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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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어느 정도의 느낌이 묻어나지만,

이 소설에는 동시대 청년들의 애환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들의 단편들이 실렸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카드사 콜센터 직원, 인터넷 방송 BJ , 알바생 등

N포 세상에 로 내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까.

각각의 소설들은 일의 가치( “어비” ), 직업 선택과 직업윤리( “가만의 나날” ), 청년 실업( “기도” ), 여성 노동( “저런 사람도 아니다” ), 감정노동자( “어디까지를 묻다” ), 이주 노동( “코끼리” ), 산업재해( “P” ), 해고( “알바생 자르기” ) 등 노동에 관련된 여러 주제를 다룬다.

 

어비는 화면 상단에 타이머를 띄운 다음 그것들을 빠르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일부러 마이크 가까이 입을 갖다 대고 요란하게 음식 씹는 소리까지 냈다.

뭐랄까. 그럴 때 어비는 뭔가를 먹는 사람이 아니고, 먹는 일을 하는 사람 같았다.

’(p33)

 

정말 일다운 일이란 어떤 것일까?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인터넷방송에서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을 자극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판단의 기준이 애매하다.

 

채털리 부인님이 올린 후기를 보고 구매해서 쓰기 시작했거든요. 날마다 사용한다고 했는데 괜찮으신지 ∙∙∙ 아무 일 없으시길 바라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쪽으로 연락주세요.’ (p58)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 전에 상품평을 보기 위해 블로그를 많이 이용한다.

블로그의 사용 후기가 좋으면 일단 안심을 하고 물건을 구매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물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로 인해 누군가가 불행해졌다면 그 직업을 잘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법규를 찾아보니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게 돼 있었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1년 이상 일한 피고용인이라면, 해고는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해야 했다. 명확한 이류를 명시해서, 30일전에. 회사가 이걸 어기면 지방노동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p200)

회사는 아르바이트생을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아르바이트생은 회사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부터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청년들이든 장년들이든 여러 가지 이유로 직업을 찾으려 노력한다.

누구는 자아실현을 위해, 어떤 사람은 생계 유지를 위해.

직업을 가진 후에는 계속 그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료들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그 와중에 " 번 아웃 증후군 " 이라는 웃지 못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성들은 현 주소는 어떠할까?

직장이든, 가정이든, 슈퍼우먼(superwoman) 이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존재한다.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도 노동 기본권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 노동 기본권' 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이다.

이 기본권이 제도적으로 잘 보장이 된다면 노동자들이 현재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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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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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이 흐르고 소름이 돋았다. 책의 결말에 도달한 지금, 나는 또다시 이 괴물같은 작가의 무시무시한, 소름끼치는 반전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숨도 못 쉴만큼 내내 강렬하게 몰아치던 피아노 연주곡이 갑자기 멈춘 느낌이다. 세상은 정적으로 둘러싸이고 나와 이 소설만 존재하는 느낌?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님의 작품이구나~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만큼 소설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평소에 추리소설의 내용 전개가 어떤 식으로 흐를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 소설의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나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주인공 하루카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부모님과 할아버지,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사촌 루시아가 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할아버지와 루시아와 함께 묵었던 별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그들은 죽고 하루카 혼자 살아남게 된다. 온 몸에 3도 화상을 입고 깨어난 하루카. 그녀는 절망에 빠진다. 이제 유명 피아니스트의 꿈은 접어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미사키 요스케라는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그녀에게 레슨을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녀의 눈빛 속에 숨어있는 의지를 발견한 것이다. 매일 매일 굳어지는 근육과 싸우면서 다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된 그녀. 그런데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누군가가 있다. 사실 엄청난 부자였던 할아버지의 귀여움을 받았던 하루카가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이후, 그녀는 계속되는 이상한 사건에 시달린다. 할아버지와 사촌을 잃게 만든 화재 사건에 이어,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 하거나 목발 한쪽이 부러져있거나 길 가에서 누가 달리는 차로 그녀를 떠미는 등.... 하루하루가 살얼음 걷는 것 같던 그때, 어머니가 신사의 돌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도대체 하루카와 이 가족을 노리는 어둠의 그림자는 누구일까? 과연 하루카의 유산을 노리는 내부 인물인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 뿐인가?

