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공포라...
오츠 이치는 너무 몰입하는 것 같다.
미성숙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에.
하지만 공포란 어린 나이에 더욱 깊게 각인되는 것이고
그것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따라다니는 것이니...
작가는 그것이 더욱 무섭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본즈 시리즈가 돌아왔다.
그런데 팩션이다.
예수의 유골을 분석하다니...
본즈 너마저도~를 외치고 싶다.

법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담고 있는 책이다.
추리소설에 법정 장면은 고금을 넘어 등장한다.
소설이 아닌 진짜 법정은 어떤 모습을 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될 책같아 궁금하다.

두 얼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성격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을 만났을때 대처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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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1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이드다! ^^

오츠 이치는 꽤 괜찮은 작가인데,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나오고, 우여곡절도 있고(GOTH)왠지 관리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에요. <미야베 월드>같이 한 작가의 책이 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 출판사에서 쫙 내줬으면 하는 바램도 들어요.

물만두 2008-10-10 11:52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출판사들이 팔린다싶으면 서로 중재가 아닌 선점하기가 대세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출판사조합이 서로 좋은쪽으로 대화가 되면 좋은데 어렵지 싶네요.
고스는 판금이 풀리는 모양입니다. 참.

2008-10-1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11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나라에 책이 많이 출판된 작가다.
우리나라에 다녀갔다고도 하는군.
"인간성 탐구, 관능적 환희,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라서 뽑았다고 한다.
안 그런 작가도 있나???
가끔 노벨문학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받았으니 축하드리고...
추리소설가는 언제 이런 상을 받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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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1841년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는 모든 면에서 추리소설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특히 밀실 살인을 다룬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1907년 가스롱 르루가 그 유명한 밀실 트릭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 방의 비밀>을 발표했다. 1895년에 출판된 이스라엘 장월의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영원히 나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바뀌었다. 가스롱 르루보다 앞서고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독자에게 대결을 청하는 이 작품에서 시대를 뛰어 넘는 독특함과 대담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 보우 가의 한 하숙집의 안개 낀 아침, 하숙집 주인인 드래브덤프 부인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하숙인 아서 콘스탄트가 깨워달라는 시각에 겨우 맞춰 허둥지둥 깨우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또 다른 하숙인 모트레이크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불길한 생각이 들어 옆집에 사는 은퇴한 경찰 그로드맨에게 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와 함께 굳게 잠긴 문들 부수고 들어가보니 콘스탄트는 목이 잘려 살해되어 있었다. 창문도 열리지 않았고 현관문도 누가 들어온 흔적이 없었고 무엇보다 침실문이 빗장까지 채워진 채 잠겨 있었다. 바로 밀실 살인인 것이다.  

살해당한 것이 분명하지만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니 살인이라 부를 수 없고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자살자의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니 자살이라 말할 수도 없다. 또한 자살이라면 흉기가 발견되어야 하는데 흉기는 사라지고 없다. 자살이라면 콘스탄트가 자살한 이유를 찾아야 하고 살인이라면 살인자를 찾아야 하지만 그보다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는 지 밀실 살인의 트릭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는 진행되고 그래도 주변인들 가운데서 범인을 좁혀간다.   

이 작품을 보는 재미는 이 밀실을 나름대로 풀어 제보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주장을 실은 신문, 그 시대 노동 운동의 상황과 법정에서의 공방을 위트있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의 솜씨, 그리고 은퇴한 경찰과 현직 경찰의 먼저 사건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모습과 이들 사이에서 정보는 제공하는 자칭 시인이라 떠들고 다니는 사람과 구두 수선공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 그 시대에는 가히 충격적이었을 결말에 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을 이야기한다.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것인데 지나고 나서 보면 트릭이란 그렇게 말도 안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선구자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분히 질투와 질시로 느껴지는 점은 애교로 봐줘야 할 것 같다. 그것은 그 트릭이 또한 그만큼 한 시대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 아니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줬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이스라엘 장윌의 트릭을 현대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이야기다. 그 시대는 검시관이 있었다고 해도 그다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 않기 때문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인간 심리의 맹점을 밀실 트릭과 함께 잘 이용한 선구자적 작품으로 평가해야 한다. 요즘 일본의 신본격 추리소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인간 심리의 그 맹점말이다.  

