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마쓰모토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좀비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딸을 잃은 슬픔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신흥종교 사람들이 다가온다. 처음 그는 첫 단체는 사이비라 직감하고 빠져나왔지만 두번째 단체에서는 그에게 거리에서 행복을 기도해주던 여자를 만나 계속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점차 그 교단을 믿게 되고 나중에는 흑마술을 접하게 된다. 

계속되는 유아 유괴 살인 사건으로 경시청에서 말이 많은 사에키 수사1과장은 진전없는 수사에 매달리고 있다. 역시 고독한 인물인 사에키는 유명 정치가의 사생아이자 현 경찰청장관의 사위라는 신분에도 불고하고 수사1과장을 자청해서 논캐리어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는데 설상가상 정략결혼으로 아내와는 별거중이고 그는 바람을 피우는 중이다. 이것이 언론에 부각되어 힘든 사에키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들은 교대로 작품에 등장한다. 처음에는 별 상관없는 인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차츰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부추겼다. 경찰은 유아 유괴 살인 사건을 수사중이고 한편에서는 한 남자의 신흥종교단체 가입기가 등장하니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나름 추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을 덮으며 제목 그대로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지독한 반전이라니 가슴이 싸해지는 것만 같았다.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이라는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경악할만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놀라운 작품이다. 짜임새는 물론이고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과 인간에 대한 심리에 대한 평가, 추리적인 반전의 놀라운 트릭이 그야말로 누쿠이 도쿠로하면 <통곡>이라고 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타무라 가오루가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하니 역시 기타무라 가오루다.  

여기에 매스컴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 경쟁과 인간들이 무심코 뱉는 말들의 공격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서술트릭에 대한 많은 작품이 있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독자들 사이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작품이고 <살육에 이르는 병>은 꼼꼼한 복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놀라운 반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페어플레이를 했음을 알 수 있고 수긍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통곡에 그 어떤 미사여구도 붙일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너무도 사실적이라서. 너무도 가슴이 아픈 일이라서. 

누군들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한다고 해도 그건 자신의 입장에서 일뿐이라는 걸 잘 아는 까닭에 어떤 말도 감히 할 수 없다. 정말 이럴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말은 너무 공허하다. 읽어야만 알 수 있다. 공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어쩜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상관없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누구라도 통곡하게 될테니까. '인간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통곡한다.'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통곡뿐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처절하게 통곡하고 말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너무도 공허한 말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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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팬더 2008-09-18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장르소설코너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작품중에 하나더군요. 그런데 너무 반전을 의식하고 책을 읽어도 역효과가 생기는것 같아요. 제프리 디버의 코핀댄서의 엄청난 반전에 흥분한 나머지 다음 그의 작품들도 너무 반전만 기대하고 의심하며 읽다보니 독서 본연의 재미가 반감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요즘은 책을 별 생각없이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엄청난 반전이 아닌 지독한 반전이라고 표현하신 물만두님의 글을 보니 도저히 이작품도 그냥 지나칠수 없군요. ^^

물만두 2008-09-18 13:34   좋아요 1 | URL
이 책은 그냥 읽으시게 됩니다. 반전이라고는 결말밖에 없으니 뒷장을 먼저 읽지 않으신다면 즐독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저도 썼지만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작품이거든요. 읽고 느껴보세요.^^
 
그리고 제인 마플이 죽었다
수잔 캔들 지음, 이문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크리스티타운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분양을 위해 만들어낸 애거서 크리스티 테마 마을이 있다. 그 크리스티타운 오픈 기념 공연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마을 사람들이 공연하기로 한다. 연출은 기획을 제의받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기 작가 쎄쎄. 쎄쎄는 바쁘다. 연극 공연 챙겨야 하고 두번째 결혼 준비도 해야 하고 출산을 앞둔 딸의 베이비 샤워도 준비해야 한다. 또 애거서 크리스티가 실종되었던 기간에 대한 글을 다시 쓰라고 에디터에게 압력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연극의 주인공인 제인 마플 역을 맡은 리즈가 사망한 채 발견된다. 이어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 쎄쎄의 아마추어 탐정 본능을 자극한다. 