작품의 특징에 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 안녕, 드뷔시 ]는 늦깍이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를 데뷔하게 해준 작품이다. ( 2009년 제 8회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 )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작가가 피아노를 배우는 아들에게 ' 아는 사람은 알지만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가 누구 ' 인지를 물었고 드뷔시란 답이 돌아온 후, 그날 바로 CD를 구입해 들었다고 한다. 특히 < 달빛 > 과 < 아라베스크 1번 > 이 특히 인상적이라 이 두 곡을 중심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작가가 음악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그것도 훌륭히 써냈다니, .. 이 분도 천재?

그리고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이다. 나 카야마 시치리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속의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를 떠올리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꽃미남 탐정을 만들어보았다고 한다. 음대 강사로 등장하는 미사키 요스케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동시에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부드러움과 냉철함이 결합된 느낌? 인기있는 캐릭터로 성장할 가능성 100%! 실제로 미사키는 하루카가 크게 다칠 뻔한 장소에서 증거를 수집하며 범인을 특정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잘생긴 오빠가 형사가 된 느낌 )

" 현대는 불관용의 시대야. 누구나 다른 사람을 용서하려 들지 않거든. 죄인에게는 극형을, 더럽혀진 자, 몸이 온전치 않은 자에게는 숨어 살라고 해. ..... ( 중략 ) 악의라는 건 맞서 싸워야 하고 부조리는 뒤집어야 마땅해. 슬프면 남의 눈을 두려워 말고 울부짖는 편이 좋고, 억울하면 화를 내야 해. .... ( 중략). < 황제 > 가 인간의 잠재된 힘을 노래하듯이, < 혁명 > 이 침략의 잔학함을 공격하듯이 음악이라는 훌륭한 무기를 내려준 거야. 그리고 지금 너는 그 무기를 갖고 있어 ."

" 나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걸 갈망했다. 연이어 가족을 떠나 보내고 피부와 목소리를 잃었다. 몸의 자유마저 빼앗겼다. 잃은 것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재활이 끝나도 팔다리에는 장애가 남을 것이다. 그래서 잃은 것 대신 새로운 뭔가가 갖고 싶었다.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 나한테만 허락되는 재산이 갖고 싶었다. " ( 358p )

" 할아버지의 말이 되살아났다. 도망치는 습관을 들이면 안된다. 싸움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스스로에게 지지 말거라 " ( 388p )

아픔을 딛고 피아노 대회에 나서는 그녀. 화재 이후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그녀가 매달릴 곳은 오직 피아노 뿐이었다. 부드럽지만 엄격한 미사키 선생님의 지도 아래, 고군분투했던 그녀. 피아노는 그녀에게 전부이다. 욱씬거리고 비명을 내지르는 온 몸의 근육을 잠재우고 부드러운 선율로 시작하여 폭풍같은 연주로 몰아친다.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친 그녀...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정신을 잃게 만들 정도의 고통을 이겨내고 연주회를 마친 그녀에게 과연 1등의 영광이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계속적으로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작가의 데뷔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 [ 안녕, 드뷔시 ]. 불행을 온 몸으로 받아야했던 소녀가 그것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100%, 아니 200% 발휘하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음악과 추리의 결합이 신선하다. 미사카 선생님의 천재적인 연주, 하루카의 폭풍같은 연주는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연주회에 직접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음악만 아는 샌님인 줄 알았던 미사카 선생님의 날카로운 추리력도 볼만한 구경거리이다. 역시 대작가의 작품은 초기작이라도 이렇게 꿀잼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작품 [ 안녕, 드뷔시 ]. 반드시 소장해야 할 작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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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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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령 코크루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인간이 지상에 단 한 명만 남는다 할지라도 바로 그 한 명이 자나 제국을 멸망시킬 것이다 ”

