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 한 명은 이승엽 선수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만 해도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 했다. 내가 야구를 몰랐을 땐 뭘 그렇게까지. 했었다. 지금은 당연히 그 생각에 적극 동참. 좋아하는 걸 넘어 무척 존경하는 분 이승엽 선수.

주책스럽게도, 첫 페이지부터 눈물 줄줄 흘리면서 읽게 된다. 슬픈 얘기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슬쩍 편승해서 인생을 쉽게 살아왔나 싶어서 부끄럽다.

지금은 엘지 감독님이신 류중일 감독님. 일본에서 이승엽선수 데려오려고 할 때 잔인한데다가 뭣도 모르는 인간들이, 올 필요 없다는 둥 뛸 포지션이 없다는 둥 헛소리 했을 때 이승엽 선수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꼭 삼성에 데려와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을 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류중일 감독님 사랑합니다ㅠㅠ

책에도 류감독님 외 참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표현되어있다. 본인의 노력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더 감사하는 겸손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 은퇴식 때 몹시 울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사랑하는 야구를 어떻게 떠나셨나, 후배에게 길을 열어준다니 말은 쉽지만 어떻게 실행하셨나 싶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야구경기에 깜짝 해설위원으로 등장하셔서 책읽으며 보다가 놀랐다. 이제는 이승엽 야구장학재단 일로 제 2의 야구인생을 여실텐데 잘 되길 두 손 모아 빈다. 양준혁 야구재단에 매달 후원하고 있는데, 이승엽 재단도 정기기부회원을 모집해주었으면.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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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보아야 할, 들어야 할 등의 리스트도 유행했었다. 지인들이 너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건 없다.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지 라는 식의 사고도 이해가 안 되었기에 심지어 죽기전에 꼭 해야 할 일 같은 것이 있을 리가. 그런 나를 사람들은 뭔가 의욕이 없다. 열심히 살지 않는다 라고 평가하는 듯 했다. 그, 그렇긴 하다. -_-

버킷 리스트는 결핍, 채우지 못한 욕망이나 포부, 충분한 삶을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담고 있다. 버킷 리스트의 의미는 많이 경험한 인생이 좋다는 데 있지만 그와 반대일 수 있다. 나는 버킷 리스트가 없다. 나를 위로하는 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기억이지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 갈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든 내가 하지 못한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생각은 내가 이승의 강을 건널 때 갈망과 미련의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배의 바닥짐이 될 것이다. (p57)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내 생각을 글로 읽었다. 호주의 작가 코리 테일러는 2005년 처음 흑색종 4기 진단을 받은 후 수차례의 수술을 받고 암의 전이를 견뎌냈지만 2014년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중국의 사이트에서 안락사약을 구해놓고 위안을 받는 그녀. 책이 출판된 후 2016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명복을 빕니다. 유서를 써놓은 건 십년 쯤 되었고 가끔 고치기도 하고 다시 쓰기도 한다. 책을 읽은 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나도 갖고 싶다. 안락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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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4-2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 보고 제 버킷리스트는 뭘까 문득 생각해봤는데 그런게 없어서 약간 당혹스럽기도 한 채로 글을 읽으러 들어왔어요. 그러고보니 왜 지금껏 생각을 안해본거지? 싶기도 하고.
암튼 작가 멋있네요. 여러모로 공감하고 갑니다.

+
북유럽에서는 죽을 권리도 인정하는 추세인 것 같더라구요. 안락사를 넘어서 자살까지도요.

moonnight 2018-04-21 10:20   좋아요 0 | URL
어맛 자살까지도요?@_@;;;
최소한 소극적인 안락사는 합법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역시 버킷리스트 같은 건 없어서^^; 작가에게 더 공감하게 되네요.

blanca 2018-04-2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너무 무서워요. 죽는다는 것. 그리고 가족의 죽음을 본다는 것. 그런데 제가 언젠가 하늘의 별자리를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 본 적이 있는데 갑자기 죽음이 떠올라 놀랐어요. 몇백광년 전의 별을 보고 있는 내가 살고 죽는 게 별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긴 했는데..어려운 것 같아요.

moonnight 2018-04-21 10:24   좋아요 0 | URL
제가 애정하는 이의 죽음을 겪게 되는 건 두렵고 생각하기도 싫은데ㅠㅠ 제 자신의 경우엔 별 느낌이 없어요. 단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blanca님이 경험하신 그 순간의 느낌. 놀랍고 귀한 경험이에요. 부럽네요^^
 

독서는 인류가 피할 수 없는 것을 지연시키는 방법이다. 독서는 우리가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방식이다. 이 장대하고 가능할 성싶지 않은 독서 계획이 우리 앞에 줄지어 있는 한, 우리는 숨을 거둘 수 없다. (p 381)

뭔가 용기를 갖게 하는, 까칠한 책벌레 아저씨의 호통. 덕분에 오늘도 나는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읽는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읽고 또 읽을 것이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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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4-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와아, 멋져요.
저도 이 책 590원으로 구입해서 ㅎㅎㅎㅎㅎㅎ 몇 쪽 읽고 듣고 했어요.
기대보다 재미있더라구요~~ 저도 같이 불끈이요!!

