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스페셜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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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사에서 제작된 영화 “ 토르 ” 시리즈 를 통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북유럽 신화 이야기.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했던 나에게 “ 토르 ” 가 휘두르는 “ 욜나르 ” 라는 망치와 “ 이그드라실 ” 이라는 거대한 나무, 그리고 그 거대한 나무가 연결시킨다는 아홉 개의 세상 이야기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익숙함과 매혹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각 민족들 사이에서 신화가 생겨난 이유는 뭘까? 아마도 각 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에서는 단군 신화에 나오는 단군 그리고 웅녀와 호랑이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북유럽 지역에서는 교활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 오딘 " 과 솔직하고 온화한 " 토르 " 그리고 어둡고 비열하지만 매우 영리하고 약삭빠른 " 로키 " 와 같은 신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라 본다.

 

솔직히 영화를 못 봤다면 다소 낯설었을 캐릭터, 오딘, 토르 그리고 로키이지만, 영화와는 약간 다르게 묘사된 그들의 캐릭터 때문에 이미지를 상상하기 조금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멋있게만 그려진 영웅 " 토르 " 그리고 탄생의 비밀로 인해서 어두운 성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잘생기고 멋진 " 로키 " .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들의 약점이 좀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약간... 뭐라고 할까? 눈치 없고 단순한 " 토르 " 와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지나친 장난을 즐기는 " 로키 ". 이건 뭐 신이라기 보다는 동네 형? 아는 아재? 냄새가 무지하게 났다.

작가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인데,,,ㅋㅋㅋㅋ. 이런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쯤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각 신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편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제우스 ( 바람둥이이긴 하지만....), 지혜의 여신 아테나, 인간에게 불을 갖다 주고 고난의 길을 걷는 프로메테우스 등등 그들은 신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뽐낸다. 그에 비해서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들은 거칠고 잔인하며 때로는 비열하기도 하고 ( 요정과 거인들을 속이는데 달인들 ) 유머감각도 뛰어나다. ( 인간적인 매력이 듬뿍 )

못 말리는 로키. 장난이 너무 너무 지나쳐서 이건 뭐.. 돌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The Treasures of The Gods 라는 에피소드에서 술에 잔뜩 취한 로키가 토르의 아내인 시프가 가진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다. 아내의 분홍빛 대머리를 발견하고 진노한 토르가 로키에게 달려가 뼈를 모두 으스러버린다고 협박하자 로키는 요정들을 시켜서 시프에게 금빛 가발을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 와중에 금빛 가발 뿐만 아니라 “ 욜니르 ” 도 만들어진다. 어처구니없는 일화지만 꿀잼.

토르는.. 순수하다. 약간 떨어지나? 싶을 정도로.

Freya's unusual wedding 라는 에피소드에서 토르는 망치를 잃어버린다. 진상을 알고 보니 오거라는 거인족의 일원이 훔쳐간 것. 그 거인은 다름아닌 오거족의 왕인 스림인데, 매우 아름다운 여신인 프레이야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결혼 첫날밤에 신부에게 주는 선물로 망치를 돌려주겠다는 오거족의 왕 스림. 토르는 망치를 되돌려받고 싶다는 급한 마음에 프레이야에게 오거랑 결혼하라고 설득하지만 앙칼진 그녀의 항의만 듣고 돌아온다.

 

“ 나가! ” 프레이야가 소리쳤다. “ 날 대체 어떤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 하지만, 내 망치가..... ” 토르가 매달렸다.

“ 닥쳐, 토르. ” 로키가 말했다. 토르는 입을 다물었다. 둘은 그 자리를 떠났다.

“ 화내니까 정말 예쁘네. 그 오거가 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하는지 알겠어.” 


 ( 이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뇌순남 토르 )


“ 닥치라고,토르.” 로키가 다시 한번 말했다.

결국 토르가 여장을 한 채 결혼식을 하기 위해 오거가 머물고 있는 장소로 찾아간다. 결혼식에서 나온 음식을 실컷 먹고 난 토르는 망치를 돌려받은 직후 망치를 이용하여 거인들을 전멸시킨다. 유머가 넘치는 대목이긴 하지만 자비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냉혈한 모습도 보이는 신들이다.