종이 동물원으로 SF와 중국 역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던 [ 켄 리우 ]. 나는 그 책을 읽고 혹시 그가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비록 단편 소설집이긴 했으나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가, 이제 역사 장편 소설을 들고 독자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민들레 왕조 연대기 3부작 중, 1부작에 속하는 [ 제왕의 위엄 ]. 중국의 고전 [ 초한지 ]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는 하나, 완전히 역사에만 바탕을 둔 소설은 아니다. 허구와 가상의 세계가 적절하게 녹아있는 소설이다. 그가 만들어낸 [ 실크 펑크 ] 라는 장르를 통해 SF 와 판타지적 요소를 동시에 담고 있다고나 할까?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이라든지, 한 눈에 눈동자가 2개나 들어가있는 중안 인간인 마타 진두. 그리고 납작 엎드린 자나의 왕이자 다라 제국의 제황인 마피데레 앞에 모습을 드러난 신들까지...... 신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다라 제국에서 일어난 전쟁은 곧 신들의 전쟁에 다름 아니다라는 사실이 나타난다. 일곱 국가를 수호하는 각 신들은 그들끼리 전쟁하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고 하며 평화에 동의하기도 한다.

" 자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전쟁의 시대는 끝났어. 마피데레가 평화를 불러온 거야. 너희가 아무리 탐탁잖아 해도. "

" 다른 신은 몰라도 당신만은 알아주셔야 합니다, 제가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에 평생을 바친 것을 ."

" 너는 온 세상을 피로 물들였다. "

" 더 많은 피가 흐르지 않도록 흘린 피였습니다 "

........ ( 103쪽 ~ 105쪽 : 꿈 속에 등장한 일곱 수호신들과 마피데레의 대화 중 일부 발췌 )

[ 초한지 ] 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니, 진나라가 멸망하고 초나라와 한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이 어느 정도 책 속에 들어있다. 책의 중심 배경지인 다라 제도의 일곱개 나라를 통일한 자나 제국의 황제인 마피데레의 모습에서, 진시황제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영생을 꿈꾸며 몸에 좋다는 각종 음식들을 먹고 자신의 말에 거역하는 모든 신하들을 처단한다. 그리고 학자들의 책을 모조리 불태워버린다. ( 분서갱유 )

육국을 통일한 그였지만, 결국 영생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리고, 그의 뒤를 막내인 에리시 황제가 이어나가면서부터 자나 제국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어린 에리시 황제를 대신하여 섭정을 맡은 크루포와 정치에 참여하지 않도록 황제의 관심을 술과 여자 등으로 돌리려는 수궁령 피라의 모습에서 권력을 탐하다가 나라를 말아먹는 몇몇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 그런데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 책을 보면 안다 )

한편, 육국을 정복한 자나 제국의 속국에서 조용히 차세대 리더로 자라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아마도 [ 초한지 ] 나오는 유방과 항우를 상징하는 인물, 쿠니 가루와 마타 진두가 바로 그들이다.

주인공 쿠니 가루는 수완이 좋고 사람들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인물로 그려진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던 젊은 시절엔 방탕하게 지냈지만 점점 주디 현을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로 커 나가는 인물이고 마타 진두는 제국을 통일하려던 자나 제국의 황제, 마피데레의 손에 일족을 몰살당한 인물이다. 그는 다시 진두 가문, 즉 왕가를 일으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 자아성찰은 적당히 하면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야. 때로는 남들이 하는 얘기가 우리 삶의 틀이 되기도 하는 법이야. 자, 한번 둘러봐. 당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가 수백 명이나 돼. 저 사람들 소원은 당신이랑 같이 자기들 가족을 구하는 거야. 그러려면 주디 현을 차지하는 수 밖에 없어. "

쿠니는 머릿속으로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왼손이 잘린 무루와 그의 아들을, 시장에서 끌려갈 처지가 된 아들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자나 출신의 늙은 여인을, 아들과 남편을 다시는 못 보게 된 과부들을, 제국의 비정한 철권 아래 삶이 짓밟힌 모든 백성을.

