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이지유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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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국정원 블랙 요원과 질병청 관리국 연구사

그리고 인공적으로 결합된 변이 바이러스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

정치적 음모를 담은 서늘한 SF 스릴러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2050년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담은 이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국가들 간의 패권 다툼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잘 그려낸다.

인공적으로 조합된 변이 바이러스가 2026년 대한민국을 악몽에 빠뜨렸다.

그리고 24년 뒤, 다시 시작되는 악몽....

2050년 모래섬인 향기도에서 시궁쥐들이 한꺼번에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상을 감지한 질병청 관리국 연구사 배리나와 국정원 블랙 요원 이한은

2026년에 유출되었던 변이 바이러스와 시궁쥐를 폐사하게 만든 바이러스의 정체가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 바이러스 샘플이 보관되어 있어야 할 바이오 샘플 센터의 서랍이

누군가에 의해서 깡그리 비어져있다는 것... 그러나 놀랍게도 그곳의 마지막 출입자는 바로 주인공인 연구사 배리나였는데....

기억은 삭제되고 기록은 조작되었으며 누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전형적인 스파이 장르물에서 느껴지는 스릴감과 긴장감이 혼재되어 아주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연구사 배리나에게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2026년 당시 배리나의 아버지이자 질병청 관리국 국장이었던 김인만이 아주 의문스럽게 사망을 했기 때문.

과연 김인만이 스파이였고 바이러스 정보를 빼돌린 사람이 맞는 걸까?

그렇다면 과거의 사건은 아버지에게서 딸로, 또다시 똑같이 되풀이되는 걸까?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은 “변이 바이러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추적을 다루는 아주 흥미진진한 SF 스릴러이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기억 조작과 진실 추구”를 이야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작과 통제, 억압해놓은 기억...


과연 질병청 관리국 연구사 배리나는 억압된 기억을 불러와서 아버지가 연관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서로 속고 속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장애물을 이겨내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연구사 배리나와 국정원 블랙 요원 이한의 끈질긴 추격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sf스릴러 소설 [질병청 관리국, 도난당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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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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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기억하면 사실일까?

사실이면 기억될까?

소설 [쌈리의 뼈]는 복잡한 미로 같은 소설이다. 소설을 쓴 작가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렸고 진실을 좇는 작가의 딸은 있지도 않는 기억을 떠올린다. 주인공 해환이 진실을 좇는 가운데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비밀을 품고 있고 책 속의 죽음은 현실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더 출구를 찾기 힘든 미로 같은 내용인 동시에 책 전체가 마치 치매 환자의 뇌 속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움켜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흩어지는 모래가루와 같은 소설 [쌈리의 뼈]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윤해환은 과거 [굴]이라는 작품으로 한때 명성을 날렸던 소설가 엄마 윤영자 씨와 살고 있다. 엄마는 얼마 전부터 치매에 걸려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쓰고 있던 소설 [쌈리의 뼈]의 나머지 집필을 딸 해환에게 맡기게 되고, 해환은 의외로 소설 내용에 빠르게 빠져든 이후 신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의 배경인 집창촌이 모여있는 평택 "쌈리"에서 소설에 나온 것처럼 사람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는 해환. 그녀는 지인과 함께 "쌈리"로 달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소설 [쌈리의 뼈]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 과연 이 세상에 완전한 허구인 소설이 있을까? " 이런 나의 생각처럼 주인공 해환도 엄마가 집필하고 있던 소설의 이야기와 현실이 어느 정도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에 의심을 품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살인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땅속에 묻혔다는 유골의 주인들은 과연 누구일까? 등등 소설이라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서 미친 듯이 의심하고 방황하는 해환. 이상하게도 "쌈리"라는 곳이 익숙하게 다가오면서 뭔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 해환. 그러던 와중에 소설 속 살인 피해자와 같은 이름의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2011년 [홈스가 보낸 편지]로 등단한 조영주 작가는 이후 다양한 공모전 수상과 함께 [붉은 소파], [반전이 없다], [혐오 자살]등으로 미스터리 팬들에게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소설은 그야말로 작가의 내공이 응축된 작품인데, "기억"이라는 주제를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잘 풀어내었다고 본다. 소설 [쌈리의 뼈]는 과연 우리가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이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믿는 진실이 과연 진실이 맞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엄마의 소설이 진실일까, 아니면 주인공이 쓴 이야기가 더 진실은 아닐까?" 라고 묻는 듯한 소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해환이 소설 속 살인자를 찾기 위해 추적하는 동안 갑자기 사망한 채 발견되는 사람들..... 이 책은 주인공 해환 주위에 있는 모든 인물들을 의심하게끔 만든다. 그만큼 분위기는 긴장과 불안으로 팽팽하며, 독자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해환의 애타는 심정을 함께 느끼게 된다.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 엄마가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맡아 완료해야 하는 해환. "쌈리의 뼈"가 드러났듯이 엄마가 잃어버린 기억을 해환이 끄집어내어 마침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서술 내내 독자들의 불안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미스터리 소설 [쌈리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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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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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 TV 오디션, 할매 뱅크시...

