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의 마지막에서 아델리아는 영국에 강제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영국 왕실에서 일어나는 독살 사건을 맡게 된다. 왕의 여인의 독살이라니 흥미진진하다. 전편으로 재미는 입증이 되었으니 좀 더 치밀한 미스터리를 기대해볼까^^

SF와 하드보일드의 다양한 클리셰들을 결합시킨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가난한 사립탐정, 평판 나쁜 친구들, 오래되고 지저분한 도시, 술집 소굴, 무자비한 깡패들, 황금 심장을 가진 창녀...
그러니까 장르가 SF와 미스터리의 혼합이라는 말씀이로군.
레이먼드 챈들러를 연상시키는데 시작은 로렌스 블록의 매트 스커더가 생각이 날까?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바치는 작품같아보이지만 뭐, 필립 말로가 대부분 탐정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니 난 매트 스커더다 생각하고 봐야겠다.

외유장각 도서를 소재로 추리소설이 나올만 하다는 생각은 했다. 흠...
근데 난 이런 소재만 봐도 열통이 터지니 원...
소설속에서나마 속이 시원해지게 될런지...

표지만 봐도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를 알면 더 보고 싶어지고...
말이 필요없다.

SF 마니아들이 기다리던 화성의 프린세스가 나왔다.
그런데 표지가 참...
하지만 봐야지 어쩌겄어요 ㅡㅡ;;;

앞으로 세 시간 후 퇴근해야 하는 경위,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10년 전 죄를 고백하는 한 여자라니 이 무슨 황당한 작품???
하지만 작가를 알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자살가게>의 그 작가 작품이다. 아하~

오츠이치의 첫 장편소설.
눈 이식에 대한 작품이다.
요즘 눈을 이식하고 공포를 겪게 되는 작품이 많이 등장한다.
이것도 유행인가...
과연 작가가 선보일 눈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공포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진짜 기대되는 단편집이다.
신세대라고 할 수 있는 신진 작가들이 보인다.
우리나라 추리계의 한단계 도약을 이끌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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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8-05-2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적의 책에서도 "화성의 프린세스"가 나온다더군요. 퍼블릭 도메인인데 루비박스에서 거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서는 정식 독점 계약을 강조하더라구요. ㅡㅡ;;; FTA가 비준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뭐하러 그러나 싶기도하고... 그래도 엔더의 게임이나 앞으로 더 시리즈를 낼 것 같아 보이기는 하니 좋기는 하네요.ㅎㅎ

그리고 하인라인의 낯선 땅 이방인도 재간된다는 소식이 있더라구요.^^ 보르게임이나 젤라즈니 걸작선도 나올 것 같고... 올해 대박일듯?ㅎㅎ;

물만두 2008-05-21 16:49   좋아요 0 | URL
sf도 여름 이후가 기대됩니다. 있는 책 자꾸 나오는 것보다 새 책이 좀 더 많이 나와줬음 싶어요^^

mong 2008-05-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몰라도 다이디 타운은 찾아 읽겠습니다
SF풍년이 되지 않을까 살포시 기대중 ^^

물만두 2008-05-21 17: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작품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노아 2008-05-2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이 끌리네요. 뿌리깊은 나무는 너무 실망스러웠는데, 이 작품은 보다 재밌었으면 해요.

물만두 2008-05-21 20:10   좋아요 0 | URL
뿌리깊은 나무 작가가 썼나요? 전 그 작품 그런대로 괜찮았었어요^^

마노아 2008-05-21 22:26   좋아요 0 | URL
같은 작가는 아니구요. 그냥 생각이 났어요^^

물만두 2008-05-22 10:50   좋아요 0 | URL
아, 예~

알맹이 2008-05-2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오츠 이치 작품 중 뭐가 제일 좋아요? 전에 쓸쓸함의 주파수 읽었는데 참 좋았었거든요..

물만두 2008-05-22 10:51   좋아요 0 | URL
전 다 좋습니다^^ 이 작가 전작할려구요~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 / 푸른역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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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의 15~16세기 메디치가를 빼놓고 르네상스 시대를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예술, 종교, 정치, 경제, 외교 전반에 걸쳐 그 시대에 폭 넓은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 시대의 어떤 작품을 접하게 되든 한번은 듣게 되는 가문 이름이다. 특히 나는 미술에 대한 메디치가의 열정만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새로운 것, 메디치 가문의 형성과 영향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펼쳐졌는지를 알게 되었다.

