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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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켜놓은 라디오에서 뉴스특보가 알려지고 있었다.
폴란드 사회주의 공화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어 초중고교와 대학교가 폐쇄되고 국경이 봉쇄되었으며, 야간통행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 주인공은 자신의 조국에서 도망쳐 미국에 은신하며 라디오 방송을 듣고 사랑했던 어떤 사람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써내려가는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인사만 주고받던 베니에크와 친해진건 첫영성체 수업에서였다.
아홉살의 나이에도 남성성이 보여지는 소년, 같은 성별임에도 주인공 루드비크(애칭 루지오)는 베니에크에게 끌리는 모습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전에 베니에크는 어느 날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져버리게 된다.
열병같은 날이었다고 치부하고 여자친구들과 어울리며 청년시절을 보내다가 대학졸업을 위해 꼭 거쳐야하는 농촌활동에서 뜻밖에 (베니에크) 이제 야누시라고 불리는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은 불온서적과 수영이라는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는것에 이끌려 친해지게되었고 농촌활동이 끝나고도 호수지방 여행을 떠나기로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순수한 청춘소설에 동성애적 코드를 담은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두 단어로 정의내리기에는 두 사람을 함께 담은 호숫가의 풍경이 아름다웠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뜨거웠다.
주인공은 매일 밤마다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유대인의 역사에 대해 배우며 학교에서 배운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며 세상의 부조리와 불공평함에 눈을 뜨게 되었고, 자신과 함께 불온서적을 함께 읽어간 야누시도 자신과 같은 세상을 꿈꾸길 바라지만 야누시는 뼈속까지 공산주의체제에 찬성하는 인물이었기에 두사람의 마찰은 계속되어갔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와 공상주의자의 두 주인공의 사랑은 같이 책을 나누어 읽던 그시절에 멈춰있지 않았고,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으로 두사람의 운명은 엇갈리게 되는 이야기였다.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시대에서 가장 순수하게 사랑에 대해 표현하는 문구들이 작가의 특유 감성을 잘 그려내고 있었고,
성별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만큼 상대에 빠지는 순간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들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서 표현해내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깊어가는 마음만큼 시대의 혼란스러움도 같이 담겨져있어서, 주인공의 심리를 함께 겪어가며 숨가쁘게 읽어나갔던것 같다. 제 2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생각날만큼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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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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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시가지 재개발이 확정되었으나 사업이 멈춰버린 죽은 도시에 위치한 철마재활병원에서 4번째 자살사건이 일어난다. 유서까지 작성되어있는 완벽한 자살, 하지만 경찰인 수연에게는 의심스러운 몇가지가 눈에 밟힌다. 모두 공통되진 않았지만 2명의 시체에서 피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것, 타박상의 흔적정도만 보이는 출혈량이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검은색 가죽코트를 입은채로 콘크리트에 얼굴을 박고 있는 완다라는 여자를 만나게되고, 사건의 정황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이 사건은 뱀파이어의 소행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던 안믿던 뱀파이어의 흔적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여자는 사라졌다.

사건만큼 의문스러운 완다는 어릴적 뱀파이어를 만난적이 있었다.
다시 입양된 집에 느리게 적응해가던 어린 소녀였을적 낡은 영화관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단짝처럼 가까워졌고 추억을 쌓아가던 중 어떤 사건에 의해 뱀파이어 헌터가 되어버렸다.

총으로 헤치울수 없는 불멸의 뱀파이어, 피를 마셔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사람들이 환장해하는 오래된 와인처럼, 외로움에 사뭇친 사람의 피는 뱀파이어에게 그 어떤 맛보다 천상의 맛을 선사해준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재활병원에서 세월을 보내는 외로운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며 죽지 못해 살아가는 간호사 난주의 이야기까지 뱀파이어는 운명의 구세주였을지, 환상의 피를 갈구하는 죽음의 사신일지 내용이 계속되고 있었다.

형사인 수연도 죽기를 각오해본 인물이었고, 난주 역시 부모에게 차별대우를 받아 자라오며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이었다. 요양병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세월만 보내는 인물들로 외로움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잘 선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외로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선사해주는 뱀파이어라는 캐릭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웠다.
인간과 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홀리는것도 가능하고, 괴물같은 힘을 지닌 그들이 살아가기위해 살인을 저지르는모습들은 인간처럼 처절했고, 그런 존재와 완다와의 우정은 아름답게 그려져서 살인자인 뱀파이어가 한편으로는 안타깝게도 느껴졌던것 같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죽음을 선사해주는 그들의 행위를 나쁘게만 봐야할지, 구원자로봐야할지
어느 캐릭터에 시선을 맞추냐에따라 달리 생각하게 했던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름 밤 더위에 오싹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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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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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져있던 소설집

