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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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점쳐보거나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이 옳은지 판단을 내리고 싶을 때

우리는 SF라는 장르에 기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계속 성장하려는 욕심, 더 가지려는 욕심에 우리는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과연 이게 맞는 방향일까? 편리해지는 삶과는 반비례 방향으로, 오히려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설집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듯.

우선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SF 소설집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소설가와 편집자 간에 SF 장르에 대한 지적토론이 펼쳐지는 프롤로그 / 인터미션 / 에필로그가 있고, 각 단편 끝에는 소설가의 메모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평소에 SF 장르에 대해서 저자가 품고 있던 생각과 신념 그리고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단편 [본헤드]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포츠가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의 세계와 짜릿한 역전극 등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투수가 완벽한 기계 팔을 가지게 된다면 이후 스포츠 산업이 어떻게 될까? 라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비롯된 듯한 작품.

단편 [문리버] 인류는 달을 개척했고, 그 와중에 달에서 태어난 [루나리안]이라는 종이 만들어진다. 같은 유전자에서 비롯되었으나 지구인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등한 루나리안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얌전한 토끼같던 루나리안들이 집단 탈주를 한 뒤, 이곳 저곳에서 쓰러진 채 발견이 되는데... 슬프지만 너무 아름다운 작품

단편 [어느 노령화 사회의 일자리 대책] 시간은 과연 직선으로 흐르는 것일까?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소설이다. 만약에 미래에 타임 머신이 개발된다면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위대한 과학자를 이끈 것은 과연 위대한 영혼의 힘일까?

단편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배우지만 실수를 반복한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개인이 너무 똑똑하면 오히려 공동체에 화가 될 수도 있는 법. 개인적으로 결말이 대단히 충격적인 작품이지만 할아버지의 선택에 이의를 달고 싶지 않았던 작품.

소설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을 이야기한다. 기술 발전과 기계 문명도 결국 인간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고 말하는 듯 하다. 기계는 실수를 하지 않지만 우리는 실수를 하고 후회도 하면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과연 인류란 무엇인가?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이고, 어떻게 미래를 이끌어야 하나? 등등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서 저자와 이 책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나는 특히 [문 리버]라는 단편이 너무 좋았다. 그 자체로 하나의 노래, 연극, 혹은 발레 작품처럼 다가온다는 느낌도 들었다. 너무 슬프고 처연하지만 동시에 우아하고 지적인...... 그런 단편이라는 생각. SF장르가 이렇게 문학적인 깊이와 풍부한 느낌으로 다가온 적은 처음인 듯. 메시지도 있고 감동적인 너무 좋은 작품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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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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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 두 번째 책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매우 꼼꼼하고 치밀한 수사관인 캐드펠 수사의 능력이 돋보인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상황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범인은 사형당한 사람들 속에 시체를 교묘하게 감췄으나 캐드펠 수사의 날카로운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 책은 캐드펠 수사와 사건의 범인으로 짐작되는 한 용의자와의 치열한 두뇌 싸움 때문에 우선 재미있었고, 전쟁이 일으키는 공포와 두려움, 긴장 상황을 뚫고 피어나는 연애 이야기 덕분에도 재미있었다.

12세기 영국은 내전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모드 황후가 왕권을 물려받아야 하나, 그녀가 프랑스 노르망디에 가 있는 틈을 타서 사촌 스티븐 왕이 일종의 쿠데타를 일으켰다. 어떤 신하들은 대세를 따라서 그에게 복종하지만 끝까지 황후에 대한 충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 있는 슈루즈베리 지역까지 군대를 몰고 온 스티븐 왕은 성에 남아 끝까지 저항하던 사람들 94명 모두를 사형에 처한다.

한편, 부모를 잃은 소년 하나가 수도원에 일꾼으로 들어온다. 눈치 빠르고 인간사에 어느 정도 정통한 캐드펠 수사는 단번에 그가 소년처럼 행동하는 소녀라는 사실을 간파하게 된다. 알고 보니 고드릭이라는 그 소년의 원래 이름은 고디스로, 스티븐 왕에게 저항하는 세력 중 한 사람인 펄크 애더니의 하나뿐인 딸이었던 것. 캐드펠 수사는 그녀가 신분을 숨기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봐준다.

헤리버트 수도원장은 성직자로써 해야 할 마땅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는 스티븐 왕에 의해 목숨을 잃은 94명을 제대로 매장하는 일에 앞장선다. 다소 끔찍한 일이므로 속세 시절 군인이었기에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는 캐드펠 수사가 적임자라 생각하고 그에게 맡기기로 한다. 그런데 시신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캐드펠 수사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처형당한 사람들의 숫자는 94명인데, 현장에 있던 시신은 모두 95명?? 마지막에 발견한 시신이 가는 줄에 목이 졸려서 사망했고 손가락에 피가 맺힌 것으로 보아 끝까지 저항했음을 알게 된 캐드펠은 이것은 바로 살인 사건이다! 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 살인을 저지른 야비한 범인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소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이야기 내내 캐드펠 수사를 따라붙는 한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는 원래 모드 황후를 지지하는 사람들 편이었으나 고심 끝에 대세를 따라 스티븐 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후 이상하게도 캐드펠 수사가 가는 곳마다 이 인물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95번째 시신, 즉 살인의 피해자와 고드니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남자도 고드니와 긴밀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캐드펠 수사는 고드니를 안전하게 다른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하는데..........

