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내성의 작품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중고서점에 늘 전집이 확보되지 않았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몇년을 별러오면서 출판사에서 다시 출판해주면 참 고맙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 작품이 이제야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탐정소설, 우리나라 최초의 탐정 유불란의 활약을 볼 수 있는 대단한 기회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놓쳐서는 안될 기회다. 

 

'팀 랙클리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밀리터리 스릴러에 평범한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니
꼭 포사이스옹의 <어벤저>가 생각난다. 

 

실종된 남자를 찾는 버디 무비 스타일의 미스터리다.
온다 리쿠는 정말 끊임없이 나온다.
표지에 토끼가 보이는데 꼭 토끼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독자를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작가의 능력은 인정한다. 

 

현직 형사 박주섭의 장편소설.
형사 본인이 직접 겪거나 우리사회에 이슈가 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특히 미해결 사건에 대한 작가의 결론이 흥미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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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9-05-1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리쿠는 여전히 인기인가요?...

신간소개를 보면, 온다리쿠의 작품들이 주루룩..^^;;;

물만두 2009-05-11 19:46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어느정도 팬이 확보가 된 작가라서가 아닌가 싶어요.

카스피 2009-05-1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김래성 작품집에 마인이 있어 재밌게 본 기억이 납니다.그후 이사가면서 책을 정리해서 구할수 없었느데 다시 재 출간되니 기쁘네요^^

물만두 2009-05-12 19:23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 기회에 더 많은 작품이 재출간되기를 바랍니다.
많이 읽었으면도 바라구요.

soyo12 2009-05-1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순간 온다 리쿠에 지치던대요.^.^ 그리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나와서 거기서 지쳤어요. 그런데 정말 끊임없이 나오네요.^.~

물만두 2009-05-13 19:50   좋아요 0 | URL
저두요. 히가시노 게이고도 좀 그렇고요. 쉬어가는 중인데 책은 나오고 관심은 가고 그러네요^^;;;
 
이미 죽다 Medusa Collection 10
찰리 휴스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탐정 조 피트가 만드는 하드보일드 이야기가 지금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다. 막 살다가 30여년 전에 뱀파이어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사이먼은 이제 그 이름을 잊고 조 피트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 그가 처음 자신을 거둬준 테리가 만든 조직에서 자신에게 시키는 일이 싫어 독립을 했지만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못한 뱀파이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각 조직마다 조 피트를 영입하려 하지만 거부하고 조 피트는 그들이 꺼려하는 일을 해결해주며 혼자 살아간다. 그는 아주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차피 한번 죽은 목숨인데 내 맘대로 살다가련다식으로 폼만 잡고 있다. 

그런 그에게 맨해튼 뱀파이어 최대 조직인 코얼리션에서 사건을 의뢰한다. 좀비 박테리아 보균자를 찾아서 제거하라는 일이다. 그는 코얼리션의 우두머리 프레도가 의뢰한 일을 조사하던 중 좀비 소녀를 발견하지만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시간을 벌 생각으로 거짓말을 하고 만다. 그런데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무시 못할 거대 기업의 가출한 딸을 찾는 일이다. 이 일도 프레도가 주선한 일이다. 이때부터 조 피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를 모두 도둑맞고 코얼리션 첩자로 테리가 중심인 소사이어티에 붙잡힌다. 또 다른 조직인 피를 거부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엔클레이브에서도 그를 찾는다. 좀비 보균자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설상가상 여자 친구인 이비한테 오해까지 산다. 조의 여자 친구는 에이즈에 걸린 웨이트레스다. 

사건은 두 가지처럼 보여진다. 조 피트도 다른 두 사건을 조사한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호드가의 딸 아만다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처치해서 프레도에게 찍히게 된 좀비 여자가 아만다의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이로써 서로 다른 두 사건은 하나의 사건으로 접점을 만나게 되고 조 피트는 아만다를 찾는 일에 집중하게 되면서 감춰진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조 피트가 풀어야 할 문제는 점점 쌓여만 간다. 그리고 뱀파이어들 사이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은 조 피트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이것이 혼자 일을 하는 이의 비애라고나 할까. 조 피트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작품은 이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로운 조 피트의 사투를. 