작품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따라 가며 자신의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 쎄쎄와 시간을 뛰어 넘어 애거서 크리스티가 사라지던 순간부터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때 기억상실증이었다고 전해진다. 남편 아치의 불륜이 문제였는지,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기억상실증을 가장한 채 아치에게 복수할 생각을 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이 말을 하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다.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쎄쎄의 추리를 통해 크리스티타운의 사건에 대해서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이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에 따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인간의 속마음이니까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 또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쎄쎄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을 생각하면서 그 사건과 자신의 첫번째 결혼의 상처를 동일시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부분의 사건을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 당시 애거서의 마음과 동일시하려고 한다.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복잡미묘한 상태를 기억상실이라는 애거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때가 있기는 하다. 자신의 기억에서 없애고 싶은 것을 차단하는 때가. 하지만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사실도 아니고. 단지 사람이 살면서 사라진 기억과 마주해야 할 때 그 때가 더 중요하다고 쎄쎄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의 기억상실을 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진짜 개개인의 인간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찌 알겠는가. 자기 자신도 몰라 헤매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작가는 그런 기억상실증을 추리소설과도 연결시키고 있다. 작가는 탐정과 독자에게 모든 단서를 책 속에 제공한다. 하지만 탐정과 독자는 그것을 보고도 나중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독자는 작가가 심어 놓은 단서를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단서를 찾고 범인을 추측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그 단서를 오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독자가 작품을 보고 단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또한 작가만의 재미있는 추론일 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탐정이야 작가의 의도대로 나중을 위한 기억상실이니 그것은 의도된 작가의 제스처다. 작품속에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기억상실증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이야기하는데 그 자체는 재미있는 연결이었다. 내용에 상관없이. 

작품을 코지 미스터리로 분류해야겠다고 생각은 드는데 너무 어중간해서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차라리 진지하게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뤘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크리스티타운속 등장 인물들이 개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미스터리와 쎄쎄의 추리가 좋은 것도 아니라 안타까웠다. 소재는 좋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에 대한 해석이 썩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쎄쎄의 현실이 너무 엉성하게 등장해서 안타깝기만 한 작품이었다. 아마도 작가의 생각만큼 표현력이 뛰어나지 않은 탓이리라. 애거서 크리스티가 왜 애거서 크리스티인지 이 작품을 보면 더 확실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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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려가실 분들이 계실까해서 어제 인사드린다는 것이 까묵었습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송편 많이 드시고요.

남편분들 아내분들 많이 도와드리고요.

내년에는 진짜 올해보다 더 낫기를 모두 달님께 빌어보아요.

우리 아버지께서 차례상 얘기를 엄마가 하니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떡은?"

"무슨 떡?"

"가래떡 안 사?"

"푸하하하 여보, 추석이야. 송편이지. 설인줄 알았나봐."

아버지도 저도 그냥 웃었습니다만 저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사실 저 "아싸, 만두국 먹겠구나." 이러고 있었거든요.

말 안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아부지 죄송혀요~를 외쳤답니다.

아유, 설인지 추석인지 올해는 좀 그러네요.

그래도 즐겁고 재미나게 잘 보내세요.

가시는 길, 오시는 길 무사히 잘 다녀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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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09-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다지 할 일은 없지만 시골에 당일날 새벽에 다녀올거에요.
차가 많이 밀릴까 걱정이네요.ㅡㅡ아이 데리고 오랜시간 차를 타는건 괴로움이죵~
잘 다녀올게요...물만두님도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래요.
네, 올해보다 더 좋은 일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만두 2008-09-12 11:17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야클 2008-09-1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메리 추석! ^^

물만두 2008-09-12 11:17   좋아요 0 | URL
즐겁게 보내세요^^

stella.K 2008-09-1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추석 잘 지내시구려.^^

물만두 2008-09-12 11:18   좋아요 0 | URL
언니도 즐겁게 보내세요^^

paviana 2008-09-1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미리 말씀드릴려고 했더니....
언니도 추석 잘 지내시고,
맛난거 마니마니 드세요.