침묵의 벽이라는 소설에서는 한동안 연락하지 않던 연인 은규에게 걸려온 마지막 전화를 받은 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저녁 9시쯤 37일 동안 연락하지 않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1분간의 침묵 끝에 전화는 끊겨졌고, 다음 날 은규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은규와 동승했던 연극 연출가였던 그녀는 사망을했는데, 부검결과가 은규를 살인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주인공이 일할때 마다 불필요한 노이즈가 생겼고, 트라우마가 있는 은규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하고 있었다. 억눌린 소리에 대하여 그날 침묵했던 전화통화와 은규에대해 침묵하고 있는 주인공의 상황을 계속 떠오르게 했다. 가장 시끄러운건 주인공이 작업할때 들리는 노이즈였으나, 노이즈는 제거할 수 있는 방어막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노이즈를 제거하고 주인공은 조금 더 자신에 대해 은규에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과 베스트 컷에서는 정규직 계약을 눈앞에둔 기간제 계약직 교사와 6개월 계약직 근무 후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앞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자신의 반 아이와 선생님의 트러블에서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에 서있는 담임선생님인 주인공과 평가기간중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과 동료직원사이의 어떤 사건으로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한 이야기가 공통되고 있었는데, 겉모습은 평온하지만 상황이 진행됨에따라 계속되는 주인공의 불편한 불안감들이 계속되었으며, 인간은 자신이 유리한쪽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공평함은 자신이 그 사건에 얼마큼 관여하느냐에따라 달랐다. 그것의 정도에따라 화가되어 타인에게 내뿜어지기도하고 방어기제처럼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 작품마다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숨겨진 내면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한 소설이었기에 조금 불편하기도했고, 속이시원하기도 했다.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듯 내보여준 여러 감정들을 같이 나눈 시간이 기억에 남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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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연쌤의 파란펜 - 세계적 문호들의 문장론 & 이낙연의 글쓰기
박상주 지음 / 예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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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을 기자로 살았고, 몇 권의 책을 펴냈으며, 여러 학기동안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강연을한 작가님은 글쓰기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이낙연 국무총리 소통메세지비서관을 지내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경험들을 잊지 못하고 그의 글쓰기 강론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집필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책에서는 낙연쌤이라고 불리는) 낙연쌤은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청국장은 아무렇지 않게 먹어도 군더더기가 있는 글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는 말을 후배에게 남겼다고 했다.

이 얘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여러 축사와 기념사가 그의 손에 거쳐갈때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내 스스로 이해할 수 있었고, 왜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가 필요한건지에 대해 책을 통해 잘 배워나갈 수 있었다.

빼어난 문인이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낙연쌤이 강조한 메모 습관의 중요성과 글쓰기 노하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된 일본 작가 다나카 히로노부의 1차 자료를 찾는 유용한 방법에 강조하고 있었고, 글씨를 품는 방법, 생각을 정리하고 자료를 찾아헤매고 현장을 찾는것이 글쓰기의 줄기를 튼튼하게 한다는걸 배울 수 있었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혹은 듣는 청자에따라 강조하는 글쓰기 방법은 매번 달랐다. 어린아이처럼 직진하는 글이 되기도 했고, 사실 그 너머 과거의 일을 그리듯 써내려가기도 했다. 절제하며 건조하게 쓴글에서 청자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고, 불의의 마음을 건들기도 했으며, 눈물나는 감정을 부르기도 했다. 

글의 구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었는데, 어떤 글에서 어떻게 기승전결을 다루어야할지, 그리고 글의 짜임새를 생각하고 쓰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었다. 모든것을 담아내는것보다 중요한 상징적 이야기만 쓰는 법이라던지, 불필요한 수식으로 알맹이가 없는 글을 가리는건 가장 경계해야할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이야기를 책 한권에 다 담아낸거 아닌가 싶은 조언들이 많아서 많은 반성을하며 읽어나갔던것이 기억에 남는다.

얼마전 출생률에 대한 이낙연 후보의 발언이 기억이 났다. 출산률과 뜻이 많이 다르진 않지만 민감할 수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 단어 선택에대한 많은 고심이 느껴지는 발언이라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이런 세심함조차 낙연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수정전의 글과 낙연쌤의 파란펜이 한번 지나간 글들을 비교하며 읽으며 말로만 듣는 수업이 아니라 실전으로 겪고 지나간 수업을 들은 기분이 들었고, 수정본으로 실제로 수정된것을 보고나니 이해가 더 쉬웠던것 같아 유용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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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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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 다니는 성실한 회사원 나오토에게 고민이 생겼다. 바로 어머니와 합가하기로 한 문제에 관해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지내기 적적할것 같아 부인에게 합가 의사를 물어봤고 부인도 웃는 얼굴로 승낙을 했기에,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는줄 알았었다. 하지만 두사람의 갈등으로 중간에 낀 나오토는 이도 저도 못하는 자신의 신세에 대한 고민이 생겼는데,

아내 미야코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니었다. 국익을 위해 일하던 나라 중요 기관에 근무하던 정보원이었고, 특히 실전업무에서 활약하는 요원이었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던중 만만치 않은 시어머니와 합가하게되며 소소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보험회사 직원이 시어머니를 찾아왔고 그러다 미야코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시어머니와 며느리)둘이 상성이 맞지 않는것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숙명이라는 말을 남기고 가게되고, 시어머니와 첫만남부터 석연치 않은 시아버지의 죽음까지 요원으로써의 직감으로 사건을 되짚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은 짧았는데 내용은 꽉 차있었다. 처음엔 평범한 고부간의 갈등인줄 알았다. 하지만 미야코의 전직이 평범하지 않았고 그런(?) 위험 인물을 교묘하게 막(?) 다루는 시어머니의 뼈있는 말과 행동이 관계의 위태로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사람의 관계는 시소의 평형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미야코는 평생 자부했던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게 균형을 깨트리는 원인을 시어머니로 생각하게되어 전에 자신에게 빚을진 동료에게 시어머니의 뒷조사를 부탁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들과 소설에서 가장 평범하고 선하게 사는 회사원 나오토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며 사건은 정점을 향해간다.
뭔가 심각한데 재미있었다. 시어머니가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리고 마지막엔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의 반전이 계속되고 있어서 성실한 회사원과 전직요원 아내의 고부갈등이야기 그리고 그 너머의 반전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재빨리 책을 시작하도록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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