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첫 장면에서부터 이 작품의 형식과 성격을 알 수 있다. 시대는 19세기, 배경은 런던으로 화이트채플에서 창녀만을 살해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세기의 연쇄 살인마로 지금까지 불리는 잭 더 리퍼를 연상할 수 있다. 작가도 책의 마지막에 살인마 잭을 언급함으로써 그 사건을 소재로 했음을 알려준다. 여기에 이집트 신화를 접목시키고 이집트까지 가는 모험 서스펜스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에 들어서면 영화 <인디애나 존스>와 <미이라>를 연상하게 된다.

저명한 고고학자였던 아버지를 잃고 은둔생활을 하던 새라 킨케이드는 아버지 친구이자 왕실 의사인 모티머 박사의 의뢰로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을 풀기 위해 런던으로 온다. 거기에서 새라는 그것이 단순한 연쇄 살인이 아니라 왕위 계승자에 대한 반역 내지는 그보다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믿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살인자가 남긴 단서인 토트 신의 땅 이집트에 가서 그들보다 먼저 라의 불이라는 가공할 힘이 가질 수 있는, 세기의 모든 권력자들이 탐해서 그렇게 이집트 원정에 목숨을 걸었던 토트의 비밀의 책을 찾기로 하고 떠나지만 새라는 그들 중 배신자가 숨어 있음을 알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위험과 맞서 싸운다.

3000년 동안이나 사람들이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는 것은 찾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결코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작품 속의 말이 와 닿는다. 인간의 역사란 무엇인지 정말 이런 점에서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역사는 되풀이되려고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란 종이 원래 그렇게 생겨서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지 사막의 모래만도 못한 존재들이 권력을 향해 물불 안 가리는 걸 보면 인간이나 그 인간들이 구성하고 있는 국가나 역사도 되풀이되지만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보통의 살인 사건에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는 것 중에 신화와 광기의 결합이 있다. 이것도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살인마 잭을 새롭게 재구성했다는 점과 그것을 거대한 19세기 식 음모와 결합시켜 볼만한 작품으로 만든 점은 괜찮았다. 여기에 양념으로 로맨스까지 더해주니 서스펜스 역사 로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로망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학 미스터리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언제나 설렌다.
이 작품은 마치 도리언 그레이를 연상시킨다.
물론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한 여성이 세월이 흐른 후 만났는데 전혀 늙지 않았다면
얼마나 의아하게 여겨질까 싶다.
내용은 봐야 알겠지만...

호시 신이치의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다.
흠, 나를 흔들고 있다.
플라시보 시리즈가 몇권인지 몰라도 다 나오면 생각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145, 총 300047 방문

삼십만이 넘어버렸다.
방심했다.
벤트를 하나 마나 망설이는 가운데...
내가 계산을 잘못했었나보다.

우짜둥 기왕 넘은 것은 넘은 거이고
333333힛이나 한번 생각해 볼까 하는데
요즘들어 더욱 단기기억실종이 심화되고 있어서
그때 기억이나 할지가 문제다.

아, 아침에 메피님 벤트 1회전에 떨어진 것이 그리 충격이었단 말인가~
아님 전화기 대신 리모컨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영향인가~
모르겠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은 삼십만이여~
그래도 삼십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들께서 방분해주시고
감사드립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_ _)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적오리 2008-01-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누님 축하드려요~ ^^ 삼십맛 힛~~~

물만두 2008-01-07 16:10   좋아요 0 | URL
누구냐? 너?
해적아니지?

해적오리 2008-01-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46, 총 300048 방문
요거라도 잡아드려야쥐~ 근데근데...이상하게두 서재 2.0 되고부터 캡쳐욕구가 반감했지 모에요~

물만두 2008-01-07 16:10   좋아요 0 | URL
그게 나도 그렇더라구^^
고마워~

무스탕 2008-01-0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65, 총 300067 방문
정말 언제 넘어가버렸남요!!!
하여간 좌우지간 무지막지 기똥차게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들게 벅차게 눈물나게 축하합니다~~~ ^^*

물만두 2008-01-07 19:23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감사합니다^^

chika 2008-01-0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66, 총 300068 방문
어머나! 만두언냐가 벤트 1차전에 떨어졌다니.. 정말 믿을 수 없어요.
패자부활전을 해야는거 아닌가...요? ;;;;

물만두 2008-01-07 19:25   좋아요 0 | URL
패자부활전하자고 함 메피님이 옥상으로 부르실끼야~^^
작년엔 운이 너무 좋았던거였다구~

마노아 2008-01-0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문의 영광에 저도 동참했군요. 축하합니다. 역시 물만두님은 알라딘의 지존이세요^^

물만두 2008-01-07 19:25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감사합니다^^

홍수맘 2008-01-0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와서 이런 어마어마한 소식을 접해서 넘 좋아요. ^^.

