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계곡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0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처음 본 이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처음 해리 보슈 시리즈의 첫 작품인 <블랙 에코>를 본 해는 2001년이었다. 그 뒤로 장장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인이 다시 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같다. 이런 절묘함이라니. 그런데 읽는 내내 나는 우울했다. 고독한 코요테 LAPD 해리 보슈는 은퇴한 사립탐정이 되어 있었고 5살짜리 딸을 둔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그가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내 기억 속의 해리 보슈는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인지. 이래서 시리즈는 제발 순서대로 출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해리 보슈가 등장하지 않는 <시인>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연속성을 가지고 본다는 장점을 준다. 시인이라는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범이 사라진지 8년만에 FBI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 레이철 월링 요원에게 소포를 보낸다. 그리고 시인은 레이철의 뒤를 밟는다. 그 즈음 해리 보슈는 친구이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전직 FBI 프로파일러 테리 매컬럽의 아내에게서 죽은 남편이 살해된 것 같다는 의뢰를 받는다. 해리는 친구를 살해한 살인범을 잡기 위해 그가 예전 사건을 조사하던 문서와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을 보다가 추적을 시작하는데 거기서 레이철과 조우하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해리의 전처와 딸이 산다. 그리고 그곳으로 테리는 그를 인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미 그곳에서 많은 피해자들을 발견한 FBI가 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 시신들이 있는 이유를 모른다. 그들이 어디에서 온 이들인지도 모른다. 삼각형의 한 점을 그들은 발견하지 못했고 해리는 발견한다. 거기에서 해리와 자신이 단지 그들이 시인을 잡기 위한 유인물일뿐임을 알게 된 레이철은 해리와 함께 해리가 발견한 곳에서 시인의 자취를 찾아 나선다.   

전작 <시인>이 긴장감 넘치는 스릴을 선사했다면 이 작품은 짜임새있으면서 근원적인 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하나의 작품을 1부와 2부로 나눠서 작가가 1부에서는 범죄를 다루고 2부에서는 그 범죄의 이면을 다룬 느낌이다. 여기에 빈틈없고 물러서지 않는 해리 보슈의 노련함은 잘 어울린다. 그의 어린 딸이 세상의 악에 노출되기 전까지 순수함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해리는 어린 시절의 시인을 불쌍히 여긴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지만. 

크라임 스릴러에서 이렇게 탐정 추리소설로 작품은 변신을 한다. 하지만 변신을 해도 악마적인 연쇄 살인범 시인의 그림자는 늘 드리워져 있다. 거기에 시인이 찍은 테리 맥컬럽의 가족 사진과 해리 보슈를 아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딸 매디의 안위까지 걱정하게 만든다. 범죄의 공포는 픽션일지라도 무섭다. 하지만 이 점이, 가족이 등장하는 모습이 작품에 균형점을 찾게 해준다. 단순한 크라임 스릴러가 아닌 시인의 어린 시절 그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에게서 자랐다면 그의 모습이 지금과 다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서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생각해보면 시인이 왜 등장했는 지 알 수 있다. 시인의 성격을 안다면, FBI가 정치적인 면을 버렸다면 진작에 그의 타깃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작품은 전작 <시인>에 비하면 스릴은 적다. 하지만 그곳에서 느끼던 속도감 대신 이 작품에는 해리 보슈가 있다. 해리 보슈를 통해 전통적 추리소설의 맛을 현대에 잘 살려내고 있다. 시인을 해리 보슈가 상대하게 만든 것은 작가의 일종의 메시지다.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자신들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는 FBI의 능력으로는 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거기에 마지막 반전까지 기막히게 잘 어울어지고 있다. 그 반전은 진정한 반전이란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해준다. 
 
