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학개론 - 누구보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김희윤 지음 / 경진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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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어렸을 적엔 모든 어른들이 위선자에 찌질이들라고 느꼈다. 삶에 찌든, 하루하루를 그냥 견뎌내기만 하는 좀비 같은 존재들. 그래서 속으로 경멸하고 비웃곤 했었다. 그 대상은 무차별적이었다.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그들이 나에게 잘해주든 아니면 무관심하든,,, 눈에 보이지 않는 자를 가지고 다니며 그들의 도덕성과 가치관 등등을 재단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소위 어른이 되고 보니,, 헐,, 얼마나 교만한 행위였나? 싶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너무도 불완전한 존재인걸.

이 책의 제목이 [ 어른 아이학 개론 ] 이다. 작가가 이런 제목을 붙였을 때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 어른의 나이가 되었어도 어른다운 행동을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개인의 성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막는, 집단 위주 사회인 한국 사회는 아마도 더 하리라. 작가는 이러한 한국 사회를 고발함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철학자와 여러 유명인사들의 인용문과 결합되어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독자에게 잘 전달되는 듯 하다.

이 글의 저자가 다룬 내용 중에서 공감이 많이 갔던 부분을 몇 군데 꼽아보자면, 일단은 [ 청년이라는 원죄 ] 라는 장에 나온 내용이었다.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청년들은 사회에 나오자마자 원죄를 갖는다.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은 없다. 하물며 청년들이 사회를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중압감에 필요 이상으로 시달리며, 못난 자신을 탓하고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나쁜 건 그런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사회적 반발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무작정 ' 네가 잘못됐다 ' 고 타인을 탓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다 ."

청년들의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그런데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당잡혀 살아간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여유없이, 오로지 내일의 모습만이 유일한 낙으로 자리잡게 된 청년들의 삶. 그러나 그들은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족쇄를 채우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는 회의감을 던져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사실 청년들의 삶이 지옥으로 변한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현 한국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별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 하고 있다. 등록금을 버느라, 스펙을 쌓느라,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느라, 몇몇 혜택받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살아내느라 허덕인다. 사회 그리고 어른인 우리에게는 의무가 있다.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해줄 의무가.

[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한 고찰 ]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엿보인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 혹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 과연 어떤 사람일까? 여기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란 바로 보편적 도덕원리에 의거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 레미제라블 ] 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예를 들어서 쉽게 설명해준다. 이 소설에서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는 양심이 아닌 법적 질서를 준수하는 차원의 도덕성만 지녔다. 그의 윤리는 법치가 최대한도로 발현된 형태지, 양심이라는 순수한 내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은 아니다. 반면, 장발장은 악인에서 교화된 후 진정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보편적 도덕원리로 살아가는 인물이 되고부터는 누구보다 이타적이고 자기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 거칠 것 없이 살아도 누군가에게 폐 끼치지 않고 선한 삶을 영위하는 것 ) 그리고 국가에 힘을 실어주는 교육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권력집단을 옹호하도록 사회화됨,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교육받는다 ) 와 같은 주장을 통해서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고, 교사와 학생을 일종의 기계로 만드는 식민 교육을 비판하고 있다.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자기 계발 도서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 읽고 보니 저자의 철학이 깃든, 꽤 깊이가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의 저자는 철학, 사회, 역사 등등의 풍부한 독서 경험을 통해서 진정한 인본주의란 무엇인가? 를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결국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비록 사회가 각박하고 소위 갑질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왜냐하면 그것이 아름다우니까.

"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야 한다. 정말이지 아름다워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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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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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침묵은 슬픔을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그렇다고 대답하는 듯한 책을 만났다. 사랑하는 이의 배신과 부모님의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어도 침묵하는 주인공. 그의 진한 슬픔은 천천히 차오르는 잔 속의 물처럼 찰랑거리다가 마침내는 책장 밖으로 흘러나와 독자의 가슴을 때린다. 이 글의 주인공은 어느 지역에 가든 꼭 한 명씩 있는 불행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는 슬픔을 겪는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 어머니와 도박판을 벌였다는 혐의로 직장을 잃게 된 아버지. 막막해진 아버지는 자살을 선택하고 곧이어 어머니도 하늘나라로 가게 됨으로써 작가는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남게 된다. 형제도 없이 혼자 살아가게 된 주인공.