인간이란 탐욕스런 존재다. 늘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애를 쓰는 종이다. 그런 점에서 메디치 가문이 은행업으로 재력을 모은 뒤 자연스럽게 권력을 탐하게 된 점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 시대, 아니 그 이전 피렌체가 공화국이었고 왕과 영주가 없는 공화제의 틀 안에서 귀족들과 시민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독재를 꿈꾸는 이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대표 적 인물이 메디치가, 특히 로렌초 메디치에 이르러 절정에 이르게 되지만.

돈이 있으니 이제 정략 결혼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귀족들과 다른 나라, 심지어 교황까지 야심에 이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야심은 다른 쪽에도 있는 법이라 하나의 귀족이 모든 정치를 움켜쥐면 반대파는 숙청에 의해 몰살되는 것이 그 시대 정치사정이었던 바 반기를 드는 귀족이 없을리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테마가 된 4월의 음모 즉, <파치 음모>다. 파치가도 나름 한 귀족이고 한 재산 있고 한 정치적 동지가 있었고 더군다나 그에게는 교황이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실패로 끝나 일당 독재 체제가 이어지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 책은 그 시대 정치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 생활상도 알려준다. 결혼할 때 외모를 많이 따진 점이라거나 교황에게 사생아가 있었다는 점, 교황의 가족 챙기기, 교회의 부패를 사람들이 싫어했지만 종교적 힘은 두려워했다는 것, 그리고 지참금이라든지, 교역품이라든지, 은행의 이자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식인 풍습의 잔인함까지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심지어 세금의 순위까지도 마치 포브스의 세계 최고의 갑부는 누구? 하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게 정치말고도 읽을 거리가 참 많다.

또한 언급된 인물마다 그림을 보여줘서 화가를 후원했던 것이 하나의 자기 과신,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음을 알려준다. 그 시대 종교화속에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을 화가의 의지라 말할 수는 없을테고 교황의 비종교적 모습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의 재치가 느껴지는 것이 그래도 르네상스 시대가 꽃피울 수 있었음을 대비해서 알려주고 있는 인간의 진정한 의지다. 이런 모습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메디치가와 그 시대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책을 보며 놀라웠던 것은 500년전의 남의 나라 정치가 어떻게 오늘날 정치상황과 닮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부정부패나 독재뿐 아니라 정경유착까지, 거기에 그들만의 결혼까지 닮아도 너무 닮아 소름이 돋았다. 작가는 로렌초 메디치의 정치를 '보스 정치'라고 말하고 있다.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다. 보스정치는 자신을 지지한 가신들까지도 챙겨야 하고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정치를 말하는데 이것이 현재의 정당 정치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줄 잘서기라는 말이니까. 역사가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데 우매한 인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왜 이 책을 읽는데 내 가슴이 답답한 것인지...

하나의 댐이 터지면 복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책에서는 메디치가의 일개 시민이 일인 보스정치 이후 피렌체에서는 공화정치가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메디치에 대해 냉혹하게 이야기하고 살인을 저지른 파치가에 우호적이다. 단 한 사람으로, 한 가문으로, 하나의 욕심이 모아져 세상은 바뀐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많은 사람이 빵 한덩이를 가지고 싸우게 된다. 우리가 지금 명심해야 할 일은 하나의 선택이 엄청난 역사적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일 지도 모른다. 앞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때론 보이는 앞 일도 있는 법이다. 메디치가를 막으려 했던 파치가의 반대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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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5-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추리소설인가요? 책눌러보지도 않고 무저건 묻다니..ㅋㅋ
푸른역사책이면 역사쪽일텐데..
어쨋든 제가 좋아라 하는 인물이니 일단 보관함으로...
하나도 고맙지 않아요.=3=3=3

물만두 2008-05-21 13:00   좋아요 0 | URL
역사서적입니다. 소설은 아니구요.
살인사건에 코가 꿰인거죠^^

paviana 2008-05-2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책값이..책값이....
체자레 보르지아 책도 넘 비싸서 맘아픈데,이책도 넘해요....

물만두 2008-05-21 13:01   좋아요 0 | URL
네, 책값이 넘 비싸더군요.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 아들이 살해당한 후, 남은 가족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추적한 충격 에세이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과 출판사 설명만 봤을 때 너무 가슴 아플까봐 걱정했다. 슬퍼서 울까봐서. 그러면 너무 감정에 치우쳐 제대로 읽지 못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우였다. 작가는 너무 담담하게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 너무 담담함이, 살기 위해서만 아니 와해되지 않기 위해 기를 썼던 아버지와 어머니와 딸의 30년 동안의 이야기가 눈물도 나지 않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말하는 듯 그렇게 전해졌다.