물만두 2008-09-12 11:18   좋아요 0 | URL
즐겁게 보내세요^^

조선인 2008-09-1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추석은 너무 짧아 별로 추석같지 않아요.
그래도 맛난 만두국도 꼭 얻어드시길. ㅋㅋ

물만두 2008-09-12 11:18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럴까요^^
님도 같이 드실라요~

전호인 2008-09-1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두 만월(滿月)만큼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저는 오후에 출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데 고향이 충청도인 관계로 오전은 있어주고 오후에 퇴근하려고요. ㅋㅋ
다른분들도 행복한 추석 가족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물만두 2008-09-12 11:19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세요^^

2008-09-12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9-1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도 송편 맛있게 드세요^^

물만두 2008-09-12 13:48   좋아요 0 | URL
님도 즐겁게 보내세요^^

미설 2008-09-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송편 많이 드시고 건강한 추석 보내세요^^

물만두 2008-09-12 13:48   좋아요 0 | URL
네, 님도요^^

2008-09-12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8-09-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만두님 맛난 송편맛나게 드시고요
보름달님에게 소원비시고,,
동생분들이랑 부모님이랑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물만두 2008-09-12 13:50   좋아요 0 | URL
님도 류랑 옆지기님이랑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08-09-1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물만두 2008-09-12 13:50   좋아요 0 | URL
즐겁게 보내세요^^

무해한모리군 2008-09-1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즐거운 추석~~ 전 싾아둔 책들 좀 열심히 읽어서 줄여야겠습니다 ^^

물만두 2008-09-12 17: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러고 싶은데 늘 그날이 그날이라서요^^

카스피 2008-09-1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즐거운 추석보내세요^^

물만두 2008-09-12 17:30   좋아요 0 | URL
님도요^^

chika 2008-09-1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글 읽으면서 마구 웃어놓고는 댓글에 '떡국 잘 드셔~'라고 쓸라고 했다. 으이그읏~!
언냐도 잘 지내슈~ ^^

물만두 2008-09-12 17:31   좋아요 0 | URL
사실은 자기도 떡국 생각한거지? 흐흐흐
송편 빵빵하게 먹으라고^^

미미달 2008-09-1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만두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물만두 2008-09-15 10:08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 추석 잘 보내셨죠^^

마노아 2008-09-1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년 추석엔 식혜가 없길래 식혜는 설날에 먹는 건가보다 막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추석 때도 먹던걸요^^;;; 물만두님도 맛난 명절 음식 드시고 편안한 시간 보내셔요~

물만두 2008-09-15 10:09   좋아요 0 | URL
님 식혜는 늘 빠지지 않습니다^^ㅋㅋ
추석 잘 보내셨죠^^
 
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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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이 세월이 흘러도 계속 영화나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는 경우는 단 하나의 이유뿐이다. 그 작품이 걸작이라는 이유! 바로 이 작품,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이 일본에서는 그런 작품에 해당됨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누가미의 일족을 일으킨 사헤옹이 죽으며 남긴 유언장때문에 피바람이 몰아치게 되는 한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단지 미스터리 스릴러의 고전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명작이다.  

사헤옹은 말도 안되는 유언장을 남긴다. 아직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은 큰 손자 스케키요가 돌아오면 알려지게 되는 이 피를 부르는 유언장에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 유언장을 작성한 번호사 사무실의 사람의 부탁을 받고 오게 되면서 연루된다. 그런데 늘 하는 얘기지만 만났더라면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간발의 차이로 그와 만남이 어긋남에 따라 그는 교묘하게 독살된 채 발견되고 이미 유언장을 공개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살인은 시작되고 있었다. 

