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섬 미도리의 책장 2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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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표지 속 여자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다. 두 눈에서 눈물은 끊이지 않고 흘러내린다. 코는 금방이라도 빨개질 것 같고 입술은 떨릴 것만 같다. 하지만 여자의 표정은 무표정하다. 이 무표정하게 울고 있는 여자는 누구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얼어붙은 섬으로 함께 떠났다. 

호쿠사이야라는 찻집을 운영하는 아야메와 나쓰코는 나쓰코의 애인 무쿠의 아는 사람의 무인도로 놀러가기로 한다. 거기에 단골인 별명으로 부르는 토끼군과 그의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 아야메가 사귀는 아내가 있는 역시 단골인 야지마 부부도 함께 가게 된다. 만나자마자 그들 여덟명에게는 이상 기류가 흐른다. 아니 감지하게 된다. 토끼군의 애인 시즈카는 아야메의 사정도 모르면서 토끼군의 친구 모리타와 아야메를 엮어주려하지만 모리타는 불쾌해한다. 섬에 들어서자마자 야지마의 아내 나나코는 아야메에게 남편을 부탁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거기다 그 섬은 이상한 사이비 종교단이 분신을 한 섬이었다. 

처음은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얼마안가 나나코가 밀실살인을 당한 채 발견된다. 그들은 이제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배를 타고 경찰을 부르자는 말에 무쿠는 살인자를 도발하듯 열쇠를 바닷속에 버리고 연쇄 살인을 부추긴다. 그 말에 살인자가 분노한 것인지 무쿠는 다음 희생자가 되고 이제 혼자 다니지말자고 했지만 잠깐 밖을 내다본 사이 아야메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고 기절을 한 채 숲 속으로 끌려가고 토끼군은 절벽에서 떨어져 살해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의심은 깊어만 가고 분열은 극심해지는 가운데 서로의 본성은 죽음의 섬에서 발화되듯 밖으로 드러난다. 

고립된 섬, 한정된 사람, 사건이 일어날 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 이런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작가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사랑이라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랑처럼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것은 없다. 사랑은 활화산처럼 불타오르기도 하지만 북극의 빙하처럼 단단하고 차갑게 순간적으로 냉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어쩌면 고립된 섬, 한정된 사람, 그리고 사건은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미스터리처럼 사랑도 사람을 섬처럼 고립되게 만들고 한정된 사람끼리 나누는 것이고 대단한 어쩌면 일생일대의 사건일 수도 있으니까. 작가는 미스터리와 사랑은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단순한 작품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클로즈드 서클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스터리 그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표지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약간 밋밋하고 평이하게 시작하는 것같아 다른 비슷비슷한 작품과 같은 내용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심 불안했는데 마지막의 화룡정점이 좋았다. 그것은 작가를 다른 작품과 차별화시키는 동시에 작가의 능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인간의 심리 묘사도 좋았다. 고립된 섬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작품의 색다른 묘미를 맛보려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후 가장 독특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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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8-08-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표지그림 무서워라..ㄷㄷㄷ..
이뿌면서 무서운게 정말 무섭더랑....
만두님,글솜씨가 일취월장하시어 리뷰가 넘 좋아요^^
(아..이럴 때 추천이 있었지..한동안 까먹고 있었어요 추천 ㅋㅋ)

물만두 2008-08-26 12:28   좋아요 0 | URL
언니 무표정하게 우는 여자가 제일 무섭죠^^ㅋㅋㅋ
캄사합니다~
언니 쵝오!!!

Kitty 2008-08-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좋다고 하시네 ㅠㅠ 팔랑귀가 또 팔랑팔랑 ㅠㅠ

물만두 2008-08-26 13:41   좋아요 0 | URL
팔랑팔랑 읽어보세요^^

바람돌이 2008-08-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 너무 무서워요.

물만두 2008-08-26 15:25   좋아요 0 | URL
직접 보면 그렇게 안무서워요^^;;;

무해한모리군 2008-08-2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녀석도 재미있어보이네요.

