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여름, 기억하고 싶은 악몽
테아 도른 지음, 장혜경 옮김 / 리버스맵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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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검은 여름은 2주동안 율리아가 겪은 일들을 말한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그녀의 심리 상태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악몽은 어떤 말을 하건, 어떤 글을 쓰든 결국 그 모든 것은 악몽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음을 나타낸다. 어떤 진실이 있고 어떤 거짓이 있던 보여지는 것과 감춰진 내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 안에 남아 있는 것은 검은 악몽뿐이다. 그러니 율리아의 말을 모두 난 믿을 수가 없음을 말하고 싶다. 열 아홉살 소녀가 진실을 말한다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은 평범하다. 한 소녀가 납치되었다가 2주만에 살아 돌아온다. 언론 매체는 처음에는 그녀의 생환을 기뻐하고 그녀가 겪은 일에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점점 언론이 소녀를 바라보는 시각은 변한다. 왜 잔인한 연쇄 살인마에게서 그녀만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녀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연쇄 살인마를 도운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서 공범은 아니었는지의 문제로 그녀를 괴롭힌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직접 그 악몽같던 시간들을 더듬어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작가는 율리아가 쓰는 글을 통해 그녀가 납치당한 시점부터 왜 탈출할 수 없었으며 그 살인마가 살인을 계속하는데도 막을 수 없었는지를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글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대단한 배짱에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된다면 감히 탈출을 꿈꾸기는 힘들거라고. 또한 아무리 많은 여성이 모인다고 한들 범죄자 한 사람을 당해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든 죽을 각오를 하고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얘기를 한다면 그건 호랑이에게 잡혀가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일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는 피해자 율리아에게 독자가 공감하게 만든다. 

그러는 한편 여러 편의 편지를 보여준다. 그 편지를 읽고나면 당황하게 된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은 율리아가 쓴 소설이 아니면 편지, 둘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둘 다 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납치되고 폭행당하고 끌려다니면서 연쇄살인마의 엽기적인 행동을 봐야만 한 열 아홉살 짜리 소녀의 정신 세계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려 자신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기 힘들었을 거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다 읽은 뒤 난 그렇게 생각했다. 에필로그가 또 다른 면을 이야기해주고 있다고도 생각되는 점은 내 생각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작품속에서 율리아와 납치범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담아내고 있다. 전직 사이클 선수였던 연쇄살인마를 따라 사이클 코스를 찾아다니면서 유럽의 각 나라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하나의 통합된 유럽 연합 속에서 여러 사람들 사이를 다니는 이들의 독특한 모습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하나의 악몽이다. 낯선 이를 너무 쉽게 따라가는 것도 악몽이고 무인 호텔 또한 악몽이다. 너무 많은 악몽이 검은 여름을 온통 뒤덮고 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과 조금 잘생긴 금발의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는 것, 이것만은 기억해야 할 악몽이다. 

피해자가 보여주기 위해 쓴 글과 피해자가 간직하기 위해 쓴 글 사이의 간극은 너무 크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피해자의 당시 상태를 알 수 있다. 확실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본인 자신조차도. 그리고 나 또한 알 수 없다. 작가는 그렇게 작품을 만들고 있다. 정말 진실은 절대 알 수 없다. 인간은 늘 보여주고자 하는 진실만을 보여줄 뿐이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진실은 묻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은 알 수 있다. 그 사실 또한 비틀리고 왜곡된 채 드러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을 믿겠냐는 것이었지도 모른다. 보여지는 것, 그리고 감추고 있는 것, 나중에 드러난 것중에서 말이다. 끝까지 독자를 혼란스럽고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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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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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 읽고 난 뒤 맨 처음 화자의 말처럼 나라도 긴다이치 코스케처럼 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걸 망설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야기의 소재가 끔찍하고 가히 악마적이라 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책을 덮은 뒤 찜찜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작품은 이제는 법에 의해 사라져버린 귀족 가문의 자작이 천은당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보석 탈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그 굴욕감으로 자살하면서 시작된다. 그 뒤 츠바키 자작은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기묘한 플루트 곡을 남긴다. 그의 딸 미네코는 얼마 후 긴다이치 코스케를 찾아온다. 자살 후 시체 확인까지 했는데도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그리고 이어진 점술의 기묘함과 살인사건이 긴다이치 코스케를 계속 악마를 찾아 나서게 만든다. 

