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임신한 채 자살을 하자 그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진상 조사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청춘 미스터리의 일인자라 불리는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눈길이 간다.
열 다섯이었던 나이에 일본 소설 속에서 임신한 학생들이 등장하는 것과 그들을 묘사한 장면에 충격을 받았더랬다. 지금은 먼 옛날 일이 되었지만 나이가 든 지금도 성장의 고통은 만만치 않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그 책을 같이 보던 내 친구의 여름은 어디로 갔을까...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단테의 빛의 살인>이 출판된 그 작가의 단테 시리즈다.
그동안은 행정워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시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 여인의 등장과 비밀 집회라... 단테의 성격이나 행동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흠...

가이도 다케루의 다구치 시리즈와는 다른 작품이다.
도조대학은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산부인과가 문제다.
인공수정과 대리모 문제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어떤 작품을 썼는지가 더 궁금하다.

미래에서 온 아들을 만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얻게 된 아버지의 성장기라...
이 작품을 나는 못 읽겠군.
아마도 모든 자식의 마지막 마음은 이럴 것이고
또한 모든 부모의 마음 또한 같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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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큼 이율배반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기분이 나쁘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말하는 순간 우습게 된다. 추리소설을 기분 좋으라고 보는 건 아니까 말이다. 장르 소설이 B급 소설이니 하위 소설이니 킬링타임용이니 하는 말들이 있지만 그건 모르는 얘기다. 추리소설만큼 그 시대를 잘 반영하는 장르는 없다. 그 시대, 현 사회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추리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늘 주장한다. 사회학 서적보다 머리가 덜 아프고 효과는 훨씬 좋으니까.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고 이 작가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이 출판되었을 때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 궁금했다. 살인은 기본적으로 사이코패스가 아닌 경우라면 돈, 사랑, 복수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서 일어난다. 이 단편집의 모든 작품들은 이 소재 안에 포함된다. 하지만 단순한 그 행동들이 책을 덮자마자 입맛이 소태처럼 썼다. 기분은 찜찜하고 미스터리를 떠나서 '네 이웃의 악의를 조심하라'정도가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가 경계 대상 1호다'라며 편집증을 조장하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들이었다.  

그나마 딸의 분홍색 자전거를 빌려 타고 마당 있는 집을 무리해서 장만했기에 절대 순직하면 안되는 고바야시 경위가 등장하는 사건은 낫다. 그 작품들은 전형적인 Whodunit을 추구하는 범인을 찾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왜 죽였는지도 나온다. 모두 사람 잘못 만난 탓, 네 탓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작품들이니까. 하지만 프리터로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쿨하면서도 기묘한 성격의 하무라가 등장하는 작품은 Whydunit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왜 사건이 일어났을까? 왜 살인을 일으켰을까?의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악의적 심리, 범인이 아니더라도 그 주변인이 보여주며 뿜어내는 독기가 너무 강하다.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작품과 고바야시 경위가 등장하는 작품이 번갈아 수록되어 있는 기묘한 이 단편집을 살펴보자면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바다 속>은 청소용역회사에 근무 중이던 하무라가 선배의 소개로 호텔방의 피를 청소하는 이야기다. 호텔에 투숙한 작가는 피만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청소만 하라니 하무라가 아닌 그 누구라도 이상하게 여길만한 이야기다. <당나귀 구덩이>는 친구 소개로 전화상담소에 취직해서 이상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하루 종일 듣는 하무라가 그곳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자살을 유독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위를 파악하는 이야기다. 현대를 살아가려면 입조심을 하든 귀를 무디게 하든 뭐 하나는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교훈이라고나 할까. <네 탓이야>는 대학때 잠깐 삼각관계가 되었던 친구가 흥신소에 근무하는 걸 알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거절했다가 하무라까지 살인용의자로 몰리게 되는 이야기다. 정말 친구라 생각지 않은 동창이 이 정도라니 사람 사귀는 것도 겁나게 만든다. <재생>은 작가가 편집자 몰래 잠깐 나갔다 오려고 알리바이 공작을 위해 밖을 찍어 둔 캠코더에 찍힌 그 시간에 벌어진 살인 사건에 진범이 따로 있다고 그 진범을 밝혀 달라고, 아니 잡힌 용의자를 빼내달라고 흥신소에 의뢰한 이야기다. 살인 사건보다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현대의 가족이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반면 고바야시 경위가 등장하는 <겨울이야기>는 친구때문에 파산한 남자가 복수를 한 뒤 고바야시 경위가 찾아오자 자신만만하게 시치미를 떼는 작품이다. <살인 공작>은 친구와 자신이 비서로 있는 대학 교수를 함께 자살한 것으로 위장한 여자의 이야기다. <프레젠트>는 원 작품에 표제작으로 일년전 살해당한 아내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그 당시 모였던 사람들을 다시 모아 진범을 잡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마지막이 아쉬웠다. 마지막에 하무라와 고바야시 경위가 같이 등장하는 <트러블메이커>는 하무라가 고바야시 경위의 근무지에서 의식을 잃고 발견되어 고바야시가 하무라 집에 찾아오고 하무라는 잠깐 중학교때 동창이었던 친구의 남편이 친구의 도벽때문에 친구를 감시해달라는 의뢰를 거절하면서 얽히게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정말 너무 뒷맛이 쓴 작품이라 슬프기까지 했다.  