....... ( 184쪽 부인 지아가 쿠니를 설득하는 장면 )

나는 역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아직 [ 초한지 ] 를 읽어보지 못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SF와 판타지적 요소가 강한, 켄 리우의 작품을 통해서 중국 역사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 앞 뒤가 조금 뒤바뀐 느낌이긴 하지만 ) [ 종이 동물원 ] 에서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중국의 한 면모를 엿봤고 이 책 [ 제왕의 위엄 ] 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진나라 시대 말기 초나라와 한나라가 일어서던 시대를 조금 맛봤다는 생각이 든다.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고 흥망성쇠를 반복했던 장대한 중국 역사가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이 작품의 바탕이 된 [ 초한지 ] 를 비롯하여 여러 중국 역사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켄 리우라는 작가의 작품을 2권 밖에 읽어보지는 못 했지만, 정말 이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현실에 바탕을 두었지만 상상의 나래를 무한대로 펼치게 만드는 소설. 역사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미래세계를 나타내는 듯한 소설. 신화가 적절히 가미되어 인간의 일이 마냥 인간의 손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이, 이 동양과 서양의 요소 ( 역사와 판타지 ) 가 적절히 들어간 작품을 낳게 했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켄 리우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면서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속국들의 조용한 봉기를 지켜보면서 [ 제왕의 위엄 ] 2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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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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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난 미모의 여대생이 어느 날 아버지를 죽인 살해범으로 검거된다 "

다소 자극적인 이 문구가 무색하게, 이 책은 자신의 아버지를 잔인하게 찔러 죽인 한 살인마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일그러진 가족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어른으로써의 성장을 하지 못한, 한 불안정한 여성의 자아찾기.. 에 관한 이야기 로 해석이 된다. 내 생각엔. 그녀의 자아찾기엔 여러 명이 함께 도움을 준다. 어려서도, 그리고 자라서도 자신을 지지해주던 어른이 부재했던 주인공 칸나. 이 사건이 있기까지 자신을 공격하는 무의식적 충동 ( 불안, 죄책감, 수치심 등등 ) 이라는 미로 속에서 눈이 가려진채 헤매고 있던 그녀.

주인공 20대 여성 칸나는 아나운서를 지망했던 전도유망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러나 2차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방송국을 떠난 그녀는, 아버지가 근무하던 학교의 여자 화장실에서 그를 흉기로 살해한다. 신문에 대서특필 될만큼 센세이셔널 했던 이 사건을 두고 한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려 하고, 임상 심리사인 유키에게 그 일을 맡긴다. 유키는 자신의 시동생인 가쇼가 국선 변호를 맡은 사건이라 흔쾌히 이 부탁을 승낙하고 카나와의 면담에 들어가는데....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읽어나갔을 땐 " 분노 " 라는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어릴 적 부모의 학대에 가까운 방임과 잘못된 양육으로 인한 상처로 , 자신을 학대하며 팔에 자해행위를 했던 카나에 대해서 유키가 묻자, 이렇게 대답하며 냉담하게 반응하는 카나의 어머니.

" 그거 닭에게 공격받은 거잖아요 "

자신을 엄격하게 다루는 아버지의 말을 조금이라도 듣지 않으면 이런 얘기를 들어야했던 칸나.

" 호적에서 파버린다 "

부모란 사람들이 왜 이렇지? 결혼도, 출산도, 부모가 되는 것에도 면허증 발급이 필요하다고 나는 속으로 외쳤다.

그런데 갈수록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바로 칸나라는 구심점을 통해, 다른 주인공들의 심리도 함께 분석되고 해체된다는 점이었다. 아버지가 담고 있는 성적인 시선에 갇힐 수 밖에 없었던 유키, 그래서 남자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그녀와 어릴 적 어머니에게 심한 학대를 받은 뒤, 사람에 대한, 정확히 말하면 여자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변호사 가쇼 등을 지켜보며, 문득 스스로에 대한 심리분석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지금의 나를 형성한 건 뭘까? 양육되는 동안 받았을지도 모를, 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상처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소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왜 소설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지?

범인과 형사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엄청나게 스릴 넘치게 다가왔다. 유키라는 한 진지한 임상 심리사와 피고인 사이에 벌어지는 집요한 정신 분석 과정.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고기의 꼬리처럼,  칸나가 왜 아버지를 살해하려하였는지는, 나올 듯 나올 듯 끝까지 그녀의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칸나와의 면담과 편지...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탐문. 제대로 된 답변조차 할 수 없는 약한 정신력의 칸나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끝까지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 유키와 가쇼.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칸나를 위한 책이다. 버려지고 부서진 채 구석에서 울어야 했던 작은 아이.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엔 여전히 그 아이를 품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흔들리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까?