우리 외할머니는 한국전쟁때 막내 외삼촌이 인민군에 의해 납북되는 일을 겪으셨다. 그 뒤 연이어 큰 외삼촌 돌아가시고, 가운데 외삼촌까지 돌아가셔서 아들 모두를 먼저 앞세우셨다. 그러고 여든 여섯까지 사셨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애닳았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엄마는 생일날만 되면 생사를 알 수 없는 막내 외삼촌 얘기를 하신다. 엄마 생신 다음날이 외삼촌 생신이다. 그 그리움의 세월이 육십여년이 되어간다.

아들이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른다. 부모가 아닌 나는 그 마음을 모른다. 그것도 살해되어 어린 나이에 가슴에 묻어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안된다. 아마도 할머니가 살아 생전 외삼촌 그리던 마음, 자식 죽었다고 혼절하셨다던 그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자식이 죽어 한 집안은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엄마는 정신을 놓기까지 했고, 어린 딸은 오빠의 부재에 울지도 못한다. 아버지는 그런 가족때문에 정신을 추스르려 애를 쓰지만 아들이 죽을 때 찬 손목 시계를 죽는 날까지 손목에 차고 있었다. 아들 생각이 날까 미칠 것 같아 가해자에 대한 복수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아들 생각도 슬픔이 복받쳐 가족간에 말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복수도 생각할 수 없는 비통한 슬픔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데 가해자는 어떤가. 변호사가 되었고 사과 한번 없었고 전화를 하니 돈이 필요하면 빌려 주겠다는 말만 한다. 갱생을 위해 소년원에 넣었고 전과를 남기지도 않았는데 이 모습 어디에서도 갱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게 인권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권은 없는 것인가?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얘기다. 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최소한 가해자나 가해자 부모는 죄송하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는 사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잘못을 해도 잘못했다고 가르치지 않는 건지 그런 마음 자체가 없는 건지 유감이 대세라 그런가 유감이라는 말만 있고 사죄는 사라진 것 같다. 아이들이 서로 싸워도 미안하다고 하며 크는 거 아니었나? 이런 점에서 픽션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속 가해자의 사죄는 오히려 크게 다가온다. 그게 갱생의 시작이다.

마음없는 갱생,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갱생, 아니 노력조차 하지 않는 갱생이라는 이름의 허울뿐인 법과 가해자는 증발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만 남아 그 상처를 알아주는 이 없이 살게 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법과 인권,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해 국가와 사회는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작품이 참 감정을 절제한 느낌을 준다. 논픽션이고 작가가 희생자 가족의 이야기를 옮긴 것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아직 아픔이 남은 이들이 감정을 드러내는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건 직후 머리가 하얘지고 지금도 장례식장에서 있지 못하는 어머니와 이제는 돌아가신 아버지, 남이 빤히 쳐다보면 몸이 떨리는 여동생의 모습에서 치유의 길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더 많아지리라는 생각도...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이 <내 사회가 죽었습니다>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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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5-1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안읽어 봤지만 어디선가 리뷰를 본것 같네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가해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인권이 더 중요한것 같은데 아무도 피해자 인권을 신경쓰지 않는것 같더군요.누구 말마따나 죽은놈만 억울한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민사적 처벌도 병행되야 한다고 생각해요.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금전적 손실은 누가 보장한단 말입니다까???
미성년자인경우 당연히 그 부모가 배상을 해야되고 성년자의 경우 그 재산을 처분해서 배상을 해야된다고 여깁니다.
흠 만약에 재산이 없다면 ○○노역을 시켜서라도 돈을 벌게해야겠지요^^;

물만두 2008-05-16 12:15   좋아요 0 | URL
제 생각도 그런데 이 작품에도 나오지만 합의금이 있는데 주지 않으면 소송해야하고 자식과 돈이라는 점이 참 애매해서 이건 국가가 알아서 처음부터 피해자 가족들이 신경쓰지 않도록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가해자는 점점 뻔뻔해지고 있는 것 같고 피해자는 더 소외되는 감이 들어 그게 더 큰 문제같아요.

순오기 2008-05-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리뷰가 너무나 가슴을 울립니다~~~~ 우리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확 일어나는 슬픔이요.

물만두 2008-05-17 13:56   좋아요 0 | URL
부모님들은 더 슬프실 것 같아요. 걱정도 많이 되시구요.

