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다 다카시 총서가 출간된다고 하니 기쁘다.
정말 멋진 컬렉션이 될 것 같은 마음에 설렌다.
시소게임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기다리셨을테고 <나폴레옹 광>의 소문을 들으셨거나 보신 분들은 기대가 크실 것이다.
제목은 살벌하지만 추리소설과 블랙유머가 함께 하는 작가의 작품 정말 좋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핀의 모험이라고 하는 것이 딱 맞는 작품이다.
시리즈로 딱 정해지진 않았지만 핀이 계속 등장하니 핀 시리즈라고 봐도 좋다.
그러니 앞에 나온 두 작품을 먼저 읽고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스파이 논문을 쓰는 현대의 엘로이즈,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 스파이였던 에이미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그 시대 스파이에 대해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냥 연애소설인가 했더니 여성 스파이에 대한 활약이 나오는 것 같다.
마타하리 생각난다.

퍼플라인이 아주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는 나름 매력있었다는 기억은 있다. 추리적으로는 별로였지만. 그 작가가 이번에는 철학을 소재로 미스터리를 보여준다.
철학이 소재인 미스터리가 있었지만 어떤지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 스릴러 4부작 <퍼플라인Die Purpurlinie>(그림), <비의 손을 가진 여인Die Frau mit den Regenhanden>(문학), <현실과의 3분Drei Minuten mit der Wirklichkeit>(음악과 춤), <세상을 삼킨 책Das Buch in dem die Welt verschwand>(철학과 역사)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두 작품도 나와주기를 바란다.

15세기 말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를 집중 조명했다. ‘피의 4월’ 혹은 ‘파치 음모’라 불리는 메디치가의 두 지도자를 피렌체 대성당에서 암살하려던 사건으로 인해 피렌체의 역사는 분기점을 맞아 독재국가로 변모했다. 그 음모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의도와 그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재구성해 피렌체 공화국의 종말을 이야기한다.
메디치가라고 하면 15세기 화가들이 등장할때 늘 등장하는 가문이다. 한 시대를 좌지우지했던 권력가 집안이라는 것만 알고 있는데 여기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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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향기 2008-04-2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토다 다카시가 나오다니! 기대됩니다 ㅠㅠ 정말 기쁜 소식인걸요~

물만두 2008-04-25 15:23   좋아요 0 | URL
총서라니 더 기쁘지요^^

Kitty 2008-04-2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세번째 책이 땡기네요 ^^
근데 만두님 요즘은 가족 얘기 안올려주세요? 바쁘신가봐요 ㅠㅠ

물만두 2008-04-26 10:31   좋아요 0 | URL
급체력저하요^^
 
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일까?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말이다. 그건 새로운 좋은 작가의 작품을 읽었을 때다. 상을 받았다고 다 좋은 작품이라거나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는 이 작품은 2007년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품이다. 일본이 너무 부럽다. 이런 신인들이 자꾸만 등장하니 샘나서 죽겠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려고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 인물의 속내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궁금증만 자아낸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오스케는 엄마를 암으로 잃는다. 아빠 요이치로는 망연자실한 가운데 점점 이상해진다. 거기에 친하게 지내던 아빠 친구 미즈시로의 아내이자 엄마 친구인 메구미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집 또한 미즈시로가 이상하다. 동갑내기 친구인 그 집 딸 아키마저 엄마를 잃은 충격에 교통사고를 당하질 않나, 가출할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러는 가운데 오스케는 엄마친구 메구미와 아키에게서 갑자기 느꼈던 이상한 환상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하는 과제와 아키의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하게 만든다.

어른의 이야기와 아이의 이야기, 어른의 관점과 아이의 관점이 서로 중심축을 이루면서 탄탄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 결말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었다. 누구에게나 환상은 있고 그림자 또한 있다. 정신과적인 용어가 아니래도 인간은 어디 한군데쯤 정신이 이상하게 마련이라고 하니까 누구나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고 안되고가 치료를 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수 많은 환상과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어떻게 수용하고 잘 포용하느냐가 비틀거리는 인간에게 제대로 설 수 있는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요이치로는 오스케에게 1등과 꼴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어떤 것도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지만 달리기에서 순위를 가르치기는 해야 한다고. 사회에 나가면 부딪힐 문제니까. 그 가르침에 우열이 아닌 긴 안목으로 1등의 가치와 꼴등의 가치는 가릴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든 만들어가는 등수가 좋은 거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를 바라는 요이치로의 마음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하는 내게 와닿았다. 마라톤은 1등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가장 마지막 주자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는 관중과 완주하는 주자가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때가 더 감동스러운 이유를 살면서 느끼게 되니까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의 죽음은 소멸일 수 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추억이 있고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사랑하는 사람은 늘 함께 하는 것이다. 산다는 건 어쩌면 그래서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좋은 그림자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로 높이 올라간 쏙독새가 봉황이 되었다는 믿음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어른이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일임을 작품 속에 내포하고 있다.

