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타노 쇼고를 처음 만난 작품은 <벗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너무도 서정적이라 오히려 호기심을 유발한 작품이었다. 서술트릭을 선보인 그 작품은 한마디로 그때 읽은 작품 가운데 최고로 꼽을만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독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너무도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 뒤에 읽은 작품은 <시체를 사는 남자>라는 에도가와 란포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읽게 되는 작품마다 색깔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반전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우타노 쇼고는 반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매력적인 작가다. 이제 작가의 단편집을 읽게 되었다. 장편과 단편은 조금 다른 느낌을 작가마다 준다. 그렇기에 책을 잡고 흥분할수 밖에 없었다. 

밀실 트릭을 다룬 세 작품이다. 고전적인 트릭인 눈으로 고립된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 외딴섬에 고립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작품, 그리고 '관'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서양식 저택에서 벌어지는 퀴즈 게임을 다룬 작품이다. 단 세 작품만으로 작가는 놀라운 각기 다른 작품들을 보여준다. 우타노 쇼고와 밀실 트릭이 만나면 어떻게 작품이 새롭게 진화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 진부할 거 같은 내용을 한 방에 뒤집는 반전과 추리소설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열정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힘은 작가에 대한 내 생각이, 내가 좋아하게 된 작가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를 만족시켜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게 되는 순간 나는 실망감이 밀려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절대 외모지상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탐정이 이 정도로 모양 빠지게 그려진다면 코미디도 아니고 이건 아니잖아~를 외칠 수 밖에 없다. 무슨 탐정이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경찰에 협조한 비용으로 도서상품권을 요구하냐고. 물론 이 작품은 진짜 탐정, 그러니까 소설속 탐정이 아닌 현실적 탐정은 이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또한 소설속 탐정이 과장된거라는 건 안다. 아니까 소설을 읽는 것이다. 명탐정을 보고 싶어서. 그것도 폼나고 멋있는 탐정을 말이다. 그것에 대한 작가의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눈 덮인 산장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그것을 풀기 위해 탐정과 조수가 애를 쓰는 것이 줄거리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의 시니컬함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나는 역시 우타노 쇼고다 라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존자, 1명>은 처음 읽을 때는 좀 뜬금없었다. 광신도들, 지하철 폭파범들, 그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외딴 섬에 왔다가 고립되어 버린 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누군가 한명씩 살해한다. 섬에 또 누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들 중 범인이 있는 것일까? 고민할 사이도 없이 사람들은 살해되고 서서히 처음 장면이 엔딩으로 다가온다. 아, 하지만 마지막 반전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작품, 짧지만 강렬한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한 미스터리가 어디 있느냐고 작가가 말하는 것만 같다. 우타노 쇼고의 읽어본 작품 중 나는 이 작품이 제일 좋다. 가장 강렬한 미스터리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어린 시절 한번쯤 꿈꾸어본 추리소설 속 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그런 일들을 추리 게임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한 중년 남자가 자신의 집을 서양의 저택처럼 짓고 예전 대학 추리동아리친구들을 초대해서 자신이 만든 연극을 함께 한다는 이야기다. 작품 속에는 서양에서 있었다는 삼형제와 삼촌이 겪은 갑옷입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것을 모티브로 해서 피해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며 어떻게 죽일 수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정통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모범답안같은 추리 형식을 따르고 있고 트릭도 고전 트릭을 사용하고 있는 독자들도 함께 도전해보면 좋은 추리 게임같은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과 타협하는 소설이 불만이었고 유배된 것 같은 처지가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영화를 그리워하고 사라지는 고전의 안타까움, 그리고 인간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변해가고 자신의 꿈을 잃고 사는 모습이 애처러워 보였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 작품에 그런 것들이 담겨 있다고 느껴지니 말이다. 여기에 추리소설적으로 보자면 밀실트릭의 완벽한 구사와 서술트릭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반전을 통해 넉아웃시키고 있다. 단편으로 완벽하게 장편에서처럼 완패당한 느낌은 처음 느껴본다. 우타노 쇼고, 정말 더 많은 작품이 나와줬으면 하는 작가다. 반전과 트릭의 화려한 향연 그 자체인 작품들이었다. 한 명의 작가가 태어났다. 그리고 명작이 탄생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단편집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영엄마 2010-08-1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리뷰 선정 되신 거, 축하드려요~ ^^

물만두 2010-08-13 15:18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방가요^^
감사합니다~

반딧불,, 2010-08-1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사 봤습니다.축하드려요.
만두언냐 날 많이 더운데 잘 지내세요?
매미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물만두 2010-08-18 10:05   좋아요 0 | URL
반디님 방가방가^^
감사요~
잠못자는 밤의 연속입니다 ㅜ.ㅜ

반딧불,, 2010-08-18 23:2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간만에 여기서 리뷰 읽으니 또 색다르네요.
좋은 밤 되세요.
 