소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에서는 살벌한 눈치 게임이 벌어진다. 적군이 누구고, 아군이 누군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캐드펠 수사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는 수사관 답게 살인 사건의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리지만, 희한하게도 촉도 날카롭다. 물론 일종의 논리적 감각에 의한 판단이긴 하나 순간적으로 느낀 직감에 의해서 범인을 콕 집어내는 캐드펠 수사. 그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2편부터 본격적으로 캐드펠 수사의 추리 콤비가 탄생하나? 라는 기대를 해보며 책을 덮는다. 1편 못지 않게 흥미진진했던 소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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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나자
심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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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2월 29일부터 삶을 되감기로 결정하였다.

거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역행하는, 역대급 매운맛의 소설 [어제 만나자] 피도 눈물도 의리도 없는 남자들의 냉혹한 세계가 펼쳐진다. 사건 전개가 너무나 빨라서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에서 달리는 기분이 들었던 독서 시간이었기에 다소 어질어질했지만 그만큼 몰입감과 속도감은 최고인 소설이다.

깡패 집단인 광장 그룹에 속해있는 동수는 이룬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먹었다. 일종의 퇴물 취급을 받던 그는, 회장 아들인 혁수의 죄를 대신해 감옥까지 갔다 왔다. 대신 가족을 돌봐주기로 했던 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먹고 살기 위해 과거 씨름 선수였던 동생 동호가 광장 그룹에서 운영하는 격투기 시합에서 선수로 뛰게 된다. 맷집이 좋아서 버티기로 시합을 견뎌왔던 동호는 병원에서 뇌손상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아 은퇴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여자 친구가 있었던 동호에게 신혼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사채업자인 개눈에게 몇 천만원을 빌렸던 동수. 그러나 다음 날 여자가 돈을 들고 도망간다. 위기에 몰린 동수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개눈에게 1억을 다시 빌리게 되고 동호가 뛰는 경기에 지는 쪽으로 베팅을 하게 된다. 순박하고 형밖에 모르는 동호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임에도 동수가 시키는대로 결국 경기에 지게 되고, 승부조작이 있었음을 알게 된 회장 아들 혁수는 이에 대한 벌칙으로 장수항에 가서 월터라는 자를 데리고 오게 하는데,,,

빠른 템포의 소설이긴 하나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다소 답답한 전개라고 느껴질 수 있다. 동수라는 캐릭터가, 진짜 한숨만 나온다. 이 인간은 가족 소중한 줄 모르는 건가? 하나 밖에 없는 아픈 동생을 이용해서 돈을 벌다니? 그리고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들, 누가 돈을 훔쳐가고, 승부조작 들통나고 마약 중독자가 발광하는 등등...

진짜 현대판 운수 좋은 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수가 없는 동수에게 그대의 인생에 푸닥거리 한판이 필요할 것 같다고 권하려던 순간,

모든 것이 다 드러난다. 알고 보니 이것은 모두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 혹은 책략. 동수에게 있어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후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그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엉켜버린 사건들을 재구성한 뒤에 사건의 진상을 깨닫게 된다. 신은 인간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준다고 했던가? 그는 돌려받은 시간 속 자신만의 세상에서 완벽한 복수를 행하게 되는데....

작가님의 첫번째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필력과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 정신이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무더위를 책임질 만한 볼거리와 오락적 요소가 가득한 소설 [어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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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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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관계의 문제를 경쾌하고 예리하게 그려낸 소설!


세계적인 도시인 뉴욕에는 브루클린 하이츠라는 동네가 있다. 그곳에는 거리마다 과일 이름이 붙여져 있고, 이 책의 주인공인 스톡턴 가족이 사는 곳은 바로 파인애플 스트리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과거부터 파인애플은 초엘리트층을 위한 과일로 여겨져왔고, 신분 주의나 식민주의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 책은 상류층에 속하는 스톡턴 가족 이야기인데, 그 가족에 속한 3명의 여성들이 주요 화자 주인공들이다.


브루클린 하이츠에 살고 있는 스톡턴 가족은 대대로 내려오는 재산과 유산을 통해서 부를 축척해왔다. 그들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일찌감치 사교계에 입성하여 인맥을 쌓고 족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스톡턴 가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결혼, 즉 남의 식구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혼전 계약서라는 게 있어서 만에 하나라도 이혼을 하게 된다면 가족의 부를 지킬 수 있도록 제도 장치를 마련해놨다.