간결하고 깔끔하면서도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잘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본격추리라는 추리소설의 한 분야를 완벽하게 트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물들의 단어 한마디, 행동 하나에 독자에 대한 속임수를 포진시키고 있는 작가의 주도면밀함과 본격추리소설이면서도 그것을 좀 더 새롭게 만든 작가의 글솜씨가, 그의 도전이 재미있고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다. 한 작품만으로는 배가 고프다. 더 작가의 작품을 맛있게 먹고 싶다. 정말 기대되는 작가를 만나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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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08-07-21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히 서점에 들렸다가 표지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던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탄탄하고 정교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후반부는 정말 좋았습니다^-^

물만두 2008-07-21 11:57   좋아요 1 | URL
저도 좋았습니다^^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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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미스터리가 아닌 공포 스릴러는 조금 꺼려진다. 그래서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과 같은 미스터리 작품을 원했던 나는 간만에 출판된 작품이 공포 스릴러라서 실망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호곡~ 이거 완전 심플 호러 스릴러잖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심플 플랜> 저리가라 하는 매력을 느끼게 됐다. 호러 스릴러에 매력이라니 좀 그렇지만 호러 스릴러를 단순한 공포의 경지가 아닌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킨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단순하다. 멕시코에 놀러온 네명의 미국 젊은이들, 돌아가면 미래가 다 계획된 그들이 청춘의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 놀러왔다가 착한 독일 청년을 만나고 그 청년의 동생을 찾으러 멕시코 오지의 고고학 탐사대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여기에 언어 소통이 전혀 안되는 그리스 청년이 따라 오고. 이 여섯명의 일행은 가지 말라는 트럭 기사의 말도 뿌리치고, 가고 싶지 않았던 여자들의 속 마음도 뿌리치고, 무표정한 마을 사람들이 발굴팀의 텐트를 찾아내자 갑자기 달려와서 말리는 것도 알지 못하고 고고학팀과 독일 청년을 찾아 아무 것도 없는 폐허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아무도 없다는 것과 아래에서 발견한 독일 친구의 동생의 주검, 그리고 그들이 필사적으로 그곳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는 마야인들과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 지하 갱도뿐이었다. 그리고 떼어낼 때마다 손바닥을 따끔거리게 하며 살갓을 벗기는 덩굴들, 움직이는 덩굴들...

고립무원이 된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공포는 낯선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식물의 존재와 그곳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마야인들, 그리고 부상을 당한 그리스 청년이었을까? 물도 거의 없고, 식량도 거의 없지만 무작정 그리스 청년이 남긴 메모를 보고 그들에게 달려올 일행을 기다려야 하는 희망이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그들이 살던 세상은 너무도 안전했고 그들은 어른 흉내를 내던 아이였고 그들이 겪은 위험이라는 것이 그립기까지 하다는 차츰 드러나는 그들의 본성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작은 일상의 것도 아직 놓지 않으려는 그들의 무심함이 더욱 공포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무지가 결국 '나'에 대한 인식에까지 침투하게 만드니까. 찰나의 순간 나를 삼킨 공포가. 그 모든 것이 롤러코스터처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스릴을 주는 공포가 아닌 서서히 스며들어 마지막에서야 느끼게 되는 그런 공포를 만들어내고 있다.

너무도 단순하고 그러면서 너무도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작가는 독자가 공포를 놓치못하게 하고 있다. 독하다. 어렸을 적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를 본 기억이 났다. 빠밤빠밤~ 하던 음악과 함께 등장하던 상어의 지느러미는 바다의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죠스>는 그래도 이 작품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벌레가 가득하고 지저분하고 찝찝하고 시끄럽던 정글은 당연한 거다. 그런데 벌레 한마리 없고 새 한마리 날지 않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정글 한가운데의 폐허를 생각해보라. 생각만으로도 오싹 소름이 돋지 않는가. 그 공포를 500쪽 넘는 분량으로 작가는 밀도있게 표현하고 있다. 대단하다.

마야인들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에도 나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 식물이 그들이 빠져나가 마을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공포로 끝나는 것이 아닌 대 재앙이다. 마야인들만의 재앙이 아니다. 소문이 퍼지면 전 인류의 재앙으로 번질 수도 있다. 스티븐 킹의 <미스트>같은 작품의 공포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가 정말 궁금해진다. 이 공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 비교할 만한 작품으로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를 꼽고 싶다. 장르는 다르고 말하고자 하는 것, 주인공의 능력 모두 다르지만 고립무원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같으니까.