읽어보면 작가가 하무라가 등장하는 작품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전화 상담소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나는 <당나귀 구덩이>는 현대인들의 악의, 특히 주변인, 이웃, 친구, 직장 동료, 가족이 마음 속에 얼마나 끔찍한 생각을 품고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독을 품고 그것을 아무렇게 않게 뿜어내는지를. 그리고 그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무섭게 만든다. 죄의식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 심각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문제다. 그러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없다. 이웃의 악의는 그것이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이것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흠은 있고 싫은 점이나 단점은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그것을 못 참는다. 자신의 관점과 다른 이를 수용할 생각 자체를 안한다. 그 지독한 편협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정말 추리적으로 오싹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가 오싹하고 기분 나빴다. 

'네 탓이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 말은 곧 자신도 남에게는 그런 말을 듣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 탓을 하는 사람은 그것을 모른다. '나'라는 글자가 모음 하나만 바뀌면 쉽게 '너'가 된다는 것, 나와 너는 다르지 않은 동일한 존재라는 것을 모른다. 그게 가장 큰 현대 사회의 문제다. <트러블메이커>는 그래서 마지막을 읽은 뒤 너무도 화가 난 작품이다. 세상에 아무리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해도 이건 정말 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하무라가 등장하는 다른 시리즈까지 있다고 하니 작가가 어디까지 현대인의 마음 속에 감춰진 독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는 생각에 살인 자체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그것을 너무도 당연시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나부터 누구 탓으로 돌리는 일, 누군가를 원망하고 무심코 비난하는 일은 자제해야겠다. 이런 무심한 작은 악의가 모여서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짧지만 지독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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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6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6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7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7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7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8-10-2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왜 온통 비밀 댓글이죠? ^^ 만두 언니, 언니가 여전하셔서 참 좋아요. 참... 좋아요.

물만두 2008-10-22 10:26   좋아요 0 | URL
비밀이니까 그러췌~
고마워^^
나도 아우가 가끔이라도 이리 와줘서 참 좋아~
 
연기로 그린 초상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대니, 대니, 대니. 나는 대니를 대니 보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이없을 정도로 순진하고 살아온 시간과 직업에 비하면 너무도 바보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니 보이의 자신도 어이없어하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그가 지금 하려 한다. 열 다섯살에 우연히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의 이미지를 자신이 인수한 클래런스 문의 수금 대행업체를 정리하다 십년 전 오려 놓은 신문 사진 속에서 보게된 거친 것 같으면서 순수함이 남아 있는 대니. 그런 마음이었기에 그 사진 속 소녀 크래시 알모니스키를 찾아 시카고를 헤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빌 밸린저는 단순하게 대니가 크래시를 찾는 형식으로 작품을 쓰지 않았다. 좀 더 독자가 긴장하고 볼 수 있게 마지막을 궁금하게 만들기 위해 크래시의 이야기와 대니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쓰고 있다. 대니를 추적자로 만들어 여전히 크래시를 찾아 신문에 난 미인 대회를 주췌했던 신문사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하고 크래시는 팜므파탈로 만들어 그 미인 대회에 뽑혀 집에서 탈출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런 과정에서 추적은 집요하고 끈질기고 쫓기는 자는 너무도 초연하게 보여져 이들의 만남이 어떻게 될지, 만나기는 하게 될지, 대니와 크래시의 운명을 독자가 상상하게 만든다. 나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결말을 생각했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팜므 파탈이라면 크래시처럼! 이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대니가 주도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모든 것은 클래시가 쥐고 있다. 1940년대 어린 나이의 한 소녀가 이 정도라면 잘 살았다고 칭찬받을 만 하다 싶다. 어리버리하게 당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아름다운 여자는 머리가 비어 인형같을 거리고 생각하는 남자들, 그렇게 그 미모에 반해 착각하고 접근한 남자들을 클래시는 냉혹할 정도로 인정사정봐주지 않고 이용했다. 주도면밀하게 기회를 엿보고 기회가 오기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 대니가 크래시를 찾은 끈길김은 크래시가 자신의 인생을 자기 손으로 개척한 끈질김에 비하면 정말 순진 그 자체로 보여진다. 작가의 의도가 그런 비교되는 대니와 크래시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밑바닥에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고 싶다. 1940년 다 망해가는 동네 신문사에서 광고를 위해 만들어낸 미인대회의 상품들을 보면 그 동네 상품들이다. 마치 6,70년대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받은 상품이 소주나 밥통, 밀가루같은 생필품이었다는 이야기처럼 양품점의 옷 한벌, 모자, 여행가방, 미용실에서의 파마와 메니큐어 그리고 택시 쿠폰까지 그 시대 한 동네에서 무엇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신문에 어떤 기사를 실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거기에 전쟁에도 사는 사람은 살고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모금 이야기에, 대니의 직업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시대에도 빚받아주는 사람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같은 모습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대니의 순진하고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크래시를 찾는 모습과 팜므 파탈로 점점 진화하는 크래시의 모습, 그리고 그런 크래시의 내면을 모르면서 자신만의 상상으로 크래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읽는 내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194,50년대의 일상의 서스펜스라고나 할까. 빌 밸린저의 팜므 파탈 서스펜스는 재미있었다. 약간 치밀함은 덜하지만 드라마틱한 면과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서 보여지는 긴장감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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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0-15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읽어볼래요.

