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문학계의 거장이자 선구자다.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다. 서양 추리소설의 아버지가 에드거 앨런 포이고 그의 이름을 일본식 필명으로 만든 것이 이제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에도가와 란포를 빼고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그를 작품에 등장시켜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그런 시도만으로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곳곳에 배치시키고 연상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읽는데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작품은 액자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백골귀>라는 추리소설속 이야기가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현실 속에서 <백골귀>를 쓴 작가와 절필한 노 작가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추리소설 <백골귀>는 1930년대를 무대로 글이 안써지자 자살을 시도하다 한 젊은이에게 저지당한 에도가와 란포가 그 청년의 기이한 자살의 내막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에도가와 란포는 그의 지기이자 자살한 청년이 읽던 시집의 시인인 하기와라 사쿠타로와 마치 왓슨과 홈즈처럼 작가가 아닌 탐정이 되어 직접 추리를 한다.  

한편 책의 첫머리를 장식한 잡지에 연재되던 <백골귀>라는 작품이 연재가 중단되게 되는 사건을 현실에서는 다루고 있다. 잡지에서 <백골귀>라는 추리소설은 절필을 했지만 왕년에 유명했던 작가 호소미 다쓰토키의 눈에 띄어 그을 사로잡는다. 호소미는 잡지사를 통해 그 글을 쓴 자신의 팬이라는 신인 작가 니시자키를 만나 그 글을 쓰게 된 경위를 물어본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기묘하게 흘러간다. 니시자키는 란포 중독자다. 와세다 대학 경제학과를 다니며 아케치 고고로가 살았을 법한 집에서 사는 독특한 젊은이다. 란포 중독자와 절필 작가의 만남은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하는 작품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에도가와 란포가 썼음직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월애병, 시집과 같은 방식의 자살, 쌍둥이가 등장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취향과 그 시대 그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으며 - 동성애에 대한 동경같은 - 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글이 안써지면 집을 나와 떠돌았고 자신의 작품에 자신감이 없었다는 점은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 추리소설의 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에도가와 란포가 만약 이런 사건을 접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에 더 초점을 맞춰 글을 쓴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작품속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이 그대로 묘사되거나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인용되고 하면서도 위화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쓴 점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작가가 자신의 우타노 쇼고가 가진 능력인 반전을 구사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좀 작가의 작품으로는 초기 작품이고 십여년 전 작품이라 그다지 놀랍지 않을 뿐이다. 중요한 건 액자소설답게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냔데 작가는 마지막까지 잘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 나는 제목을 왜 <시체를 사는 남자>라고 정했을까 의아했었다. 그냥 <백골귀>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역자의 글을 보고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다. 역시 이런 점이 원작을 읽느냐 번역작을 읽느냐에 대한 미묘한 차이라 생각되니 좀 안타까울 뿐이다. 우타노 쇼고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어, 그 안에서 에도가와 란포를 탐정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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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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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쫙 끼쳤다. 컴퓨터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컴퓨터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은 컴퓨터로 통한다. 개인이 사용하는 것부터 정부까지, 작은 상점에서 대기업까지, 은행, 학교에서도 컴퓨터에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사용하고 집 전화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결합되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자신을 블로그가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보가 힘이다. 범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뒤에 바코드를 본다. 누군가 인간 개개인의 정보를 바코드로 인식하고 있다면 인간은 책과 별 차이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속 범죄자처럼.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로 많은 일을 하게 된 뒤 개인 정보는 내가 스스로 알려주게 되고 그 정보는 누군가에게 해킹 당하거나 팔리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휴대폰으로 스팸 문자가 오고 가입 권유를 하는 건 어쨌든 어디서 내 전화번호가 샜다는 증거가 된다. 이 정도는 그저 생활의 불편함, 짜증스러움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내 정보가 누군가의 범죄에 이용되고 내가 범죄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힘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 정보가 누구에게 힘이 되고 누구에게 휘두를 힘이 되는 지 생각해볼 문제다.   

