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계곡의 소녀들 미스터리 야! 1
야마다 마사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비플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룡 화석이 많은 조그만 시골 마을 도다니 정,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열 네살 소녀들 히토미, 사야카, 아유미. 이들은 소꿉친구지만 점점 커가면서 소원해진 사이다. 같은 중학교를 다니지만 만나면 아는 척을 하는 정돈데 히토미가 소꿉친구는 선택할 수 없었기에 같이 놀았던 거라 자라면서 자연적으로 멀어지게 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됐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4살때부터 사귄 소꿉친구가 있었다. 옆집에 살던 동갑인 아이였는데 이사오자마자 만나 친구가 되서 어울려 놀았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4년동안의 우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차 알게 되었다. 우린 너무 다른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소꿉친구도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다. 형제처럼 끊어지지 않는 관계와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쉽게 끊어지는 관계. 히토미와 나는 후자를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소원했던 아이들이 다시 뭉치게 된다. 히토미의 영화 동아리 선생님인 아사이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사고인지 사건인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히토미는 재빨리 아사이 선생님에게서 돌려받아야 할 게 있어 교무실을 침입하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 사고 현장인 공룡계곡까지 가게 되는데 거기서 사야카와 아유미를 만나게 된다. 사야카는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분야 권위자인 대학교수님을 찾아 온 거였고 아유미의 사연은 나중에야 알게 되는데 그때 경찰 서장이 히토미에게 접근을 하는 바람에 도망을 치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린 시절 공룡과 놀았던 기억을 되찾는다. 어이없게도 공룡 발자국이 찍혀 있어 범인으로 공룡이 지목된다. 그때 공룡을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을 히토미는 지키고 싶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세상에, 공룡이 범인이라니. 한번도 아니고 20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미스터리 그 자체다. 작가는 딕슨 카의 <화형법정>같은 미스터리와 오컬트를 섞은 작품처럼 두가지 장르를 함께 선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룡을 소재로 미스터리와 환타지를 섞어서 만들었다. 하지만 환타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아이들의 성장 소설과 미스터리가 결합된 작품이다. 여기서 공룡은 꿈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본 거대하고 거창한 말도 안되는 꿈,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현실도피적인 꿈, 하지만 어른이 되면 반드시 잊어야 하는 꿈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조금은 쓸쓸하고 슬프면서 안타까운 것이다. 
 
작품은 히토미, 사야카, 아유미의 가정사와 각자의 꿈을 보여주는 한편 그들이 동경하는 인물들도 조명한다. 이제 막 어른으로 눈을 뜨는 열네살 아이들과 어른을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룡에 대한 생각도 그들은 상반된다.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약속,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서 공룡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공룡을 이용하고자 한다. 공룡이 존재하는 지, 안하는 지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어차피 공룡은 이미 오래 전 멸종한 존재들이니까. 어른이 되면 아이의 마음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공룡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서로 친구를 동경하고 미쳐 알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였고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리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내가 간직하고 있던 공룡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게도 공룡이 있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할 수 없으니 내가 어른이긴 한 모양이다.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살인 드레스덴 파일즈 1
짐 버처 지음, 박영원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여러 작품들 속에서 여러 색다른 탐정들을 보았다. 인간 탐정이야 추리소설에서는 기본이고 뱀파이어 탐정, 로봇 탐정, 고양이 탐정 등 다양한 탐정들의 모습과 행동에 좋아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탐정을 좋아하는 내가 마법사 탐정이라는데 눈길이 안 갈리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해리 포터식의 재미는 있지만 약간 유치한 판타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란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후회도 읽고 난 뒤에 하는 것이 낫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읽었고 안 읽었다면 후회할 뻔 했다. 역시 책은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제일이다. 

해리 블랙스톤 카퍼필드 드레스텐, 줄여서 해리 드레스텐이라는 진짜 마법사가 있다. 그는 생계형 마법사다. 그렇다고 그의 아버지처럼 마술사로 사는 건 아니다. 그는 탐정이다. 보통 탐정이 아닌 특이한 일이 벌어지거나 물건이 없어졌을때 찾아주는 그런 탐정이다. 또한 경찰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인간이 벌인 사건이 아닌 경우에 말이다. 그러니까 해리가 살고 있는 곳은 인간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다. 마법사 탐정도 있고, 뱀파이어 포주도 있고, 요정도 있고, 해골속에 사는 무언가도 있다. 인간의 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은 돌아간다. 또한 마법사의 세계 또한 존재해서 해리를 감시한다. 

