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맨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스파이 소설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쓴 작가 존 르 카레가 2008년 새로운 작품을 출판했다.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스파이 소설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늘 되풀이되고 약간씩 말만 달라질뿐 스파이 소설의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내 생각은 무지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제 존 르 카레는 좀 더 깊이 있는 스파이 소설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스파이 소설이 있게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 자체에서 오는 그런 작품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한 사업가가 미국의 관티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은 테러리스트로 지목받아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났는데 이미 그의 삶은 망가진 뒤였다는 이야기도 봤다. 이 작품은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가 독일 함부르크에 나타나 착한 무슬림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는 많은 곳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체첸인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를 도와줄 러시아어를 하는 인권단체 생크추어리 노스 소속의 변호사 아나벨은 자칭 이사라고 부르는 남자를 돕기 위해 애를 쓴다. 그는 함부르크에 반드시 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작품은 이사를 독일 시민이 되게 하기 위한 아나벨과 자신의 아버지때부터 내려오는 이상한 신탁기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제는 늙고 망해가는 은행가 브뤼가 착한 일을 하고자 애를 쓰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을 서로 조종하려는 독일과 영국의 전문가들의 행동과 이 일이 단순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계획된 일이고 또 다시 계획되는 일임을 알려준다. 이사가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 그들은 모른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은 가여운 청년일뿐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많은 나라에 수배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그것을 알고 정보국의 변방으로 밀려난 바흐만은 그를 이용해서 진짜 테러리스트를 잡을 덫을 놓기로 한다. 물론 여기에 영국과 미국이 합류한 것은 물론이고. 

이사의 행보를 따라가며 시민권을 얻기 위해 애를 쓰는 불법체류자들의 불안한 삶과 양심때문에 편안한 삶보다 남을 돕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것마저 버거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을 이용하는데서 오는 양심과 싸우는 사람들을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사가 만약 무슬림이 아닌 서양 사람이었다고 해도 이들이 이런 행동을 보였을까? 만약 이사가 진짜 테러리스트라면 이렇게 허술한 모습으로 돌아다닐까? 작품은 이사의 이전 모습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등장했고 발견된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그들의 생각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 무슬림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시발점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이것은 역사의 되풀이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십자군전쟁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종교로 전쟁을 하고, 사상과 이념으로 전쟁을 하고, 인종과 문화로 전쟁을 하는 한 이런 일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작품은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평소에 법과 정의는 모든 인간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다라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도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결코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은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유죄고 어떤 인간은 무죄가 확실하더라도 유죄다. 그건 정치 게임의 일환이다. 인간이 그 정치라는 체스판의 졸이 되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 작가는 늘 스파이 소설 속에서 이런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인간에 대해 쓰고 있다. 그의 눈은 객관적이고 냉정하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분명 이런 일을 당하고 있으리라. 그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 또한 인간, 개인, 소시민의 한계다. 권력없는 자들의 한계가 어쩌면 원티드맨을 만드는 것을 보고만 있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연 국가 권력이 테러리스트들을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인지, 테러리스트를 잡는다는 것을 표면에 내세워 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분열을 획책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묻고 있다. 진짜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할 생각이라면 근본적인 원인 해결만이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이 인권을 이야기한다. 미국과 영국, 언제까지 그럴꺼냐고 묻고 싶은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의 무대를 독일로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어 언젠가 기독교인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원티드맨이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평범한 소시민, 많은 무영씨들이 고생을 하겠지. 역사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 밟히고 억울하게 당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원티드맨이 되지 않는 수밖에 없다. 서글프지만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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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7-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르까레의 신작 소설이 나왔네요.물만두님 말마따나 냉전이 끝나서 이 분의 시대도 끝난줄 알았는데 이렇게 새로운 책을 내놓으면서 건필을 휘날리시는군요.
르 카레도 악의 제국 소련이 사라진뒤 적대할 세력으로 이슬람을 정하는군요.안타깝지만 영미권 독자들에게 책을 팔기위해서는 어쩔수 없었겠지요.
르 까레의 새책도 좋지만 가능하면 스마일리 3부작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읍니다^^

