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안토니오 스쿠라티 지음, 이현경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공교육은 사멸했고 학생은 사라졌다. 이 땅에도, 지구촌 그 어디에서도. 교육은 위기에 처했다는데 그게 작금의 일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되어 나무의 모든 잎과 가지를 상하게 하고 몸통을 썩게 만들어 뿌리까지 도달하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렇게 될 때까지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했을 뿐, 아니 애써 알려 하지 않고 외면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학생이 선생님을 뒤에서 욕을 할 수는 있다. 안 보는데서야 뭐는 못할까마는 어떻게 선생님을 때린다거나 심지어 총을 쏠 수가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너무 보수적이고 나이가 든 까닭일까?

유일하게 학생이 살려 둔 선생님은 자신이 아이를 잘못 가르친 것은 아닌 가 자책한다. 그 아이와의 유대감은 그의 젊은 날, 모든 이들의 젊은 날과 맞닿아있어 감히 그를 살인자로 낙인찍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애써 그런 점을 찾아보고자 노력한다. 자신이 씨를 뿌렸을 거라고.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라고.

오늘을 사는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지만 그 미래는 과거라는 이름으로 쌓일 뿐이다. 내일은 신기루고 참담하고 기억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나가 이제는 말랑말랑해진 어제가 남아 더 많은 어제를 남긴 이들에게 미래를 더 많이 남긴 이들을 맡기고 있다. 의무감과 책임감, 그리고 못다 한 회한과 서글픈 망상을 담아 어른이라는 이름의 이들은 자라는 아이들, 자신들은 결코 그리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퍼 먹이려 한다. 그것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때 젊은 우리도 싫어했음을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인간이란 그런 존재인 것을. 교육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한다는 뜻은 어찌 보면 잔인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 교육이 이제 결과물을 낳는 것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20세기에 만연했던 인간의 잔혹함을 풀어낼 곳이 줄어든 21세기가 당면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짜?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명하고자 하려해도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을 이렇게라도 설명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가져다 붙이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서 말이다.

읽다보면 지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학교라는, 교육이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틀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쉽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은 없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자꾸만 옆길로 새고 있음을 발견하게 돼서 더 답답했다.

하지만 읽어봐야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 읽고도 나는 작가와 일치되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음을 느끼지만 오늘날 교육의 붕괴, 도덕에서의 아주 기초적인 것까지도 공룡처럼 멸종위기에 놓여 있음을 생각할 때 경각심을 갖게 하기 충분한 작품이다. 갖는다고 해결될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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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7-12-13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만두소가 점점 다양해지는군요... 음, 야채만두, 고기만두, 그리고 또 뭘까요? ^-^

물만두 2007-12-14 10:05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로 읽었어요^^:;;

비로그인 2007-12-1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공약을 듣다보니까 참 암담하더군요.

물만두 2007-12-14 10:05   좋아요 0 | URL
아, 웃기던데요~
 

우리말로 번역하면 순둥이쯤 된다고 한다.
가타부츠가...
일상의 미스터리를 담은 단편집이다.
표지의 여자와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예수님을 찔러 죽인 창이 남아 있다.
그 창에서 예수님 DNA를 추출해 예수님을 복제하겠다.
오 마이 갓~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지는 책을 봐야만 알겠는데 흠..

≪드레스덴 파일즈≫ 시리즈의 제1권.
드레스덴 파일즈는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한다.
현대이지만 마법이 존재하며 뱀파이어, 악마, 유령, 요정, 늑대인간 등이 존재한다니
뭔 사건이 생겨도 생길만 하다.
그렇잖아도 다아시경이 끝나서 안타까웠는데 흠...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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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롱기누스의 창과 비슷한 에피소드를 가진 만화가 "용오"라는 교섭인 이야기에 나옵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고 그 흘러내린 피가 예수의 발을 받치고 있던 부목에 스며들고 그걸 추줄해 예술을 복제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롱기누스의 창 하면 전 에반겔리온이 생각납니다.^^

물만두 2007-12-12 11:44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용오 봤는데 전 생각이 안나요 ㅜ.ㅜ
그나저나 영 용오는 안나오네요...

진주 2007-12-1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독교를 안 믿으려면 곱게 안 믿을 일이지
꼭 저따구로 지랄짓하는 인간들은 그 심리가 뭔지
도통 이해가 아니되어요. ㅡ.ㅡ
그야말로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물만두 2007-12-12 15:29   좋아요 0 | URL
뭐, 하나의 조류같은 거 아닐까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네요.
진주 언니 열받지마세요~
 
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젊은 나이에 시인이었던 작가가 이 추리소설을 한편 남기고 짧은 마흔하나의 생을 마감했다.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이 작품을 접하지 못했다. 이제 추리소설의 붐이라면 붐인 시대가 와서 이 작품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작년, 그리고 올해 다시 나온 작품도 있었고 새로 나온 작품도 있었다. <헤르메스의 기둥>, <바람의 화원>, <미술관의 쥐>, 그리고 이 작품까지 저마다 색깔로 다르고 지향하는 관점과 소재도 다르다. 이렇게 비슷한 미술이라는 것으로 묶을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 줘서 고마울 뿐이다.