그러나 불행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주인공의 삶에 한줄기 빛이 스며든다. 그녀의 이름은 추쯔.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 공간도 없던 캐노피 아래에서 굳이 자리를 만들어주던 그녀.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가족의 정을 느끼는 주인공. 그는 사랑에 빠져버린다.

" 한 여자가 캐노피 밑에서 손을 불쑥 뻗더니 손가락을 구부렸다. 마치 밖에서 비를 맞고 있는 가족을 보고 어떻게 해서든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것처럼 ."

어둡고 쓸쓸했던 삶의 한 언저리에서, 빛을 발견하게 된 그는 그때부터 그녀와의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된다. 그리곤 어떻게든 성공을 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건설회사에 들어가, 회장님의 2인자로 승승장구하던 어느날,,, 슬그머니 고개를 쳐드는 불행.

취미로 사진을 배우게 되었던 추쯔는 뤄이밍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사진 교실에 다니게 된다. 현실이 놓은 덫에 걸리게 되는 주인공과 추쯔....... 건설회사에서 벌인 사업으로 인해, 주인공은 마침 돈이 필요했고, 그런 주인공을 위해서 추쯔는 은행가였던 뤄이밍을 찾아간다. 그리곤 하지 말았어야할 선택을 하게 된다. 그걸 알게 된 주인공의 절망은 폭력적인 행위로 드러나게 되고, 그 순간 추쯔는 주인공의 곁을 떠나버린다.

하나뿐인 사랑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과 추쯔를 갈라놓은 뤄이밍이 살고 있는 장소로 들어가 조그만 카페를 차리게 된다. 그러면서 매일 그녀를 기다린다. 추쯔의 흔적을 발견하기만을 기다리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뤄이밍의 딸인 뤄바이슈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지난 과오를 자신이 속죄라도 하려는 듯 매일 찾아와 사과를 하는데......

작가 왕딩궈의 표현법이 독특하다. 이 글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추쯔와 뤄이밍은 한번도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주인공과 뤄이밍의 딸인 뤄바이슈의 대화 속에서 혹은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회상 속에서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모습은 웬지 안개 낀 새벽 거리를 걷는 사람들 같다.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은 거기에 있다. 주인공에게 고통을 안겨준 과거의 잔상 그대로.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읽히는 소설이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보이는 잔잔함 속에는 누군가의 심장을 할퀴어내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다. 일생 일대의 사랑을 잃고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그는 평생의 사랑을 찾았으나 또 한순간 잃고 말았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희열과 기쁨이 왔다 싶으면 또 어느새 슬그머니 다가와 있는 불행. 작가 왕딩궈는 매우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한 남자의, 어쩌면 너무도 비극적인 인생을 매우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 맑게 갠 하늘도 언젠가는 구름이 피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도 시드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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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엘러리 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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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 크리스마스 ”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장신구가 주렁주렁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트리 밑에 놓인 선물들그리고 선물들을 품에 가득 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까아니면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느라 바쁜 부모 산타들을 떠올릴 수도......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에게 따스함과 넉넉함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그러나그러한 행복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부정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범죄와 살인...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추리에 목매는다소 평범하지 않은 자들이다. ( 바로 추리소설 작가들과 추리소설 매니아들 그들은 마냥 행복하거나 마냥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믿지 않는다.  인간이 사는 곳이면 다들 똑같지 않은가?????? 를 외치며, 심지어 크리스마스에 조차도 범죄가 발생한 현장이나 피가 흥건한 살인현장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그 이야기에 심취한다. 


