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파괴자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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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 사람에게 휘둘릴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들어낸 마음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잘못 기억한 걸 수도 있지." 혹은 "내가 진짜 문제인 걸까?" 만약에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단순한 고민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책 [친밀한 파괴자]는 나를 향한 파트너의 조용한 공격, 즉, 가스라이팅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 로빈 스턴은 가스라이팅, 조작, 감정 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서 이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존감과 힘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가해자의 심리 구조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왜 그 관계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지도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는 늘 가까운 관계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하곤 한다. 예를 들자면, 상사의 불합리한 비판에 자꾸만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감정과 판단을 왜곡하거나 비틀면 나 자신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향해서 "너 때문에 내가 화가 난다"라고 말하는 경우에도 가스라이팅은 조용하게,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파고든다. 그러나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친밀한 관계에서 우리는 가해자-피해자 간의 반복적인 가스라이팅 패턴을 벗어나기 힘든데, 책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가해자에게 장단을 맞추는 일'이라고 부르고 있다.

'가해자에게 장단을 맞추는 일'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해석을 "진실"로 밀어붙이고 피해자는 그 인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의 감각은 사라지고 오직 "그의 시선"만이 기준이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가스라이팅 과정을 "가스라이팅의 세 단계"로 나누어서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좀 더 명확하게 "가해자"를 알아볼 수 있도록 "가해자의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가 다양한 관계별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면서 연인과의 친밀한 관계에서부터 직장, 우정, 가족 안에서 가스라이팅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친밀한 파괴자]는 단순하게 가스라이팅이란 게 무엇인지, 가스라이팅에 어떻게 당하게 되는지 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인 스턴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날 수 있는 8단계 구조를 이용하여 관계를 끊어내는 법, 감정을 회복하는 법 그리고 자기 신뢰를 회복하는 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실제 피해자들의 심리 변화와 가해자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태세 전환 그리고 피해자가 스스로를 되찾는 과정이 아주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실제로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도 들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친밀한 남녀관계뿐 아니라 친구, 상사와 부하직원, 그리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가, 정말 나 때문일까?" 관계에 대해서 확신하지 않는 당신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감정의 신호를 처음으로 진심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자꾸만 자존심이 낮아지는 사람,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늘 나만의 문제로 끝나는 사람, 그리고 감정 조작과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친밀한 파괴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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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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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끔찍하고 불행한 미래를 다룬 소설 [리사이클러]

그러나 이미 겪은 듯한 강한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어설프게 인간을 닮은 로봇에게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와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조리가 극에 달한 세상, 동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계급화는 굉장히 노골적인 세상이 도래했다.

선택받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사이의 삶의 수준은 하늘과 땅 카스트 제도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듯한 소설 [리사이클러]

주인공 동운은 일종의 재난을 수습하는 회사인

에르트라는 곳에서 비상대응특수팀 소속 헬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병원 검진 이후 자신이 췌장암 말기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동운, 앞으로 몇 개월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동운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세상은

이미 전 세계를 덮친 종말에서 겨우 살아남은 도시 서울.

"전국기업인연합" 즉 줄여서 전기련은 도시국가인 '뉴소울시티'을

세워서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눠서 철저한 계급 통치를

실시하게 되고, 영생이 보장된 1구역과 부속품이나 다름없는 2구역, 이 두 구역이 평등해질 일은 절대로 없다.

거친 일을 담당하는 동운에게 있어서

죽음이나 질병 등으로 더 이상 사회에 기여할 수 없는

인간의 육체로 만든 일종의 로봇? 혹은 안드로이드? 인

"리사이클러"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새로 구입하게 된 리사이클러는

마치 게임에서 버그가 발생하거나 영상에서 글리츠가 발생하듯

동운에게 이상한 소리를 자꾸 내뱉는데, 경악할 사실은

그 소리가 바로 동운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 로봇이나 다름없는 리사이클러와 동운의 과거 사이 접점은 무엇일까?

일단 소설 [리사이클러]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탄탄하게 깔려있고 서사의 흐름이

상당히 치밀하고 정교하게 펼쳐진다. SF 장르이지만

동운이 감추려는 과거와 현재 그가 맞닥뜨린 난처한 상황이

마치 스릴러와 호러물의 한 장면과 같기에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이게 완전 꿀잼이다.

"인간의 물적화" 혹은 "인간의 기계 부품화"라고 해야 하나?

