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마을 탄뇌드
안드레아 마리아 셴켈 지음, 강명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십년이 지난 독일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의 외딴 농장에서 일가족과 그 날 바로 채용된 하녀가 모두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이 이야기를 전쟁을 피해 그 조용한 시골 마을로 피난 온 사람이 자신이 아름답게만 생각하던 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마을 사람들 만나 그들의 입을 통해 사건과 피해자들에 대해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독자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한편 살인자의 행동이 중간 중간 등장하는 것도 함께 접하게 된다. 그 알 수 없는 자의 행동은 독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기도문이 등장한다. 그 기도문은 누구의 기도일까? 충실한 신자였던 단너 부인의 기도일까? 살인자의 참회의 기도일까? 마을 사람 중 누군가의 애도의 기도일까? 신부님의 기도일까?

작품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2차 대전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개개인의 독일인도 희생자였다. 그들이 좋아서 열다섯이라는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 나간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전쟁을 치르고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죄없는 민간인을 몰살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들 또한 연합군에게 그렇게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십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 일가족의 살인 사건이 그렇게 끔찍하게 느껴질까? 그건 어쩌면 이제는 잊고 싶었던 기억, 거의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 억지로 침잠시킨 기억을 떠 올리게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내가 사는 마을, 이 작은 동네는,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믿을 만한 이웃인 내 고향은 안전하리라 안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일 것이다. 그리고 또한 우리 중 누군가를 의심해야 된다는, 어쩌면 누군가 외지인일거라고 믿고 싶지만 혹시나 살인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일말의 생각이 그들을 두렵게 만든 것이다. 작은 마을일수록 살인은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렇듯 평화와 안전, 믿음은 작은 의심만으로도 깨어지는 것이다.

이 짧은 글을 통해 작가는 독일 스릴러 소설상 수상작답게 끝까지 스릴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간단한 구조와 단순한 이야기 속에 담은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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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지붕에 있는 유부 우동 맛있겠어요.
언제 한번 같이 먹을래요?
저는 여기서,님은 거기서...

제목도 섬찟하네요,살인의 마을이라구요.

물만두 2007-12-18 11:28   좋아요 0 | URL
네, 소주잔도 기울여보아요^^
제목이 저래도 그다지 많이는 아닙니다~

털짱 2007-12-1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소주 한잔 확 들이키고 싶게 만드는군요.^-^

소주회사에서 혹시 PPL받으셨나요? 만두님??

