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1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먼 미래 핵 전쟁 후 일본은 작은 초 단위의 마을 몇 개만이 남아 공산체제를 이뤄 모든 것을 나누고 서로의 일을 분담하며 소박하게 살고 있다. 그들에게 다른 특징이 있다면 완벽하게 과학이 배제된 가운데 그들이 주력이라고 부르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그들은 인간을 살인할 수 없는 괴사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 사키와 슌, 마리아와 사토루, 그리고 마모루는 그런 것들을 모르고 단지 어른들이 금지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악귀나 업마같은 이야기속의 괴물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이 노예로 부리는 요괴쥐도 무서워하며 무사히 전인학급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이때부터 사키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자신보다 끝까지 남았던 아이는 왜 상급학급인 전인학급에 올라오지 않은 걸까? 그렇지만 이들은 전인학급에서 배우는 주력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마치 어린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그런 이야기같이 시작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하계수련을 떠나 유사미노마루를 잡으면서 바뀌게 된다. 유사미노마루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도서관이 변형된 형태라는 것, 그리고 그 도서관이 알려주는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았던 엄청난 비밀들과 외래종 요괴쥐에게 쫓기며 인연을 맺게 되는 요괴쥐와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 후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진실은 감출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사키는 자신들의 천년 후 후손들에게 자신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로 남기기로 한 것이다. 미래는 좀 더 나은 일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본 SF소설은 다른 나라의 SF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서구의 SF소설이 철학적이면서 종교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는데에 비해 이들은 자신들의 전설과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SF소설에 접목시킨다. 그래서 동양적이고 환타지적이면서 색다른 SF소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핵 전쟁 후의 이야기를 써도 일본 작품은 일본만의 것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편의 재패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기시 유스케의 이 작품 <신세계에서>는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추리소설에도 능했던 작가인지라 마지막 반전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의 충격을 안겨준다. 한마디로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또한 일본적인 면이다. 인간이 요괴쥐를 노예로 만든 것은 정당한 일인가를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고 예전에 악귀같이 무차별 살인을 일으킨 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그런 인간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그를 부정고양이를 이용해서 죽이는 일은 정당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마치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처럼 말이다. 유토피아란 역시 사상누각인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역사는 억제된 공포와 인간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거짓으로 진실을 포장하는 일을 되풀이할 뿐이리라. 
 
SF소설로, 미스터리 소설로, 모험 소설로, 환타지 소설로든 어떻게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순수한 사랑과 아름다운 우정을 생각하게 하고 인간의 존재 이유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기시 유스케, 대단히 멋진 작가다. 정말 그다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귓가에 신세계 고향곡이 울리는 듯 하다. 그곳에, 우리가 생각하는 고향, 그 집으로 우리는 정말 갈 수 있을런지 사키와 슌이 그 밤 강에서 보낸 짧은 한 때가 아련하게 그려지는 느낌으로 내 마음 속 책장에 이 작품을 깊이 간직하련다. 그래도 인간이기에 죽음의 모험보다 작은 추억의 기억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니까. 그것만이라도 지켜지기를 나도 천년 뒤의 후손의 앞날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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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재미날 것같아요

물만두 2009-03-25 12:03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비연 2009-03-2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ㅋ

물만두 2009-03-25 20:32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세요^^
 

 

외딴 마을 페일 포레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비상한 두뇌를 지닌 코엘 헌트가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쫓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1부] 단 3일 동안 벌어진 의문의 죽음 다섯! 어느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 제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2부]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공작이 의문사를 당했다! 무엇이,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거센 정쟁(政爭)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다
제국은 어딘지 어쨌든 궁금한 작품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집.
기존 추리 서스펜스의 진행 속에 '초능력'이라는 초자연적 소재를 가미한 이색 추리 단편집.
제목이 확 끌어 당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려주나?
암튼 <13계단>의 작가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끄는 단편집이다. 

 

3분 안에 죄를 고백하라는 전화가 오면 당연히 무시하지.
그런데 왜 3분일까?
거기다가 제목이 진짜 저렇다니 재미있다.
심각한 작품인데 쏘리쏘리~
정말 이제는 전화, 쪽지 무시하면 큰일난다.
추리소설에서는 말이다. 

 

노인의 연금 타는 날이면 와서 연금을 갈취하는 조카와 친구들인 못된 젊은이들이 있다.
그 젊은 놈들에게서 노부인은 달아나서 살해당하느니 깔끔하게 죽으려고 독약을 만든다.
그런데 그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가 된다는 작품이다.
낯익은 작가라 했더니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의 그 작가로구만.
기발한 자살여행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두만.
소재는 참 흥미로운데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점이 좀 망설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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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3-2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시간후 너는 죽는다'고 통보를 받으면 정말 어찌해야 할까요? 제목 참 쥑입니다..

물만두 2009-03-24 20:48   좋아요 0 | URL
그죠. 정말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예요.

보석 2009-03-2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체크체크.

물만두 2009-03-25 11:21   좋아요 0 | URL
아, 또 호객호객.

보석 2009-03-25 15:18   좋아요 0 | URL
책 사면 만두 주나요?ㅋㅋ

물만두 2009-03-25 15:25   좋아요 0 | URL
만두 도장 찍어드립니다^^
만두 도장 백개 모아 오시면 왕만두 도장을 찍어드리고
왕만두 도장 천개를 모아 오시면 물만두가 단무지로 바뀌는 쇼를 보여드립니다=3=3=3 튄다는 얘기죠^^ㅋㅋㅋ
 

추리소설에서도 페어플레이가 사라진 지가 언젠데 지금 페어플레이를 말하는지 

맛의 달인 작가 좀 우습다.  

