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준비생의 홍콩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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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 끝나면 새로운 생각이 차오릅니다"

십 년도 더 전에 여행을 다녀왔던 홍콩. 당시 남들 다 간다는 주요 여행 명소에다가 마카오까지 둘러봤었는데, 나는 그저 예쁘고 낯선 경치에 취했던 기억 밖에는 없다. 그런데 이 책 [퇴사 준비생의 홍콩]은 남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저자의 알짜배기 여행기를 보여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과연 나는 뭘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될까?" 그런데 이런 생각이 갑자기 "퇴사"라는 단어와 이어지게 되면 마음은 갈팡질팡한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후 마주할 불안이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라기보다는 일종의 "테마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홍콩에 있는 유명 브랜드 등을 소개하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할까? 회사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저자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아주 냉철하게 접근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퇴사를 장려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퇴사 준비"를 권장하는 책이라고 하면 된다. 내가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말 다양한 사업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사실.

책 속에는 홍콩에만 있는 여러 다양한 브랜드와 사업들이 소개된다. 우선은 홍콩의 잠 못 드는 밤을 해결해 주는 "캡슐 호텔" 인 슬립. 우리나라처럼 워커홀릭들이 많은 홍콩에 있어서 최적의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한약재로 만든 칵테일을 파는 "매그놀리아 랩". 우리에게도 한방은 급성 치료제라기보다는 약해진 체력을 보강, 회복시켜주는 존재로 여겨진다. 딤섬을 문화적 경험으로 만든 미식 공간 "룽딤섬" 과 티 캡슐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고객의 마음을 이끈 브랜드 "티 샤토"도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모든 브랜드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템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몇몇 사업의 경우는 "과연 이게 사업이 될까? 싶은 회의감도 들게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마이너함 속에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과 "자존감" 등을 엿볼 수 있었고 굉장히 감각적이라는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속 브랜드들을 훑어보는 가운데,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사는 지역 공간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겠다 싶은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은 "이 사업을 하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꼼꼼하고 철저하게 브랜드의 이모저모를 소개만 할 뿐. 이런 태도가 오히려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사업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 그러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홍콩의 여러 브랜드들도 처음부터 잘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이디어, 감정, 삶의 철학이라는 작은 씨앗이 공간과 경험을 만나서 싹을 틔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브랜드도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이 책 [퇴사 준비생의 홍콩]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마음속으로 작은 가능성을 품게 만드는 매우 감각적이고 충실한 여행기 [퇴사 준비생의 홍콩]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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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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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세계의 일부이고, 그 연결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화이트홀>이라는 과학 책을 통해서 만나봤었다. 솔직히 말해서 완벽히 이해는 못 했지만 그가 설파하는 우주의 원리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과학 전문가인 저자가 이번에는 과학자의 목소리를 다소 접고, 철학과 예술 그리고 정치와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이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결성"을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사물도 개체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 여러 책들을 통해서 과학의 본질과 깊이를 전했던 저자는 이제 마치 잔잔히 흐르는 강처럼 "우리"와 "연대"를 이야기한다.

이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몇 년간 유럽 여러 신문에 기고한 글과 강연 등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과학자의 언어로 시작하고 있지만 점점 철학과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열정을 표현하고 있는 저자. 결국엔 이 책을 통해서 "인간과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장자의 물고기 이야기는 단순히 동양의 철학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앎이라는 것이 자연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철학에서 시작한 듯한 저자의 생각은 정치와 같은 현실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말로는 '평화'를 논하면서 무기 생산과 같은 엄청난 수익 사업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저자. 정치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삶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강의를 통해서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알린다. 특히 이 책에는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전쟁 외에도 팬데믹, 기후 위기 등 인간 존재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저자.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은 바로 "정답 없는 질문"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다. 평소에는 확고한 진리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그 와중에 겪는 실수조차도 배움의 기회로 끌어안는 저자. 갈릴레오의 오류에서 배우고 결국에는 하이데거의 존재론, 베토벤의 음악, 애니시 커푸어의 예술에까지 손을 뻗는다. 이 와중에도 결국 그의 생각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말하자면 그냥 사물이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세상에 대한 인식과 타인과의 공명이 결국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힘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주제를 아우르며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앎과 삶을 제안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지만 결코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은 모험이라고 말하는 저자. 연결된 존재로서, 우리는 함께 걸을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를 가진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로벨리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속삭인다.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논리적 사유와 시적 감수성이 만나 깊은 울림을 내는 에세이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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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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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자들이 나의 세계를 무너뜨리려 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껏 움츠려들어서 내 존재를 아예 보이지 않게 하는 법도 있지만

오히려 때를 기다리면서 전략과 전술을 익히는 방법도 있다.