 

저자 닐 게이먼이 그래픽 노블로 유명한 분이라서 그런지 책 속 이야기가 생생하게 이미지로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이 분은 그래픽 노블로도 유명하지만 1990년 [ 멋진 징조들 ] 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최초의 장편소설 [ 신들의 전쟁 ] 은 여러 SF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역시 책이 쉽게 읽혀지는 이유가 있었다. 어려운 용어가 전혀 나오지 않고 학술적 이론 등에 치우치지 않은 책. 대중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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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프로젝트 라임 청소년 문학 37
질라 베델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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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개인 컴퓨터 (쿼티), 용도별 드론,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까지, 인간들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서 윤택한 삶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물 부족을 극심하게 겪는 미래 사회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인간들에게 있어서 물은 절대적 필수품이고, 물 부족으로 인해서 국가간에 분쟁이 일어나기 일쑤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물을 사서 마신다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는 석유 자원이 세계적 관심의 중심이고 분쟁의 씨앗 역할을 하지만, 미래사회에서는 물이 석유를 대신하지 않을까?

 

아직은 우리 삶에서 동떨어져있는 것 같은 물 부족 현상의 부작용은, 그러나, 이 책 속에서는 여러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물이 문제이다. 요즘은 어딜 가도 물이 없다. 그래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떤 나라는 물이 있다. 다른 나라는 물이 없다. 어떤 나라는 물을 가져야 한다. 다른 나라는 포기할 수 없다. 어떤 나라는 나눠 쓰자고 한다. 다른 나라는 다 가지겠다고 한다.”(p58)

 

법적으로 허용하는 최대치, 즉 일주일에 4분간의 샤워.”(p81)

 

이 책의 배경인, 물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물 사용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강력한 조직인 수자원위원회가 있어서 사람들을 관리 감시한다.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정해져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필요한 사람은 많을 때 늘 그러하듯이 불법적으로 자원을 내다파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바로 오염된 물을 파는 암시장 장사꾼들이다.

 

이 글의 주인공은 열세살 소년인 단색형 색각 장애를 가진 오든 데어와 그의 단짝인 비비 룩미니, 그리고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 파라곤이다. 오든 데어의 외삼촌 조나 블룸 박사는 천재 물리학자이가 수학자이며,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인데,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책은 조나 블룸 박사의 석연찮은 죽음이 시초가 되어 주인공들이 닥치게 되는 사건들을 보여주고 있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나하나 엉켜있는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오든 데어는 레인보우 머신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게 해줄 장치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뿔싸! 그것은 비를 내리게 하는 기능을 가진 기계였던 것.....

 

책을 읽다보니 인공 강우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올해 1월에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 인공비를 만들려고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고 한다. 인공 강우는 비행기나 로켓을 이용하여 구름 속에 " 씨뿌리기 " 를 하여 인공적으로 비나 눈이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가뭄을 해결하고 원하는 시간에 하늘을 맑게 하는 이로움이 있지만 아직 문제점이 많다. 국민이 하루에 1컵의 물로 연명해야 하는 미래사회에서 이 인공강우를 시도해봤다면?

 

이 책은 현재, 세상의 몇몇 지역에서 겪는, 미래에는 우리 모두가 겪을 지도 모를, 물 부족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있다.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개발이 미래 세대에게도 현재 세대만큼 이거나, 아니면 더 나은 필요 충족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소설이 물 뿐만 아니라 부족한 자원에 대해 우리들의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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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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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편견을 버리는 순간, 고전 속 여주인공들은 파멸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직진하는 생의 주인으로 우뚝 선다

 

고전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고전은 역사와 지역을 뛰어넘어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을 영어로 표현하면 classics 입니다. 그만큼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이라는 뜻이죠. 고전 속 주인공들의 사랑, 방황, 고난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거기에 우리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그들의 삶에 내가 있고 내 삶에 그들이 있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유즈키 아사코는 고전 속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열거하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느낌을 짤막하게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유즈키 아사코가 소개하는 많은 여성들은 여성들에게 다소 억압적이었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삶을 영위해 나갑니다. 이 책이 과연 수십년 혹은 수백년 전 책이 맞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 각 나라별 고전문학을 소개하고 있는데, 프랑스 고전문학과 일본 고전문학을 거쳐 갈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영미문학에 대한 정리를 맞닥뜨렸을 때 몰려들던 반가움과 감동!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눈물이 퐁퐁 솟아올랐어요. 어릴 적 헤어졌던 친구들을 만난 기분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 이유는 어릴 적 내가 제일 좋아했던 문학들이 대부분 영미문학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맞벌이와 언니들의 늦은 귀가로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던 나. 어머니가 큰 맘 먹고 사 주신 세계문학전집 50권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었죠. [ 제인 에어 ] 속의 제인 에어, [ 작은 아씨들 ] 속의 조,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속의 스칼렛,, 그녀의 삶 속에 푹 빠져서 몇 번이고 넘겨보다가 드디어 너덜너덜 해져버린 책들....