물만두 2008-08-26 15:25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멜로망고 2008-12-15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만두님 리뷰보고서 끌려서 사읽게 되었는데요,
전 아주 만족스러운 내용이었어요.ㅋㅋㅋㅋㅋ
물만두님 블로그 즐겨찾기해놓고 종종 들어와서 책 구매하는데
도움받고 있어요,감사해요~ㅋㅋㅋㅋ

물만두 2008-12-16 10:48   좋아요 1 | URL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네요^^
 
다질링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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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지 미스터리로 불리는 미스터리 작품의 기본은 재미에 있다. 일단 재미있어야 코지 미스터리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가볍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과 주변 인물들의 재치가 이어져야만 한다. 이런 것이 없다면 코지 미스터리를 볼 이유가 없다. 

차가 나오니 예전에 읽었던 만화 <홍차 왕자>가 떠올랐다. 아삼과 얼 그레이, 멋있고 귀여웠는데 여기에서는 개가 얼 그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작은 미국 남부의 마을에서 인디고 찻집이라는 시어도시아가 주인인 찻집이 있다. 그곳에서 준비한 차로 올해는 마을의 오래된 건물을 지키는 문화유산협회 위원인 사만사가 행사주관이 되어 벌인 처치 스트리트 파티에서 한 남자가 독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남자는 악명 높은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소문은 퍼져 인디고 찻집의 매상은 떨어지고 종업원 헤일리의 친구 베서니는 문화유산협회에서 석연치않은 이유로 해고되어 인디고 찻집에서 일하게 된다. 여기에 티드웰 형사는 베서니를 취조하지를 않나, 시어도시아를 용의자로 생각하지를 않나 시어도시아의 탐정 기질을 부채질한다. 사업하랴 탐정일하랴 시어도시아는 바쁘고 그 와중에 용의자는 점점 늘어간다. 죽은 남자라면 이를 가는 환경운동가, 죽은 남자의 동업자, 베서니를 해고한 고집쟁이 문화유산협회 회장까지. 하지만 누구 하나 어떤 증거도 확보할 수 없고 경찰은 뭘 하는 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추리소설인지 요리 책인지 나중에는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추리는 어디가고 차만 남은 느낌이다. 인물들의 존재감마저 희박하다는 것도 문제다. 그래도 여러 종류의 차와 심심풀이 땅콩으로 독서를 하고 싶다면 가볍게 읽기에 나름 괜찮을 듯도  싶다. 여러가지 쿠키며 차에 어울리는 먹을거리도 등장하고 차의 기본 상식도 알려준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차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중국차, 인도차, 일본차 등등에 각기 다른 이름의 차들. 제목에 등장하는 다질링은 인도차다. 그것도 처음 알았다. 또 드레이튼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차를 잘 배합해서 마신다는 것도 알게 된다. 차를 즐겨 마시는 분들에게는 서비스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를 원했던 미스터리 독자라면 많이 모자란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유머가 있는데 코드가 안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코지 미스터리의 번역의 위험은 작가의 작품이 슬랩스틱 코미디적 유머냐, 스탠딩 코미디적 유머냐에 달렸다. 슬랩스틱 코미디라면 공감하기 쉽고 웃음코드가 잘 전달되지만 스탠딩 코미디라면 문화와 정서라는 걸림돌때문에 유머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 빼고 나머지 미스터리만으로 독자를 만족시킨다는 건 반쪽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의 유머가 그런 유머는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웃기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고 보려고 했지만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것이니 어쩔 것이냐고... 

쿠키 가게를 하는 아마추어 탐정도 있고 커피 하우스를 운영하는 탐정도 있다. 그 작품들 모두 쿠키에 대한 상세한 설명, 커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양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차에 대한 이야기는 양념이나 서비스차원에서 보여졌어야 했다. 그런데 차를 전문으로 파는 인디고 찻집의 주인공 시어도시아 - 이름도 참 어렵다. - 는 쿠키단지를 운영하는 한나 스웬슨에 비해 미스터리와 유머 두가지 모두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재미면에서도 커피 하우스 시리즈의 클레어 코지가 등장하는 작품에도 못 미치고 있다. 새로운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라 반가워 기대가 컸는데 많이 실망스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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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08-2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재미없었나했더니 만두님도 ㅎㅎ

물만두 2008-08-23 14:43   좋아요 0 | URL
님도 그러셨군요^^ㅋㅋㅋ

BRINY 2008-08-26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목에 절대 공감입니다! 예쁜 표지에 끌려서 샀더니만!