물만두 2009-07-02 15:3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테러가 냉전을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리텔도 그렇고 많은 작가들이 테러와 러시아 마피아 뭐 이런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스마일리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네요.

lazydevil 2009-07-0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뭡니까!!! 깜짝 놀라서 바로 로그인하구 댓글답니다. 만두님 서재 안들렸으면 까맣게 모를 뻔 했어요. 오늘 책주문했는데 취소하고 다시 담아야겠군요.. 암튼 신간보고 흥분하기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물만두 2009-07-03 10:07   좋아요 0 | URL
어머 놀랐잖아요~
제가 신간 소식이 뜸하여 죄송스럽습니다^^

미미달 2009-07-03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정말 재작년부터 읽으려고 마음먹었으나 결국.... 지금까지도......
HI 만두님 !!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고 계시나요? 그리워요~ㅠㅠ

물만두 2009-07-03 10:07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 방가방가^^
빨랑 읽으세요.
님도 잘 지내시죠?
저는 늘 그렇습니다~
 

야, 여름이다. 
체력고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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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맨-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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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없는 땅 1
후나도 요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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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없는 땅 2
후나도 요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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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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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9-07-0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력고갈에....동감합니다.^^
휴직후 출근한지 벌써 육개월째됩니다.고갈될 시기가 되었지요.
원티드 맨...추리물인가욤?
올만에 다녀갑니다. 더운 여름 ... 쿨~~~하게 보내시길 바래욤~

물만두 2009-07-01 19:19   좋아요 0 | URL
저는 더워서^^;;;
존 르 까레의 스파이물입니다.
고전적 스파이물은 아니지만 볼만 합니다.
님도 시원하게 건강하게 보내세요.

이매지 2009-07-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력은 고갈되는데 여름이라 읽을 책은 마구 쏟아지죠 ㅠ_ㅠ

물만두 2009-07-01 19:19   좋아요 0 | URL
죽어나는 추리의 계절이죠 ㅜ.ㅜ

chika 2009-07-0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나도~ 체력고갈 ㅠ.ㅠ
(끊었던 철분약 먹은지 이틀째...효과가 없나? 이러고 있음 ㅠ.ㅠ)

그래도 달랑 한 권만 넣은건 초끔 심하지 않수?
- 근데 가가형사 시리즈 다 있어요? 읽고 싶은데...아유~ 읽어야 할 책이 넘 많아서 ㅠ.ㅠ

물만두 2009-07-01 19:21   좋아요 0 | URL
약은 꾸준히 먹어줘야 한다구.
1일에 1권이면 양호하지. 지금 넣을겨.
가가형사 다 샀어.
아주 뿌듯한데 방을 보니 걱정이네^^;;;

mira95 2009-07-0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잘 지내시나요? 간만에 들어왔어요.. ㅎㅎ 여름 드디어 다시 왔군요. 잘 지내시길 바라요^^

물만두 2009-07-02 11:29   좋아요 0 | URL
미라님 올만예요^^
잘 지내셨죠?
네, 여름이 또 왔습니다.
님도 건강하게 여름 보내세요~

카스피 2009-07-0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는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오네요^^
물만두님 정보에 감사..

물만두 2009-07-02 11:29   좋아요 0 | URL
아직 책 정보는 올리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요.
하지만 저 책들 재미있습니다^^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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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가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붉은 손가락>에서였다. 시리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시리즈였다. 그리고 <악의>에서 다시 만났고 본격적으로 가가형사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나머지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모두 7편이다. 이 작품은 아직 형사가 되기 전에, 그리고 교사를 지망한 풋풋한 대학교 졸업반인 가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첫 장면부터 가가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토코에게 가가는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 하지만 그 고백은 그저 일방적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 뿐이다. 사토코가 받아들이던, 안받아들이던 상관없다고 한다. 그건 사토코의 마음이니까. 쿨한 것인지 냉정한 것인지 아니면 검도를 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깨친 것인지 젊은 날의 가가는 참 독특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런 면은 어린 시절의 고통이 가져다 준 자기 방어적 기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T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로 분주한 일곱 명의 친구들. 가가, 사토코, 나미카, 도도, 쇼코, 와코, 하나에는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다. 그리고 도도와 쇼코, 와코와 하나에는 연인 사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가장 마음이 여린 쇼코가 자살을 한다. 처음에 그들은 친구의 자살 이유를 찾으려 애를 쓴다. 그러다가 타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던 자신들을, 친구들을 의심해야 한다는 상황에 까지 이른다. 여기에 다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신 다도 선생님의 생신 기념 다도 모임인 설월화 게임 중 나미카가 청산가리에 의한 중독사를 당한다. 나미카의 일도 자살로 여기고  싶어하지만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그들은 안다. 나미카는 절대 자살할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이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이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끈질긴 가가의 추리로 인해서.  