친절한 킬러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여동생 말 한마디에 꼼짝을 못하고 주눅드는 킬러, 일터에서 돌아와 아내가 만든 식은 음식을 먹으며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킬러, 자기와 비슷하지만 자신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에게 쩔쩔매는 킬러, 그리고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고 농담을 하고 자신을 주시하는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쓰는 킬러. 이런 모습의 킬러가 바로 덱스터 모건이다. 그런 킬러, 연쇄살인범이기때문에 이 작품이 시리즈로 잘 나가는 것이다. 이 불편하고 불안한 험한 세상이 이런 사람 한명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덱스터가 리타와 결혼을 하고 에스터와 코디의 아빠로 가정을 이루어 남보기에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추었다. 리타는 덱스터가 보여주는 모습만을 보는 착한 아내지만 친아버지에게 학대받고 자란 에스터와 코디는 제2의 덱스터가 되기위한 훈련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신혼여행을 가서도 이상한 전위예술을, 그런 행위도 예술이라고 해야 하는지 암튼 그런 다리 절단 예술이라는 걸 보니 마이애미에 돌아와서도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 아닌가 말이다. 

난 데보라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자신이 사랑한 오빠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경악했을 것이다. 게다가 데보라는 경찰의 임무를 충실히 지키는 경찰이 아니던가 말이다. 오빠를 받아들이기 힘든 데보라, 그렇다고 다른 살인범처럼 자기 손으로 잡을 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런 때 이상한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분위기를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가 된다. 살인보다 더 나쁜 건 살인 후 시체를 가지고 장난하는 행위다. 그런 일은 조사하는 경찰을, 데보라의 심기를 더욱 거스르고 그로 인해 조사를 하던 중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하게 만든다. 여기서 덱스터의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을 잡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는 의적 홍길동처럼, 배트맨처럼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법이 해결할 수 없는 범죄자를 단죄한다니 한번쯤 생각해본 캐릭터라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덱스터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약간 멍청해보이면서 단세포적인, 그러면서 아픈 어린 시절이 있던 그래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덱스터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의 덱스터는, 덱스터의 행위는 그의 본능에 충실한 것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덱스터를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누이동생을 위해서 자신의 룰을 저버리고 무작정 덤벼들어 범인에게 오히려 꼬리가 밟히고만 덱스터, 그로 인해 다른 경찰에게까지 의심을 사게 되고 점점 그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점점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에 가슴이 저려오고, 과거의 양아버지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고 소중한 가족, 리타와 에스터, 코디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자신만을 위해 살던 그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영웅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다크히어로 덱스터 모건은 이제 더욱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너무 쉽게 정체가 들어날 뻔 했다. 그보다 더욱 당찬 에스터와 코디를 가르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점을 몸소 보여준 리타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다음 작품에서 기대되는 점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빰빠라빰~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게 만든 큰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정말 기대된다. 친절한 킬러 덱스터라기보다는 허당 킬러 덱스터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7-2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 탐정 쇼타로에게 쇼타로와 비교되는 고양이 탐정이 등장한다. 편집자 마사미와 동거하는 거세된 고양이 곤타다. 곤타의 등장으로 작품들의 내용은 교토의 쇼타로와 도쿄의 곤타로 나뉘게 된다. 여기에 곤타는 쇼타로의 첫사랑 토마시나와 함께 살고 있다. 이 고양이들의 미묘한 관계는 인간들의 미묘한 관계만큼이나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시리즈의 특성을 이 세번째 단편이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고양이와 인간, 고양이와 개, 고양이와 고양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미스터리한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모든 사건은 관계에서 비롯되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관계는 그저 함께 있기만해도 좋은 플라토닉한 관계이지만 그런 관계에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댓가가 따른다고 작품들에서 고양이의 행동으로, 인간의 몸부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쇼타로와 버섯 숲의 모험>에서는 또 다시 뭉친 쇼타로와 사스케 콤비가 펼치는 독버섯과 의심스러운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토마시나와 푸른 달>은 쇼타로의 첫사랑인 토마시나가 등장해서 동거인 마사미가 가벼운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이 미스터리는 곤타가 푸는 거지만. 이 곤타는 캐릭터가 쇼타로와는 반대로 보이지만 그런데로 탐정에 어울리는 면을 보여준다. 쇼타로가 셜록 홈즈같은 탐정이라면 곤타는 네로 울프같은 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타로와 비밀의 화원 살인>은 처음 작품인 버섯 숲 모험과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살인 사건과 다잉 메시지가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진지하게 범죄를 다루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폴로 미>는 마사미가 겪는 갑작스런 실연과 이상한 메일, 그리고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펼쳐지는 이야기다. <쇼타로와 늦여름의 스파이 대작전>은 쇼타로의 아파트에 사는 등교거부 초등학생의 뱃지가 길에서 발견되면서 의문을 풀어가는 쇼타로와 사쿠라가와의 오지랖이 더 큰 사건을 풀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핑크>는 한 여자가 결혼 사기를 당한 뒤 남자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르포로 쓸 남자가 그 여자의 자살을 의심하면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어떤 점을 간과했는지를 알아보는 이야기다. 역시 마사미가 등장하고 다시 그와 사귀는 여자가 돌아오고 사건은 곤타가 풀어 해피엔딩이 된다.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는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것 같은 이야기다. 결국 쇼타로는 첫사랑 토마시나가 있는 도쿄로 이사를 갈 모양이다. 그렇다면 마사미와 사쿠라가와, 쇼타로와 곤타가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첫만남이 어떻게 될지 자뭇 기대된다. 설마 삼각관계는 아니겠지만 난 왜 서부의 총잡이가 생각나는 건지^^;;;  