이 작품은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기도 하다. 변함없이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친구의 살인자를 잡으려는 해리, 딸을 생각하고 예전 월남전을 생각하며 강에서 살아 남은 것을 기뻐하는 해리, 다시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해리 보슈와 그가 선사하는 고독이. 천상 경찰인 해리 보슈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혼자 파트너없이 다니던 그가 파트너를 원하게 되고 딸을 위해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들으며 딸에게 불러줄 생각을 한다. 여전히 그에게 세상은 어둡고 나이가 들어 희망적일 것도 없지만 그는 다시 천사 없는 천사의 도시로 돌아와 천사는 보이지 않는 거라는 딸의 말을 믿으려 한다. 그런 해리 보슈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한번 헐리우드의 코요태는 영원한 코요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향기 2009-09-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가 제대로 출판되지 않을 때,,, 전 분노합니다 ㅠ ㅠ
읽기 힘들어요!!

물만두 2009-09-11 19:08   좋아요 0 | URL
전 워낙 많이 당해서 그러려니합니다.
이젠 화낼 기운도 없습니다 ㅜ.ㅜ

[그장소] 2013-08-0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순간에 집중하고 휘리릭 읽어버린 기억!!
 
실종증후군 증후군 시리즈 1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누쿠이 도쿠로는 <통곡>이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조금은 진부한 듯한 면이 있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충실함과 휴머니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런 그의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증후군 시리즈를 읽게 되어 무척 기대했다. 시리즈 첫 작품은 이 작품 <실종증후군>이다. 실종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썼을지 궁금했다. 

누구나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힘이 들때, 삶에 지쳤을 때,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을때, 위협을 느낄때. 하지만 대부분은 참고 산다. 하지만 가끔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가출이라고 한다. IMF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어른 가출이 늘었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사라지면 찾기가 힘들게 된다. 이런 상황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작가는 작품을 썼다.  

경찰청에 조금 특이한 인물이 있다. 다마키라는 남자인데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데 자리를 자주 비워도 뭐라는 사람이 없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 아주 비밀이 많은 남자다. 그에게 형사부장이 친척의 실종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대학생의 자발적 실종같은데 찾을 수가 없다고. 이 평범한 부탁을 다마키는 중요한 사건을 맡는 것처럼 받아들인 이유는 그동안 실종 신고가 된 사건을 정리한 자료를 살펴본 뒤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기 떄문이다. 

그리고 그는 곧 자신의 비밀 팀원들에게 집합 명령을 내린다. 그들은 경찰에서 물러난 뒤 탐정 일을 하고 있는 하라다, 막노동을 하는 구리모치, 탁발승 무토다. 그들은 모여서 한 명씩 실종자들을 맡아 조사를 하기로 한다. 하라다는 자신이 찾아야 하는 학생의 자취를 찾아 다니다가 과격한 밴드 젠키를 따라다니는 팬들과 멤버들을 만나는데 그들과 한창 반항중인 자신의 딸이 관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작품은 일본 젊은이들의 자발적 실종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부모가 조금만 이해를 해주고 자신의 바람과 자식의 꿈이 다를 때 자식의 꿈을 좀 더 믿어주고 밀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언제나 그렇듯 부모의 기대는 너무 높고 자식은 그 기대에 짓눌리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런 일들이 쌓여 자기 안에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을 기르고, 사회에 대한 반발과 반항심만 키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지키지 않는 도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니 아이들이 그것을 들을리 만무고 자신들은 잘못하면서 아이들에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니 아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사회가 빚어낸 다음 세대인데 지금 세대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잘못도 모르고 반성도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미래를 알 턱이 없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과 같은 모습의 세대일 뿐이니까. 

무엇보다 작품 속 사건을 쫓으면서도 하라다 일가의 가정 문제를 포함시켜 현대 가정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한 점은 좋았다. 어느 날 착하기만 하던 자식이 대화를 거부하고 전혀 다른 남이 되어 버린다. 부모는 이유를 추측만 할 뿐 모른다. 자식은 말을 하지 않고 부모는 들을 기회가 없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화는 미뤄지고 그러다가 골은 깊어져 벼랑끝으로 몰린다. 자식의 자살이라는. 여기에서 작가는 말하고 있다. 부모도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식 또한 마찬가지라고. 그래도 방법은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이해밖에는 없다고. 부모와 자식 모두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은 작품의 결말이 그야말로 실종되었다는 데 있다. 물론 그 자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이라 생각되서 이해는 가지만 하라다의 딸이 가지고 있던 것과 문제의 발단이 된 인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발적 실종이니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방법의 자발적 실종이 실현 불가능하니 일본의 실생활 문화에 대해 우리와 다른 점을 또 한가지 알게 되었다. 
 