남은 친구들은 친구가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아니라면 가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아니 그런 일이 사실로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진실은 잔인하고 불편한 것이니까.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친구들의 죽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가가의 모습은 얼핏 인정미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친구라는 이유로 산 친구들을 죽은 친구에게서 무작정 보호하려는 면이 더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듣다. 그만큼 가가는 진지하고 공평하게 친구 모두를 대하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사토코 단 한명만을 믿고 나머지는 용의자로 생각하며 추리를 하게 되지만 말이다. 정말 우정이 허상이었다면 진실을 밝혀서 무너트리는 것이 거짓 우정을 품고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작품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단순하지만 명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말 못할 고민과 친구라는 이름으로 어울리던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늘 내가 먼저고 남은 그 다음이다. 친구도 마찬가지고 연인도 마찬가지다. 우정이나 사랑은 어쩌면 그들 젊음 앞에 닥친 시련과 시험의 다른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그 입장에서라면 어떨지 알 수 없다. 누구나 같은 상황에서 삶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그들이 모두 비슷하거나 같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사회로 나아갈 때 그들의 입장은 너무도 달라지기도 한다. 그 간극은 친구의 우정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명의 죽음을 하나는 밀실 트릭을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다도의 한 방식을 트릭으로 사용한 본격 추리소설을 보여주면서 작품은 작가 특유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간 심리를 적당히 보여주며 청춘 미스터리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다도, 검도에 대한 이야기들과 1980년대 일본 사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뭐, 대학 졸업반의 걱정이야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가가는 일단 교사가 되기로 한다. 경찰인 아버지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경찰도 되고 싶어하니 경찰의 피가 흐른다고 해야 하나. 암튼 다음 작품 속 가가는 어떤 상황,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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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리즈로 쭉 소장하고 싶어요.

물만두 2009-06-30 13:58   좋아요 0 | URL
저두요!

... 2009-06-30 18:01   좋아요 0 | URL
가가형사가 등장하는게 시리즈인줄 모르고,
이렇게 와장창, 쭈르륵 나올줄도 모르고,
이번에 나온 네 권 모두 표지 산뜻, 예쁘장 할지도 모르고,
<붉은 손가락>과 <악의>를 중고샵에 훌쩍 내다 팔아먹은 1人 ㅠㅠㅠㅠ

물만두 2009-06-30 19:0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꺼이꺼이 슬프잖아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09-06-30 23:2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도 같이 흑흑

... 2009-06-30 23:36   좋아요 0 | URL
여러분들이 울어주시니 더 슬퍼지쟎아요ㅠㅠㅠㅠㅠ

아래 모두 소장하겠다는 댓글만 달리고, 어흑 ㅠㅠㅠㅠㅠㅠㅠ


stella.K 2009-06-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가 가가입니까? 윽~ 썰렁.ㅠ 미안합니다. 3=3=33

물만두 2009-06-30 13:59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제 손발이 오그라들었어요~

stella.K 2009-06-30 16:57   좋아요 0 | URL
뭘 또 오그라 들기야...ㅋㅋ

물만두 2009-06-30 19:05   좋아요 0 | URL
감기들면 책임지세요^^ㅋㅋㅋ

stella.K 2009-07-01 11:23   좋아요 0 | URL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 그대를 낫게하리다.ㅋㅋ

물만두 2009-07-01 11:37   좋아요 0 | URL
헉, 내가 졌소!!!