미술품과 오디오 광인 의사가 한 조각품에 눈길을 준다. 황금 해골을 표현한 작품인데 너무 정교해서 의사인 그는 어쩌면 진짜 사람의 두개골을 보고 조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것도 조각가들 중 아주 세밀하게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하니 그리 생각한다. 그리고 만난 내연녀인 같은 정신과 의사에게서 한 환자에 대해 듣게 되고 그가 줬다는 존 수르만의 <로맨틱한 초상>이라는 음악을 들으며 이상한 예감을 한다.

경찰들은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을 쫓는 중이었다. 여자들만 골라 살해하고 메뚜기를 상징처럼 남기는. 그런 연쇄 살인범의 정신에 대해 알고자 경찰은 정신과 의사와 생물학 교수를 만난다.

아주 치밀하다고 보기에는 관점이 세 곳으로 분산이 되어 차라리 경찰과 연쇄 살인범, 아니면 정신과 의사와 연쇄 살인범, 아니면 연쇄 살인범을 끝까지 숨기고 경찰과 의사가 찾는 형식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조금 더 길게 썼어야 했는데 하나하나의 마무리가 너무 성급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쓴 시점을 생각해봤을 때, 그리고 지금도 이 정도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의 추리소설계를 봤을 때 말이다. 일찍 요절하지만 않았더라면 추리소설계에 좋은 작품을 남겼을 작가, 어떻게든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김성종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작품을 읽으며 존 사루만의 <로맨틱한 초상>을 들었다. 내겐 어둡기 보다는 묵직하면서 평온한 느낌을 줬다. 재즈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그런지 죽음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신의학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그 음악에 반영되는 것 같다. 악이라는 것도, 어떤 변명의 여지가 있다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다. 결국 로맨틱한 초상은 기원이었고 가망 없는 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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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12-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죽음이 안타깝네요.

물만두 2007-12-11 11:3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합니다.
 

눈물, 덧없는 눈물. 나는 까닭을 모르겠다.
어느 거룩한 절망의 깊이로부터 시작하여
가슴에 솟아 올라 눈에 괸다.
행복한 가을의 들판을 바라보고
다시 오지않는 날들을 생각하니.

생생하기는 수평선 너머로부터 우리의 친구를 실어 오는
돛대 위에 번쩍하는 맨처음의 광선 같고,
슬프기는 바다 너머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다 태우고
꺼지는 돛대 위에 붉게 타는 마지막 광선 같구나.

아, 슬프고 야릇하다. 마치 컴컴한 여름날 새벽
숨져가는 이의 귀에 들리는 설 깬 새들의
맨처음의 가락같이 또는 죽어가는 이의 눈에
유리창이 점점 희미한 사각으로 되어가는 것이 비칠때처럼.
그렇게 슬프고 그렇게 야릇하구나, 다시 오지 않는 날들은.

다정하기는 죽은 뒤에 회상하는 키스 같고
달콤하기는 가망 없는 환상으로 이젠 남의 것이 된
입술 위에 시늉만 내 보는 키스같다. 깊이는
깊이는 첫사랑 같고 온갖 뉘우침으로 설레는,
아, 삶 중의 죽음이여, 다시 오지 않는 날들이여.

Tears, idle tears, I know not what they mean,
Tears from the depth of some divine despair
Rise in the heart, and gather to the eyes,
In looking on the happy Autumn-fields,
And thinking of the days that are no more.

Fresh as the first beam glittering on a sail,
That brings our friends up from the underworld,
Sad as the last which reddens over one
That sinks with all we love below the verge;
So sad, so fresh, the days that are no more.

Ah, sad and strange as in dark summer dawns
The earliest pipe of half-awakened birds
To dying ears, when unto dying eyes
The casement slowly grows a glimmering square;
So sad, so strange, the days that are no more.

Dear as remembered kisses after death,
And sweet as those by hopeless fancy feigned
On lips that are for others; deep as love,
Deep as first love, and wild with all regret;
O Death in Life, the days that are no more!

음...
한 해의 며칠을 남기고
이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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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12-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물만두 2007-12-11 09:46   좋아요 0 | URL
그죠.

깐따삐야 2007-12-1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너무 좋아요.

물만두 2007-12-11 09:47   좋아요 0 | URL
저두요~

비로그인 2007-12-1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아, 하지만 상대가 없네. 우리 밤비랑 해야겠다~ ^^;

물만두 2007-12-11 09:47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스티븐 킹으로부터 "최근 10년간 발표된 미스터리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
가족에 얽힌 미스터리라...
거기에 잭슨 브로디 시리즈이고...
의미심장한 제목이 끌어당긴다.

이 책은 <웃지마>를 재발이한 것이다.
우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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