천은당 사건의 내용을 접하면서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알게 된다. 바로 그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제국은행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가끔 접했을 것이다. 그것이 당시 일본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전 후 살기는 힘들어지고 시민은 거의 독재와 비슷한 수준의 억압 아래 있다. 그래서 제복입고 좀 권위가 있어보이는 사람의 말은 무의식적으로 무조건 따르게 되는 현상이 이런 사건까지 일어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여기에 요코미조 세이시는 그런 사회에서 몰락한 귀족과 과거의 단절되지 않은 악습의 고리를 엮어서 하나의 사회파 추리소설로서의 길을 열고 있는 것이다. 본격 추리소설로서 밀실 살인과 트릭을 보여주고 더불어 긴다이치 코스케를 시골에 머물게 하던 고립감을 풀고 사건을 쫓아 발로 뛰어 다니게 만들고 있다. 이런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과정 속에 당시 사회상을 담아내는 면도 보여주며 긴다이치 코스케의 변화 과정을 이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화자와 긴다이치 코스케는 계속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텐데.'를 중얼거린다. 메리 라인하트의 <나선계단의 비밀>은 일부러 은폐로 사건의 수사를 늦추기 위해 '그때 알았더라면'을 쓰고 있지만 이 작품은 그것과는 다른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한편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고립된 장소에서 탈피한 점과 전후 사회상을 묘사한 점은 높이 사고 싶고 딕슨 카적인 오컬트적인 면으로 그럴 듯하게 작품을 잘 구성한 점은 높이 사고 싶지만 긴다이치 코스케가 늘 범인보다 한발 늦는다는 점이 이 명탐정과 작가의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뭐,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탐정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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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3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번째 총성
안소니 버클리 지음, 윤혜영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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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버클리의 작품을 다시 읽을 기회가 오다니 정말 대박이다. 1930년대 추리소설에서 안소니 버클리 또는 프랜시스 아일즈 - 이들은 모두 같은 작가의 다른 필명이다. -를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안소니 버클리는 1930년대 결성된 영국추리작가모임의 창립자이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아가사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즈, 체스터튼 등 우리도 알고 있는 작가와 함께 활동을 했다. 이때 회장을 체스터튼이 역임했다. 이 모임은 이후로 계속되었고 크로프츠, E.C. 벤틀리, 줄리언 시몬즈, 키팅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범죄의 동기와 알리바이 부재만으로 살인을 증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싫어하고 죽일만한 동기 하나쯤은 있는 남자 에릭이 추리소설가가 만든 아마추어 연극이 끝난 뒤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 연극으로 인해 누구도 알리바이는 없지만 경찰과 사람들은 처음부터 용의자로 한 남자가 지목된다. 그가 바로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해서 책을 쓰고 있는 핑커튼이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로저 셰링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가 즉시 사건에 뛰어든다. 

모두가 죽이고 싶은 남자 에릭, 그 남자가 돈을 목적으로 노리는 순진한 엘자, 엘자를 지키려는 존과 에델, 에델에게 부탁을 받은 핑커튼, 에릭의 사촌으로 대대로 내려온 저택을 에릭이 팔려고 한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는 아모렐, 에릭에게 버림받은 드 라벨 부인과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진실을 알고 질투심에 불탄 드 라벨. 이들 모두에게는 저마다 동기가 있고 알리바이는 없다. 과연 이들 중 진짜 핑커튼보다 더 확실한 용의자는 없는 것일까. 

작품은 이들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범인을 찾는 방식과 트릭을 알아내는 방식에서 탈피해서 범죄 이전에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를 죽이고 싶은 동기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누가 범인이어도 동기면에서는 충족되는 상황을 만들고 이들이 그런 동기를 가지고도 유머러스하게 또는 시니컬하게 영국식 예의를 지키며 함께 어울리는 면과 살인사건을 다룬 연극을 벌이는 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그 시대 용의자의 심리 과정과 재판 과정도 보여주고 있어 여러가지를 함께 만끽하게 하고 있다.  

안소니 버클리의 로저 셰링엄 시리즈라고도 볼 수 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로저 셰링엄이 등장하는 것은 맞지만 그가 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감히 로저 셰링엄 시리즈에 포함시키고 싶다. 어쨌든 로저 셰링엄이 등장을 하는 작품이니까. 그리고 독특한 작품이기도 하고. 안소니 버클리는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다양한 소재로 추리소설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작가다. 늘 그 시대에 새로운 것을 추구한 작가라고나 할까. 

