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자들의 도시 블랙 캣(Black Cat) 19
릴리안 파싱거 지음, 문항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독일 추리작가협회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상'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언제 사건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되는지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건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 다소 황당하지만 나름 독특한 작품이다. 독일 추리작가협회라는 말에 나는 자꾸 배경인 비엔나를 독일로 착각을 했다. 오스트리아인데도. 이렇게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마티아스가 여자친구 트릭시와 싸우고 벌거벗은 채 나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기타도 잘 치지 못하면서 기타를 소중히 여기고 늘 노래를 부른다. 여자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마티아스는 기타를 던진 것에 화가 나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동물원에 들르는데 거기에서 자살 시도를 한 벨라를 발견하고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 된다. 그리고 벨라는 마티아스를 찾아와서 그들은 연인이 된다. 

이렇게 마티아스가 일인칭 화자로 등장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한편에서 박사 학위까지 있는,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수 미달로 잘린 역사학자 엠마가 앞에 새로운 미용실이 생기는 바람에 망한 미용사 믹과 함께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그들이 하는 일은 그저 아프다고 병가를 낸 노동자가 그 기간에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감시하는 일, 바람 피우는 남편의 현장 잡기, 등 소소한 일들이다. 물론 이마저도 꽃가루 알러지에 뚱뚱한 몸에 힘겨워하며 놓치기 일수인 조수 믹에의해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때 한 의뢰인이 입양을 보낸 아들을 찾는 의뢰를 하는데 그가 바로 마티아스다. 이렇게 그들 사이에는 접점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 입양된 집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란 마티아스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는 늘 나이 든 여자들을 등처먹고 사는, 한마디로 나쁜 놈이다. 그러면서 그녀들을 경멸하지만 그녀들은 그와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그에게 난데없이 자신을 버린 엄마가 찾아왔다고 해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에게 세상 모든 나이 든 여자는, 아니 여자들은 모두 마녀일 뿐이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벨라도 마찬가지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끔 누군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혼동하는 일이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에게 쌍둥이 형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형은 엄마가 키우고 자신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그는 분노한다. 