물만두 2008-01-07 19: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헤헤헤 기쁨으로 받아주시니 더 고맙습니다^^

깐따삐야 2008-01-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만이라니! 엄청난 숫자네요. 앞으로도 자주 들를래요.^^

물만두 2008-01-07 19:26   좋아요 0 | URL
3만인가요?
숫자에 약해서^^ㅋㅋㅋ
그러시와요^^

보석 2008-01-0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만 힛 축하드려요.
늦었지만 전 300088방문인데 딱 떨어지는 숫자 아닌가요? 뭐 없나요?<- ㅎㅎ

물만두 2008-01-07 19: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88한 기를 넣어드립죠~
이야압!!!
올해 운수 대통하실겁니다^^ㅎㅎㅎ

hnine 2008-01-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이긴 하지만 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서울시 인구가 백만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30만의 방문이라니...대단하십니다.

물만두 2008-01-07 19:29   좋아요 0 | URL
서울 인구가 백만이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미설 2008-01-0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한 숫자네요.
요즘은 늘 눈팅만 하게 되네요. 애들도 방학이고...에고.

물만두 2008-01-07 21: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이들 방학이니 무척 바쁘고 힘드시겠어요.

웽스북스 2008-01-0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얼마전에 1만번째 방문자였나? 암튼 그렇게 놓쳐버렸어요-
물만두님은 정말 인기쟁이시군요 ^^

물만두 2008-01-08 10:02   좋아요 0 | URL
아쉬우시죠.
인기라기보다는 짱박혀있다보니 이렇게 됐답니다^^

바람돌이 2008-01-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축하드려요. 그러고 보니 진짜 서재개편되고 나서는 캡처이벤트가 도통 없었네요. 남 말할것 없이 저도 제 숫자에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으니.....

물만두 2008-01-08 10: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죠?
맛이 안나서 그런가봐요.

날개 2008-01-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오늘 1, 총 300191 방문
이거라도.....

물만두 2008-01-08 10: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와우~ 오늘 1등이십니다~

조선인 2008-01-0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라도. 죄송.
오늘 10, 총 300200 방문

물만두 2008-01-08 10:03   좋아요 0 | URL
죄송하긴요^^;;;
안주무시고 뭐하셨어요~

perky 2008-01-0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2, 총 300202 방문

우와, 물만두님 축하드려요. 제겐 꿈같은 숫자입니다. ^^
물만두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물만두 2008-01-08 10:04   좋아요 0 | URL
차우차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8-01-0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333333때는 잊어먹고 이벤트 못하셔도 제가 꼭 잡아드릴게요.

물만두 2008-01-08 10: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Koni 2008-01-0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축하해요!

물만두 2008-01-08 18: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우리동네 이발소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안소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동네 이발소의 아줌마는 특이하다. 이곳에 주인공들은 우연히 들러 머리를 자르게 된다. 아줌마는 언제나 세 개의 자리 중 가운데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어깨를 주무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혼을 하면서 남편이 하던 이발소를 하게 되었다는 둥, 남자 손님들 만이라서 오히려 편하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졸게 된다. 졸다가 아줌마가 다 됐다는 말에 깨어나 보면 ‘헉, 누구냐, 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거울 속에 있다. 아줌마에게 우째 이런 일이 라고 해도 졸면서 해달라는 대로 한 거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희한하다. 머리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때부터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 소심했던 사람은 사장에게 따지게도 되고 도둑이 들어 안절부절못하던 아가씨는 호신술로 몸을 단련하게 된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남자는 자신이 조폭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상한 신문사에 취직을 하고는 기억을 되찾는다. 취직을 생각하던 취업준비생은 직장에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선배, 친구의 모습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아랫사람에게조차 조심스럽게 굴던 여직원은 학교 재단의 비리에 맞서게 된다. 무엇보다 정년퇴직한 할아버지가 자신이 할 일을 찾아 한 마을의 풍경을 바꿔놓은 일은 정말 기적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살짝 감동했다.