이 작품이 이제야 출판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예전에 출판되었는데 못 읽었던 건지... 암튼 미스터리 황금기에서 다소 앞선 작품이지만 그 가치는 황금기 시대의 작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밀실 트릭에 대한 작품을 읽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만큼 가치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한 편만으로도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우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성과 같은 조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뒤에 함께 수록된 <유별난 교수형>은 약간 황당한 작품이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함께 하숙을 하던 두 친구 중 한 친구가 갑자기 은행에서 돈을 들고 사라져 남은 친구가 친구의 약혼녀를 사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건 해결이 그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서가 아니라 납득 가능한 것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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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0-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보우 미스테리는 워낙 유명하고 내용도 이런 저런 경로로 알려져있어 익숙한 편이지만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된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요즘 일본 추리소설들은 자주 번역되는데 빅보우 미스테리와 같이 잘 알려지긴 했으나 번역안됬던 책들이 많이들 소개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만두 2008-10-11 10:34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팔려야 소개가 되지않을까 우려됩니다. 워낙 독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해서 말이죠.
유명한 작품이라 혹시 아주 예전에 번역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처음인가보군요.
모든 독자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퍼펙트 플랜 노블우드 클럽 3
야나기하라 케이 지음, 이은주 옮김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미스터리 주간지 <주간문춘>이 선정한 20세기 걸작 미스터리에서 미야베 미유키나 다카무라 카오루, 시마다 소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텐도 신의 제3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 상 수상작이기도 한 <대유괴>라는 작품이 있다. <대유괴>를 읽었을 때 그 기발함에는 감탄했지만 출판 당시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세월이 작품이 전해 주는 기발함의 느낌을 많이 퇴색시키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품은 언제나 그 시대의 발자국을 읽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대유괴>는 70년대 말 일본의 한창 부흥기를 작품에 가득 담고 있다. 시대에 대한 코드가 어긋난 느낌은 좋은 작품을 실망하며 읽었다는 생각에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그때의 아쉬움을 이 작품 <퍼펙트 플랜>을 보면서 지금 필요한 '대유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을 대변하고 있다고나 할까. 

왕년에는 잘 나가던 호스티스였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대리모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요시에는 자신이 낳은 아이 도시나리를 보러 갔다가 아이가 엄마에게 학대받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유괴하고 만다. 그 모습을 보게 된 예전 애인이자 은혜를 입었던 호스트 클럽 호객꾼 고지는 요시에를 돕기 위해 카지노 점장 사토루와 증권에 손댔다가 망하고 보디가드를 아르바이트로 하는 류세에게 상담을 한다. 그 결과 아이도 구하고 유괴도 성립하지 않게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만다. 바로 도시나리의 아버지인 증권 매매를 사업으로 하고 있는 그와 손을 잡고 주식 매매를 하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학대로 잠시 보호하겠다고 하고. 마침 회사가 흔들리던 참이라 아이 아버지인 미와씨는 그들의 내부자 정보를 통해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한다. 아이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하지만 이들은 몰랐다 이들을 감시하는 눈이 있다는 사실을. 크래커 요슈아가 그들 사이를 오가며 탐색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도시나리가 유괴됐을 때 경찰에 알렸다가 아이가 돌아와서 사건을 종결됐지만 특수반의 가오루만은 미와 집안을 감시한다. 그녀도 도시나리가 학대받고 있다는 걸 감지한 것이다. 