끈적끈적한 더위가 달라붙어 찜찜한 기분을 털어버릴 수 없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비라도 한바탕 퍼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딱히 추리소설이라고 정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추리 소설, 범죄소설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경계가 무너진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카뮈의 <이방인>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카뮈의 <이방인>을 추리소설이라고 본다면 볼 수도 있다. 살인이 있고 범죄자를 잡고 재판을 하니까. 이런 내 관점에서 보면 살인과 범죄가 등장하는 모든 작품은 추리소설이다. 경계가 무너지고 모호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독특한 것은 작품이 마치 두 가지 별 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쓰였다는 점이다. 마티아스를 중심으로 한 조마조마하게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같은 이야기 전개가 한편있고, 그 변두리에 그 이야기와 스쳐 지나가면서 무심하게 자신들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엠마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려 진행된다. 마티아스의 이야기를 접하면 답답하고 서글프고 찜찜하고 엠마의 이야기가 나오면 웃기고 풀어지고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대신 인간의 무심함에 죄책감이 더 들게 되지만. 마지막 엔딩도 두 가지로 나뉜다. 그들의 스침은 거대했지만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이방인의 이야기로. 현대인은 이방인들일 뿐이다. 관계는 한정적이고 소통은 일방적이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이것이었던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누구나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끔 욕도 나오고 화도 나고 폭력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런 '나'가 객관성을 띄게 되면 그런 것이 조금 완화된다. 그런 이유로 마티아스는 '나'로 등장하고 '엠마'는 나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엠마도 '나'가 되면 마티아스처럼 불만이 생길 거리는 많다. 믹도 그렇고 필립도 그렇고 엠마의 주변인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만 봐도 이 도시 비엔나는 패배자 마티아스의 도시다. 엠마의 망령난 나치 시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또한 나치의 패배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엠마의 탐정으로서의 자질 부족으로 목숨을 잃게 되는 할머니에게도 패배한 도시다. 누구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산다는 게 결국 그런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패배에 길들여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패배자들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의미심장한 제목과 함께 나른한 여름 또 다른 뫼르소를 본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 조금은 나약하고 지금의 시대에 맞게 패배한 젊은이가 등장하는. 뫼르소는 아랍인을 살해하지만 믹은 무슬림이 되고자 하는 그런 시대의 이야기.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있던 시대와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조차 버겁게 되어 버린 시대의 모습을 담은 작품. 하지만 여전히 태양이 뜨겁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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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ingham, Margery. The Tiger in the Smoke (Carroll & Graf)
Ambler, Eric. A Coffin for Dimitrios (Carroll & Graf)
Armstrong, Charlotte. A Dram of Poison (currently unavailable)
Atherton, Nancy. Aunt Dimity's Death (Penguin)
Ball, John. In the Heat of the Night (Carroll & Graf)
Barnard, Robert. Death by Sheer Torture (currently unavailable)
Barr, Nevada. Track of the Cat (Avon)
Blake, Nicholas. The Beast Must Die (currently unavailable)
Block, Lawrence.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Avon)
Brand, Christianna. Green for Danger (Carroll & Graf)
Brown, Frederic. The Fabulous Clipjoint (currently unavailable)
Buchan, John. The 39 Steps (Dover)
Burke, James Lee. Black Cherry Blues (Avon)
Cain, James M..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Vintage/Black Lizard)
Cannell, Dorothy. The Thin Woman (Bantam)
Carr, John Dickson. The Three Coffins (currently unavailable)
Caudwell, Sarah. Thus Was Adonis Murdered (Dell)
Chandler, Raymond. The Big Sleep (Vintage)
Christie, Agatha. The Murder of Roger Ackroyd (HarperPaperbacks)
Connelly, Michael. The Concrete Blonde (St. Martin's)
Constantine, K.C.. The Man Who Liked Slow Tomatoes (David R. Godine)
Crais, Robert. The Monkey's Raincoat (Bantam)
Crispin, Edmund. The Moving Toyshop (Penguin)
Crombie, Deborah. Dreaming of the Bones (Bantam)
Crumley, James. The Last Good Kiss (Vintage)
Dickinson, Peter. The Yellow Room Conspiracy (currently unavailable)
Doyle, Arthur Conan.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Berkley)
DuMaurier, Daphne. Rebecca (Avon)
Dunning, John. Booked to Die (Avon)
Elkins, Aaron. Old Bones (Mysterious)
Evanovich, Janet. One for the Money (HarperPaperbacks)
Finney, Jack. Time and Again (Scribner)
Ford, G.M.. Who in Hell Is Wanda Fuca? (Avon)
Francis, Dick. Whip Hand (Jove)
Fremlin, Celia. The Hours Before Dawn (Academy Chicago)
George, Elizabeth. A Great Deliverance (Bantam)
Gilbert, Michael. Smallbone Deceased (currently unavailable)
Grafton, Sue. "A" is for Alibi (Bantam)
Graham, Caroline.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currently unavailable)
Grimes, Martha. The Man With the Load of Mischief (currently unavailable)
Hammett, Dashiell. The Maltese Falcon (Vintage)
Hare, Cyril. An English Murder (currently unavailable)
Harris, Thomas. The Silence of the Lambs (St. Martin's)
Hiaasen, Carl. Tourist Season (Warner)
Highsmith, Patricia. The Talented Mr. Ripley (Vintage)
Hill, Reginald. On Beulah Height (Dell)
Hillerman, Tony. A Thief of Time (HarperPaperbacks)
Himes, Chester. Cotton Comes to Harlem (Vintage)
Innes, Michael. Hamlet, Revenge (currently unavailable)
James, P.D.. An Unsuitable Job for a Woman (Warner)
Kellerman, Faye. The Ritual Bath (Avon)
Kellerman, Jonathan. When the Bough Breaks (Bantam)
King, Laurie. The Beekeeper's Apprentice (Bantam)
Langton, Jane. Dark Nantucket Noon (Penguin)
le Carre, John.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Ballantine)
Lee, Harper. To Kill a Mockingbird (Warner)
Lehane, Dennie. Darkness, Take My Hand (Avon)
Leonard, Elmore. Get Shorty (Delta)
Lochte, Dick. Sleeping Dog (Poisoned Pen Press)
Lovesey, Peter. Rough Cider (currently unavailable)
MacDonald, John D.. The Deep Blue Good-by (Fawcett)
MacDonald, Philip. The List of Adrian Messenger (currently unavailable)
Macdonald, Ross. The Chill (Vintage/Black Lizard)
Maron, Margaret. Bootlegger's Daughter (Mysterious)
Marsh, Ngaio. Death of a Peer (St. Martin's)
McBain, Ed. Sadie When She Died (currently unavailable)
McClure, James. The Sunday Hangman (currently unavailable)
McCrumb, Sharyn. If Ever I Return, Pretty Peggy-O (Ballantine)
Millar, Margaret. Stranger in My Grave (currently unavailable)
Mosley, Walter. Devil in a Blue Dress (Pocket)
Muller, Marcia. Edwin of the Iron Shoes (currently unavailable)
Neel, Janet. Death's Bright Angel (currently unavailable)
O'Connell, Carol. Mallory's Oracle (Jove)
Padgett, Abigail. Child of Silence (currently unavailable)
Paretsky, Sara. Deadlock (Dell)
Parker, Robert. Looking for Rachel Wallace (Dell)
Perez-Reverte, Arturo. The Club Dumas (Vintage)
Perry, Thomas. Vanishing Act (Ivy)
Peters, Elizabeth. Crocodile on the Sandbank (Warner)
Peters, Ellis. One Corpse Too Many (Mysterious)
Pronzini, Bill. Blue Lonesome (Walker)
Queen, Ellery. Cat of Many Tails (currently unavailable)
Rendell, Ruth. No More Dying Then (Vintage)
Rice, Craig. The Wrong Murder (International Polygonics)
Rinehart, Mary Roberts. The Circular Staircase (Kensington)
Robinson, Peter. Blood at the Root (Avon)
Rosen, Richard. Strike Three You're Dead (currently unavailable)
Ross, Kate. A Broken Vessel (Penguin)
Rozan, S.J.. Concourse (St. Martin's)
Sayers, Dorothy. Murder Must Advertise (HarperPaperbacks)
Sjowall & Wahloo. The Laughing Policeman (currently unavailable)
Stout, Rex. Some Buried Caesar (currently unavailable)
Tey, Josephine. Brat Farrar (Scribner)
Thomas, Ross. Chinaman's Chance (currently unavailable)
Todd, Charles. A Test of Wills (Bantam)
Turow, Scott. Presumed Innocent (Warner)
Upfield, Arthur. The Sands of Windee (currently unavailable)
Walters, Minette. The Ice House (St. Martin's)
White, Randy Wayne. Sanibel Flats (St. Martin's)
Woolrich, Cornell. I Married a Dead Man (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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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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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다. 리스베트에 의한, 리스베트를 위한, 리스베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활약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내가 만난 최고의 여자 캐릭터로 꼽고 싶다. 정말 리스베트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무 가치없는 그저그런 평범한 추리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쓴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병원으로 옮겨진 리스베트, 병원으로 리스베트를 옮기고 또 글만 쓰는 미카엘, 리스베트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짐작도 못하는 이런 남자를 주인공으로 끝까지 봐야 한다는 사실이 곤욕스러웠다. 미카엘은 미카엘대로 리스베트의 무죄와 음모로 박탈당한 그녀의 정상적 시민권 획득을 위해 싸울 준비를 한다. 여기에 보안회사 사장 드라간, 리스베트의 전 후견인, 생각있는 경찰과 사포의 헌법수호대가 합동 작전을 펼치며 사포 내의 살라첸코를 책임지고 있던 섹션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또한 섹션은 다시 음모를 꾸민다. 여전히 그들의 목표는 리스베트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을 알고 있고 발설할 위험이 있는 인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첫번째로 제거된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살라첸코였다. 리스베트에게 복수할 준비를 하던 살라첸코는 이렇게 사라지고 그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한 인간의 일생에 관여하고자 한다. 