영국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속칭 '시계공'이라 이름붙인 범인을 잡는 일을 하던 링컨 라임은 사촌 아서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잡혔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갈등을 하다가 '시계공' 사건보다 이 사건이 더 급하다는 생각에 속칭 '522'로 이름붙인 범인 잡기에 돌입한다. 그의 사촌뿐 아니라 무고한 많은 이들이 살해당하고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그가 심어 놓은 증거에 의해 용의자가 된 사건들을 발견하고 그런 일들이 그가 주시하는 동안에도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피해자와 용의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그런 데이터를 모으는 거대 기업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기업 사람들을 주시하게 된다. 

아멜리아 색스는 사건을 수사하다가 범인을 하느님이라 부르고 자신을 욥이라 부르는 완전히 범인에 의해 인생이 파괴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황당해서 믿기지 않지만 차츰 그런 일이 수사하는 경찰들에게까지 일어나자 당황하게 된다. 늘 누군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링컨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고 전작에서 구해낸 팸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평범한 소녀로 살아가는 모습은 흐뭇하게 만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나는 두렵다. 조지 오웰의 '1984'보다 너무 생생한 오늘의 모습 그 자체가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의 '2008'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을 지경이다. 내가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사실 없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모든 사람의 기록은 컴퓨터에 저장되고 있고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는 것을 듣기도 하고 누군가 피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너무도 와닿는 이야기를 작가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통해 좀 더 거창하게 풀어내고 있다. 범인의 모습도 보여주며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말이다. 

제프리 디버는 정말 이 시대 최고의 스릴러의 거장이다.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가장 환상적 콤비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게 될 것이다.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무서움을 느끼게 될 작품이다. 그나저나 아멜리아 색스, 제발 혼자 즉흥적으로 돌아다니지 좀 마라. 링컨 라임보다 내가 더 떨려 죽는 줄 알았다. 그나저나 '시계공'과의 일전을 다짐하는 링컨 라임의 모습에서 그들이 크게 격돌할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모든 작품이 그랬지만 특히 작품에서 한치의 눈을 떼기 어려웠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놀라며 궁금하게 만든 놀라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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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 고양이는 밀실에서 점프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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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기묘했다. 고양이 탐정이 등장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양이 탐정은 등장하지 않았다. 어라? 그러면서 보는데 이 스토커의 망상과 하는 짓이 점점 스릴러로 다가온다. 그리고 드디어 쇼타로를 만났다. 이렇게 시크한 고양이라니. 아니 고양이란 존재는 원래 시크하고 무심한 동물이다. 자신의 주인을 주인이 아닌 동거인이라 여긴다. 쇼타로의 행동을 보면 이 작품이 만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문장 문장에서 쇼타로의 표정이 연상되서 키득거리며 웃게 되고 귀엽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가르랑, 야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고양이의 기지개켜는 모습을 따라하고 싶어진다. 아주 유쾌하면서 하드보일드한 고양이가 바로 쇼타로인 것이다. 

쇼타로의 동거인 사쿠라가와는 안팔리는 추리소설가다. 쇼타로는 같은 추리소설가인 센겐지의 집에서 태어나 자라 친분있는 사쿠라가와와 함께 살게 된 고양이다. 그러니까 글은 몰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추리할 수 있는 고양이가 된 것이다. 여기에 사쿠라가와가 결정적으로 고양이를 내세워 추리소설을 쓴 것이 시발점이 되어 인간의 시점과 쇼타로의 시점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색깔의 단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특히 쇼타로가 등장하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만 인간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고양이로 쇼타로를 보는 작품도 나름 매력이 있다. 어떻게든 쇼타로는 등장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S를 위한 레퀴엠>, <빛나는 발톱>, <징글벨>은 모르는 타인이 등장해서 사건이 발생하게 되기까지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다. 인간의 망상과 집착이 스토커에게 나타나고 사랑에 대한 불신이 불륜을 일상적으로 만들고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혼자있고 싶지 않다는 콤플렉스가 자신감을 잃게 만들어 결국 피해를 입게 되고 살인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때문이라고 작품에 잠깐 고양이 자체로 등장하는 쇼타로가 말을 한다면 그런 말을 하며 쯧쯧 거릴 것 같은 작품들이다. 그런 이야기를 고양이가 인간에게 힌트를 주고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 쇼타로의 숨은 공로다. 