물만두 2007-12-19 10:56   좋아요 0 | URL
그건 아마 마태우스님께서 받지 않으실까요^^
 
돌아온 백문백답

1. 이름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단 두글자라네.
2. 아이디 : 물만두
3. 아이디를 바꾼다면 : 그럴생각없소.
4. 별명 : 뼈다귀, 말라깽이, 버섯돌이
5. 직업 : 무
6. 성격 : 극과극. 소심과 대범, 다정과 냉정, 열정빼고는 뭐... 하지만 낯가림은 확실히 심함.
7. 혈액형 :  A
8. 장 점 : 버티기.
9. 단 점 : 그 외 다.
10. 장래 희망 : 가늘고 길게 오래 살기.
11. 좋아하는 꽃과 그 이유 : 나 꽃 안좋아하는데
12. 좋아하는 클래식과 그 이유 : 나 클래식 안좋아하는데
13. 좋아하는 계절 : 가을
14. 자신의 18번은 :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15. 잘하는 거 : 책 읽기
16. 잘하는 거 2) : 또 읽기
17. 잘하는 거 3) : 추리소설 읽기
18. 나의 이상형 : 비.
19. 키와 몸무게 : 나도 모름.
20. 바스트, 웨스트, 힙 : 안 재본지 오래됨.
21.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거 : 주머니 업음
22. 외박 경험 : 고딩때 하루. 대학때 엠티말고는 없음
23. 주량 : 2병인줄 착가했는데 그건 취해서 착각한 거였고 지금은 술 안마셔서 모름
24. 소개팅 경험 : 무
25. 애인은 있는가 : 무
26. 결혼은 언제쯤 : 온니 싱글
27. 길을 걷다가 우연히 1억을 줍는다면 : 길 안 걸음.
28. 가장 해보고 싶은 번개 :  무
29. 가장 테러 충동 느끼는 것은 : 늘 티비에서 이상한 인간들 나올때.
30.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 엄마를 부른다.
31. 난 이럴때 죽고싶다 : 그럴때는 지나갔지.
32. 난 이럴때 살고싶다 : 지나갔다니까~
33. 내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할때 : 늘
34. 최후의 만찬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먹고 싶나 : 물만두
35. 자신을 컬러로 나타낸다면 : 누르딩딩 
36. 애인에게 주고 싶은 선물 : 확~
37. 여자에게 남자란 : 남자다.
38. 남자에게 여자란 : 여자다. 
39. 요즘 좋아하는 연예인 : 비.
40. 친구와 약속, 친구가 오지 않는다 : 내비둔다.
41. 사랑하는 사람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면 : 잘가라~
42. 약속시간은 얼마나 기다릴수 있는가 : 2시간 기다려봤지만 지금은 짤없음
43.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 분수를 모르는 사람
44. 지금 생각나는 속담 : 오비이락
45.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 : 감 (지금 먹고 있음)
46. 좋아하는 단어 : 인내
47. 사랑이란 : 왠지 모른척해도 관심이... 에잇~
48. 무인도에 표류하였다, 가지고 가고싶은 것 3가지 : 안 가지고 간다.
49.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 89년생이나 90년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때.
50. 비오는 날 무엇을 : 책본다.
51.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 인생이 별거더냐? 내 인생도 괜찮다.
52. 자신의 이름풀이 : 진실
53.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문은 : 겪어보지 않음 모름.
54. 사랑과 우정 중 택하라면 : 둘 다 노우~
55. 똑똑하지만 못생긴 A, 잘생겼지만 무지한 B,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 이런 초딩같은 질문을 하다니... 눈 감고 아무나 고른다? 골라서 못생긴건 성형시키고 무지한건 가르진다. 인간성만 좋으면 이런게 문제되진 않잖아~
56.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 내 이름으로는 3행시 안되는데^^
    물 - 물만두가 심심해서
    만 - 만인이 하는 백문백답을 하는데
    두 - 두개골이 벌써 아프다.
57. 자신의 묘비명에 적고 싶은말1 : 나 묘비 안 세울건데.
58. 자신의 묘비명에 적고 싶은말2 : 위를 보시오.
59. 자신의 가장 큰 고민 : 지금도 고민중일세.
60. 술버릇 : 술 끊은지 십수년이라오.
61. 애인에게 차이지 않는 자신의 노하우 : 생각안남.
62. 남자를 평가하는 3가지 기준 : 무조건 비면 되는데.
63. 우리 가족은 : 평균 연령이 무지 많다.
64. 사회에서의 나의 위상 : 그런거 안키움.
65. 나의 경쟁상대는 : 무
66. 21세기에 자신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 : 별일이 다 일어나겠지. 죽기도 할걸.
67. 좋아하는 도시 : 딴데가서 안살아봤는데.
68. 가장 여행해보고 싶은 나라 : 무
69. 나는 이런 남자를 좋아한다 : 비같이 쌍커플없는 남자.
70 .나는 이런 여자를 사랑한다 : 내 취향은 이쪽은 아닌데.
71. 내가 본 최악의 영화 : 무
72. 감명깊었던 영화 : 포세이돈 어드벤쳐
73. 몇살까지 살기 바라나 : 엄마보다 하루만 더.
74. 자신이 좋아하는 소유물 3가지 : 책, 컴퓨터, 책상.
75. 지금 가장 생각나는 전화번호 : 119
76. 방금 떠오르는 혼잣말 : 에고 괜히 했다.
77. 여자가 운다면 어떻게 달랠까 : 안 달랜다.
78. 남자가 운다면 어떻게 달랠까 : 위와 같다.
79. 자신의 자살방법 : 자살할 기운없음.
80. 생각할 여유를 갖지 말고 지금 떠오르는 단어 : 목.
81. 이성을 볼때 먼저 보는 곳 : 눈.
82. 당신은 누구인가 : 나도 몰라.  
83. 징크스 : 무
84. 자기 신체부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 : 손가락. 
85. 성형수술을 한다면 어디를 : 칼자국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소.
86. 술맛이 쓰다고 느낄 때는 언제 : 만돌이 고3때 속썩여서 먹었던 마지막 술이 무지 썼을껄?
87. 술맛이 달다고 느낄 때는 언제 : 동동주는 무조건 달던데.
88. 함박눈을 보면 딱 떠오르는 장면은 : 만순이가 고생할텐데.
89. 눈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들어 본 게 언제 : 기억안남.
90. 가장 좋아하는 거리는 : 무 
91. 내가 지금 가장 가지고 싶은 것 : 책 
92. 오늘 일기를 쓴다면 어떤 사건부터 : 사건없었는데.
93. 맞벌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 알아서들 하시오.
94. 제일 좋아하는 커피스타일은 : 에소프레소
95.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 : 무
96. 다시 태어난다면 어느 나라에서 : 안 태어날 예정임.
97.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으로 : 위를 보시오. 쫌~ 
98. 즐겨보는 tv/즐겨듣는 radio : 며느리전성시대, 황금신부, 대조영 / 무.
99. 자신의 주위에 자신의 이상형이 있는가 : 절대 없음. 우띠...
10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팔 아파 죽는 줄 알았네. 그나저나 무가 너무 많아서 김장 안하신 분들은 가져가셔도 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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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1. 물만두님의 100문 100답을 읽고 떠오르는 단어는?