집 베란다에 장미꽃이 예쁘게 피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나니 그 장미꽃이 예쁘다는 생각이 안든다. 담쟁이 덩굴이 무서워질 것 같다. 꿈꾸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래도 걱정은 나중에 하고 봐서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스콧 스미스다. 갑자기 <심플 플랜> 읽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진다. 그러면서 <폐허>를 읽게 해준 그 작품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결국 작가에 대한 칭찬이다. 조금 덜 기다렸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다음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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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성종 작가의 작품이 네번째 개정판으로 나왔다.
남도에서 나왔으니 4판이라 불리울만 하다.
그나저나 내가 이 작품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샀는지 안샀는지가 기억이 안난다 ㅜ.ㅜ

초능력을 가진 소녀 '나나세'가 가정부로 일하면서 여러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한 소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나세는 가정부 일을 하며 여러 가정을 전전한다. 나나세는 겉으로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여덟 가정에서 욕망과 광기로 가득한 인간의 심리를 보게 되는 것을 단편으로 엮은 작품들이다.
코믹한 필치로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그려낸 이 작품은 제67회 나오키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제목도 재치있다. 그게 오히려 더 묘한 느낌을 주지만.

 

작가의 실화 소설. 스탈린 시대에 실존했던 무용천재 올가의 가혹했던 삶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파헤친 추리소설이다. 소설의 틀은 추리형식이지만 올가와 스탈린 시대를 견딘 자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역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이라는 말에 눈에 든 작품인데 실화소설이라니 어떨지 망설여진다. 역사, 가혹한 역사의 현장으로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때가 있으니까. 읽는 것만으로도.

오쿠다 히데오, 무시하기 힘드네 ㅡㅡ;;;
청춘은 실패해도 괜찮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실패와 실수로 넘기는 자기합리화는 안된다는 것도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데 그러면서 자라는 거겠지만 넘어져도 괜찮지만 남은 넘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 자기는 실패하거나 실수해도 상관없지만 남까지 끌어들이는 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냥 이 책의 소개를 보니 이 생각이 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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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람과책) 3
센카와 다마키 지음, 김숙이 옮김 / 사람과책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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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에 감염된 의사, 사랑에 감염된 여자, 사건과 사고에 감염된 텔레비전, 특종에 감염된 기자, 슬픔과 좌절에 감염된 인간, 비인간적 행위와 검증에 감염된 과학 등 각종 감염이 가득 채우고 있어 제목이 왜 감염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짧은 작품 안에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기에는 약간씩 모자라지만 그 행간을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모양새는 결혼한 남자를 이혼시키고 결혼한 것이 되었지만 유능한 외과의사인 남편은 이혼 후 청혼했었다. 그런 그가 변했다. 말이 없는 남자이긴 하지만 하즈키를 완전히 잊은 것처럼, 남남처럼 대한다. 대화는 없고 그가 무엇을 하는 지 갑자기 호출을 받고 어디로 가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남편의 아들이 유괴범에게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남편에게는 연락이 안된다. 게다가 남편이 용의자로 경찰이 찾기 시작하고 남편은 사라지고, 그러는 가운데 서서히 남편의 죽음과 함께 하즈키에게 남편이 무엇을 했는 지를 조사하게 만든다.

당신에게 자식이 있는데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인정받지 않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 말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물며 수돗물을 만병통치약으로 팔아도 팔리는 세상인데 말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절실함을 모른다. 과학이란 양날검과 같다. 증명되었더라도 언제 어떤 결과를, 부작용을 초래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과학의 힘에 의해 인간의 병은 낫게 되기도 했고 수명은 연장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치의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냥 비판적 시각만을 가지고 과학자들이 설상 사기를 치더라도 믿고 싶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살고 싶으니까. 건강해지고 싶으니까. 그것은 당연한 인간의 본능 아닌가.

그런데 자신이 의사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죽어가는 자식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다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함이다. 헌집 줄께 새집 다오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아내에게 모르쇠로 일관한 것일까? 하즈키는 이해했을지 몰라도, 같은 분야의 종사자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잔인한 일이었다. 거기에 무조건 뛰어든 것도 안일했다. 하즈키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확산되었다는 것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하즈키의 잘못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래서야 아이의 목숨을 가지고 이래죽나 저래죽나 한 것 같이 보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병원만 등장하면 흥분을 한다. 언젠가 사시교정을 위해 잠깐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수술실로 향하면서 내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이 <코마>였다. 무서웠다. 이 작품은 무서우라고 쓴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장기이식을 받게 해서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뇌가 담겨 있다. 그것과 함께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가지 불법과 부작용, 거기에 돈만 벌고자 하는 어디에나 있는 사람까지 다각도로 문제를 짧고도 쉽게 담아내고 있다.

약간 분산된 느낌도 주지만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과학자의 시각에서 고뇌하고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표현되고 있다. 이런 이종 이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쉽게 이야기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무겁지만 잘 보여주고 있다. 깊이는 없지만 생각해볼만한 여지는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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