과연 유키와 가쇼라는 팀은 칸나의 자아찾기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그녀의 결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몰아치는 듯한 급박한 전개는 없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해감으로써 독자들의 눈을 한시도 놓치지 않으려는 [ 퍼스트 러브 ]. 최근 봤던 소설 중 가장 의미있었던 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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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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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은 처음엔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때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만한 나이이니까요 ‘

 

책으로도 영화로도 크게 히트 친 작품 [ 노트북 ]. 그 노트북의 저자인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제목은 [ 나를 봐 ]. 로맨스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의 이 책은,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책을 든 순간부터 몰아치는 서사구조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흔히들 로맨스 장르라고 하면 주인공 남녀의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완벽한 사람들 ( 성격면이나 외모면이나 ) 이 등장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뭔가 부서지기 쉬운 캐릭터들, 과거의 비밀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인공 콜린은, 어릴 적 심각하게 산만한 아이였다. 극단적인 ADHD를 가진. 이를 걱정하던 부모가 그를 사관학교에 보냈고 여기서 겪은 심한 학대로 폭력적 성향을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그는 폭력을 일으킬 수 있는 장소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 문제를 일으키고는 잡혔다가 풀려났다가를 반복한다. 상담 덕분으로 그가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직후 스스로 성찰을 거듭한 끝에, 그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자신보다 몇 살이나 어린 학생들과 함께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종합 격투기 시합을 마치고, 온 얼굴에 멍과 핏발 선 눈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타이어가 펑크가 난 채, 길가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마리아를 발견하게 된다. 안 그래도 비가 세차게 내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그런 몰골로 다가오는 자가 있다고 생각해보라. 마리아는 두려움에 떨며 그의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지만 결국 콜린이 마리아 차의 타이어를 갈아주게 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언니에게 들어서 콜린의 외모를 알고 있던 세레나는 같이 수업을 듣고 있던 콜린을 발견하고는 남자친구가 없이 외롭고 심심하게 지내던 마리아를 만날 수 있게 주선한다. 세레나 덕분에 첫 만남을 가지게 된 그들. 서로를 탐색하던 와중에 서로에게 힘들었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리아의 경우, 변호사로써 로펌에 취직을 하기 전, 샬럿이라는 지방에서 검사보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거기에서 맡은 한 사건이 비극적으로 끝이 나는 바람에, 제대로 사건 해결을 못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시에 자신을 뒤쫓는 한 스토커가 생기면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

 

서로의 과거를 고백하고 한층 깊어지는 둘의 관계. 로맨스의 대가 답게, 저자는 서로에게 빠져드는 달달한 연인의 심리변화를 상세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약간 불안하기는 하다. 폭력으로 점철되었던 과거를 가진 콜린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은 달달한 로맨스를 보여주는가 싶다가 갑자기 스릴러로 방향전환을 해버린다. 그 와중에 흔들리는 콜린과 마리아의 관계... 

 

프롤로그에 잠시 등장했던 비밀스러운 인물. 그는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어둠 속에서 마리아와 그녀의 가족들을 관찰하고 있다. 마리아의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가는 시점. 그는 세레나가 올리는 SNS 의 사진을 통해서 마리아를 관찰하면서 그녀에게 장미꽃을 보내고 이상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다. 갑자기 마리아네 가족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리아.....

 

책의 중반 이후로는 마리아와 세레나의 신변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계속 조마조마한 나날들 속에서 콜린은 자기 여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그러나 그는 폭력전과가 있고 한번 만 더 폭력 사건에 휘말리면 10년 이상 감방에서 썩을지도 모른다. 불안한 가운데 연인들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과연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달달한 로맨스와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의 만남..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부분도 볼만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토커의 등장으로 긴장이 넘치는 후반부는 더욱 더 볼만하다. 오늘밤 심심한 독자의 마음을 사랑과 스릴로 가득 채워줄 나를 봐. 반드시 읽어야할 책 1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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