번갈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 <쇼타로와 오후의 식도락 사건>, <쇼타로와 다잉 메시지의 모험>, <쇼타로와 밀실살인>은 쇼타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쇼타로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공짜는 없다는데 좋아하는 쇼타로의 동거인에 대한 연민과 센겐지와 함께 사는 친구 개 사스케와 함께 다른 차에서 짖어대는 개를 보고 추리하는, 정말 사스케는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은 격이라 생각하지만 쇼타로의 명민함이 돋보였고, 고양이가 살해된 사건에서 동거인이 다잉메시지를 고양이가 남겼다고 하는 말에 고양이로써 살해자를 찾고자 아파트의 동료 고양이들과 의논하는 모습은 훈훈했고, 시골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사건을 푸는 센겐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전원생활의 꿈을 접고 반려동물로서 살기로 결심하는 모습에서는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또 추리작가들과 함께 할때는 마치 홈즈와 왓슨같은 느낌도 줘 인간과 동물간의 새로운 콤비 탄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면도 있다. 

배가 고파 우는데 동거인이 놀이용 쥐 장난감을 상자에 넣어주자 장난감을 세게 물며 원망을 하는 쇼타로, 친구 앞에서 자신의 추리를 피력하고 그게 맞자 의기양양해하는 쇼타로, 동거인이 곰팡이 핀 빵을 사료로 주자 복수를 다짐하고 가출을 결심했다던 쇼타로,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마음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쇼타로, 진짜 쥐를 잡고 싶은 욕망에 눈빛을 빛내는 하드보일드 고양이가 된 쇼타로 등 쇼타로의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고 재미있게 담겨 있어 더욱 매력적이고 고양이에 관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다. 난 절대 쇼타로를 쿠로니 타마니 다른 이름으로 안 부를 자신은 있다. 먹을 것도 잘 주고 궁핍해지면 절대 쇼타로 먹이 먼저 줄이는 쇼타로 주인같은 짓은 안할텐데 어디 쇼타로같은 고양이 없으려나?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과 서스펜스 추리소설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심플하면서 식상하지 않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꽤 있었다.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도 있고 아키프 피린치의 펠리데를 비롯한 고양이 시리즈도 있다. 아마존에는 고양이 탐정이 미스터리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고양이 시리즈는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쇼타로 시리즈라도 출판되었으니 즐겁게 다음 편을 읽어볼란다. 재미있다. 자꾸만 쇼타로의 모습이 상상되서 미소짓게 된다. 하드보일드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활약이 더욱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크하고 무심한 쇼타로와 생각없어 보이는 안팔리는 추리작가 동거인의 조화가 은근히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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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크하군요 이 탐정은 ^^

물만두 2010-06-25 11:01   좋아요 0 | URL
고양이란 동물 자체가 시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paviana 2010-06-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졸업>빌렸어요...재미있어야 되는데..ㅎㅎ
축구는 좀 보시나요? 어머님 바쁘시겠네요.

물만두 2010-06-25 16:05   좋아요 0 | URL
님의 취향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8시에 할때는 좋았는데 11시꺼는 자느라 못보고 다음날 봅니다^^;;;
엄니는 눈이 쑥 들어가셨어요 ㅜ.ㅜ

그린브라운 2010-06-2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미있어 보여요...연속으로 시리즈가 주르륵 나와서 절대 안봐~~ 그랬는데(자금 압박이.. ^^;;) 이거 또 스르르 돈 빠져나갈 위기가....ㅎㅎ

물만두 2010-06-25 19:33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잠자는 인형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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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콜드 문>에 잠시 등장해서 링컨 라임에게 조언을 해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드디어 나왔다. 캐트린 댄스는 CBI소속의 수사관으로 주로 범인을 심문하면서 범인의 말과 동작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찾아내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CBI가 어떤 기관인가 했더니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의 약자다. 미국은 주마다 수사국을 달리 두는 모양이다.  