여기에 전선에서 돌아온 스케키요는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돌아와 예전 얼굴과 같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어딘지 섬뜩함을 느끼게 만들고 유언장의 공개와 동시에 일약 객식구에서 이누가미의 전재산의 상속녀나 다름없게 된 아름다운 다마요에게 의혹의 눈길들이 쏠리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살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거기에 따라 감춰졌던 이누가미가 여자들이 사헤옹의 사생아 아들과 그 어머니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가 밝혀지게 되고 사헤옹의 옛날 사생활도 드러나게 된다.  

읽다보면 마치 옛날 전설이나 신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뭐, 한 가문의 신화라면 신화이기도 하겠지만. 세 개의 신물을 얻는 자가 가문의 모든 것을 갖게 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요키, 고토, 기쿠'라는 이누가미의 상징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점과 살인 사건이 주는 의미가 더해져서 긴다이치 코스케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 점이 또한 작품을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고. 여전히 초라하고 볼품없는 행색의 긴다이치는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을 해결한다. 중간중간 이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을 중얼거리면서.  

요코미조 세이시는 꼭 한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다. 깊은 내력이 있는 가문이든 신흥 가문이든 모두 돈이 많은 가문은 반드시 문제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뭐,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살인이라는 범죄는 인간이 만든 가장 기본적 구성 단위인 가족에게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늘 알려주려 애쓰는 것 같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보면 모두 부자 가문, 미녀, 가정 불화가 반드시 등장한다. 그런 작품들 중 이 작품이 가장 그 특징들을 집약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 이 작품을 보면 작은 일본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이 계속 리메이크되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화면 속에서 더 긴장감과 섬뜩함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어 왜 모두 이 작품을 보고 감탄하고 보고 싶어 하고 권하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원한 일본 고전 미스터리의 걸작이자 일본 문화 아이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강렬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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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 보고는 싶은데 좀 무서울것 같아서 망설여져요. 저 표지가 딱 무섭잖아요. 제가 덩치와 다르게 한 무서움 타거든요. ^^;; 공포정도 1,2,3,4,5단계중 어느급에 해당할까요? ^^(참고로 5단계가 가장 무서운걸로 하면....)

물만두 2008-09-11 14:09   좋아요 0 | URL
안 무서워요. 살인이 나오니 무섭다면 무섭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공포는 전혀 못느꼈습니다. 공포는 1이고 나머지는 미스터리지요. 거기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우스꽝스러움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무서울 것 같기도 해요.

2008-09-1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2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yo12 2008-09-12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드라마로 봤는대.....^.^ 음........결론 일본은 드라마를 잘 못 만드나봐요.
각색에 힘이 없다고나 할까? 뭔가 분위기를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긴박하지가 않아요.
하여간 잘 이해 못했고. 그래서 음.....책을 봐야겠지요. 언제나처럼.......^.~

물만두 2008-09-12 10:14   좋아요 0 | URL
어 그래요? 전 보면서 드라마나 영화가 더 내용을 잘 표현하겠다 싶었는데요.
잘 못만들었나보군요.
내용이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못만들수 있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책 보세요^^

Koni 2008-09-1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이 책 보고 싶긴한데 표지부터 으스스해서. 물만두님이 무섭지 않다고 하시니 그럼 한번.

물만두 2008-09-12 10:15   좋아요 0 | URL
전 표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보세요. 꼭~

무해한모리군 2008-09-16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휴에 보았답니다.. 잘 짜여진 글이라 제 마음에도 꼭 들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보고 싶어요.