초연

물만두 2007-12-17 19:41   좋아요 0 | URL
그게 아니고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럽니다^^;;;

Mephistopheles 2007-12-17 23:56   좋아요 0 | URL
그니까 물만두테마서재에 소주잔이 둥둥 떠다니고 오뎅우동냄비가 박혀있으니까 그런거시죠=3=3=3=3

물만두 2007-12-18 10:41   좋아요 0 | URL
그게 붕어를 할까 했는데 붕어가 좀 살벌해 보이더라구요^^;;

마태우스 2007-12-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쌍꺼플 없어요^^

물만두 2007-12-17 21:08   좋아요 0 | URL
오, 이렇게 공개적으로 고백을 하시다니요^^

깐따삐야 2007-12-1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의견에 심히 동의하는 바, 만두님 앞으로 오래오래 알아가겠다고 다짐! 불끈!

물만두 2007-12-17 22:20   좋아요 0 | URL
음,,,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7-12-1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깍두기 좋아~ ^^

물만두 2007-12-17 22:20   좋아요 0 | URL
마이 가져가세요^^

라로 2007-12-1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휴지 없을때 남편 불러요~.호호호
글구 제 아버지 컬러링이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라죠~.^^;;;
그나저나 왠 주착바가지 같은 짓인지
님의 100문 100답보고 눈물 흘린것은 저밖에 없을거에요...ㅜ
엄마보다 하루만 더....이말에 갑자기 ㅜㅜ
엄마,,,ㅜㅜ
술도 안먹구 왜 이러는건데,,,ㅠㅠ



물만두 2007-12-18 10:36   좋아요 0 | URL
엄마가 나이들면 목이 메는 단어같아요^^;;;

마늘빵 2007-12-1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만두님이 만두를 드시면 어찌하여요.

물만두 2007-12-18 10:37   좋아요 0 | URL
최후의 만찬에 동족 한번 더 보자는 거죠^^

Koni 2007-12-1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포스트 보고 저도 했어요! 역시 백문백답은 기네요.
근데 트랙백이 안 걸려요.;ㅁ;

물만두 2007-12-18 10:3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트랙백까지 퍼왔답니다^^:;;

미래소년 2007-12-1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비님처럼 그 부분에서 그만 목이 콱~ ㅠ.ㅠ
(너무 오랜만이죠? ^^)

물만두 2007-12-18 10:38   좋아요 0 | URL
올만입니다.
바쁘시죠^^
우리 나이엔 다 그렇죠^^;;;

2007-12-18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8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려던 말을 마지막에 하셨네요.
저는 김장 했고 '무'도 함께 무지 많이 얻어왔어요.

물만두 2007-12-18 14:03   좋아요 0 | URL
아깝습니다^^

마노아 2007-12-1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수 좀 보래요. 저도 어느 대목에서 살짝 감동 먹었어요(>_<)

물만두 2007-12-18 21:24   좋아요 0 | URL
쑥쓰럽군요^^;;;

순오기 2007-12-19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물만두님을 조금은 알아가는 기분 괜찮군요! ^^

물만두 2007-12-19 10:57   좋아요 0 | URL
므흣^^;;;

jedai2000 2007-12-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심심한데 이거 퍼가서 제 블로그에서 놀겠습니다. 허락해주실 거죠^^?

