에, 이 책은 SF 나 환상문학이 독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캐릭터들 -- 대지를 움직이는 오로진, 그들을 제압하는 아름다운 수호자들 ----- 의 활약과 신비로운 고요대륙이 나아가는 종말. 종말이라는 상황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디스토피아적 이미지. 비록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나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인간과 인간아닌 존재의 아름다움. 그리고 저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듯한, 뛰어난 머리를 가진, 강한 힘의 여성들의 활약과 그들을 억압하는 사회의 모습들 등등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한층 책 속으로 몰입하게끔 해준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이루어진 채 땅을 조종하는 뛰어난 존재인 [ 오로진 ] 들.... 과연 그들의 활약은 2편과 3편에서 어떤 식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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