지금까지 이런 노인들은 없었다!

나이 불문, 남녀 불문,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조금 수상하고 꽤 많이 특별한 해머스미스 주민센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만델 복지관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소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시트콤 냄새가 물씬 풍긴다. 동시에 노년에 대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을 와장칭 깨뜨리는 소설이라고 봐도 된다. 혹은 약간 주류를 벗어난 사람들이 펼치는 B급 코미디라고 봐도 될 듯.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삶에 대해 초연하게만 살아야 할까? 아주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는 듯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 리디아는 경력 단절녀에 무심한 남편을 둔 중년의 여성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녀가 택한 일은 바로 “노인들을 위한 사교 클럽” 그러나 수업 시간에 만난 노인들은 하나같이 불평불만에 까다롭기만 했고 설상가상으로 첫날 천장이 무너지면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불행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 모여든 할매 할배들은 겉으로는 까다롭고 괴짜같이 보여도, 하나같이 독특하고 개성 만점이다. 할 말 다 하는 까칠한 다프네, TV에 가끔 등장했던 단역 배우 아트, 그러나 그는 도벽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뜨개질 계의 뱅크시라 부르는 루비.. 그리고 하루아침에 주인을 잃게 된 개 “마거릿 대처”까지... 처음 만났을 땐 서로 싫어하다가 어느새 십 대 미혼부의 딸을 봐주게 되고, 돌아가면서 마거릿 대처를 돌보게 되면서, 그리고 리디아의 결혼 생활에 슬금슬금 참견을 하게 되면서 어느새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처럼 날아든 비극적인 소식! 예산 문제 때문에 주민 센터를 폐쇄하고 그곳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뭔지 이제서야 깨달은 대프니와 이곳을 아지트로 삼은 모든 개성 강한 친구들... 이제 그들은 주민 센터를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는데....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나는 특히 대프니와 리디아의 변신에 주목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극과 극의 삶을 살아온 듯한 둘. 대프니는 평생 비밀스럽게 살면서 인간관계를 멀리해온 인물이고 리디아는 안정된 가정생활을 누리긴 했으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거만한 남편과 살아왔다. 어떻게 보면 틀에 박혀있던 그들의 삶에 균열이 생기면서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는 게 좋았다.

괴짜들의 대소동 혹은 난리 법석이라고 하면 될까? 아니면 너무나 사랑스러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고 부제를 붙이면 될까? 어쨌든 이 책은 정말 “러블리” 그 자체이다. 가끔 영국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그 “괴짜스러움과 연대 의식”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인간이란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존재.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진정한 힐링 도서이다.