사건은 유괴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증권 거래와 크래커의 문제, 대리모와 미용성형을 위해서라면 어떤 실험도 하는 반윤리적 문제등을 보여준다. 또한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처럼 인터넷을 통한 소문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현대가 안아야 하는 커다란 문제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고독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 가족을 향한 근본적 그리움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귀소본능과 앞으로도 인간이 매달리게 되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유괴와 모든 작전의 긴박감 사이 사이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패배자로밖에 안보이는 이들, 요시에와 고지, 사토루, 류세, 그리고 우울증에 걸린 류세의 아버지 야스오가 모두 야스오의 집에 모여 에니그마라는 팀을 만들고 도시나리와 야스오를 돌보며 지낸 며칠로 인해 이들은 자신들이 결국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목표를, 돈을 많이 가로챘다는 기쁨이 아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 주는 따뜻함과 평온함을 느낀 것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비로소 말이다. 

재미있어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유괴를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패가 있지만 단순한 유괴가 아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속도감도 있었고 스릴도 있었다. 거기에 요시에와 야스오, 요슈아, 사키코, 가오루까지 캐릭터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모두의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요시에, 아버지와 한 인간으로 삶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이 마치 현자를 연상시키는 야스오, 오타쿠의 전형이자 사회가 만들어낸 악의적 인물의 전형을 보여주는 요슈아, 요시에와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며 도시나리를 학대하는 엄마로 등장하지만 그 비틀린 마음의 근원에 똑같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아동학대의 상처가 어떤 인간으로 자라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키코, 젊고 패기있는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여형사를 잘 나타낸 가오루. 이들 캐릭터의 조화와 함께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또한 좋았다. 가족이 그렇게 쉽게 탄생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퍼펙트 플랜이란 '몸값 제로! 가로챌 돈은 5억 엔! 아무도 죽이지 않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다. 이건 범죄지만 범죄가 아니다!'라는 이들의 기본 계획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가족 만들기, 제대로 된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가 진짜 퍼펙트 플랜이다. 물론 이것은 꿈이자 환상이다. 완벽한 가족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 가족은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 야스오의 마지막 말처럼 나쁜 일이나 슬픈 일은 강물에 흘려 보내고 어울려 살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사토루처럼 부모가 준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원망하는 대신 감사히 받아들인다면 퍼펙트 플랜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금 방황하는 현대인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내 마음을 고맙게 유괴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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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여름
미쓰하라 유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와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열여덟이라는 나이, 그리고 그 해 여름 어떤  일이 있었는 지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과 네 개의 작은 화분과 끝에 다리만 보이는 쓰러져 있는 듯한 사람의 뒷 모습이 너무 밝은 햇살과 묘한 부조화를 이루어 읽고 싶게 만들었다. 네 개의 단편안에는 네 가지 꽃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꽃의 꽃말에 따라 사건은 전개된다.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에서 조금 심각한 사건까지 다양함을 꽃말이라는 소재로 작가는 이야기를 펼쳐 보이며 꽃처럼 손짓을 한다. 

표제작이자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수상작인 <열여덟의 여름>에 등장하는 꽃은 나팔꽃이다. 네 개의 나팔꽃 화분. 그리고 꽃말은 '기쁨, 결속, 덧없는 사랑'이다. 이 중 어떤 꽃말을 적용해도 된다. 처음에는 덧없는 사랑이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 가지 모두 포함된 작품이었다. 이제 막 열 여덟이 된 미우라 신야는 재수생이다. 조깅을 하던 중 그림을 그리는 스오 구미코에게 반해 아예 그녀가 사는 아파트로 공부방을 옮기기까지 하며 그녀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녀의 방에는 네 개의 화분이 있다. 이제 싹이 나려고 하는 화분이다. 그 화분에 붙은 이름은 아빠, 엄마. 그, 그녀다. 독특한 디자이너 연상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신야와 마음을 열지 않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구미코가 벌이는 잔잔한 러브 미스터리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찾아온다. 그 첫사랑이 독특한 사람도 있다. 첫사랑은 너무도 우연히 뒤에서 날아오는 돌멩이에 비유되는 숙명같은 것이라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첫사랑으로 사람은 성숙해진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하니까. 하지만 과연 성숙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열여덟 청년의 어쩔 수 없는 첫사랑을 통해 미스터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읽어보면 그래도 사랑했음으로 얻은 기쁨, 가족간의 결속, 덧없는 사랑일지라도 했음에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읽으면 자신의 지나간 첫사랑이 생각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떤 사랑이든...  