쇼타로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은 쇼타로가 나오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곤타가 나온다. 아니면 마사미가 나온다. 고양이가 위주라 고양이 먼저 생각했다. 그럼 이제 비와호라는 풍경과는 이별인가? 사쿠라가와는 결혼을 하는 건가? 쇼타로는 토마시나를 만나면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정말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3편이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인간 위주의 작품과 인간이 해결하는 사건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주고 그들이 서로 고양이로 연결된다는 점은 고양이에 대한 이 작품 본연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고 있다. 2편보다는 좀 더 본격 미스터리에 가까웠고 유머러스해서 좋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0-07-1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라이벌이 등장해야 멋지고 이야기는 꼬여야 제 맛이지요^^

물만두 2010-07-15 19:31   좋아요 0 | URL
라이벌이 좀 애매하긴 해요^^;;; 그리고 꼬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해리 보슈라는 또 다른 코요테같은 외로운 형사를 탄생시켰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을 통해 다른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갖고 있는 마약중독자와 정부 조직의 부패, 그리고 사회의 하층민의 그렇게 살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그리고 있다.    

블랙 에코는 베트남 전쟁 중 베트남 사람들들이 파 놓은 수많은 땅굴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는 범죄에 대한 검은 메아리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겁내지만 한번 들어가거나 또는 그 안에 갇히면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되는. 한 남자가 배수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마약중독자여서 마약 과다 투여로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해리 보슈는 그가 타살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가 자신과 같이 베트남에서 땅굴쥐로 있던 동료였음을 알아본다. 이것은 범인들에게는 머피의 법칙의 시작이었고, 해리에게는 의심스러운 우연의 시작이었다. 

인형사 사건으로 총기 사용 남용의 징계를 받고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 잘 나가던 보슈와 경찰 일보다는 집 파는 일에 더 매달리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파트너. 죽은 메도우스에 대한 전쟁 당시의 죄책감이 있었던 해리는 FBI를 협박해서 공조수사를 하게 만들고 그가 가담한 은행털이 사건에 매달린다. 그런데 다시 그를 어떻게든 경찰에서 쫓아내려고 내사과 직원들이 쫗아다니고 FBI 요원 위시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해리는 목격자를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게 만들고 그들까지 살해 위협을 받기에 이른다. 도대체 범인들은 누구길래 땅을 파서 은행을 털 생각을 한 것인지 해리는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베트남. 미국인은 이 전쟁을 두고두고 곱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패배한 전쟁이었고, 무고한 희생을 치르고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켰으니까. 그들은 베트남에서 모두 미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에 그 분노를 분출했다. 그들은 베트남에서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사회에서는 범죄자요, 낙오자였다. 이런 작품을 접하게 되면 어떤 전쟁도 인간에게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인간은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지난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   