비연 2009-06-3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모으고 있슴다~

물만두 2009-06-30 19:05   좋아요 0 | URL
저두요^^

그린브라운 2009-06-3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이제 멀리하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만두님의 리뷰로 손이 마구 보관함을 누르게 만드시고... ㅠ.ㅠ 몰라요..저도 이런 시리즈 넘 좋아해요...

물만두 2009-06-30 19:05   좋아요 0 | URL
당근 소장하셔야지요^^
 
스트레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9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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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착륙한 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교신도 안되고 승객들의 아우성도 없고 마치 비행기 자체가 죽은 것처럼 느껴져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9.11 테러의 공포에서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테러와 감염이라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지만 질병관리센터 책임자인 에프가 동료 노라와 함께 그들을 살피러 갔을 때는 이미 4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망한 상태였다. 그리고 에프는 이상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수화물에 포함되지 않은 커다란 관같은 흙이 담긴 상자가 발견 되자마자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어 격리 수용되었던 사람들은 기장만 빼고 모두 퇴원을 하는데 기장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는 기이한 장면을 직접 격게 되면서 에프는 병원체가 아닌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작품은 세트라키안의 과거에서 시작한다. 아주 옛날 이야기에서. 할머니가 손주들의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그런 기이하고 무서운 옛날 이야기 사두르라는 성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세트라키안이 겪게 되는 나치 숭요소 생활과 그가 어떻게 전당포를 운영하게 되었나는 점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스톤하트 그룹의 엘드리치 파머가 전 인류와 자신의 영생을 맞바꾸기 위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교차해서 이성적인 에프 굿웨더의 평범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인물의 평범한 생활이 어떻게 변하게 되고 그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져서 세트라키안의 이야기를 믿게 되고 그와 함께 인간과 손을 잡고 대륙을 건너온 마스터를 잡기 위해 전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뱀파이어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영화 <에일리언>을 볼때 느끼던 공포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끼게 하고 사태 파악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에프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등장하는 영웅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의 소돔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과자지만 뱀파이어에게서 사람 목숨을 구한 거스가 잡혀가는 아이러니는 뉴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고 에프가 아들 잭에 대해 갖는 애정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에서 네빌이 찾고 기다리던 딸에 대한 애정과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뱀파이어 자체도 있지만 뱀파이어가 확산되는 과정에 있다. 그것은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다.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부정해야 하고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변한 본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공포를 넘어 끔찍하게 다가온다.   

언데드 열풍은 끝이 없다. 브램 스토커의 뱀파이어 이후에 뱀파이어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인간과 다른 또 하나의 종족으로 당연히 공존하는 존재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작품마다 뱀파이어를 재미있게, 낭만적으로, 인간과 다르지 않게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은 그 작품들과 달리 뱀파이어가 되어 가는 과정을 너무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처음 감염처럼 거의 보이지 않는 상처만 남기고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다가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충분히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싸우는 과정도 끔찍하다. 그런 공포를 개기 일식과 맞물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공포와 현대인의 최대 약점인 폐쇄성과 불신, 그리고 인간이 포화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해서 독자들이 더욱 공포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작가가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 유감없이 작품 속에 드러나고 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단 며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인데도 영화속에서 필름이 빠르게 돌아가듯 속도감있게 전개한다. 그 와중에 정예부대는 집결되고 또 다른 전개를 암시하며 1부를 끝내고 있다. 1부는 이 거대한 작품의 시작에 불과하다. 책을 덮는 순간 작가는 독자에게 기대감과 더 큰 공포를 선사한다. 2부는 어떻게 전개될지, 세트라키안의 집념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인지, 에프와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뱀파이어의 전쟁,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그리고 마지막에 거스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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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6-2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 유감없이 드러나더군요.
저도 모처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ㅎㅎ

물만두 2009-06-26 14:07   좋아요 0 | URL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죽음의 해부
로렌스 골드스톤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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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의 <애그뉴 박사의 임상강의>라는 작품을 표지로 하고 실제로 에이킨스를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가미하고 있다. 작품은 작가가 홀스테드라는 의사가 코카인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해서 쓴 팩션이다. 마치 셜록 홈즈가 자신의 두뇌 활동을 위해 마약을 주사한 것처럼 홀스테드는 마취제를 실험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임상 대상으로 삼았다가 중독되었다고 한다. 이런 의사의 과학적 실험 정신과 윤리적 문제라는 양날검같은 이야기를 이 작품은 다루고 있다.  