물만두 2008-09-16 19:03   좋아요 1 | URL
그죠. 저도 마음에 들었답니다^^

핑크팬더 2008-09-18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특유의 그 긴장감과 몰입감은 여전하더구요. 단순히 추리소설적인 재미도 재미지만 초반부터 종반까지 지속되는 뭔지모를 음산하고 오싹한 분위기가 이 작가 작품들의 묘미인것 같아요. 긴다이치 고스케의 손자 김전일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도 좀 그런 분위기인것 같아요. 전통추리소설의 트릭의 묘미도 살리면서 동시에 그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랄까? 하하하 ^^;;

물만두 2008-09-18 13:36   좋아요 1 | URL
그죠. 그 오싹한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물론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다 그렇지만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한번 기꺼이 이 진실 없는 세상에 설 것이다.' 마이클 할러의 마지막 말이자 이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 구절이다. 마이클 할러, L.A.라는 어두운 거리의 낙오자들을 변호해서 먹고 사는 변호사다. 구더기와 변호사의 차이를 하나는 똥벌레고 다른 하나는 돈벌레라고 농담을 하는, 낙오자들 중에서도 돈 있는 의뢰인만을 위해 일하는, 링컨 차만 여섯대를 가지고 있고, 돈 안주면 변호 안하겠다고 의뢰인을 협박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 의뢰인들이 대부분 유죄이고 당장 감옥에 가도 상관없는 인물들임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그는 청념하고 그런 범인들을 잡아 넣는 것을 낙으로 사는 검사인 전처와 이혼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가슴 속에 한가지 품은 두려움이 있었다. 무고한 의뢰인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늘 유죄냐 무죄냐는 따지지 않고 변호한 그였기에 무고한 의뢰인을 자신이 신뢰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순진한 사람만큼 무서운 의뢰인은 없다.'고 했고 또한 무고한 의뢰인만큼 변호하기 어려운 상대도 없다지만 한번만이라도 그런 의뢰인을 변호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가 그래도 아직은 법의 시스템에 다 녹아버리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그의 눈 앞에 무고해 보이는 의뢰인이 굴러 들어온다. 게다가 그는 부자이기도 하다. 할러는 이제 잭팟이 터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지옥행 열차에 승선한 것이었다. 

창녀를 죽이려다 잡힌 남자 루이스는 아무리 봐도 창녀를 죽일 이유가 없다. 거기다 이상하게 창녀는 한쪽 얼굴만 다쳤다. 왼손잡이에게 맞은 듯이. 하지만 루이스는 오른손잡이다. 할러는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같이 일하는 수사관 레빈에게 조사를 맞긴다. 그런데 루이스를 접촉하면 할 수록 좀 이상하다. 그 집안 변호사도 그렇고 그의 어머니도 그렇고... 

처음에는 할러의 일상적 업무와 그의 낙오자 의뢰인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서서히 루이스의 사건으로 몰입하게 하고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간의 날카로운 신경전과 물밑 두뇌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마도 존 그리샴이 그리웠던 독자라면 만족할 법정 장면일 것이다. 거기에 마이클 코넬리 특유의 염세적 세상보기가 들어 있다. 이는 그의 코요테 형사 해리 보슈의 전매특헌데 여기에서는 덜 염세적이고 약간 세상과 타협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돈 없으면 죄 짓지마라.'가 할러의 모토다. 그리고 이 말은 법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굴러가는 사회라면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음을 안다. 돈이 있으면 살인자도 무죄가 되고 돈이 없으면 단순 절도자도 감방에서 몇년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할러에게 더 이상을 바란다는 건 할러가 이상적인 무고한 의뢰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할러가 투팍의 음악을 들으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 하는 심정과 그래도 거리의 낙오자 중에 얼처럼 돈대신 운전으로 수임료를 받기도 하고 매번 창녀 글로리아를 위해 무료 변호를 하는 건 그가 돈만 아는 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그들을 이해하고자 애를 쓰는 그곳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랫만에 마이클 코넬리의 냉소적이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끈을 놓지 못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인물을 만났다. 마이클 할러! 해리 보슈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면, 약간 밝은 면이라고 할까, 좀 덜 진지한 면을 보는 것도 좋았다. 작가가 독자에게 모든 패를 보여주는 경우는 없는데 마이클 코넬리는 자신의 패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으로 독자를 자신의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며 읽었다. 제대로 된 또 한 편의 법정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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