뱀파이어만 아니라면 필립 말로스런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와 다르지 않다. 작가가 외롭고 고독한 필립 말로를 조 피트에게 잘 투영한 것 같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도와줄 이 하나 없는 고독한 처지에서 믿을 것은 오직 자기 자신과 운뿐인 조 피트의 모습 하나 하나를 잘 표현하고 약점을 여과없이 드러내서 주인공이라고 영웅처럼 만들지 않는 점이 좋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고 사건이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도 모른 채 저 잘난 맛에 뛰어다니는 느낌을 주는 탐정같지 않은 탐정이다. 거기다 뱀파이어라서 인정도 별로없고 다만 아이들 괴롭히는 자는 못 참는다는 것 정도가 장점인데 그 점이 오히려 더 거칠고 비정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점점 더 벼랑으로 몰리는 기분 속에서도,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말을 하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려고 하는 성질머리 드러운 조 피트는 분명 21세기식 필립 말로라 할 수 있다. 담배를 문 모습을 보면 80년대 홍콩 느와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5부작이라고 하니 언제 이비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할지가 궁금해진다. 또 조 피트를 응징하지 못하고 당한 프레도가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지, 소사이어티의 조 피트를 코얼리션의 첩자로 여기고 제거하지 못해 안달인 톰이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지 그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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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5-1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비 여자를 찾는 뱀파이어 탐정이라... 황당하지만 흥미롭네요.^^ 해결되지 않는 음모가 있는 거 같은데 시리즈 전권이 출간될까요?

물만두 2009-05-11 10:14   좋아요 0 | URL
좀비여자가 아닌 좀비 보균자입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lazydevil 2009-05-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면서 '좀비여자'가 아니라 '좀비 보균자'인데 생각했는데... 지적해주시네요^^;;
암튼 흥미로운 책소개 늘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9-05-11 19:47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클럽인디고 : 제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클럽 인디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제목처럼 살고 있다고 자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트라는 직업이 사실 그리 떳떳하지 않을 건 없지만 어디에 내세울만한 직업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라 그에 맞게 살아간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겠고 또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도태되거나 유야처럼 명목상의 사장 또는 매니저같은 일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산다는 점이다.  

오늘도 클럽 인디고의 사장인 아키라와 시오야는 바쁘다. 그들의 클럽 인디고는 분명 놀고 즐기기 위해 만든 호스트바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일전에 신세 진 왕도계 호스트 클럽 엘도라도의 구야가 자신의 가게 호스트 조사를 의뢰하는가 하면 시오야와 함께 일하던 후배 편집사 실종 사건도 조사해야 하고, 괜히 나기사 마담 가게에 침입한 도망가는 강도를 잡겠다고 나기사 마담 백을 던겼다가 그 안에서 잠자고 있던 나기사 마담의 애완견만 잃어버려 나기사 마담의 애완견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심장병에 걸린 신참 호스트 기 살려준다고 호스트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엉뚱한 일을 겪기도 한다. 이들이 호스튼지 탐정단인지 점점 정체가 모호해지고 있다. 