경찰에서 특수 사건 담당인 머피가 해리에게 연락을 했을때 해리는 간만에 임대료를 해결해줄 사건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먼저 경찰이 와달라는 곳에 가보니 벌어진 사건이 너무도 엄청나다. 마법사도 굉장한 마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살인 사건인 것이다. 불길함이 엄습하는 가운데 살해된 인간이 갱단 조직원인 까닭에 갱단 두목이 해리에게 손을 떼라고 협박을 하고 헐레벌떡 사무실에 돌아와 의뢰인을 맞으니 그 의뢰라는 것이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남편이 마법에 심취한 것 같다고. 해리는 두 가지 사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한다. 가난한 탐정이라 어쩔 수 없는 처지다. 해리는 조사를 위해 의뢰인 남편이 있을만한 별장부터 수색을 한다. 물론 요정을 유인해서. 그리고 해골 속에 사는 밥이라는 기이한 존재와 함께 마법의 약도 만들고 뱀파이어 포주도 찾아가 험한 꼴도 당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감시하는 마법사 평의회가 보낸 조사원의 존재가 그를 괴롭힌다. 그는 해리를 살인범으로 보고 있다. 
 
재미있는 작품이다. 하드보일드 마법사 탐정이 마법으로 하드보일드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점이 좋다. 마법이 사용되는 점은 환타지답지만 구성 자체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너무 아동용같이 느껴진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성인을 위한 환타지 마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레스텐 파일즈라고 시리즈가 9권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이 고독한 탐정에게 정감이 간다. 그의 고독함은 탐정의 전유물이다. 마법사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세계에서도 고독한 존재인 동거하는 고양이 미스터조차도 무시하는 해리가 안쓰럽다. 기를 쓰고 사건을 해결해도 인정도 못받고 여전히 가난하고 정의감은 넘치고 아직까지 착하게 살려고 애를 쓰고 세상을 좋게 바라보려는 해리는 어쩌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악하게 살려고 해도 그게 안되는 소시민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마법사 탐정 해리, 매력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유쾌하고 따스한 일상 속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꽤 나오고 있다.
이 작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편이 아닌 3편이 먼저 나왔다.
기괴 환상이라는 소재로 단편들을 엮은 모양이다.
에도가와 란포하면 기괴 환상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니 기대된다.

사회면 단신 기사를 소재로 독특한 구성의 미스터리 작품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대된다.
신문에 이런 기사 하나 없는 날이 없으니 그야말로 피로 얼룩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느껴진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브라운 2008-09-2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바케 작가의 소설이 또 나왔군요 ^^ 멋진 소개 항상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8-09-22 10:08   좋아요 0 | URL
저야 하는 일이 뭐 있나요^^:;;
책을 출판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가시장미 2008-09-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들이 다 예쁘네요 ^^ 아- 요즘은 어떤 책을 사야할지.. 책을 안 산지 너무 오래되서 고민되요. 으흐 가끔 언니 페이피보고 참고할께요~~!!

물만두 2008-09-22 10:08   좋아요 0 | URL
참고만하지말고 추리소설 많이 읽으라구~^^

무해한모리군 2008-09-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두권이 확 끌리는군요 ^^*

물만두 2008-09-22 19:24   좋아요 0 | URL
저두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 집에 오시면 꼭 나와 동생과 함께 주무셨다. 잠자리에 들면 동생은 옛날 얘기 해달라고 졸랐고 할머니는 늘 "옛날 옛적에..."하시며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동생은 금방 잠이 들었고 나는 졸음을 참으며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옛날 이야기가 매일 듣고 싶어서 할머니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오년이나 지난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를 미미여사가 아닌 미미아줌마로 부르고 싶어질만큼 그가 들려주는 에도 시대 옛날 이야기를 읽다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립고 애틋하고 허전한 내 마음처럼 옛날 이야기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야기의 토대는 에도 시대 혼조 후카가와에 전해지는 일곱가지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토대로 에코인의 모시치라 불리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치안을 담당하는 형사같은 인물이 사건을 접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연작으로 엮은 단편집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모두 장사집이다. 초밥집, 메밀국수집, 담뱃가게집, 생선가게집, 버선가게 등 장사를 중요시했던 나라답게 다양한 가게가 등장하고 주인과 일꾼들, 그리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읽는 내내 상상하게 잘 묘사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외잎 갈대>는 한 메밀가게에서 일하는 청년이 어린 시절 자신을 도와준 초밥집 아가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되자 걱정을 하는 이야기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옛날 이야기가 담아 내야 하는 교훈과 따뜻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외잎 갈대는 순수한 짝사랑의 상징처럼 아름답다. 어린 사랑 한번쯤 안해본 사람 없을 것이고 짝사랑 한번 안해본 사람 없을테니 아마도 순수한 청년이 간직하고 있는 조금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족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배웅하는 등롱>은 그 시대 부모 잃은 어린 소녀가 하녀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사건보다도 배웅하는 등롱의 따뜻함이 있어 그런 소녀들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지칠 때, 어둠속에 갇힌듯한 느낌에 허우적거릴때 나를 위해 누군가 등롱 하나 들고 어둔 길을 밝혀줄 것이라 생각하면 산다는 건 그리 외로운 것만은 아닐 거라고 위로해본다. 내게도 그런 내 길을 배웅하는 등롱이 있음을 알기에. 

<두고 가 해자>는 모시치의 재치가 빛난 작품이다. 요괴나 요물이 특히 많은 일본이니 이런 이야기가 없으면 섭섭하겠지만 그것을 단순한 요괴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살이의 이야기로 만든 점이 흥미롭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자 애쓰는 모시치는 한 장소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야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서로 돕는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일테니까.