단순한 플롯의 전개로 일관하고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의 묘한 매력과 자발적 실종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한발 앞선 문제 제기가 작가만의 개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사회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마치 다마키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보여주려 자제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해결점이 없는 자발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고 사회와 개인의 인식이 함께 달라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다는 듯이 하라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이 평범해보이는 작품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것이 이 작품 최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09-09-04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설이던 작품인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물만두 2009-09-04 11:18   좋아요 0 | URL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여운은 남는 작품입니다.

순오기 2009-09-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여전히 즐독하시는군요.
가을바람이 산들 불어오는 저녁나절~~~ 좋아요.^^

물만두 2009-09-04 20:0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방가방가요^^
저는 방콕족이라 바람이 부는지는 잘 모르겠고 신종풀루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핑크팬더 2009-09-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곡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물만두님의 리뷰을 읽어보니 이작품도 끌리는군요.(믿거나 말거나 반전을 중간에 눈치채고 말았지만요. ㅡ.ㅡ;;) 사가와택배의 도를 지나치는 불친절함에 알라딘을 그만 떠나려 했는데 물만두님 때문에 떠나지를 못하겠네요. 뭐 다음에 주문할때는 우체국 등기로 주문하면 되지만요. 아무튼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물만두 2009-09-09 19:21   좋아요 0 | URL
반전은 저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좋았습니다. 이 작품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그장소] 2013-08-0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쿠이 도쿠로, 책이 무겁지만..난반사..통곡..신월담..자꾸 손이 간다고
 

아, 가을인가...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9년 09월 03일에 저장
절판

실종증후군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9년 09월 03일에 저장
절판

시인의 계곡-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09년 09월 04일에 저장
구판절판
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09월 08일에 저장



1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그 탐정이 지금 막 탄생한 탐정이 아니고 뒤늦게 만나게 된 거라면 더욱 반갑다. 세상에는 많은 추리소설이 있고 많은 탐정 캐릭터들이 있다. 그 모두를 다 알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탐정 한번쯤 봤으면 하는 탐정, 누군가 좋아하는 탐정이라면 만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로버트 크레이스의 앨비스 콜처럼 말이다. 

헐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립탐정을 하고 있는 전직 베트남 참전 용사 앨비스 콜은 파트너 파이트가 총기류 판매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혼자 사무실을 꾸려가고 있다. 하와이언 셔츠에 하얀 리바이스 바지를 입고 있는 바람둥이 타입으로 모든 여자들이 자신의 매력에 빠질거라고 생각하고 또 대단히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런 그에게 두 여자가 사건을 의뢰한다. 남편의 실종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다. 남편 모트가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는데 아내 앨런은 경찰서보다 탐정을 찾아왔다. 그녀의 여자친구는 계속 그녀를 닥달하지만 앨런은 너무도 소극적이다. 엘비스는 사건을 맡는다. 모트의 실종 즈음 모트의 여자친구도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와 알던 남자가 보디가드를 고용해서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모트는 살해당한 채 경찰에 발견되고 아들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도대체 모트는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건지 엘비스는 그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탐정에는 두 종류의 탐정이 있다. 경찰과 사이가 나쁜 탐정과 경찰과 그럭저럭 사이가 좋은 탐정. 엘비스는 후자다. 그에게는 믿음직한 경찰이 있다. 포이트라스라는. 앨런이 다시 실종되자 엘비스는 포이트라스에게 신고를 한다. 그때 그는 배후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다짜고짜 엘비스에게 자신들에게서 가져간 마약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다. 엘비스는 이제 마약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경찰은 특수작전팀에게 사건을 가로채기 당하고 엘비스는 일에서 손떼라는 협박을 경찰에게서 받는다. 누가 나쁜 놈인지 사건은 점입가경이 되어 가고 엘비스는 동료 파이트와 함께 둘이 나서기로 한다.  