사건들은 모두 어떤 사회에서나 일어나고 문제시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얼굴이 생명인 호스트에게 얼굴에 화상이 입을 정도의 독한 액체를 뿌리고 도망가는 사람의 이야기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뉴스에 나왔던 염산 테러 사건이 생각났다. 여기에 실종 사건은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강도 사건은 늘상 일어나는 사건이라 더 이상 놀라운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울하고 심장병에 걸린 사람의 생명줄인 심장병약을 도둑질하는 사건은 살인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건들을 단순하고 가볍게 전개하고 있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뿐 따지고 보면 모두 심각한 범죄,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생각해봤다. 여자들이 왜 호스트 클럽을 찾을까? 그건 외로워서다. 그곳에 가면 호스트들은 그들에게 친절하다.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말 상대도 해주고 웃게 해주고 작은 하소연에 걱정도 해준다. 이건 남편이나 친구, 자식들도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이런 여성들이 끊임없이 그곳을 다니는 걸까? 알면서도 안해주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다고 남편은 아내보기를 돌같이 하고 아이들은 엄마에게 머리 커졌다고 대들기나 하고 친구들은 만나면 자랑만 해서 열통 터지고 형제들은 제각기 살기 바쁘다. 이것이 현실이다. 누가 있어 위로를 해주겠는가. 이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호스테스 클럽을 찾는 이유도 이와 같은 면도 있을 것이다. 풍요속 빈곤이라는 말이 딱 맞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다시 한번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미스터리적 요소는 전작보다 덜하지만 따뜻함은 그보다 더 담겨 있다. 호스트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는 유야 한명뿐이라 더욱 눈에 뜨이는데 그의 경력은 언제쯤 알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외 클럽 인디고 호스트들은 호스트같지 않음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의 독특함이지만 이런 이들이 있는 곳이기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호스트들끼리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 앙숙같아 보이지만 아키라와 시오야의 끈끈함, 시오야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마지막에 자포자기한 요시다 요시오를 위하는 모두의 마음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들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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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탐정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뱀파이어가 무슨 갱도 아니고 조직과 구역이 나뉘어 있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여전히 탐정은 필립 말로식 탐정이다.
담배와 이빨의 조화가 괜찮아 보인다.
탐정은 필립 말로스럽고 뱀파이어가 된 과정은 <나는 전설이다>와 흡사하다.
어쨌든 탐정은 의뢰를 받고 해결을 한다.
뱀파이어 탐정의 활약을 어디 볼까나~ 
여기에 조 피트 뱀파이어 탐정 시리즈다. 오호~ 

 

뱀파이어와 인간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 온다.
인간과 뱀파이어가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친구 살해 사건과 실종 뱀파이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수키와 빌.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의 원작 소설이라는데 드라마를 안봤으니... 

 

드라마 표지가 책 표지보다 더 낫다 ㅡㅡ;;;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가 뱀파이어 소재 책들이 눈에 띈다. 

 

연쇄 성폭행범이 법정에 들어가다 총에 맞고 죽는다?
그것도 살인청부업자의 손에. 그리고 그 살인청부업자도 자동차 폭발로 죽는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이???
작가가 <얼론>의 리사 가드너다.
저격을 무척 좋아하는 작가같다.
책 제목은 성폭행당한 피해 여성 세명이 자신들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칭하며 스스로 범인을 잡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반전의 느낌이 책 소개만으로도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나온줄도 몰랐던 13권이 나왔다.
으메, 죽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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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5-0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는..어째 안 땡긴다는..;;;;

물만두 2009-05-07 10:55   좋아요 0 | URL
뱀파이어보다는 필립 말로와 미스터리에 눈길을 주세요~

보석 2009-05-0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죽다]는 표지가..표지가...원서 표지를 그대로 갖다 쓴 듯? 전 별로네요. [서바이버 클럽]이 끌립니다.

물만두 2009-05-07 19:53   좋아요 0 | URL
원서 표지 맞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데 그래도 조 피트가 필립 말로스럽다는데 위안이 됩니다. 서바이버 클럽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빠삐용 2009-05-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 블러드는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랍니다~

물만두 2009-05-08 10:06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책 소개에는 영화로 써있던데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09-05-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키 시리즈 두번째가 나왔군요. 지르러 갑니다!! ㅎㅎ