이 작품이 왜 리스베트에 의한 작품이냐 하면 모든 일은 미카엘이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결정적인 도움은 리스베트가 주기 때문이다. 1편에서 미카엘이 다시 기자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리스베트의 조사덕분이었다. 여기에서도 리스베트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 심지어 시간이 남아 에리카의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미카엘은 그동안 열심히 한눈 팔고 있었다. 리스베트를 위한 작품이라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고, 리스베트의 작품이라는 건 얼핏보면 주인공이 미카엘처럼 보이고 모든 명성을 미카엘이 차지하고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리스베트가 모든 것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국가 권력에 맞서 12살때부터 싸워온 리스베트다.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으면서도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을 한다. 만약 리스베트의 엄마가 1편에 등장한 반에르 가문의 딸이었다면, 리스베트가 반예르 가문의 손녀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러니 미카엘의 1편과 3편 리스베트의 회상에 등장하는 질문은 어이없는 것이다. 경우가 다르니까. 그리고 리스베트는 확실하게 해결을 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 대단원의 막은 내려졌다. 아쉽게 내려졌다. 작가의 갑작스런, 불행한 죽음이 아니었다면 리스베트를 더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리스베트가 스웨덴 시민으로 활약하는 것, 스스로 행복을 찾고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저 상상속에서나마 리스베트의 행복을 빈다. 작가의 명성과 함께 리스베트의 이름 또한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위대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여전사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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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9-08-28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카엘도 좋았어요. 이야기의 균형추지요. 2편에서 물만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류와 비주류로도 볼 수 있는 그런 거요. 리스베트도 멋지지만, 리스베트만 있다면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방법은 항상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되잖아요.