두번의 총성이 울린다. 그 한번은 존이 쏜 총이라고 한다. 존이 쏜 총은 첫번째 총이었을까, 두번째 총이었을까? 어느 총에 맞아 피해자는 죽은 것일까가 핑커튼의 알리바이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은데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진실인가. 죽어야 할 사람이 죽었으니 범인은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사람들은 핑커튼을 의심하면서, 아니 확실히 범인으로 여기면서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이것이 1930년대식 정의라는 것인가 싶다. 

작가는 능란하게 작품 속에서 연극이라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연극을 통해 사람들의 범죄 동기는 낱낱이 밝혀지고 누가 살인을 했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알리바이는 찾기 힘들게 만들고 그런 가운데 보여줄 수 있는 증거는 모두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작가는 페어플레이에 신경을 쓰고 글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이 놀라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놀라게 된다는 점이. 반전은 아니지만 현대적 반전보다 더 극적이고 논리적이며 드라마틱한 에필로그를 읽고 나면 역시 안소니 버클리라고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1930년대 본격추리소설의 절정기 작품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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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12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넵,강력 추천 작품이지요^^

물만두 2009-08-12 13:32   좋아요 1 | URL
안 읽으면 후회막심일 작품이지요^^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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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 나쓰히코는 독특한 작가다. 같은 소재도 그만의 방식으로 색다르게 재창조하는 능란한 재주가 있는 비상한 작가다. 이 작품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가지고 작가는 일곱편의 단편을 만들어 냈다. 읽어보면 그 비상한 발상에 놀라리라.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전설이나 기담을 짧게 알려주고 있다. 그것을 모티브로 다음 작품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진짜 전설이나 기담. 요괴 이야기가 사실일까? 아니면 인간이 만든 악행을 덮으려고 퍼트린 이야기는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뒤에 가서 비로소 책 표지에 적힌 "이 세상에 진정 이상한 일이란 없다."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아즈키아라이>는 산 속의 절을 찾아 가던 한 스님이 비를 만나 오두막으로 잠시 피신을 했는데 그 안에 이미 비를 피해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기이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 속에는 사람의 혼을 빼앗는 고양이 이야기, 팥 소리가 나면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같은 기담이 담겨 이야기의 진행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하쿠조스>는 여우 사냥으로 먹고 살던 남자의 내력과 스님으로 둔갑해서 여우들을 지켰다는 여우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이쿠비>는 어느 마을의 힘이 센 악당의 횡포와 그를 잡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시바에몬 너구리>는 한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너구리가 인간으로 둔갑해 인간과 친해지지만 개에게 물려 죽는다는 이야기다. <시오노 초지>는 온화하고 인품있는 주인이 가족을 몰살당하고 변해서 말을 키우는 사람은 말을 먹지 않는데 말을 먹고 병에 걸린 뒤 말이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이야기다.  

<야나기온나>는 버드나무의 자손이라 일컬어져 버드나무 사당까지 짓고 커다란 버드나무가 있는 십대째 내려오는 여인숙의 주인의 아들이 버드나무 가지에 감겨 죽고 하녀와 아내는 자살했다는 이야기다. 그 뒤 계속 후처를 보았지만 아이를 낳으면 사고로 죽거나 아이가 생기지 않아 후사가 없게 되었다가 또 다시 결혼을 하려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생길 것인지 걱정속에 진행된다. <가다비라가쓰지>는 참으로 기이한 옛날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옛날 황후가 자신의 시신을 백골이 될 때까지 그대로 버려두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그린 그림도 있다고 한다. 풍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처럼 어느날 시체가 그림처럼 계속 버려지는 기이한 이야기의 숨은 진실을 찾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와 에노키즈 시리즈를 읽었다. 그 작품들도 어느 정도 민간 설화나 기담에 기초를 두고 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 중 이 작품이 단연 으뜸이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짜임새와 군더더기없는 담백함, 그리고 작가 나름의 생각과 등장 인물들의 기묘한 조합, 저마다의 사연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 등이 능히 추리소설의 모든 것을 갖추었다 볼 수 있다.  