이런 이발소 어디 없나 찾아보고 싶다. 자신감이라는 것, 자신의 길을 가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머리 모양 하나 바꾼다고 되는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머리 모양 하나 바꾸는 것처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내부에서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막이 존재함을 알고 있으니까. 그 막만 걷어낼 수 있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작가가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지 맛을 봤으니 <곰팡이>라는 작품이 보고 싶다. 정말 얼떨결에 머리카락 잘리고 인생이 변할 수 있다면 머리를 박박 밀수도 있는데. 혹 그 아줌마 요술쟁이 아닐까?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살짝 감동하고 싶은 독자 분들 우리 동네 이발소에 한번 들러 보시겠습니까? 졸면서 ‘네'라고만 하시면 막힌 인생이 확 뚫립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적오리 2008-01-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미장원은 없어요?

(새해부터 좀 썰렁한가요? 6^^)

물만두 2008-01-05 11:49   좋아요 0 | URL
왜? 담배가게도 물어보지^^ㅋㅋㅋ

해적오리 2008-01-05 13:16   좋아요 0 | URL
그게... 아직 이발소에서 머리 깎아 본 적이 없어서...^^
글코, 담밴 안 피워요.
담밴 연기를 날리는 인간들은 저의 폭력성을 유발하죠...훅~

물만두 2008-01-05 14:02   좋아요 0 | URL
나도 이발소에서 머리 깎아본 적은 없다구. 집에 바리깡은 있지만^^;;;
담배는 우리집에 피우는 아가 한 놈 있는데 당췌 말을 안들어서..
폭력도 소용없더라구 ㅡㅡ;;;
그리고 이 담배가게는 송창식의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가 생각나서 쓴겨^^ㅋㅋ

순오기 2008-01-0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난 어려서 아버지 따라 간 이발소에서 뒷머리 밀면 왜그리 엉덩이가 근질거리는지, 도저히 얌전히 있을 수가 없어서 가끔 쥐가 파먹은 것처럼 끝냈었죠. ^^
만두님 때문에 나도 추리소설 쪽을 좀 기웃거려 볼까나~~~~~

물만두 2008-01-07 10:1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추리소설은 아닌데 저는 왠만한 책은 추리소설로 읽는답니다^^;;;
남탕은 가봤는데 이발소는 못가봤어요 ㅡㅡ;;;
 
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롤로그에서 작품은 이미 가해자와 피해자를 밝히고 출발한다. 작가가 자신의 모든 패를 독자에게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런 작품이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모른다. 이런 작품을 매력적으로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가해자, 즉 범인이 잡힐 것이냐를 스릴을 느끼며 보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과 함께 한 가지 더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스릴과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다.

마지막 장에 가서야 이 작품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두 번째 책 477쪽에 등장하는 죽음에 대해 줄리언이 말하던 것을 리처드가 회상하는 장면이다.

   
  파장과 에너지가 아니라면 죽음은 대체 무엇일 수 있는가? 아득한 옛날에 사멸한 별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별빛 같은 것이 아니면 대체 무엇일 수 있는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게 시작되는 작품의 종착역은 누구나 품고 있는 죽음이라는 관념적인 고찰에 있었다. 청춘이란 죽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게 죽음에 대해, 그 아름다운 공포에 매혹당하기 쉬운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런 청춘들이 음산한 분위기를 저마다 뿜어내며 만나게 된다.