 

우선 [ 제인 에어 ], 내가 기억하는 작품 속 그녀는 자존심 강하고 꼿꼿해서 융통성 없어 보이지만 사랑에 열정적인 아가씨였죠. [ 작은 아씨들 ] , 똑똑하고 씩씩한 조는, 여자 형제들을 보호하는 아들 같은 역할을 하죠. 저는 특히 책을 많이 읽고 지적인 조에게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속 스칼렛은 못 말리는 캐릭터이지만 여우같은 매력이 있지요.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그녀들에 대해서 각각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제인은 맨손으로 행복을 차지한다. 이상하게도 당찬 여자라든가, ‘야심 있는 여자라는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지적받듯, 그녀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열정을 지녔을 뿐이다 ” ( 170)

 

남자가 되고 싶다 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조는 작가가 꿈이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글로 돈을 벌어서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겠다 는 것이 진짜 목표다. 아버지를 위해 자랑거리였던 머리칼을 팔아버린 뒤 한밤중에 후회하여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가슴이 미어졌다 “ ( 212)

 

어머니와 유모의 가르침에 따라 스칼렛은 이성 앞에서는 철저하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런 그녀의 다혈질 본성을 알아채고 사사건건 놀리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지지하는 남자가 바로 레트 버틀러다. 스칼렛은 그의 진심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 ( 209)

 

물론 이외에도 주옥같은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진정 고전을 즐기고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를 잘 파악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친한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도란 도란 고전과 고전 속에 나오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것 같은 읽기였습니다. 고전은 읽기 어렵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와장창 깨준 고마운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전에 입문하려는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입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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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권하는 사회 -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모니크 드 케르마덱 지음, 김진주 옮김 / 생각의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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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solitude)’은 ‘텅 빈 곳’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solitudo’에서 유래되었다. 고독의 감정은 개인의 이중관계(dual relation), 즉 자기 자신과의 관계와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흔히 고독이라는 감정은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듣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깊은 침묵이 시작되는 순간에 생겨난다.

 

말은 종종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말의 부재나 과잉의 순간, 또는 무응답의 순간, 고독이 생겨난다. 책에서 계속해서 점차 외로워지는 사회,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시대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사회는 1인가구 수가 증가하고 있고, 우리는 말보다는 글, 전화보다는 문자나 SNS 채팅수단을 이용하는데 익숙하다.

 

더구나 혼족, 혼밥, 혼자놀기 등, 이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자이기를 권하는 사회처럼 점점 변화하는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 가운데 외롭고 우울한 사람이 더 늘어만 가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사회는 개인이 고독을 자각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오늘날 고독은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에서가 아닌,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러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절망에서 비롯된다.

 

이제 친구들에게 얼마만큼 인정받느냐는 것이 곧 사회가 제시하는 성공의 척도가 되었다. SNS,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하여 ‘친구들’처럼 자기 자신에 만족하며 ‘쿨’한 사람이 되고자 하며, 그들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하는 모방욕망에 점점 사로잡힌 채 가상공간에서 위너(winner:승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우리의 노력은 스스로를 더욱 외롭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불안전하다고 느끼는 개인은 자신의 이미지가 타인에게 왜곡되고 나쁘게 받아들여지게 된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이로 인하여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즉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충분한 안전감을 주는 견고하고 유연한 기반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

 

정신분석가 도날드 위니콧은 이를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p211)

 

이러한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제안한다. 그 첫걸음은 자신과의 거리두기라고 한다. 자기애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어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법으로 청하기, 상대를 평등하게 대하기, 책임 인정하기, 비난 멈추기, 거짓자기 끊어내기, 대화를 시작하기를 제시하였다. 우리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던 일상의 나쁜 습관들을 교정할 것을 저자는 권하고 있다.