인간이 발전한다는 것, 부강해 진다는 것, 막강해진다는 것이 미국처럼 된다는 뜻이라면 나는 그 길을 절대로 말리고 싶다. 어느 사회나 모순은 있고 부조리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회 불안과 힘의 과시를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자신의 국민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시키고 그들은 높은 자리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제거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인 것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 때의 땅굴의 블랙 에코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가 땅굴처럼 되어 점점 검은 메아리만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한낱 좌천된 경찰이 죄 없이 죽임을 당한 한 소년의 목숨 값을 받아 내려는 몸부림이 처량하게만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극적 반전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십여년 전에 읽었을 때 내가 간과했던 것들을 좀 더 음미하며 볼 수 있어 두번째 읽는데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죄 없이 죽은 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해리 보슈의 말은 경찰이 왜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말임과 동시에 해리 보슈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준다. 그에게는 그만의 원칙이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경찰, 나아가서는 해리 보슈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것 아닐까.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잘못을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해야 한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를 보고 있다. 해리 보슈의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도 동시에 울려 퍼진다. 



보슈는 출입문 앞의 복도에 그 그림을 걸어두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특히 피곤한 날 그럴 때가 많았다. 그 그림은 볼 떄마다 항상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 그림을 보면서 엘리노어 위시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림 속의 어둠, 황량한 고독, 혼자 앉아서 그림자를 향해 얼굴을 돌린 남자, 내가 바로 저 남자야. 해리 보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해리 보슈를 볼 때 그 남자를 떠올린다. 쓸쓸한 그 등이 깊은 밤 잠못 이루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 고양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추리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여전히 고양이 탐정 쇼타로는 추리를 한다. 이제 동거인과 어느 정도 텔레파시가 통하는 듯 동거인도 쇼타로가 추리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 더 많이 쇼타로가 추리할 작품들을 보여줄 것이지 너무 감질났다. 아니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맛있어 보이는데 먹을 수 없어 안타까운 느낌을 주는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쇼타로와 수다쟁이의 모험>은 고양이들끼리 나누는 대화와 인간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사건을 감지하고 그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독거 노인에 대한 생각이다. 그들의 외로움과 고독에 무관심하고 그들에 대한 작은 배려에 인색하게 군다면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 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물론 고양이나 개도 주인을 잃으면 그 처지가 딱하게 된다는 점도 주지시키고 있느니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되겠다.  

<고양이와 복숭아>는 현대 사회에서 청년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느 여성 대졸자의 절망이 담긴 이야기다. 꿈이 있었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회는 냉정했다. 취직이 되지 않자 그녀는 아르바이트로 밤일을 할 때 만난 남자에게 연락을 하고 그의 연줄을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그 남자의 목적은 달랐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담담하고 서글프게 쓰여지고 있다. 여자라서 비참한 건지 비참하게 만드는 여자라서 더 비참한 건지 뒷말이 썼다. 고향에서 보내준 복숭아, 복숭아 물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여자,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 쇼타로. 정말 쇼타로가 가장 행복한 지도 모르겠다. 쇼타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쇼타로와 목 없는 인형의 모험>은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조금은 이상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형의 얼굴만 사라지고 동화책에서 얼굴만 오려지고 아이가 입은 옷의 얼굴 부분에만 불이 붙는 비상식적이지만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아 보이는 이야기, 하지만 아주 찜찜한 이야기. 그래서 쇼타로와 친구 샤스케, 그리고 아파트 동물들이 뭉쳤다. <나이트 스위츠>는 추리소설 지망생인 직장인이 사쿠라가와 히토미의 고등학교 과외 선생이었고 그 히토미의 소설을 안다는 이유로 수상작 발표에 초대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보다는 작가가 연애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연애 소설이다.  

<쇼타로와 차가운 방정식(번외편)>은 번외편이라는 것에 걸맞게 시대 배경이 미래인 SF도 아닌 그냥 미래만을 배경으로 한 쇼타로와 히토미의 일단 한번 풀어봐식 추리소설이다. <현명한 사람의 선물>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히토미가 넋두리하는 것을 들으며 쇼타로가 히토미가 내는 추리 문제를 풀어 진정 탐정 고양이로 인정을 받는 이야기다. 

잔잔하다. 산다는 게 참 애닯고 애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째 고양이로 사는 것보다 못하게 느껴지는 지 원. 그래도 산다는 건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고양이처럼 타협하고 수능하면, 길들여지지는 않겠지만 길들어보려고 노력한다면 살만하지 않나 싶다. 현명한 사람의 선물은 버려질 수 밖에 없지만 그런 선물을 했었다는 기억이, 추억이 있어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쇼타로가 좀 더 많은 추리를 할 수 있게 부탁을 하고 싶다. 쇼타로가 보고 싶지 인간이 보고 싶은 게 아니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