물만두 2008-08-26 19:05   좋아요 0 | URL
저는 한나 스웬슨이 나오는 작품 정도를 예상했습니다^^ㅋㅋㅋ

하이드 2008-08-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표지 때문에 못 사고 있습니다요

물만두 2008-08-27 14:04   좋아요 0 | URL
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zulie 2008-08-2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서로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없었어요. 차를 좋아해서 읽어봤는데도 몰입하기도 힘들더라구요. 나중에 범인이 누군지 나오는데 진짜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이 사람이 누구지? 라고 했었죠; ^^

물만두 2008-08-30 10:29   좋아요 0 | URL
아, 원서도 그렇군요. 이거 시리즈로 나올 모양인데 좀 험난하겠네요.^^;;;
 
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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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라는 일본 그림을 알게 된 것은 고흐나 동시대 자포니앵 화가들의 영향이 크다. 고흐의 그림 속에는 샤라쿠의 작품이 방 안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도 나오지만 샤라쿠를 먼저 인정하고 세계 3대 초상화가로까지 추앙한 이도 서양 사람이다. 일본조차도 뒤늦게 관심을 가졌지만 내가 다시 샤라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학자가 내놓은 샤라쿠의 김홍도설때문이다. 김홍도건 신윤복이건 타당하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어쨌든 그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화가임에는 분명하다. 

우키요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샤라쿠에 대한 집념을 버리기는 어렵다. 그가 누구인지, 이 비밀 속에 감춰진 인물을 알아내는 것은 떨쳐버릴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어느 날 우키요에의 두 파벌 중 한 파의 수장격인 우키요에를 연구하던 학자 사가가 자살을 한다. 그리고 그의 최대 라이벌이자 번번히 그를 좌절시켰던 거물 니시지마 교수의 문하생이자 조교인 츠다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서 샤라쿠의 정체를 추적할 단서를 만나게 된다.  

츠다는 니시지마 교수에게 파문당했지만 좋아하는 선배 고쿠후와 상의하며 그의 여동생과 함께 샤라쿠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 조사 여행을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진 샤라쿠 별인설은 또 다른 흥미로 다가오고 마침내 모든 조사를 끝내고 니시지마 교수에게 알렸을때 벌어진 비상식적인 일들은 샤라쿠 이면에 늘 내재되어 있는 인간들의 추한 모습이라 어디나 권력을 쥔 자의 모습은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자의 논문, 업적을 가로채려 하다니... 그런데 뜻밖에 사고가 일어나고 한 명의 우키요에 권위자의 죽음이라면 몰라도 두 명이 연이어 죽는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경찰이 사건에 개입을 하며 이야기는 점점 츠다의 손밖으로 빠져나간다. 

샤라쿠는 샤라쿠일뿐인데 그가 누구인가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샤라쿠 별인설이 자꾸 등장하는 것은 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집념도 있겠고 호기심과 궁금증도 있겠지만 세익스피어가 누구이든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작품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샤라쿠가 누구이든 그가 그린 그림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순수함도 있겠지만 순수함에 편승한 어떤 비양심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고 돈이 최고인 세상이니 말이다. 