<축제 음악>은 남의 험담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엄마는 늘 구업을 짓지 말라고 하시는데 그러기 쉽지 않은 요즘이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무심코하다가 아차 할때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고 했으니 단순함 속에 오늘날 우리가 다시 되새겨야 할 진리를 깨닫는다.

<꺼지지 않는 사방등>은 이야기가 조금 낯이 익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다. 뭐 이런 이야기가 일본에는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희망이라는 삶의 꺼지지 않는 사방등을 켜고 살아간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단단한 마음가짐처럼 희망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을 때 더욱 빛나고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들 그런 사방등을 가지고 싶지 않겠냐마는 그것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보기 애처로운 일이고 허무한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의 기본인 단순함, 기이함, 교훈을 두루 갖춘 따뜻한 작품들만 모은 재미있는 단편들이었다. 모시치를 주인공으로 장편을 써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좋았다. 옛날 이야기가 나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다시 한번 외할머니와 함께 누워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어떤 작품을 써도 미미여사든 미미아줌마든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다. 내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되찾아주고 할머니 얼굴을 떠올리게 해준 미미아줌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핑크팬더 2008-09-19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이야기 보따리는 정말 끝이 없는것 같아요. 사회의 문제점을 심도있게 파해치는 사회파 추리소설부터 SF가 가미된 소설, 그리고 게임판타지같은 소설까지...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단편들까지 내놓는것 보면 그 식지않는 창작력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군요. 아~~ 참 오늘 제가 엄청난 발견을 하고 말았는데요. 이누가미 일족을 일독하고나서 그동안 주문해놓고 한참 미루고 있던 제프리 디버의 사라진 마술사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런데 책 뒷면에 마술사 이은결씨랑 최현우씨 리뷰및에 바로 물만두님~!!! 리뷰가 적혀있는것이 아닙니까??!!! 그때의 그 전율이란..물만두님이 이렇게 대단하신분인줄 여기오시는 분들중에 저만 몰랐던거죠? 아무튼 각설하고 이누가미일족은 최고의 작품이었네요. 마지막 웬지모를 찡한 감동까지.....ㅜㅡ

물만두 2008-09-19 20:54   좋아요 1 | URL
미미여사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그런거 아니겠어요^^
아이고, 그거 예전에 한편 썼는데^^;;; 참 부끄러운 글입니다.
사실 그때 제가 막 자랑해서 아시는 분들은 아세요.
이누가미 일족 정말 대단하죠. 전 긴다이치 코스케 작품 중 최고로 꼽고 싶답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포는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은 그런 우리가 현실에서 접할 수밖에 없는 공포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경험이 있을 법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먹이를 원하는 괴물과 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내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달렸다는데 있다. 당연히 내가 사는 쪽을 택하는 것이 인간이다. 망설임은 잠깐이다. 내가 살기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는다. 그것이 우리를 공포로 몰아 넣는 것이다. 자신은 썩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런 한방으로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이 이기적 인간임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까.

<노랗게 물든 기억>은 반대의 공포다. 남이 내게 준 공포와 어린 시절 끔찍한 사건의 사이에서 자신의 작은 생각때문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죄책감이 심어놓은 공포를 그리고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지, 그것이 내게는 더욱 공포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사회문제로 텔레비전에서도 다뤘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웃어야 하고 공손해야 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니까. 그것을 작가는 잘 표현했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것이 어쩌면 더욱 공포가 되어 머리를 채웠을 것이라는 것은 공감하고도 남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겪어봤을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혜>는 얼마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실 아무 것도 없는 집에 결혼하겠다는 여자를 경계해야 할만큼 사회가 냉정하고 계산적이 된 것이 더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그런 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다. 여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는 속단. 물고 물리는 사회도 아닌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겠다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아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처량한 생각이 더 드는 작품이었다. 

<불>은 가학과 피학의 순환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초자연적 현상같지만 불은 상징하는 의미가 분노다. 내면에 분노가 쌓이면 화기가 생겨 화병이 난다고 하니 누가 아는가. 그것을 밖으로 내보낼 사람도 있을지. 문제는 그 내면의 분노를 아이를 학대하여 만들고 다시 학대받은 아이가 다른 아이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면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데 있다. 한번 붙으면 꺼지지 않고 모든 것을 태워야 자연 소멸되는 거대한 화마처럼 우리 사회가 끓어안고 있는 것은 그런 내제된 분노는 아닌지 그것이 공포스럽다. 

세번째 작품은 처음 작품과 두번째 작품보다는 사실 약간 아쉬운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현실적인 공포라는 면에서는 공감을 하게 만들었지만 스릴이 모자랐다. 스릴만 더 있었더라면 아주 좋은 작품들이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는 스릴을 독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소재가 사회 문제든 현실적 인간 문제든 그 무엇이든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릴있는 공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포란 느낌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좀 더 스릴 넘치는 공포로 네번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