약한 아녀자의 몸으로 죽음에 직면했다가

반격의 기회를 얻고 비로소 영웅으로 거듭나게 되는

주인공 영윤해의 이야기 - 기병과 마법사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영웅 탄생 서사라고 볼 수 있겠으나

한국형 SF 판타지라는 점에서 상당히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사람을 죽여서 뼈와 살을 발라내고 저잣거리에 전시하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폭군 왕 영위의 조카 영윤해

아버지는 혹시나 동생의 심기를 거스를까 하여

숨죽인 채 살아가게 되고 폭군 왕 영위 못지않게 사납고 잔인한 인간

종마금에게 윤해를 시집보내려 했다.


그러나 종마금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윤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법적 힘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종마금이 윤해의 마법 때문에 죽음을 당하게 되면서

그녀는 북쪽에 있는 술름 지역으로 일종의 유배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거기서 "달낙현" 혹은 "다르나킨"이라 불리는

매우 능력 있는 기병 지도자를 만나게 되는 윤해

다르나킨이 든든한 오른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게 된 윤해는 결국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모든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역모를 꾀하게 되는데....


이 책의 재미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명민하고 전략적 사고를 가진 영윤해의

다이내믹한 전쟁 기술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부분.


그리고 결국 윤해의 최종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점과 현실에 드러난 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는 드러나지 않은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올 악을 두려워해야 한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인 거문담

1021이라는 알 수 없는 숫자와 검게 죽어가는 풀

비밀스럽게 다가와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 야인 여자

그리고 다가오는 두 세계의 만남..

나는 그저 빨려들어가듯이 읽었다.


언제든지 나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고

나의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악한 존재가 주위에 포진해있을 때

약하디 약한 존재인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 안에 비밀스러운 힘이 깨어나고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는 순간

드디어 선은 악을 이겨낼 에너지를 불러낸다.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다르나칸과 윤해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소설 [기병과 마법사]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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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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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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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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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문제는 경제"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고성장 시대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라는 저자의 문장에 무릎을 쳤다. 그리고 경제 규모 세계 10위의 선진국이 되었지만 삶의 질을 보여주는 OECD는 꼴찌인 나라. 여든까지 일해도 노인 빈곤율 최대인 나라. 자살률과 산재 사망률, 임금 격차 최고인 나라. 구직과 노동에 지쳐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사상 최대 50만 명을 기록한 나라. 등의 문구에도 강한 충격을 받는다. 언론이 그동안 꽁꽁 감추고 있던 우리나라의 더러운 빨랫감을 목격한 기분. 아마도 우리는 매일 100m 달리기하듯이 살면서 그 와중에 넘어지는 사람들을 계속 밟으면서 살아온 지도 모르겠다.

책 [성장이라는 착각]은 우리가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온 성장 주의에 의문을 던지면서 "과연 성장이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는가?"를 묻고 있다. 저자 안호기 씨는 경향신문 기자로써 주로 경제와 환경 분야에 관한 기사와 칼럼을 많이 썼고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약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한국 사회를 관찰하고 체득한 시선으로,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부동산 자산의 거품, 금융 시장의 팽창, 무너지는 돌봄과 심화되는 불평등 그리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 등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사려면 2004년엔 18년, 2022년엔 36년의 월급이 필요했다"라는 통계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무력한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chapter로 나뉜다. 1장 <불가능한 성장: 현재 지구와 인류가 처한 상황>에서는 주로 계속되는 성장 주도론이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에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GDP는 공해나 범죄 증가와 같은 요소를 파악하지 못하기에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2장 <불필요한 성장: 자본주의를 통해 성장한 경제의 위기>에서는 어쩌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산업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어떻게 황폐화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3장 <성장을 넘어: 30년 후 미래>에서는 선진국에서 움트고 있는, 성장을 넘어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 책은 무조건 "성장"만을 외치는 것이 다가 아니고 "성장" 위주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재활용, 친환경 소비 같은 "선한 소비자" 역할을 요구받으며 동시에 기후 변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적 책임으로 전가 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인 것을 묻는다. "이런 방식으로 진정한 변화가 가능할까? " 이 책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과 그 폐해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탈성장"이라는 단어가 단지 유토피아적인 선언이 아니라 실제 가능하고 실행 중인 대안임을 알린다. 여러 유럽 도시들의 실험들과 공유 경제 모델 등은 '덜 성장하고도 잘 사는'삶을 보여준다.

이 책 [성장이라는 착각]은 단순히 성장을 완전히 멈추자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경제 모델이나 성장 위주의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묻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성장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글이다. 그리고 "탈성장"을 통해서 돌봄의 가치를 찾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단절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닌가? 지나친 성장 논리가 너무 피곤하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를 살고 싶다 등의 의견을 가진 분들이 읽어보면 크게 공감할 만한 책 [성장이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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