물만두 2007-12-19 18:37   좋아요 0 | URL
깐따삐아님 서재에서 퍼온건데 이해하시겠죠^^;;;

어릿광대 2007-12-1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니 해보고 싶어지내요..^^ 저도 한번..!!

물만두 2007-12-19 21:55   좋아요 0 | URL
네^^

coolcat75 2007-12-2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보다 하루 더...순간 이생각 저생각이 오고 갔어요..
지금은 다시 룰루랄라~~만두님의 재치에 살짝 웃고 갑니당

물만두 2007-12-27 11:34   좋아요 0 | URL
쿨캣님 그럼요. 룰루랄라가 최곱니다^^
 
가타부츠
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일상의 미스터리가 유행이다. 보통사람들이 겪는 사소한 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거나 작은 범죄로 포장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창한 범죄나 미스터리는 보통사람에게 떨어져 있어 환상적인 부분이 아무래도 있기 때문이고 ‘내’주변의 일이라거나 ‘나’와 관계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한편의 서스펜스 스릴러로 읽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상의 미스터리는 ‘내’주변에서 일어나고 ‘나’와 연결될 수도 있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작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흡입력은 폭이 더 넓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일상의 미스터리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와무라 린이라는 처음 접하는 작가가 제목도 특이한 단편집을 들고 나왔다. 나는 처음에 ‘기타부츠’라고 읽고 아니 기타와 부츠라니 기타 칠 때 신는 부츠가 따로 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잠깐이지만. 그런데 이 제목이 일본어로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 또는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에 딱히 떠오르는 우리말이 없다. 순둥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착한 사람도 그렇고 참 애매하다. 범생이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이건 낮춤말이라 정의가 애매하다. 암튼 단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가타부츠인 것만은 틀림없다. 너무 가타부츠라서 답답한 사람도 있지만.

모두 6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결혼을 한 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한 이야기인 <맥이 꾼 꿈>을 시작으로 정말 이런 사람은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드는 <주머니 속의 캥거루>, 가장 미스터리에 어울리는 작품인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 누구나 유사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것을 잘 표현한 <유사시>, 3년 전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려 이틀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의 의외의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메리지 블루, 마린 그레이>,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우리에게도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위급한 순간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는 소재를 담담히 표현하고 있는 <무언의 전화 저편>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아니 남에게 헌신적인 배려심이 많아 곤란한 사람들의 일상의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다른 일상의 미스터리와는 좀 차별화하고 주인공들을 이런 사람들로만 무장시켰다는 점을 높이 살만한 단편집이다.

불륜이 대세라고 할 만큼 불륜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운명으로 만났지만 배우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사고사를 위장한 자살을 선택하려고 고민하는 이들이 있고,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느라 정작 자기의 삶은 빈껍데기만 남아도 그것을 뿌리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기다리는 것은 희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아들이 위기에 쳐하면 지켜주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가 있고, 살면서 삶에 이틀이라는 시간은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더라도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 시간에 혹시 자신이 무슨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은 아닌 가 고민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하지 않고 그런 친구를 위해 속상해하는 친구가 있는 이야기가 있다.

주변에 한명쯤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고 내 친구의 비슷한 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 속에서 누구나 친구로 사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친구 있으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심하게 비교 되서 나의 이기심만 튀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것은 어쩌면 그래도 묵묵히 살아가는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들이 멸종하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는 그렇지 못하면서 말이다. 아, 그리고 작가도 후기에 말하지만 이 중 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절대 가타부츠가 아니다. 과연 그가 누굴까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읽어보면 다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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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살가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자살할 수 있는 용품을 파는 곳, 목매다는 밧줄과 독약과 칼 같은 것들을 가업으로 파는 그 가게는 가족 모두 웃음이 없다. 웃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아이들조차 어둡고 침울해야만 한다. 그런 그들에게 늦둥이가 태어났다. 알랭이라는 이름의 아이다. 자살한 독 사과를 먹고 그 사과 그림을 남기고 죽었다는 앨런 튜링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집 주인의 이름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그 미시마다.

그런데 알랭이 태어나자마자 집안은 그야말로 존폐위기에 처한다. 늘 즐거운 이 아이는 처음에는 질겁하게 만들지만 서서히 가족들을 자신 내부에 있던 행복을 끌어낼 수 있게 만든다.