물만두 2009-08-28 11:55   좋아요 1 | URL
제가 미카엘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람피우느라 정신없어 누가 위기에 처한지를 까먹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건 해결 중에도 아주 열심히 바람둥이 기질을 발휘하죠. 1편에서는 자신의 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까먹구요. 너무 전형적인 주류형 인간인데 포장은 또 기가 막히게 좋게 하구요. 그 점이 마음에 안드는 겁니다. 힘든 일은 리스베트가 다 하고 스포트라이트는 미카엘이 다 받고요. 전 진짜 맘에 안들어요 ㅜ.ㅜ

별족 2009-08-28 17:41   좋아요 1 | URL
ㅎㅎ 리스베트는 나름 실속을 차렸잖아요. ㅋ

물만두 2009-08-28 19:2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완벽한 응징도 하죠^^
 
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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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 작가의 프로필은 보지 않는데 우연히 이 작가의 프로필은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백야행>의 영화를 각색했다는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오호~ 기대하고 있는 영환데 어떻게 각색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대도 더 높아졌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기 때문에 작가 스타일을 몰라서 사실 아무 기대가 없었다. 단지 추리소설이라는 점에 읽을 생각을 했을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이명세 감독의 작품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그 작품에서 박중훈이 형사로 등장하는데 주인공 정태석을 보는 순간 딱 그런 타입의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식하고 개념없고 무작정 주먹을 휘두르고 보고 지기 싫어하고 한번 물면 죽는 한이 있어도 안놓는 독종. 한편 인간적으로는 무심한듯 시크해보이지만 가슴 깊숙히 인간적인 면을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 보통 남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정태석이 중년 형사 유병철과 콤비를 이뤄 마약 밀매범을 잡으려고 나이트에서 큰 건을 물어 온다. 