“노년의 삶도 충분히 불꽃처럼 뜨거울 수 있다.” 그 사실을 이토록 귀엽고 유쾌하게 알려주는 듯한 책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 출판사에서 협찬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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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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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내일 죽을 운명이라면 과연 오늘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이 책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은 평생 자신이 일찍 죽을 운명이라 믿고 살아온 사람이 제2의 인생을 겪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하고 따뜻한 편이지만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날카로움도 있다. 큰일을 거치며 인생관이 변하는 넬과 주변 인물들의 활약이 흥미진진한 책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넬은 20대 초반 여행을 갔다가 만난 한 점성술사로부터 “38살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던 친구 소피가 실제로 예언에 따라 죽게 되면서 넬은 진심으로 그 말을 믿게 된다. 이후 그녀는 마치 유통 기한이 정해진 사람처럼 인생을 가볍게 살아가게 된다. 돈은 버는 족족 써버리고 마음껏 여행하고 사랑은 되도록 가볍게 끝내는 삶을 살았던 넬. 그리고 마침내 D-데이는 다가왔다.

삶을 정리한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너무도 솔직한 편지들을 보내고, 가지고 있던 재산은 모두 기부해버린 뒤, 엄청 비싼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맞이하게 된 넬.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다음 날 아침, 황당하게도 넬은 여전히 살아있는데....

소설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철학적인 상황. 독자들은 “만약 나에게도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린 채 넬과 함께 그녀의 두 번째 인생을 함께 걷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계속 도망만 다녔던 그동안의 넬, 그러나 이제 그녀는 마치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사랑도 하고 실망도 하면서 그녀가 인생을 배우는 과정은 코믹하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라기엔 주인공이 너무나 좌충우돌이고 그렇다고 완전 코미디 소설도 아닌 것이 “인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 넬, 혹은 우리가 피하면서 살아왔던 주제들 – 상실, 두려움, 관계, 미래 – 등을 마주하는 법을 아주 유쾌하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 않게 풀어내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길가에 풀어놓은 망아지같이 살아온 넬을 보면서 내 20대 시절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의 인생.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누구나 넬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또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기도 한다. 어쨌든 2번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고, 넬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점차 깨닫게 된다. 삶의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위트 있는 사유 - [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 출판사에서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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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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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기이함, 그리고 사랑이 교차하는 순간들

줄리애나 배곳의 단편집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는 다소 낯설고 기이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자꾸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쪽을 가득 채우는 슬픔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SF 장르라는 외피를 입고 인간과 사랑을 말하는 저자. 이 책은 SF, 호러, 판타지 등 실로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이야기들은 매혹적일 만큼 파괴적이고 기묘하기도 하다.

이야기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과 서로 다른 장르적 색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작품들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은 일관된다. 슬픔, 상실, 그리움, 연민, 용서 그리고 사랑. 이 소설이 특이한 이유는, 갈수록 젊어지는 기술이나 안드로이드를 결혼식에 대신 보낼 수 있는 첨단 기술이 발달한 사회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아날로그적인, 아주 진한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거나 인상에 크게 남았던 작품들을 언급하자면, 우선 [버전들]에서는 원래 인간들 대신 결혼식에 참석한 안드로이드들이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상당히 신선했고, [가스라이터]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관계를 조작하는 시대의 도래 앞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도덕적인 불편함을 잘 묘사한다. [디어 브래들리 쿠퍼]에서는 유명인의 머리카락으로 태어난 아이가 친부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인데 정체성이나 소속감 같은 인간 특유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이 바로 [역도화]였다. 소생술을 포기하는 대신 어려지는 길을 선택한 아버지. 이 단편은 하루에 십 년씩 어려지는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는 딸의 이야기인데, 정말 눈물샘을 너무 자극한다. 무책임한 아버지를 미워했던 주인공은 젊은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며 그도 아버지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고 용서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 점점 갓난아기로 퇴행하는 아버지를 품에 안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코 끝을 시큰하게 만들 만큼 감동적이다.

독자에 따라서 어떤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그러나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이야기가 전달하는 감정은 아련하게 남는다. 줄리애나 배곳은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을 들여다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읽으면 기발함과 특이함으로 승부하려는 이야기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슬픔과 상실이라는 감정의 바닷속에서 허우적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SF 소설이나 다소 어둡지만 인간적인 단편소설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 출판사에서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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