샤라쿠를 등장시켜 짜임새있는 미스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아트 미스터리란 어느 나라나 비슷비슷하기 마련인데 샤라쿠가 가진 특성과 우키요에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표현, 그리고 각기 다른 시대에 대한 우키요에와 샤라쿠를 판단하는 관점 등 우리 눈에는 낯설지만 조사를 아주 잘한 느낌을 준다. 그 조사가 미스터리를 미스터리가 아닌 샤라쿠와 우키요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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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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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를 탈출한 흉악범 세 명과 그때 그들을 만나 인질이 되어버린 농아학교 교사 2명과 8명의 학생들, 이들을 구조하고 인질범의 항복을 받아내기위해 달려온 FBI 인질협상가가 펼치는 피말리는 협상극이 펼쳐진다. 분 단위, 시간 단위로 쪼개서 전개되는 상황과 인질범의 성향 파악도 하기전에 벌어지는 첫번째 비극은 인질극을 벌이는 도살장이라는 의미심장한 장소와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협상가와 주경찰들이 포위하고 있는 벌판 사이를 넘나들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흉악범 핸디와 협상가 아더는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 그러면서 인질범은 자신들이 필요한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협상가는 그것 중에 가장 들어주기 쉬운 것만을 골라 들어주며 인질교환을 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거기에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다. 잡혀 있는 인질 이외의 희생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 최선을 다해 인질을 구출하지만 기본은 인질범을 붙잡는 것이고 최악의 사태인 인질들의 목숨은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런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늘 그렇듯이 관할권과 공명심, 또는 출세를 위해 협상가의 뒤통수를 치려는 자들도 있다. 내부의 적도 찾아내야 하고 인질도 구출해야 하고 핸디도 잡아야 하는 아더의 협상은 점점 험난해진다. 하지만 뜻밖에 소극적이던 멜라니가 정신을 차리고 내부에서 아더를 도와 인질을 빼내기 시작한다. 

청력을 중도에 잃어버린 멜라니가 청력을 잃어가는 도중 들은 노래가 있었다. 그 유명한 '어메이징 그레이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어 메이든스 그레이브'로 듣는다. 예고된 것처럼 신의 놀라운 은총은 소녀의 무덤이 되어버린 것이다. 꿈과 희망을 잃고 좌절하게 만든 무덤. 그 무덤은 진짜 소녀의 무덤이 되어 이제 자신들의 손을 떠나 남에 의해 좌지우지되어버린다. 바로 인질범과 협상가 사이에서. 하지만 멜라니는 이제 스스로 일어선다. 극한의 공포속에서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질범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도 침착한 범인 핸디, 베테랑 협상가지만 주어진 조건이 너무도 열악하고 인질범에게 스톡홀름 증후군을 느끼는 아더, 두려울 때마다 자기가 만든 상상의 음악실로 들어가 자신이 에페라고 이름붙인 아더에게 위안을 받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멜라니, 이들의 앞날에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날이 밝을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핸디를 잡을 수 있을지 읽을수록 점점 마지막이 궁금해지는데 제프리 디버는 그답게 뒤통수를 후려친다. 

처음 시작부터 가슴 철렁하게 시작하더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좀 오버가 아니었나 싶다. 스톡홀름 신드롬을 단순히 인질범에게 동화된 인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인질범과 협상가, 협상가와 인질, 또 다른 형태의 인질범과 인질에게서 나타난다고 보여준 것은 좋았는데 이것의 끝이 조금 아쉬운 감이 남았다. 구성 과정에 구멍이 약간 보였지만 그 상황이 워낙 긴박해서, 또 아이들이 인질이 된 상황이라 좀 더 냉철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되지만 너무 치밀하게 만들려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건 아닌가 싶었다.  

협상을 하는 동안의 긴박하고 긴장된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핸디와 대비되는 아더의 모습이지만 핸디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아더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고, 인질들이 농아라는 점이 더욱 가슴 졸이며 협상을 지켜보게 만든다. 인질이 된 멜라니의 심리 묘사도 좋았지만 특히 농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들이 겪는 갈등의 묘사는 그를 좀 더 높이 평가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제프리 디버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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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공간도 모두 클로즈드 서클인 작품이다.
한정된 시간, 외딴 섬,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
얼어붙은 섬에서 과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본다.

에도의 괴이한 이야기 아홉 편이라...
매력적이란 말이다. 이런 작품.
미미여사가 써서 더 그렇고^^

전쟁과 불안, 죽음의 공포 등 영혼의 극한적인 상태를 특유의 담담함으로 신랄하게 묘사란 어떤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원래 간단하고 단순하게 쓸 때 더 공포가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하니까.

에도가와 란포의 <파노라마 섬 기담>에서 영감을 얻은 환상적인 테마 파크 ‘신의 정원’을 배경으로 한 온다 리쿠의 장편소설이라...
이럴때 필요한 건 에도가와 란포의 <파노라마 섬 기담>을 같이 출판해주는 쎈쓰~인데 아쉽다.
온다 리쿠, 온다 리쿠... 흠... 정말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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