성형외과 의사가 마약 밀매를 한다. 정태석은 그 잘생긴 의사에게 두번이나 싸움에서 지고 분통을 터트린다. 그러다가 그를 잡기 위해 여러 곳을 뒤지다가 살해된 변성수와 같이 다니던 이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들을 살해하는 전문 킬러가 등장했음을 직감한다. 사건은 점점 단순한 마약 밀매에서 야쿠자가 가담한 거대 범죄로 발전을 하고 거기에 변성수의 전적이 콜롬비아 마약상에게 까지 닿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변성수와 연쇄 살인범을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일이 대한민국 열혈 형사 정태석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찰 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쌈박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다운, 대한민국 스타일의 경찰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인정사정 볼 거 없이 약한 놈에게는 거짓말과 협박도 하고 센 놈에게는 힘으로 밀어 붙여 나가 떨어지기도 하고. 총은 있지만 쏠 수는 없고 범인 쫓다가 사고내면 경찰이 물어내야 하고 칼 맞을 두려움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깡 하나로 버티는 대한민국 경찰들. 뭐 나쁜 경찰도 있지만.  

여기에 대한민국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잘 생기고 외국 대학 나오고 직업이 소위 '사'자가 들어가면 무조건 통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마약 청정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그럼에도 마약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는 점과 마지막에 살포시 등장하는 반전과 추리소설적 묘미까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캐릭터가 모두 좋다. 정태석뿐만 아니라 이 팀원들 한명 한명이 개성있게 그려지고 있다. 정말 기대감이 적었는데 만족감이 높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다. 

잘 읽힌다. 재미있다. 정태석의 사생활보다 좀 더 경찰의 활약을 진지하게 다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의 의도가 그게 아니라면 괜찮다. 경찰 생활의 고단함을 유병철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중년의 위기감도. 사랑에 대한 생각도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내고 있다. 정태석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도 안 무심하고 하나도 안 시크하지만 그 아이러니가 잘 어울렸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고. 작가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겠다. 좋은 추리소설로 또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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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재밌다고요? ^^ 급호감 상승중... ^^

물만두 2009-08-27 13:26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그냥 한국 추리소설 본다 생각하고 봤는데 이 작가 계속 주목할랍니다^^
 
밀레니엄 2 - 상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은 리스베트의 이야기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리스베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던 그녀의 후견인이 큰 일을 벌이려 한다. 그것도 모르고 리스베트는 유유자적 해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새 집을 장만하고 예전 집은 친구 미미가 살게 했다.  

미카엘의 잡지사 밀레니엄은 또 다시 대박 사건에 코를 빠트린다. 프리랜서 기자로 성매매에 대한 글을 쓴 남자를 고용하고 책을 출판하기로 하는데 그와 그의 여자친구가 살해당한다. 그 현장을 미카엘이 발견하고 흉기로 사용된 총에는 리스베트의 지문이 나와 그녀는 살인 용의자로 지명수배된다. 

작품은 국가 권력이 힘없는 개인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지 보여준다. 또한 편견에 찬 자신들이 평범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시민이라고 자처하는 주류에 속하는 자들의 위선도 보여주고 있다. 리스베트는 철저하게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카엘은 주류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가 정의로운 언론인으로 등장하지만. 

모든 일은 리스베트가 혼자서 해결한다. 미카엘의 그저 리스베트의 뒤만 따라다니다가 리스베트가 모아 놓은 자료를 가지고 기사와 책을 쓸 뿐이다. 완벽한 여전사와 바보 온달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상충하는 모습의 두 주인공의 모습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단 한번도 리스베트에게 먼저 도움을 주는 법이 없는지 원. 

하지만 이것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비주류는 주류의 도움없이 사회에 포함될 수 없다. 비주류는 사회에 포함되고 싶어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리스베트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이런 겉이 멀쩡해보이는 인물들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두번째 작품은 세번째 작품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부작으로도 충분했을 것을 왜 3부작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전혀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다. 정말 리스베트의 활약상이 아니었다면 속 터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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