읽는 내내 유쾌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콰당 했다. 이럴 수가!!! 이 결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즐겁게 읽는 독자에게 찻물을 끼얹는 것인가 말이다.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암튼 옥의 티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자살자를 다시 쓰면 자, 살자가 된다. 어린 알랭은 그것을 알려준다. <도로남>이라는 노래가 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이 가사를 자살자에 대입해보면 자살자란 글자에 받침하나 붙이면 잘살자가 되는 것이 인생이고 잘살자 하다가도 받침하나 빠지면 자살자가 되어버리는 것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게 그리 만만치는 않다. 그렇다고 죽는 게 만만한 것도 아니다. 죽는 건 순식간이지만 사는 건 끈질긴 버티기 한판이다. 일생을 걸고 명이 다할 때까지 버티는 것. 자살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두고 싶다.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사는 거니까. 그리 살건 저리 살건 세상에 사람은 많고 살고 죽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힘들더라도 살아보는 건 어떨까?

내가 힘들어 봐서 아는데 말이오. 생각하기 나름이더라고. 살면서 자살 한번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들 중 대부분은 그냥 살더이다. 왜냐하면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나중에 지금은 힘들더라도 좋은 게 있다면 지금 죽는다는 게 좀 억울하지 않겠소? 그래서 나는 산다오. 확률 50% 게임인 인생에서 뭐가 나올지 어찌 알고 생목숨 끊어야 하냔 말이오.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난 그래서 가늘고 길게 악착같이 살려하오. 뭐, 선택은 각자의 몫이고 이 책을 읽는 것도 각자의 몫이니까 알아서 하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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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참,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책인데, 결국 만두님 글에서 걸려버리는군요.(웃음)
처음에 저 광고 베너를 보았을 때, 들은 솔직한 생각은,
'뭐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살 사이트인 EXIT를 따라한 듯한 저 소재는?' 했답니다.
EXIT는 베르나르의 첫 번째 만화집입니다만, 2003년에 읽었거든요.
이 작가의 이름을 보니 같은 프랑스인 같은데, '에잉~ 소재 따라하기 너무 티나잖아'
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하지만 만두님의 리뷰를 읽으니까, 입맛이 당겨지는 것은 왜일까. ㅋㅋㅋ

물만두 2007-12-15 14:20   좋아요 0 | URL
소품으로 읽기 적당한 작품입니다.
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는 질려서 이젠 근처에도 안가요^^ㅋㅋㅋ
 
스쳐 지나간 거리
시미즈 다쓰오 지음, 정태원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하드보일드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이다.’라고 쓰여 있다.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표현한 점에서는 맞는데 감상에 빠지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으니 반만 하드보일드라고 말해야 하나 싶은 작품이다.

199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베스트 1위에 선정된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그다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선생님과 제자의 러브스토리가 들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12년 전 제자와 결혼은 했지만 교사와 제자라는 사이의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사랑하는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학원을 운영하던 하타노는 행방불명된 제자를 찾으러 다시 떠났던 곳을 헤매게 되고 그 거리에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 술집을 운영하는 전처를 만나게 된다.

소시민이었던 젊음 하나와 열정 하나만 있었던 사내가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마흔의 나이에 다시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노라고 쇠파이프를 손에 들고 저돌적으로 덤빈다. 그 사이사이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변화된 거리 풍경과 넘쳐나는 물질과 함께 스쳐 지나간다. 아직도 순진한 이 남자의 아슬아슬한 모습이 안 어울리게 보이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멋 내지 않은 투박한 맛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사건이 이렇게 쉽게 끝난다는 것이 사실 비현실적이지만 그럼 좀 어떤가. 이것도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로망의 한 조각일지 모르는데.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과 연애소설을 합친 듯한 작품이라는 것은 좀 과장된 표현이고 중년을 맞이한 남자가 다시 한 번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고 휘두르는 주먹에 우연히 걸려든 것이 많았다고 보여 진다. 그런데 마사코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직업의식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애증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 살았으니 망정이지 죽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자신이 사랑했는지, 사랑하는지 아무튼 하타노가 죽었으면 어쩔 생각이었는지 묻고 싶다. 마사코에게서 이야기가 틀어지는 점이 거슬렸다. 그것 말고는 읽을 만 한 ‘마흔을 앞둔 남성 독자들께 권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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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2-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무지 맘에 드네요

물만두 2007-12-18 10:35   좋아요 0 | URL
읽어보심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