이야기는 '맨슨의 아들'이라 불리며 자신의 패밀리를 조직해서 온갖 범죄와 살인을 저지른 다니엘 펠의 여죄로 보여지는 물증이 발견되서 그를 추궁하던 캐트린 댄스와 다니엘 펠의 거짓말 찾기와 거짓말 감추기로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간수와 부하 요원이 다니엘 펠이 탈옥하면서 그에게 살해당하고 그의 말을 되새기다가 그 물증의 진위가 그의 탈옥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 캐트린 댄스가 조치를 취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다니엘 펠의 탈옥은 성공을 하고 뒤늦게 캐트린 댄스가 그를 추적하게 되는 진행 과정을 요일별로 나눠 보여주며 긴장감을 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댄스와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조종하는데 탁월함을 보이는 펠의 한판 승부는 항상 댄스가 한발 늦게 단서를 찾아내서 눈 앞에서 놓친다. FBI에서 다니엘 펠과 같은 페밀리를 조직하는 사람들만을 담당하는 요원이 참여해서 힘을 보태고 캐트린 댄스는 더 많은 다니엘 펠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당시 사건때 같이 있었던 페밀리 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의 책을 쓰는 작가와 심지어 \'잠자는 인형\'이라고 이름붙여진 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아이와의 면담도 요청한다. 이 와중에서 여러 사람들에게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캐트린 댄스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갖가지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범죄자, 범죄자에 희생되는 사람들, 범죄자에 동조한 사람들, 피해자, 경찰, 작가 등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다니엘 펠에게 빠지는 사람들은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다니엘 펠 또한 어린 시절이 불행했던 사람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가정 불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가정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아이들,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사회에 맨손으로 나왔을 때 그들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유혹하는 이들은 그들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펠과 같은 범죄자들뿐이다.  

그런데도 부모는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사회를 탓하고 범죄자를 탓한다. 범죄자는 불우했던 가정 탓, 부모탓을 하고 사회는 어떤 울타리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은 더욱 가속도를 더하며 파괴되어 가고 있고 범죄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피해자와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더 많은 \'잠자는 인형\'이 생겨나고 펠과 같은 이들에게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사회를 방치할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경찰인 캐트린 댄스조차도 자신의 가족의 안전을 늘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면 아무 것도 없는 일반인의 걱정은 어느정도여야 하는지 작가는 픽션속에 독자를 던져넣어 현실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다니엘 펠은 제니를 유혹해서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려 애를 쓰며 거짓 정보를 남기고 캐트린 댄스는 그가 남긴 단서 중 거짓과 진실을 가려 빠른 시간 안에 그를 잡고 그가 마지막에 가려고 하는 곳이 어디인지, 왜 아직도 도시에서 머물고 있는지 이유를 알아내려 애를 쓴다. 그러면서 캐트린 댄스 또한 언론을 통해 그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고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지, 누가 더 진실을 빨리 파악하는지 수 싸움은 절정으로 다다르지만 끝에 더 심각한 결과가 캐트린 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의 후속작이 나왔다고 한다. 빨리 후속작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캐트린 댄스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합쳐 놓은, 그러면서도 그들과는 전혀 다른 경찰 캐릭터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캐트린 댄스가 끝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사건은 종결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부디 마음껏 놀라시고 캐트린 댄스처럼 등장 인물들이 하는 말과 동작에서 거짓말을 찾아보시길. 아마 그런 집중력이 독서의 재미를 높여줄 것이다. 링컨 라임이 현장에 범죄자가 남긴 증거를 분석해서 범인을 찾는 경찰이라면 캐트린 댄스는 범죄자를 심문해서 범죄자의 말 속에서 거짓말을 찾아내 그것으로 범죄의 증거와 유죄여부를 가려내는 경찰이다.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앞날은 링컨 라임 시리즈만큼이나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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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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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거의 마지막까지 읽는 동안 시즈토의 뒷통수를 때려 '이 자식아, 너 뭐하고 있냐? 엄마가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빨리 집에 안가냐?' 소리를 질렀다. 답답했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건 어찌되었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자신이 가장 감사해야 하는 사람의 옆을 지키지 못한다는 일이 얼마나 애도와 상반되는 일인지 묻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이 아님을. 준코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기다렸지만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부를려면 얼마든지 부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 그의 애도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애도도 된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을까? 지금 누군가 내게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애도하고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있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게는 안면도 없는 사람을 가끔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를 기리거나 애도하는 건 아니다. 그저 한때 그런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기억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이 작품에서 말하는 애도와는 다른 것이다. 생명이 태어나 이 땅에서 숨 쉬다 갔음을 기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생명들중에는 어쨌든 남편을 살해한 유키요같은 이도 있을 것이고 더 인면수심인 이도 있을테니까. 마키노가 그를 믿지 못하는 이유도, 그의 가족이 그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모든 살아 숨쉬다 죽은 생명을 애도해야 하는가? 왜 사람을 애도해야 하는가 말이다. 