물만두 2009-05-11 10:16   좋아요 0 | URL
수키 시리즌가요? 오, 더욱 땡깁니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패러독스 2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범인을 미리 밝히고 그 범인이 범인이 아니라면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추리소설로 읽은 나는 저자가 저지른 명백한 오류인 독자에게 범인을 알려주는 행위를 간과할 수 없기에 밝히지 않기로 한다.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비롯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추리소설 독자의 입장에서 나온 것이니 양해를 구한다. 비록 책 소개에서 모든 것이 나오고 목차 속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러므로 내 글을 통해 가려진 진실을 보아주기를 바란다. 때로는 밝혀진 진실이 불편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이십여년 전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는 '와, 이런 작품도 있구나.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다.'라고 감탄했다. 십여년전에 다시 읽었을때는 '페어플레이 논쟁을 왜 벌였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관점을 달리 하거나 책을 읽을 때 나라면 범인을 이 사람으로 할텐데 하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작가에게 이미 나온 작품의 수정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것은 작가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말았다. 이 책을 처음 보고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는 대단해.'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에도 그렇게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더니 사후에까지 이런 현미경같은 작가에게 해부되는 일을 겪다니 책이 대단하지 않다면 어디 가능하기나 할 법한 일인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몇 해전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사람이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 대한 과제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고 <오이디푸스왕>과 비교하는 모습속에서 추리소설이 장르소설이라는 하위 문학으로 더 이상 치부될 수 없음에 가슴 벅찼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추리소설계의 대모이자 그의 작품은 추리소설의 바이블이다. 그의 책을 읽지 않고 추리소설을 읽었다 할 수 없고 그의 책을 모두 읽는다면 대부분의 트릭은 배우게 된다. 본격추리소설의 트릭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속에서 태동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은 언제나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시도한 결과라 할 수 있고 그 자신도 어쩌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자서전과 작품 속에서 남긴 것들로 볼 때 커다란 추리소설의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그러니까 그의 책 한권 한권이 어쩌면 독자에게는 그의 작품 세계 전체에 대한 단서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에게 그런 관점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작가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범인이 다른 사람이라는 전제하게 작품을 파헤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본격 추리소설이 독자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들, 쉽게 말하자면 어린 시절 소풍 가서 보물 찾기를 할때 반드시 보물이 숨겨져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작가가 독자에게 작품안에 단서를 보물처럼 숨겨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간과하고 읽는 것은 독자의 책임이지 작가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범인은 확실한 타당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살인의 동기, 살인할 수 있는 행동력같은 것 말이다. 이런 세세한 점들이 모여져 지목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이 작품에서 푸와로가 지목하는 범인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푸와로의 망상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라는 막강한 카드를 들이대고 여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푸와로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처음부터 숨겨진 보물이 없는 보물 찾기란 말이 안되듯이 텍스트 자체가 오류로 뒤범벅이 되서 추리소설, 아니 문학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데 어떻게 작가와 푸와로가 주장하는 범인이 범인이라 믿을 수 있겠느냐며 타당한 다른 범인을 저자 본인이 수사를 통해 지목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 범인이 나도 더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우리는 진범을 놓치고 피해자를 한 명 더 만든 셈이 된다. 이것은 독자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쓴 것, 탐정이 지목한 대상을 여과없이,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독서, 추리소설 읽기에서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나의 또 다른 추리소설을 기대했다가 너무 어려워서 집중이 안됐는데 뒤로 갈수록 저자의 해석이 마음에 들었다. 정곡을 찌르는 여러 책에 대한 비교 분석과 설명,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전반에 걸친 간단한 검토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복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다. 언젠가 반드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꼼꼼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누가 알겠는가? 또 다른 해석 망상에 의한 피해자를 구제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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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5-07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라기보단 일종의 논문이나 보고서처럼 들리는군요. 애거서 크리스티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만두님 리뷰를 읽고나니 심히 끌립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는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천재'라는 말은 크리스티에게 딱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 모든 트릭이며 구성이며...

물만두 2009-05-07 14: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에세이 또는 소설이라고 해서 봤는데 완전 논문이었어요. 그래도 꼭 보면 좋은 책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말이 필요없는 작가죠.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지고요. 그래서 저는 늘 애거서 크리스티 80권만 읽으면 모든 트릭에 통달하게 된다고 주장한답니다.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