딸기 2008-05-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리뷰가 리뷰처럼 안 읽히고, 그냥 마음을 울리네요.
혜진 예슬양 사건 보면서... 딸 키우는 부모로서, 생각만 해도 마음이 진정 안 될 정도였어요. 대체 그 아이들 부모는 어떤 심정으로 살까, 내가 그런 처지라면 과연 '정상적으로' 세상 살아갈 수 있을까...

참, 정답이 없는 문제같아요.

물만두 2008-05-20 17:14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데 그나마 최소한의 사회가 도의적 성의는 보여도 좀 나을까 말깐데 답답해요.
 
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860년 윌키 콜린스는 추리소설사는 물론이고 서양 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을 출판한다. 바로 이 작품 <흰옷을 입은 여인>이다.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당대의 작가들과 유명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는 작품으로 추리소설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늘 고전추리의 목록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3권으로 나왔다고 하니 그 두께가 짐작이 될 것이다. 이 7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었다.

가난한 그림 교사인 월터 하트라이트는 친구의 소개로 귀족 집안의 두 딸에게 그림을 가르치러 런던을 떠날 예정이다. 떠나기 전날 울적한 마음에 길을 걷던 그는 흰옷을 입은 여인을 도와준다. 그것이 그의 운명의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그 뒤 그는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로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미 로라에게는 약혼자가 있어 떠날 수밖에 없었다. 로라의 언니 마리안은 그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고 동생의 결혼을 바라지만 얼마 안가 그것이 무서운 함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월터 하트라이트가 엮은 모험담을 사건의 순서에 따라 그 순서를 증언할 증인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사건이라는 것이 19세기 영국, 아니 나아가서 그 시대 여성의 지위와 명예, 결혼에 따르는 유산 상속 등의 법적인 문제 전반, 그리고 계급에서 오는 불가피한 파괴력과 맹신 등, 당시 만연한 사회 문제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것을 윌키 콜린스는 사랑과 용기, 헌신이라는 인간의 정신과 탐욕, 사기, 유괴, 날조 등의 인간의 물욕을 대비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소설이 얼마나 추리소설의 묘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윌키 콜린스가 책 속에 언급했듯이 군더더기없이 미스터리하고 서스펜스와 스릴을 만끽하게 해줬다. 로라의 결혼, 아니 흰옷을 입은 여인의 등장부터가 분위기는 미스터리를 감지하게 만들고 있고 로라의 남편과 그의 친구 백작과 함께 하는 생활에서는 가슴 두근거리는 공포와 스릴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월터의 추적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으로 몰아갔다. 마지막까지 정말 다음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었다.

148년이 지난 뒤 읽어도 매력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이 난다고 말하고 싶다. 현대 추리소설에서 보여주는 과도한 잔인함, 스릴을 주기위한 너무 많은 반전,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나친 트릭이 이 작품 앞에서는 조금 초라하게 보인다. 고전 추리소설의 백미라는 이 작품을 대한 찬사로도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기에 세밀한 묘사와 더불어 인물들에게 공들여 하나 하나 성격을 보여주는데 특히 마리안은 이 작품에서 그 시대에는 여성의 앞날을 예고하는 인물처럼 느껴졌고 그 활약상은 이 작품은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인상 깊었다. 또한 포스코 백작에 대한 묘사와 맨 처음 월터를 은인으로 여기며 일자리를 찾아준 페스카 교수의 존재는 그야말로 작품의 맥락을 처음부터 암시하고 있어서 나중에 읽을 때 무릎을 탁 치고 감탄하게 만든다.

윌키 콜린스는 698쪽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사건 진술에서 필요한 법칙은 사건의 진행과정상 필요할 때만 해당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다 보면 나의 개인적인 호불호가 아니라 상술되는 정황에 그 인물이 얼만만큼 관계가 있느냐에 따라 등장과 퇴장이 결정된다.' 이 문장은 바로 이 작품에서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모든 것이 작가의 머리 속에서 잘 배치되고 짜여져서 나온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다른 추리소설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작품들이 종종 있으니 말이다.