탐정이 람보가 되는 작품은 또 난생 처음 본다.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총을 너무 사랑하는 파이트의 영향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겠는가가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때 반대쪽에서 든 생각이었다. 한마디로 화끈한 작품이다. 화끈하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고 작품 속에서 서서히 변하는 앨런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 지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중에 웃음도 선사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파이트의 장면은 웃기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파이트 워~워~ 

작품 속에서 LA에서 사는 것은 전쟁터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터가 맞다. 아이가 납치되고 마약이 거래되고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목숨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전쟁터보다 더하다. 엘비스는 워~워~를 자주 내밷는다. 읽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나도 워~워~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잘했어.'하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다. 그 정도도 몰입하고 동화되게 만드는, 끝까지 스릴 넘치는 작품이었다. 물론 끝으로 갈수록 엘비스도 멋있어진다. 이 시리즈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9-02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가장 늦게 나온 <붉은 손가락>이었다. 시리즈는 처음 작품부터 읽어야 하는데 그 작품이 가장 먼저 번역되어 출판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 작품을 읽으며 나름대로 가가 형사의 이미지를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한 가가 형사의 이미지는 휴머니즘이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세심하게 관찰하고 끈질기게 탐문하고 치밀하게 몰아세우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이미지가 덜 인간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눈을 가진 형사와 작은 것 하나에 집착하는 것 같은 모습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보게 되서 약간 아쉬웠다. 맘에 드는 캐릭터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의 수사 방법이 너무 타이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작품은 단편집이다. 모두 다섯편의 작품을 모았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를 읽는 순간 <잠자는 숲>이 다시 생각났다. 혹시나 가가의 로맨스가 나오는 건 아닌가 기대했는데 안타까웠다. 발레단이 다시 등장한다. 발레를 하다 사고를 당한 뒤 발레 교습소를 차리려던 발레단 직원이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자백만으로 증거없이 범인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뭐, 추리소설이니 끈질긴 가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차가운 작열(灼熱)>은 집 안에 강도가 들어 아내가 살해되고 아이가 유괴된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정말 가가 형사의 눈썰미는 대단하다. 정말 형사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흘려 보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제2지망>은 알리바이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단 둘이 사는 모녀와 그녀의 집에서 살해된 남자 친구. 제목이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어그러진 계산>은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어느 정도 가가 형사가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하는 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아무 관련 없을 것 같은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을 남편을 갑자기 사고로 잃은 여자와 엮어 수사하는 가가 형사. 점차 드러나는 관계. 하지만 가가 형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 가벼운 반전 속에 모든 사건이 생각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지 싶다. <친구의 조언>은 가가 형사의 친구가 졸음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가가 형사가 오지랖도 넓게 의뢰하지도 않은 사건을 조사해서 친구에게 조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눈에 띈다.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 범인은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 결국 형사나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나 추리소설가나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일단 그 생각에 사건을 짜맞추다가 다시 수정하고 단서를 찾고 뭔가 하나만 더 결정적인 것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거기에 인간의 마음을 넣고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든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것을 잘 하는 작가다. 하지만 역시 작가에게는 장편이 잘 어울린다. 단편은 말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작가에게는 어울리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가 어떤 작품에 나오든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보너스로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좀 많이 해주면 더 고맙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9-09-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혹시 한 사람이 아닌게 아닐까요? 한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 독자가 따라가기 힘든 양이라니... ^^;;

물만두 2009-09-01 11:22   좋아요 0 | URL
다작을 하는 작가고 그렇게 문장에 신경쓰는 작가가 아니니 소재와 아이디어만 많다면 혼자 쓰긴 하겠죠. 어쨌든 대단하긴 합니다^^

soyo12 2009-09-17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다작이라 부담스러울 정도인데, 전 이상하게 가가시리즈와 갈릴레오 시리즈가 좋네요.

다른 작품은 몇몇 실패도 해서 좀 그런데 ^.~

물만두 2009-09-17 10: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작품들하고 밤의 연작 시리즈는 좋아합니다^^

[그장소] 2013-08-0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지금은 믿고 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