영혼과 지성의 결합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이

이 소설에서는 한순간에 고깃덩어리 혹은 하드웨어 정도로

전락한다. 전쟁이나 식민지 치하에서나 느낄 법한

존엄성의 말살이 느껴지는 "완벽한 디스토피아물"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SF 소설은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인간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과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철학적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소설 [리사이클러]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끔

만드는 소설이자 동시에 완전 "롤러코스터"같은 소설

한마디로 읽는 내내 긴장과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이기원 작가의 디스토피아 트릴로지의 대단원에 해당하는 소설인데 읽고나니까 1,2편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디스토피아물에 열광하는 모든 독자에게 추천하는 소설 [리사이클러]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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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주머니
이정화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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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가 있는 단편소설집 [뒤집힌 주머니]

읽다 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그동안

내가 해왔던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완전히 “권선징악”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릴 적 읽었던 우화나 동화를 다시 만난 느낌

그것도 다소 잔혹한 내용에 기묘함과 기괴함을

한 2스푼 더 첨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20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다양한 장르 – SF, 오컬트, 판타지 등 –로 표현되었고

내용에 있어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다.

말하자면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지면서

독자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저자의 기발한 상상이 빚어낸 세상을 탐험하게 된다.

그러나 기발하기만 하다면 무슨 재미일까?

각 이야기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인간이 마음속 깊은 속에 숨겨놓은 어두운

마음 – 탐욕, 배신, 거짓, 위선 – 등을 고발하는 저자

함부로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듯한

[빙의 능력자] 와 살고 있는 육지와 바다를 폐허로 만드는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는 듯한 [용왕의 제안]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생명이 열리는 나무]

그리고 진짜 불행한 사람은 실제로 불행을

겪는 사람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전국 불운 자랑]까지....

단편소설집 [뒤집힌 주머니]는 정상과 비정상의 자리를 뒤집는다.

그러는 순간 정상적인 현실, 낯익은 공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버선을 뒤집고, 물이 든 컵을

쏟아버리고, 거울 속 세상을 불러오듯, 정상적인 세상이 비정상을

만나는 순간 독자들은 잠자고 있던 양심과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세계를 굉장히 낯설게 만드는 소설

[뒤집힌 주머니] 이 설정 안에서 인간의 본성, 사회의 부조리, 불완전한 제도

등등이 고발된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기묘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스로의 내면이 발가벗겨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매우 독특하고 기발한 이야기들이 모인 단편소설집 [뒤집힌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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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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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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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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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책들에 대한 비평 모음집 [절대진공 & 상상된 위대함] 

처음엔 "과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라고 의심했지만

결국 나는 저자 스타니스와프 렘의 "진심"을 찾아내고 말았다.

가벼운 듯, 매우 진지하고 정교하게 써 내려간 비평들.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책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고 믿게 된다.


"절대 진공" 속에 속하는 비평들은, 일종의 문학적 실험이다.

말하자면 "없는" 존재에 대한 글을 쓰다가 결국 "언어"를 뛰어넘은

작품이 탄생했음을 보여주는 비평 [ 솔랑주 마리오트 - 아무것도 아닌, 혹은 원인에 따른 결과]처럼.


저자는 어떻게 보면 조롱이나 유희적인 감성을 담은,

다소 장난스럽다 싶은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각 작품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당시 문화적인 분위기나

문학 세계에 대한 매우 비판적이고도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유어 셀프 어 북]을 통해서는 당시 문학계에 팽배했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듯했다. 마치 "대중과 단절된 문학의 가치"를 묻는 듯. [사이먼 메릴 - 섹스플로젼]이나 [요아힘 페르젠겔트 - 페리칼립스]를 통해서는 자극적인 소비문화가 끝도 없이 확장되어 결국 "성"이나 "문학"조차도 소비할 대상으로 여긴 당시 문화를 비판했던 듯. ( 난해한 내용 때문에 일단 추측)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상상한 세계속에서 창조한 인물과도 갈등을 빚는, "타자"와의 충돌이 필연적인 인간을 희화화한 [로빈슨 연대기]나 현실 도피의 형태로 역할 놀이에 심취했다가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인간들을 보여주는 작품 [루이 16세 중장]도 나는 재미있었다.


"상상된 위대함" 에서 렘은 "언어와 의식" "기술과 인간" 등의 주제를 다룬다. [후안 람벨레 외 - 비트 문학의 역사] 를 통해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생성형 AI에 대해 예견하고 있는 듯한 저자. 그의 통찰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렘의 시선은 굉장히 날카롭지만 동시에 유머와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관념적인 서술과 실험적 형식 때문에 독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주제를 저자가 다양한 형태의 비평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인데 워낙 낯설고 실험적인 글이라서 독자들은 그가 쌓아 올린 거대한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는 느낌을 쉽게 가지게 된다.


어쨌든 스타니스와프 렘 작가는 "문학" 과 "창작 활동"을 너무나 사랑하는 작가였던 것 같다. 문학에 대한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어떠한 형태까지도 문학으로 수렴할 수 있는지, 심지어는 언어라는 형식조차 파괴한 문학도 문학의 범주에 들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한 듯한 천재적인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놀라운 비평집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뭔가 독특하면서도 기존의 낡은 관념을 부수어버리는

그런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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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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