기담이나 괴담, 전설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그것은 인간의 거짓과 망각, 소문에 의해 왜곡되고 부풀려져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이 어떻게 그런 일을.', '짐슴만도 못한 인간.'등. 이것은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음을 알려주는 말들이다. 그런 이유로 성선설을 믿는 마음과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만나 기담과 괴담, 전설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그런 재해석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꽤 있다. 우선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샤바케> 시리즈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요괴도 등장하는 작품으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글을 쓰는 미야베 미유키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을 썼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아기자기한 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교고쿠 나쓰히코의 이 작품들은 좀 더 묵직하고 기담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게 잘 썼다. 이것이 진정 교고쿠 나쓰히코가 가진 필력이다. 이 작품으로 나는 비로소 작가의 진면목을 본 것같아 기쁘다. 정말 이 작품은 교고쿠 나쓰히코 작품 중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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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8-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군요^^

물만두 2009-08-11 12:07   좋아요 0 | URL
당근입니다.

하늘바람 2009-08-1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아주 특이하네요

물만두 2009-08-11 14:50   좋아요 0 | URL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이한 이야기란 뜻입니다.

다락방 2009-08-1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벼르고 있습니다. 꼭 읽을게요. 불끈!

물만두 2009-08-11 14:50   좋아요 0 | URL
암요. 불끈!

paviana 2009-08-1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왜 또 또 또...님까지...
흑흑흑 (뒤돌아 뛰어간다)

물만두 2009-08-11 16: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소용엄따~

[그장소] 2013-08-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편도..읽으시길~!!^^
 
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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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의 각각의 관람차가 달려있는 거대한 대관람차 안에서 한 남자가 인질극을 벌인다. 자기 스스로도 인질과 함께 갇혀있는데 폭발물을 들고 협박을 한다. 저마다 사람들이 탄 관람차는 공중에 멈추고 방송국과 경찰이 몰려온 상태에서 남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야쿠자 조직의 빚을 받아내는 일을 하는 건달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미인에게 데이트를 청한다. 대관람차 타기를. 그리고 둘은 18호 관람차를 탄다. 17호에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아빠와 멍청해보이는 엄마, 그리고 남매가 타고 있다. 19호에는 전설의 소매치기와 소매치기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젊은이가 탔다. 20호에는 17호에 타고 있는 부부를 갈라서게 하라는 의뢰를 받은 이별청부업자가 탔다. 이들이 납치와 협박으로 멈춘 관람차 안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성형수술을 하던 중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있다. 그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이 있다. 절망한 남편의 인질극에 잡힌 한 버스에 타고 있던 여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의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의 뻔뻔함에 딸은 가출을 한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왜 납치와 협박을 하게 됐는지 각각의 입장에서 회상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도미노처럼 한 사람의 잘못과 욕심으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희생되고 또 아무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 만나게 되고 하는 과정이 인생사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악몽은 관람차를 타기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작품은 마술의 미스디렉션을 추리소설의 트릭으로 이용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다. 그것이 마술과 추리소설의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를 다른 쪽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처음 읽을 때 하필이면 왜 대관람차를 이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마지막에 등장한다. 

간결하면서 짜임새있는 작품이다. 모든 상황이 아귀가 맞아 떨어지고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잘 어울어진다. 단순한 이야기를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주 간단하고 쉽게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악몽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전작 <악몽의 엘리베이터>가 유머러스한 면을 선사했다면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그의 유머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니까 유머와 휴머니즘이 결합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슬픈 작품이다. 산다는 게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닌데 잃은 다음에야 그것을 깨닫고 어떤 사람은 작은 행복마저도 지킬 수 없다. 악몽이란 멈춰 선 관람차 안에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지킬 수 있을 때 지키지 못하고, 깨달을 수 있을 때 깨닫지 못하고, 행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더듬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 책을 덮은 후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고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관람차를 한번 더 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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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잡다한 사연들이 한꺼번에 관람차를 타기도 어렵겠어요. ㅎㅎ
유머와 휴머니즘의 혼합이라... 재밌을듯하네요. 요즘 서평단 도서에 파묻혀서 도대체가 재미난 추리소설 읽을 시간이 안나요. ㅠ.ㅠ

물만두 2009-08-10 14:38   좋아요 0 | URL
잡다한 사연은 아닙니다. 깔끔합니다.
저도 책이 째려보고 있습니다 ㅠ.ㅠ

paviana 2009-08-1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복만 지나면 안 덥겠지요?
어제 오늘 너무 덥네요.여름이니까 당연한거겠지만요.
쉬엄쉬엄 읽으세요.^^

물만두 2009-08-11 10:47   좋아요 0 | URL
쉬엄쉬엄 읽고 있어요. 힘들어서 이젠 못 버텨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