19세기 미국 명망있는 의사 오슬러의 제자로 필라델피아의 병원에서 일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던 전도유망한 젊은 의사 캐롤은 오슬러가 하는 시체 해부 수업에 다른 의사들과 함께 한다. 여전히 시체 해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신은 주로 부랑자나 극빈자의 것을 몰래 돈을 주고 구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해부를 하기 위해 얼음을 채운 관을 연 순간 교수가 뚜껑을 닫고 연기를 한다. 얼핏 본 젊은 여성의 시체다. 그리고 동료 터크의 낯빛도 변한 것 같다. 의아하게 생각한 캐롤에게 갑자기 파커가 초대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 격으로 어렵게 의사가 된 터크도 있고 부잣집 도련님도 있고 여성도 있는 오슬러의 학생들은 다양했다. 그 점이 더욱 오슬러 교수를 존경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출신이 그렇다보니 비밀스런 점이 많던 터크가 자신과 술을 마시고 난 뒤 병원에 나오지 않아 수소문을 해서 겨우 찾아갔더니 콜레라에 걸려 죽고 만다. 그런데 하숙집 할멈 얘기가 의사를 부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캐롤은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가 독살당했음을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여기에 상류층 아가씨가 캐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캐롤은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해 그녀가 사라진 친구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다. 그리고 그 여성이 오슬러 교수가 해부하려다가 만 그 여성이 아닌가에 생각이 미치자 캐롤은 탐정처럼 터크의 죽음과 레베카의 실종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터크가 여자들을 중절수술을 해주고 돈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레베카가 그를 찾아간 사실도 알게 된다. 사건을 알고 명확하게 범인을 잡으려다가 점점 더 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 넣는다. 물론 그것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의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캐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 여기 위대한 의사가 있다. 약간의 문제가 있는 의사지만 앞으로 그가 남길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고 그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은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그의 작은 실수는 봐줘야 하지 않겠냐고 묻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실수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답하고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대의명분으로 '소'라는 이유로 그렇게 실수로 치부되어 희생된 이들을 모두 합하면 어쩌면 '대'만큼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는 늘 그렇게 말하곤 했으니까. 

문제는 의사라는 직업에 있다.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 물론 그들도 실수는 한다. 하지만 그 실수가 결코 묵인되거나 감춰지거나 비도덕적이어서는 안된다. 의사라고 모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환자가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이정도도 무리라면 의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사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험 정신과 희생 또한 잊거나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실험 정신으로 인간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다. 잣대를 들이대거나 지난 일을 평가하는 일을 쉽지만 막상 내 앞에 닥치게 되면 쉽지 않은, 포기하기 힘든, 고발하거나 감싸거나 하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팩션이다. 그럴 듯해보이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의사들이 의사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집단이나 있는 일이다. 상류 사회가 보여주는 정 반대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어떤 부호는 유산으로 존스 홉킨스 병원과 의대를 지었는데 어떤 부호는 자식의 무책임함도 질책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 시대 여성들이 미혼모로서 홀로서기를 시도했다는 점은 놀랍다.  

여러가지 사회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무엇보다 바이엘사가 염료 회사였다는 사실과 바이엘사에서 헤로인이 처음에는 의학적으로 만든 발명품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실적 인물들을 적절하게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사실같은 묘사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꽤 근사한 팩션이다. 이 작품은 죽음처럼 잠자던 그 시대의 일들을 독자에게 해부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역사 앞에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 과연 올바른  선택이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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