moonnight 2018-04-12 20:0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읭? 590원으로 어떻게 구입을@_@; ebook도 비싸던뎅@_@;;; 저는 소개되어있는 작가나 책이 첨 듣는 리스트ㅜㅜ인 게 많았고 신랄한 유머도 긴가민가 싶던데 내공깊으신 단발머리님은 저보다 훨씬 더 즐기실 듯 싶어요^^ 재미있어욧!>.<

단발머리 2018-04-12 23:34   좋아요 0 | URL
Ebook 10년 대여에 50% 쿠폰 쓰니 2,590원이었구여.
몰별적립금 모아둔것 1,000원, 크레마사용자에게 매주 나오는 적립금 1,000원 사용해서용^^
지금 보니까 10년 대여 행사는 끝났네요 ㅠㅠ 주말에만 했니봐요...

moonnight 2018-04-12 22:53   좋아요 0 | URL
그런 훌륭한 이벤트가 있었군요ㅠㅠ; 크레마도 갖고 있고 이북도 잔뜩 받아놨지만 사실 전 이북과는 친해질 수 없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 바뀔런지-_-;;; 저자도 전자책을 극혐^^;해서 뭔가 더 공감했던 것 같아요.ㅎㅎ;;

유부만두 2018-04-1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보고 아줌마인줄 알았어요;;;

moonnight 2018-04-12 20:0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그러고보니 아줌마같기도 하네요ㅎㅎ^^;

세실 2018-04-1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끈!
핸드폰 보다 책을 더 많이 보겠어요.
핸드폰 치우고 책을 보겠어요!

moonnight 2018-04-12 20:42   좋아요 0 | URL
저도요 세실님^^ 우리 함께 오늘도 내일도 즐겁게 읽어요^^

라로 2018-04-13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끈 2 이지만, 늘 흐지부지. ㅎㅎㅎㅎ
그래도 달밤님을 향한 응원은 언제나 불끈!!!^^

moonnight 2018-04-13 08:39   좋아요 0 | URL
라로님^^ 응원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잠깐 불타올랐다가 결국 맥주나 실컷 마시고 자버렸네요ㅎㅎㅜㅜ;
 

이랄까-_- 여름 오후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겨우 깨어나는 두려운 꿈. 자칫 깨어나지 못하고 무한반복의 고통을 겪을 것만 같은 악몽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 읽고 늙었다-_-;;; 그러나 좋다ㅠㅠ;;

그나저나, 책의 분위기와 꼭 맞는 표지에 감탄하며 이 표지를 결단한 문학동네의 용기에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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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4-0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문님 독서 주제는 공포....인가요?

moonnight 2018-04-08 17:10   좋아요 1 | URL
앗 그러고보니^^; 배수아 작가 좋아욧^^

레삭매냐 2018-04-0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의 지난달 책이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가 그만 포기해 버렸네요...

내러티브를 쫓아가지 못하겠더라구요.

moonnight 2018-04-12 22:41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저는 뻔뻔하니깐-_- 정확히 이해 못 해도 좋다고 떠든답니당(자랑이냣!-_-;;;)

한수철 2018-04-1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막상
소설(들)은 별로였다는 생각

임니ㄷ... -.-;

아, 뭐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여....

moonnight 2018-04-12 22:42   좋아요 0 | URL
앗 그랬군요ㅠㅠ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알라디너 한 분도 배수아작가는 다시 안 읽겠다고 그러시던뎅ㅜㅜ

한수철 2018-04-12 22:56   좋아요 0 | URL
음...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많은 밤이기도 하고요^^-부기하자면

이, 배수아의 소설집 자체에 대해 ‘별로‘라는 판정을 내린 건, 다시 보니, 이렇게 끝낼 건 아닌 것 같고

배수아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뭔가... 음... 완고한 면이 스러졌구나 하는 감상이 있었고

그런 점은 가령 배수아와 동시대를 함께 활동해 온 정영문에게서도 볼 수 있었던 요소로서

이들이 혹시 독자들이 알아서 다가오길 바라는 정서를 저버리고(그러니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독자 쪽으로 자기들이 먼저 다가가 볼까 하는, 즉 ‘늙은이‘의 욕망이, 이거 비하 아닙니다, 암암리에 비롯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의 소설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읽히게 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는 밤인데...

어휴 써 놓고 보니 괜히 시작한 댓글이네염.-.-

아무튼 소설 자체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슴니다. ;)

moonnight 2018-04-12 22:57   좋아요 0 | URL
오오@_@;;;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_@;;;(아무 생각없이 읽기만 하는 저는 뱅글뱅글@_@;;;)
겸손해지는 밤입니다. 한수철님^^
 

초등2학년 6학년이 되었다. 둘째아이는 여전히 아기^^지만, 첫째아이는 과묵한 청소년으로 쑥쑥 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모 좋아요. 하며 뽀뽀해주기도 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남자아이들이라 성에 관해 어떻게 얘기해야하나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에 읽게 되었는데, 결국은 자기결정권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문제임을 느낀다. 비단 성에 한정시킬 필요없는 삶의 태도이기도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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