<자그마한 기적>에 등장하는 꽃은 금목서다. 금목서의 꽃말은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고 한다.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을 돌봐주시던 어머니마저 병으로 돌아가시자 처갓집이 있는 오사카로 이사를 와서 아들을 키우게 된 서점에 근무하는 한 남자가 한 동네의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소소한 미스터리를 다룬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기적은 그것을 기적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거 아닌 일도 기적이라 생각하면 인생을 뒤바꾸는 커다란 기적이 되고 간과하고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기적도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제목은 자그마한 기적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끄는 것은 대단한 기적이다. 그리고 그 기적을 지나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사랑보다 더한 기적이, 가족을 다시 만드는 일보다 더한 기적이 세상에 어디있으랴. 살아 있는 한 언제나 기적은 찾아오게 되어 있음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형의 순정>에 등장하는 꽃은 헬리오트로프다. 꽃말은 '성실, 헌신, 그리고 사랑이여 영원하라'라고 한다. 제멋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 부모님도 포기한 형은 연극을 하고 있다. 재능은 없어보이는데 연극에 미쳐 있다. 형 때문에 동생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어 불만이지만 가족을 위해 삐뚤어질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자제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중학교때 담임 선생님 댁에서 만난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만다. 말릴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마치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그래도 형만한 아우없는 법이다. 누군가는 성실하고 누군가는 성실하려 애를 쓰고 누군가는 헌신하고 모든 사람은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기적이어야 한다. 자신이 행복해야 행복한 눈으로, 마음으로 남에게 너그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형의 연극이 빛났던 것은 형이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는 반증이다. 동생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살아간다고 그 사람이 성실하지 않거나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내게는 형의 순정이 꽃처럼 부드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노센트 데이즈>에 등장하는 협죽도의 꽃말은 '주의, 위험'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고스케는 아내와 함께 처가집에 살고 있다. 장인이 운영하는 학원을 함께 운영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갑자기 허리를 다친 고스케 앞에 예전에 학원을 다녔던 후미카가 나타난다. 그리고 잠깐 학원을 다녔던 다카시의 죽음을 알린다. 마을에 잘 알려진 두 집안의 비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혼자 살아남은 사람이 된 후미카가 고스케는 걱정이 된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미스터리다운 작품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었다면 섬뜩한 추리 소설을 읽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서도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는 까닭에 고스케처럼 앞으로 나서 위로하기가 주저되지만 한번 실패를 경험한 고스케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애쓰는 모습에서 상처입은 사람이 그 상처를 드러낼때 세상에 누군가 그 상처를 어루만져줄 사람이 있는 이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다가온다면 나는 과연 고스케처럼 할 수 있을지, 누가 내게 고스케처럼 해줄지 생각해봤다.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는 슬프지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다. 

미스터리이면서 사랑 이야기고 또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평범하고 단순한 이야기같으면서도 그 안에 평범한 인간이 알아야 하는 삶에 대한 자세가 모두 담겨져 있는 무게를 잡지 않으면서 진지한, 잠언집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 지혜로 가득 찬 그런 작품이다. 누군가의 비밀에 귀 기울이는 일은 내 안의 비밀에 귀 기울이는 것과 같다. 이 작품을 통해 내 마음이 내게 하고자 하는 비밀 이야기,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이야기에도 구기 기울여보자. 그리고 다시 한번 잘 살아보자. 산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다! 꽃이 전해준 고운 단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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