역사상 최초의 수사 과장인 커프 수사 과장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달보석>의 작가 윌키 콜린스, 이번에는 독창적인 그 시대의 최초의 방법인 증거 수집, 탐문, 조사라는 탐정이 해야 할 일을 동원해서 차례로 보여주며 한 편의 놀라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넌 도일에게 영향을 줄 만 했다.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을 우리는 너무 늦게 접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찰스 디킨스도 울고 간 작품이 여기 있다.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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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5-1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리의 물만두님께서 이렇게 극찬하시니 기억은 하고 있어야겠는데요?
근데 장장 7백쪽이 넘는군요.ㅜ.ㅜ

물만두 2008-05-15 11:51   좋아요 0 | URL
금방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그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재미있다니까요.
안 읽으심 정말정말 후회하실겁니다~

비로그인 2008-05-1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께때문에 엄두가 안나지만. 꼭 읽어봐야겠어요 ^^

물만두 2008-05-15 11:51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세요.
올 해 꼭 강추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ppie 2008-05-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판 [The Moonstone](저도 '월장석' 이란 번역은 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의 맨 끝에 실린 작품소개에 이 [흰옷을 입은 여인] 이야기가 좀 나오지요.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문제의 에피소드를 읽고서 어머 변태,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 -_-) 원서를 읽을 생각이었는데 번역되어서 기뻐요 ;ㅁ;

물만두 2008-05-15 14:01   좋아요 0 | URL
어? 저는 왜 생각이 안나죠?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가봅니다 .ㅜ.ㅜ
저도 번역되어 나와서 너무 기뻐요^^
달보석이 훨 좋아요. 월장석이나 문스톤보다요.

카스피 2008-05-1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콜린스의 흰옷입은 여인이 번역되었네요.국내 추리시장도 점차 활성화되나 봅니다.예전같으면 꿈도 못꿀 19세기 작가 콜린스의 작품이 번역되다니... 얼른 구매해야 겠네요^^

물만두 2008-05-15 14:4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요즘은 살 맛 납니다^^
어여 구매하시와요~

eppie 2008-05-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에피소드 : 윌키 콜린스가 친구와 길을 가는데, 길가의 저택에서 젊은 여자가 뛰쳐나와 구조를 요청한 적이 있대요.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흰옷을 입은 여인]을 썼는데 나중에 그 여자랑 결혼했다고...해피엔딩은 해피엔딩이지만요 ;;;

물만두 2008-05-15 15:5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작가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KNOCKOUT 2008-05-1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또 만두님의 엄청난 서평에 또 낚이는 군용... >.<
세상을 삼킨 책도 얼른 읽고 서평을 써주세용...

물만두 2008-05-15 19:09   좋아요 0 | URL
넉아웃님 그러려니 이제는 체념을 하시라니까요^^ㅋㅋㅋ
세상을 삼킨 책 서평 올렸습니다~

이매지 2008-05-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19세기 최고의 추리소설이라고 만두님이 유혹하시니
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 읽고 싶어지네요 :)
일단은 보관함에 넣어둬야겠어요 :)

물만두 2008-05-16 10:54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은 무조건 읽으셔야죵^^

lsy78m 2008-05-1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너무 기대됩니다...당장 읽고싶네요..흑;;;~~~~

물만두 2008-05-16 10:55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와요^^

mong 2008-05-1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자나도 궁금하던 책인데
만두님이 추천 하시니 조만간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

물만두 2008-05-16 13:48   좋아요 0 | URL
몽님 좋아하실만할 겁니다^^
 

에도가와란포 전단편집이 출판되었다.
이미 나와있는 단편집과 어떤 작품이 겹치고 새 작품이 수록되었는지 살펴보자.

2전짜리 동전
심리시험
무서운 착오
D언덕의 살인사건
화승총
흑수단
몽유병자의 죽음
유령
반지
일기장
입맞춤
모노그램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
아내에게 실연당한 남자
도난
낭떠러지
흉기
의혹
영수증 한 장
두 폐인
재티
석류

음울한 짐승
2전동화
심리시험
D 언덕의 살인

천장 위의 산책자
두 폐인
인간의자
빨강 방
거울지옥
배추벌레

생각보다 많이 겹치지 않는다. 다행이다. 안심하고 이 단편집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전단편집이라고 하니 모든 단편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으나 세권으로 나올 것 같다.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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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책방 2008-05-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에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블로그가 있습니다.
총3권에 수록된 단편목록도 나와 있죠.
http://blog.naver.com/mysterybook/40050892797
1권으로 나온 걸 3권으로 만든 건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3권으로 나온 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물만두 2008-05-15 10: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렇게 쓴 겁니다.

무해한모리군 2008-05-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물만두님. 저도 이 단편집이 무척 기대가 되네요 ^^

물만두 2008-05-15 11:0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자진모리님. 저도요^^

카스피 2008-05-1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물만두님.이렇게 정리해주시니 일목요연하네요.에도가와 란포 단편집이라 기대되네요 ㅎㅎ

물만두 2008-05-15 14:43   좋아요 0 | URL
앞으로 2권 더 나온다니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