죽음 뒤의 세상은 누구도 모른다. 죽은 뒤 인간은 어쩌면 진정한 동등한 관계가 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아서의 잘잘못도 있고 죽은이의 사연에 경중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즈토는 피해자를 세번 애도한 뒤 가해자를 애도한다고 했다. 시즈토는 그의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남을 애도하느라 나를 잊은 것이다. 애도에 나와 남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더 많은 애도하는 이가 생긴다면 시즈토의 엄마 준코를 애도하는 이도 있을거라는 얘기다. 시즈토의 마음속에서는 모두가 하나일 뿐이다. 이런 이가 있다면 내것만을 따지겠는가, 남을 소홀히 대하겠는가.  

하지만 작품은 또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화해를 하자는 건지, 용서를 구하겠다는 건지 그들의 속내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일본 속담에 '거짓말도 백번하면 진실이 된다.'고 한다. 2차대전 전범국가라는 것에 대한 반성은 늘 빠지고 원폭 피해자인 것만 내세우는 이들의 모습은 딱 이 속담 그대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좋은 글을 읽다 불쾌해지고 말았다. 시즈토의 행동대로라면 일본은 피해국과 국민에게 세번 사죄하고 자국민은 그뒤에 애도해야 한다. 한번도 하지 않고 계속 자국민만을 동정해달라는 그들의 글은 사람들이 애도하는 사람을 보는 불편한 시각 그대로다. 내 속 편하자고 하는 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이 좀 더 진정성을 담았더라면 과거의 이야기는 끼워넣지 말았어야 했다. 과거없는 현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 다른 식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즈토에게 에그노라 불리던 자극적인 기사만을 쓰던 한물 간 기자 마키노도 동화되고, 유키오도 결국 동화된다. 아들을 기다리며 나름대로 자신의 시한부 삶을 잘 정리한 준코도 마지막에 아들을 이해했다. 이제 누구에게나 '애도하는 사람'이 된 시즈토에게서 우리는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고 별개의 것이 아님을 배운다. 시즈토가 자신이 '애도하는 사람'이 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할 때 그의 발걸음이, 그의 애도가 삶과 죽음이 융합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듯이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윤동주는 '서시'에서 이렇게 썼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 옛날 윤동주가 쓴 서시와 같다고 말하고 싶다. 윤동주가 시로 말하고자 했던 것과 텐도 아라타가 이 작품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 단지 시와 소설이라는 장르적 차이가 있을뿐이다. 사랑에 대한 기억과 감사에 대한 기억은 결국 사는 동안 사람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런 일을 더 많이 해야 더 많이 기억하게 될테니까. 결국 작가는 우리 모두 애도하는 사람처럼 애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아름다워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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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6-1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읽었군요. 묵직하죠?^^

물만두 2010-06-11 10:51   좋아요 0 | URL
아, 좀 읽는데 사연이 있어서리 못 읽다 안정이 되서 읽었습니다.

stella.K 2010-06-11 14:49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그렇지 않아도 만두님이 이 책을 안 읽을리
없을텐데 했는데...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나름
물만두님께 위로가 됐으리라 믿습니다. 힘 내십쇼!^^

물만두 2010-06-11 14:55   좋아요 0 | URL
그게 위로가 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힘낼 일은 없구요^^

stella.K 2010-06-11 15:20   좋아요 0 | URL
이런...꽈당!>.<;;
그리 말씀하시니 사실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ㅜ

라로 2010-06-1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읽지 못했어요~.ㅜㅜ
물만두님의 리뷰로 대신해야 할지,,,

물만두 2010-06-12 10:22   좋아요 0 | URL
나비님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책은 읽어야 맛이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