물만두 2008-10-15 14:08   좋아요 1 | URL
읽어보세요~

전호인 2008-10-15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팜므파탈은 타짜의 메론 김혜수가 각인되어 있어서 다른 생각이 안납니다.

물만두 2008-10-15 19:04   좋아요 1 | URL
김혜수가 팜므파탈이라...
흠, 김혜수는 크래시에 비하면 세발의 핍니다~
 

1.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by John le Carre (1963)

2. THE BOURNE IDENTITY by Robert Ludlum (1980)

3. THE DAY OF THE JACKAL by Frederick Forsyth (1971)

4. THE SPY WHO LOVED ME by Ian Fleming (1962) 나를 사랑한 스파이

5. THE QUIET AMERICAN by Graham Greene (1955) 조용한 미국인

6. THE IPCRESS FILE by Len Deighton (1962)

7. THE EYE OF THE NEEDLE by Ken Follett (1978) 바늘구멍

8. MASQUERADE by Gayle Lynds (1996)

9. THE MOSCOW CLUB by Joseph Finder (1991)

10. ABOVE SUSPICION by Helen MacInnes (1939)

11. THE 39 STEPS by John Buchan (1915) 39계단

12. HARLOT'S GHOST by Norman Mailer (1991)

13. THE UNLIKELY SPY by Daniel Silva (1996)

14. THE RIDDLE OF THE SANDS by Erskine Childers (1903)

15. MORNING SPY, EVENING SPY by Colin MacKinno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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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1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현실은 딱 3개 번역되었을뿐인.. 인건가요? 흑

물만두 2008-10-14 17:01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범위에서 5권입니다. 한글 제목은 번역 출판된 작품이예요. 39계단과 이언 플레밍 작품도 번역된 것 같지만 찾지 못했구요.
뭐, 90년대 이후 작품이 출판되기를 바라는 게 빠를 것 같네요.

카스피 2008-10-1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9계단은 하서 출판사에서 70년대 중반에 출간됬는데 간간히 헌책방등에서 보입니다만 20권 전질로 파는 경우가 많고요.바늘구멍도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서 이 역시 헌책방등에서 볼수 있읍니다.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는 여러 출판사에서 70년대에 출판되었는데 이건 의외로 헌책방등지에서 보기 힘드네요 ㅜ.ㅜ

물만두 2008-10-14 21:35   좋아요 0 | URL
저한테 두 권이 있는 것도 같고 긴가민가했습니다.
이언 플레밍 가끔 보이는데요.
그리고 렌 데이튼의 경우는 다른 책이 출판된 건지 제목이 달라서 알 수가 없더군요.

paviana 2008-10-1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나라와 바늘구멍은 확실히 봤고 자칼의 날은 봤는지 안 봤는지 헷갈리네요.영화를 본건지 책을 본건지...하긴 바늘 구멍도 영화가 개봉되면서 책이 다시 번역되어 나올때 봤어요.영화삽화를 책 중간중간에 집어넣은 책이었는데...벌써 25년전쯤이네요.흑흑

물만두 2008-10-15 10:49   좋아요 0 | URL
바늘구멍과 39계단을 안 본건 확실한데 산 것도 같고 나도 가물가물...
스파이물은 좀 별로라서 말이죠.