3명의 여성 중 사샤는 스톡턴 가문의 장남 코드와 결혼했다. 그녀는 로드아일랜드 중산층 가족 출신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성장기를 보냈긴 하나 스톡턴 가족에 비하면 가난뱅이에 불과하다. 그녀는 불쾌하게 느껴지는 ( 결혼하면서 이혼을 생각하다니?! ) 혼전 계약서 작성을 거절했고, 그 때문에 스톡턴의 딸 둘이서 자신을 마치 집안을 말아먹을 꽃뱀이라고 험담하는 것을 알고 있다. 코드의 부모님이 물려준 거대한 라임스톤 하우스에는 가족들이 남기고 간 여러 잡동사니로 가득해서 그녀는 자신이 마치 스톡턴 박물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스톡턴 가족의 큰딸 달리는 오직 사랑만을 위해 한국계 미국인 멜컴과 결혼했으나 그가 갑작스러운 실직 상태에 놓이게 되자 자신의 모든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가정을 위해서 경력을 포기했던 것과 혼전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아서 자신 몫의 유산을 받지 못한 것. 당시에는 옳다고 느낀 선택이 현재에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막내 조지애나는 걱정 없는 삶을 살아온 덕에 철부지나 다름없다. 아랍에미리트가 하나의 국가라는 것도 모르고 연애에는 젬병이다. 그런데 마치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처럼 불안한 조지애나의 좌충우돌 연애사가 조용히 묻혀있던 스톡턴 가족과 사샤 간의 갈등을 표면 위로 끌어내기 시작하는데....


소설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소위 WASP라 불리는 백인 상류층 계급에 대한 소설이긴 하나, 여기서 주로 다루는 문제는 계급이나 인종 차별 등과 같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기보다는 결혼을 통해서 새로운 구성원이 가족으로 들어오고, 나의 삶이 180도로 바뀔 때 사람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나 인간관계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 가족마다 살아온 배경, 환경,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고 시월드에 갓 입성한 며느리 사샤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러나 재벌들이나 초 부자들이 흔히들 그러하듯, 그들은 부와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크고 거기에 맞게 시스템 구축을 확실히 해온 것. 사샤가 그런 것들 때문에 벽을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캐릭터들이 변화를 추구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비록 큰 사건이 빵빵 터지는, 플롯이 분명한 소설은 아니지만 아주 현실적인 미국 가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갈등이나 계층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는 소설도 좋지만, 부나 계층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점과 현실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좋은 건,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반성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야기 [파인애플 스트리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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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문병욱 지음 / 북오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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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역을 다큐멘터리 취재차 방문한 고 PD는

마을에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점을 알게 된다.

취재 끝에 고 PD는 흑주술을 쓰는 지희의 소행을 파헤치고

결국 그 복수극에 자신조차 휘말리고 마는데...

이 비극의 끝엔 과연 어떤 결말이 다가올 것인가?

주인공 고진선 PD는 MCS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종의 권력 싸움에서 밀리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프로그램이 무산되는 일을 겪게 된다. 실망한 그녀에게 선배인 우찬일 CP가 차선책으로 내민 프로젝트는 바로 "평택 가재 지구 도시개발건 ". 그녀는 후배와 함께 지역민들에게 개발건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그 동네로 가게 되고, 거기서 이상하게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50대 여인 지희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희에게 끌리게 되는 진선. 좋게 끌린다기보다는 뭔가 꺼림칙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다. 지희와 인터뷰를 하던 중 진선은 마치 그녀의 손녀처럼 보이는 한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그 사진에 대해서 묻자 지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20년 전에 죽은 딸 사진이라 말한다. 딸의 죽음에 대해서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지희가 매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 지희가 오싹한 말을 던진다.

"여기 사람들 보면 장성한 자식들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죠? (...) 그런데 아마 이 골목에선 한 집도 없을걸요?"

20년 전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희의 딸 영분. 호기심 많은 PD답게 진선은 마을 사람들을 통해 탐문조사를 이어가게 되고 어린 영분이가 친구들과 폐가로 가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 추락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함께 술래잡기 놀이를 했던 아이들도 스스로 세상을 등지거나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니면 정신줄을 놓고 병원에 갇혀 있는 등등 그 누구도 온전치 못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지희가 건넨 소풍 사진을 복원한 진선과 송 기사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모두 영분을 노려보는 기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진에 대해 유독 궁금해하고 이상하게 지희에게 집요한 질문을 던졌던 송 기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최근에 권력을 얻기 위해서 흑마술, 흑주술 같은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름 끼치는 굿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세계 이면에는 정신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영적 세계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이 책은 저주, 비방, 흑주술 등등 아마도 인간이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어둠의 힘, 사악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뭔가 평범한 일상 아래에 똬리를 틀고 있는 불행, 불운을 암시하는 듯하여 좀 소름 끼쳤다.

[닮은 꼴]은 매우 음침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다. 읽다 보면 알 수 없는 검은 에너지가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우리가 어렸을 때 흔히들 경험하는 친구들과의 갈등, 질투, 시비, 왕따 등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런 어두운 감정들을 좀 더 강렬하게 다룬다. 주인공 고진선 PD가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갔던 이유는, 사실 자신이 학창 시절에 겪었던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래서 제목이 [닮은 꼴] 이었던 것. 소설은 조금씩 사건의 진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면서 감춰져있던 비밀을 다 드러낸다. 독자들은 인간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저주를 쓰거나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엄청 무섭고, 꿈에 나올까 봐 두려웠던 소설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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