I a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하고 캐럴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그리고 행복이 넘쳐나야만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 절도와 살인과도 같은 범죄가 발생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그러한 아이러니함이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는 크게 5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정통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우스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셜록 홈즈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통속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기묘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각 이야기들은 단편이라는 제약이 무색하게밀실 살인과 같은 정통 추리 기법을 그대로 따른 것도 있지만, 독특하게도 유머가 가미되었거나 귀신이나 최면처럼 신비로움이 부여된 것들도 있다.  그러한 각 이야기가 특성이 이 단편 소설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중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손꼽아보자면정통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중 첫 번째 이야기였던 [ 먹어봐야 맛을 알지 ] 와 통속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에서 등장한 [ 킬러에게 바치는 세레나데 ] 그리고 우스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의  [  이중 산타클로스 ] 등이다.


먹어봐야 맛을 알지 ] 에는 크리스마스라는 흥겨운 날에도 아내와 아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못난 남편 프랭크가 등장한다.설상가상으로 그는 죽은 형의 아내와 바람까지 피우는데....    결국 악인은 지옥으로 간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안겨주는 듯한 이야기.   다소 충격적인 엔딩을 가진 이야기이다.   싸이코패쓰를 구제할 순 없다...  엄마라도.


 킬러에게 바치는 세레나데 ]  몽유병에 걸린 주인공 가정교사  오라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의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였다고 생각한다그 증거로써 일기장에는 그를 증오한다는 그녀의 글씨가 쓰여져있다.   자신의 필체로.... 심지어 그녀는 그를 죽이는 생생한 꿈까지 꾸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이야기의 끝에는 예상치 못한 킬러가 등장한다.

 

[이중산타클로스] 에는 범죄자 생활을 하다가 손을 털고 양계장을 운영하게 된 주인공 호퍼가 등장한다.  그는 성실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어느 주택가에 세워져있던 차를 훔친다.  가는 도중에 그 차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기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아기를 되돌려주려고 주택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남의 가족사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결국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엔딩을 맞이한다.  


크리스마스엔 웬지 모두가 행복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엔 여러 일들이 있듯이,,  이 단편 소설들 속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범죄와 잔혹한 살인사건등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되어서 그런지,,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다소 코믹한 내용의 추리소설도 있다는 점이다.  이건 몰랐지? 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들...  다양한 색깔의 추리 소설이 모여서 한편의 훌륭한 단편소설집이 탄생했다. 한번에 여러 추리를 맛보고 싶어하는 미식가 같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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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한국추리문학선 3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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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형 추리 게임 ˝ 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밀실 안에서 죽어나가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정통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신작 ˝ 교동회관 밀실 살인 사건 ˝!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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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이별해도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
최은주 지음 / 라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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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뒤, 이별을 말하고 듣던 책 속 사람들의 표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이별 까페로 들어섰을 때의 모습과, 이별의식이 끝나고 난 뒤에 까페를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 상상해보니 웬지 아픔과 슬픔을 머금고 있긴 하지만, 후련하다는 느낌의 표정들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이별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이별은 어땠을까?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소중했던 누군가와의 이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 -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에는 자의든 타의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의 19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들은 헤어짐을 앞두고 이별카페라는 독특한 장소로 와서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이 이별카페에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 미소를 머금은 젊은 사장이 있고, 헤어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듯, 이별노트가 준비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던 연인을 기다리기만 해야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와 동화작가이지만 냉정하기 그지 없는 남편과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던 여인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왜 이 두 이야기가 특히 관심이 갔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음... 둘 다 행복을 찾아 용기를 내어 이별을 선택한 여인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며 타협한 채 살 수도 있는데, 진실을 직면하고 그것을 선택하는 용기를 가지다니! 멋진 여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마나 속이 후련한가? 싫은 건 싫은 거다. 인정해버리고 이별을 택한 그녀들!

중혁에게 말했다. 처음으로 나도 여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작품이 아니라 내 인생을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중혁이 꿈꾸고 보여주었던 동화 속 세상, 난 그 세상이 곧 당신이라고 생각했던 거였다. 당신을 선택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에, 내가 손에 붙잡고 있었던 건 당신이 만들어낸 허구였던 것이다.

( 외딴섬 중 ---- 137쪽 )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이별로 인해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는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고. 애착을 가졌던 대상과 헤어지기란 정말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이야기속의 사람들은 본인과 사랑했던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새 출발을 한다. 낡은 이야기는 던져버리고 이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위해서. 얼마나 좋은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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