BRINY 2008-10-1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작품들은 거의다 옛날 교육방송에서 영화로 봤던 거 같아요.

물만두 2008-10-20 09:48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soyo12 2008-11-0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9계단은 얼마 전에 연극으로 봤어요.
예전에 히치콕의 영화 장면이 무대 위에서 마임으로 그대로 펼쳐져서.^.~

물만두 2008-11-03 10:02   좋아요 0 | URL
오, 연극이라 좋으셨겠습니다^^
 
신의 뼈 -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펼치는 고도의 두뇌추리
레오나르도 고리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동시대 사람이라는 것은 몰랐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썼다는 것과 메디치가의 몰락 이후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시도했다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팩션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인 마키아벨리가 등장하니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그것도 다 빈치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라니. 도대체 정치가와 화가이자 건축가이자 발명가이자 의사이자 그야말로 천재인 다 빈치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 것인지 읽기도 전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1504년 아르노 운하를 건설 설계를 다 빈치에게 맞긴 피렌체 최고 서기장 마키아벨리는 의사 두란테와 그의 아내 지네브라와 함께 아르노로 시찰을 간다. 그곳은 아비규환이었다. 갑자기 항구에 정박한 배에서 쏟아져 나온 원숭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운하 속 동굴에서는 네 구의 흑인 시체와 함께 고릴라의 시체가 다 빈치가 해부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형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다 빈치와 친했던 노 학자는 숨진 채 발견되고 다 빈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뜻 모를 말만 남긴 채. 이에 두란테는 스승을 찾아 혼자 나서고 마키아벨리는 그보다 더 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두란테의 아내와 함께 피렌체로 돌아간다. 

도대체 다 빈치가 만들었다는 비밀 무기란 무엇일까? 이 작품의 중점은 마키아벨리가 다 빈치의 비밀 무기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다 빈치를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정치가다. 정치가로써 마키아벨리의 모습도 잘 묘사하고 있다. 피렌체를 다시는 메디치 가와 같은 일가의 손에 들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을 위해 악을 행사하는 권모술수에 능한 면, 요즘으로 말하자면 스파이전을 벌이는 모습과 그런 이유로 단순한 것을 이중 삼중으로 생각하는 습관으로 함정을 자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반면 다 빈치는 조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다 빈치를 찾기 전까지, 찾은 뒤에도 끊임없이 쫓기고 위협받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가서야 비밀 무기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이 아닌 이탈리아 중세 역사서를 읽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팩션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실존 인물의 등장은 진짜 그 시대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거기에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누구를 믿고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 지 최고 서기장이라는 권력의 핵심에 있는 마키아벨리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은 그 시대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시대였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진짜 무기는 무엇인가? 진짜 권력은 누가 쥐고 있는가? 이 점은 오늘날에도 통하는 의문이라 할 수 있다. 군주론이라든지 진화론이라든지 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다 빈치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봤더라면 좋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 전에 메디치가의 몰락에 대한 작품을 읽었고 거기에서 잠시 마키아벨리와 스쳐지났다. 그가 군주론, 이상적 군주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간의 역사에 새로운 것은 어쩌면 없는지도 모른다. 잊혀진 것을 복원하고 있던 것을 좀 더 보완하는 것을 발전이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고 정치나 과학, 종교 그 어떤 것도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작품이 전혀 낯설지 않음은 이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땅을 파는 기계와 강 밑으로 가는 마차, 수 많은 뼈와 해부를 하고 금서가 된 이교도의 책을 원하는 다 빈치와 정치적 음모를 막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다 빈치의 메시지를 풀어야 하는 마키아벨리와 그를 돕는 여전사와도 같은 두란테의 아내 지네브라, 로마에서 무언가에 열심인 추기경이 된 다음 교황이 될 조바니 데 메디치, 중간에 잠깐 모습을 보인 마키아벨리가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모델로 생각한 교황의 사생아 체사레 보르자 등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팩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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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10-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한 작품인가 보구려. 그렇지 않아도 이런쪽에 관심이 많은데...
만두 동상이 읽었다는 메디치가의 몰락을 그린 작품이 뭔지 알고 싶네.^^

물만두 2008-10-13 10:02   좋아요 0 | URL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