자신의 위치보다 더 나은 곳에 도달하고 싶어 햄든 대학으로 무작정 와버린 주인공은 그리스어를 배우려 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는 그 그리스어 교수와 제자들에 대한 무수한 소문을 들으며 매혹되고 기어코 그리스어 동아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괴상한 교수 줄리언과 그의 5명의 동기생을 만나게 된다. 음산한 모습의 헨리,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버니, 쌍둥이 남매 찰스와 커밀러, 그리고 프랜시스... 처음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은 무너져 버린다. 하나의 사건을 공유하고 한 명의 적에게 대항하는 동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이 작품을 과연 도스토예프스키의 라스콜니코프와 비교할 것인가 아니면 카뮈의 뫼르소와 비교할 것인가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그들과 동떨어진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지식은 있으나 인식은 없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현대 젊은이들을 묘사하는 것 같아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주인공들과 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명은 라스콜니코프적이고 2명은 뫼르소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라스콜니코프와 뫼르소가 가난한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외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리스어과의 학생들은 모두 부유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또한 화자인 또 한명의 학생도 가난한 배경이 싫어 부유함을 거짓으로 꾸미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신적으로 가난하다. 열등함을 배경으로 포장하는 인물들이다. 흔히 청춘이 갖는 우둔함이 이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고 교수 또한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고 학생들에게서 자신이 바라는 모습만을 바라기 때문에 이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비밀의 계절은 가난한 청춘의 계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라스콜니코프와 뫼르소에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살인이라는 소재를 품고 있는 비극적 작품은 그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대학이라는 곳에서 청춘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다. 파티에만 관심을 갖고 술과 마약에 탐닉하는, 아니 그런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에 널려있는 것이 마치 그 옛날 그리스에서 디오뉘소스 신에게 바치는 축제처럼 난무하게 펼쳐진다. 그 안에 사건이 특별하게 조명을 받은 것뿐이라는 듯, 청춘이라는 불타는 젊음, 붉은 피가 끓는 시절이 그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너무도 허무하게 죽음처럼, 유령처럼 사라지고 있음에 대한 자조적인 작가의 너스레를 서글프게 나이가 들어 주인공처럼 회상하는 나 또한 한때 디오뉘소스 신에게 바쳐진 공물의 시간이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은 변했지만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공포다. 청춘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청춘은 공포다. 죽음까지도 매력적으로 느끼는,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공포. 그것이 서스펜스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사건은 너무도 일찍 찾아온다. 그리고 서스펜스는 끝까지 독자를 놔주지 않는다. 미스터리 중에서도 고급스러운 미스터리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카뮈의 <이방인>도 그의 데뷔작이었으니 천재에게 놀란다는 것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지만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살의와 살인은 다르다. 어떤 것은 살의만 존재하고 어떤 것은 살인만 존재하기 십상이다. 비중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살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살인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하며 그 뒤에 찾아오는 분열과 공포, 청춘의 사멸에 대해 공들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간과하지 않고 독자에게 차분히 전달한다.

새해 첫 작품으로 읽기 정말 잘한 작품이다. 마치 독자들에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 경험하고 있는 것, 탐하고 있는 것, 그것들의 이면에 어떤 것이 있는 지 생각해 봤냐고 묻는 것 같다. 어디 한번 가보라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죽음을 만들든, 죽음을 맞이하든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추억이라는 유령과 늘 함께 할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도 비밀의 계절과 같은 일들도 있을 것이다. 가끔 그래도 유령 같은 추억을 반추하는 이유는 그것이 유령일지언정 한때 사랑했던 순간이었고 다시 없을 순간이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카뮈의 사이에 도나 타트를 끼워 넣어본다. <죄와 벌>과 <이방인> 사이에 <비밀의 계절>을 올려놓고, 라스콜니코프와 뫼르소 사이에 이들을 차례대로 불러 본다. 그러고 싶다. 그러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8-01-0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평론 수준의 리뷰입니다.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되야할텐데...!
정말 읽어보고 싶네요.
어쩌죠?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읽어야할 책도 많고, 읽은 책은 쬐금이고...
올해도 그러면서 한해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물만두 2008-01-04 10:41   좋아요 0 | URL
저도 쌓인 책이 얼마나 많은지 죽겠습니다.
평론은 무신^^;;
님의 말씀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므흣)
읽어보세요. 그래도 읽으셔야죠~

순오기 2008-01-0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주의 리뷰에 뽑힐거 같은데요! ^^
멋진 리뷰, 추리 소설의 맛이 확~ 납니다.

물만두 2008-01-04 12:49   좋아요 0 | URL
저 떴다 떨어지면 받아주셔야 합니다^^ㅋㅋㅋ

다락방 2008-01-0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이란 죽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게 죽음에 대해, 그 아름다운 공포에 매혹당하기 쉬운 시절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매력적인 문장입니다.
저도 보관함에 넣었어요. 2008년에 이 작품을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이 리뷰, 정말 좋은데요!

물만두 2008-01-04 18: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readersu 2008-01-1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책을 드디어! 다 읽고 리뷰나 써볼까 들어왔다가 물만두님 서평 보고선 포기할까 생각중입니다;;; 서평 멋집니다!! 추리는 잘 안 읽는데 물만두님 덕분에 요즘 추리소설에 자꾸만 눈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물만두 2008-01-14 14:55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말씀을요. 저보다 훨씬 잘 쓰신다는거 다 안다구요^^
추리소설 많이 보시고 서평도 많이 써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