 

고독에 대한 다소 학술적인 그리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이 책을 읽기에 다소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현대인들의 뒤틀린 자화상, 즉, 물질적 풍요는 가졌지만, 외로움, 우울함, 소리 없는 질병인 고독으로 고통 받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현행 사회학적 연구에서 1순위로 다루어지는 주제가 고독이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 현대인이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혼자를 권하는 사회 속에서 타인들과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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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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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마치 신의 축복을 건너뛴 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이죠. [ 신의 아이 ] 의 주인공인 마치다 히로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입니다. 주인공의 불행한 경험들을 읽으면서, 제목이 참 아이러니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의 아이라니.. 그러나 작가가 제목을 그렇게 단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마치다는 태어날 때부터 호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출생을 부정하고 싶었던 어머니는 아예 호적을 만들어 주지 않았죠. 그리고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정규 교육을 받게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마치다는 마치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처럼 동네를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마치다는 가출을 하게 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의 축복을 건너뛴 듯한 미노루를 만납니다. 미노루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구박을 받는 미노루는 지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러나 엉성하지만 정성들여 만든 주먹밥을 마치다에게 건네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찌어찌하다 범죄조직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정규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아이큐가 160이 넘는 높은 지능의 마치다는 뛰어난 범죄 설계를 함으로써, 조직의 리더인 무로이의 총애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무로이의 과욕이 화를 부릅니다. 그는 마치다에게 함께 다니는 미노루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그걸 다테라는 중간 간부가 전달하는 와중에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이 벌어지고, 다테가 그만 목숨을 잃게 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소년원으로 들어가는 마치다... 왜 이리 안타까운 걸까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마치다가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마치다는, 포토그래픽 메모리, 즉 글을 읽으면서 시각적으로 그것을 바로바로 암기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하루에 5권의 책을 읽어내려가는 마치다. 소년원에서 탈주하는 등 말썽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를 평소에 잘 눈여겨본 교도관 덕분에 빨리 소년원을 나와서 자리를 잡고 대학까지 다니게 됩니다.

 

마치다를 보면서 갑자기 [ 굿 윌 헌팅 ]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 굿 윌 헌팅 ] 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인 인물입니다. 부모를 일찍이 잃고 입양가족을 전전하다가 학대를 당하여 세상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윌. 그러나 윌이 매우 높은 지능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자신이 청소부로 일하던 대학의 교수의 눈에 띄어서 갱생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다행히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되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윌. 사랑을 하지 못하고 사랑을 믿지 못하던 윌이 변합니다. 영화의 끝 장면에서 그는 연인을 찾아서 자동차를 몰고 가지요.

 

마치다도 사랑이란 걸 모르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을 보면.... 사랑을 알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노루 대신에 죄를 뒤집어쓰고, 사고로 팔을 잃은 소년원 동기인 이소가이를 위해서 주구장창 인공팔을 만들어주고, ( 이소가이의 무례함을 꾹꾹 참으면서 말이죠 )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장의 딸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등...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자란, 냉정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따뜻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다는 바로 될성부른 나무였던 것입니다!! 다만 그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 너무나 황무지 같았던 것이죠. 신은 그에게 가혹한 운명을 일찍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라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일까요? 마치다는 매우 어린 나이인 십대에 이미 범죄 조직에 가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호시탐탐 그를 노리는 범죄조직의 리더가 있는 상황입니다. 마치다가 머물고 있었던 범죄조직의 수장인 무로이는, 마치다의 지능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자기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짜냅니다.

 

 

그런데 이 무로이라는 자, 범죄조직의 수장, 이 사람의 세계관이 요상합니다. 범죄와 범죄자들을 미화하는 듯한,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무로이. 우리 츤데레 마치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심장이 쫄깃..

" 범죄는 섭리다 " 

" 범죄는 신이 원한 것이지 " 

" 인간이 태어나 다른 동식물을 먹으며 살고 언젠가 죽는 것. 

 그것은 전부 신의 섭리다. "

 

 

무로이는 이런 귀가 솔깃해지는 논리로 우리 마치다를 애초에 범죄조직으로 꼬여낸 것이죠. 참으로 사악한, 뱀의 혓바닥을 가진 자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신의 아이 ] 는 범죄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휴먼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결핍된 인간이, 역경을 딛고 살아가면서 내부의 결핍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는, 성공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장남, 다메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마치다와 큰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2권으로 넘어가야만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 천재적 두뇌를 가진 불운한 소년과 그에게 집착하는 불온한 존재의 예측할 수 없는 위태로운 날들 "

 

이 소설이 대단하다! 잡으면 손에서 놓지 못 한다. ( 1번 정도는 ... ) ! 주인공과 주변인물의 변화무쌍한 사건과 사연과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오늘 당장 서점으로... 혹은 도서관으로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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