지금도 이용규 빈볼 맞는 장면 보여주더라. 

그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하더군. 

작가가 생각하는 페어플레이란 그런 건가봐. 

지금 밥 먹다 경기 잠깐 봤는데 이겨도 일본은 실력으로 이겼다고 우기겠지만 

뭐, 안타를 그렇게 많이 치고 점수가 그것밖에 안난 게 더 신기하지만 

페어플레이로 이겼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판이 일본은 볼을 스트라이크, 한국은 스트라이크가 볼이고 

일루에 못 던지게 선수 다리 잡는 행위는 참 볼만 하더라. 

그래, 그렇게 돈들여 광고판 몽땅 일본어 일색이던데 잘 해봐라. 

그리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아예 없애자. 

오죽하면 한국이 이길려면 홈런밖에 없다고 하겠냐. 

뭐, 안타도 못치는 건 좀 그렇지만. 

한국이 다 잘한다는 거 아니다. 

일본이 더 못한다는 것도 아니다. 

페어플레이란 말이 이젠 死어가 됐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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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9-03-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

물만두 2009-03-24 13:39   좋아요 0 | URL
저 흥분한거 아니예요. 단지 저런 글을 예전에 월드컵때 일본 작가가 쓴 걸 본 기억이 나서 왜 이사람들이 이럴까 하는 생각을 했을뿐입니다.

Mephistopheles 2009-03-2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그런 종자들이라 생각하고 대인배의 마음가짐으로 그래 짖어라!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고정하세요~~ 물만두님..^^

물만두 2009-03-24 13:40   좋아요 0 | URL
저는 야구 빨리 끝나라~~고 대인배적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져도 울 선수들 잘했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09-03-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도 페어 플레이가 있었나요?
이 부분이 더 충격적이라는...!
혹시 아는 케이스 있으면 한 소절만 알려줄 수 없겠소? 허어~

물만두 2009-03-24 14:21   좋아요 0 | URL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습니다. 페어, 언페어 논쟁이 뜨거웠다지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입니다.

stella.K 2009-03-25 11:24   좋아요 0 | URL
그래요? 한 소절만 알려 달랬더니 진짜 한 소절이네.
그러면 더 궁금하잖아요.
강요는 아닙니다만 이것에 관한 페이퍼 올려주시면
내 추천을 약속하리다. 그래 줄 수 있겠소?

물만두 2009-03-25 12:08   좋아요 0 | URL
이건 말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서 안됩니다.
그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거든요.
뭐, 대놓고 스포일러로 쓴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를 살펴보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카스피 2009-03-2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상한 작가네요.맛의 달인 불매운동합시다요.

물만두 2009-03-24 15:38   좋아요 0 | URL
이미 백권 샀어요 ㅡㅡ;;;

Kir 2009-03-2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걔들 민족성이 아닌가 싶어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한결같아서 정말 징그럽습니다.

물만두 2009-03-24 16:14   좋아요 0 | URL
네. 겉과 속이 다른 건 정말 끝내주는 민족입니다.
장대로 태평양으로 밀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chika 2009-03-24 17:21   좋아요 0 | URL
어머! 우리의 태평양을 오염시키면 아니되어요... ㅡ,.ㅡ

그런것들이 있는 반면 또 일본의 만행을 사과하고 함께 싸워주는 일본인도 있으니... 맛의 달인 작가는 언페어의 달인으로다가...;;;;;;;

물만두 2009-03-24 19: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자기는 한국을 사랑한다잖여~
나도 일본 사람 다 싫다는 건 아니야.
이럴 때는 지한파라는 사람도 의심하게 만드는 일본인이 싫은거지.

비연 2009-03-24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규 헬멧 부서질 때는 나카지마 다리를 부러뜨리고 싶었슴다..ㅜㅜ

물만두 2009-03-24 20:48   좋아요 0 | URL
아주 작정을 했던대요.
전 살기까지 느껴지더군요 ㅜ.ㅜ

soyo12 2009-04-0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규에게 빨간약 100박스를 선물할까 고민 중입니다. 어지간히나 용규가 신경쓰였나봅니다. 그 놈들은......^.~

물만두 2009-04-02 10:1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머리가 걱정됩니다.
 

 

사립 루피너스 학교의 유니크한 4인방이 펼치는 수수께끼 삼막극.
소녀탐정단의 등장이로군.
흠, 얼마나 재미가 있을지 궁금하다.
소녀 탐정단 또는 여성 탐정단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아카가와 지로의 세자매탐정단 시리즈나 제임스 패터슨의 여성 살인 클럽 시리즈가 나왔었지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어떤 성과를 올릴지도 지켜보고 싶다. 

 

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한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 컬렉션이다.
와우~ 
올해가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백주년이라고 한다.
그의 진면목은 단편에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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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9-03-2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서 클라크 단편집에는 관심 없으신가봐용...ㅎㅎ;

저는 당연히 신간 도서 페이퍼에 올리실 줄 알았는데..^^

물만두 2009-03-21 14:38   좋아요 0 | URL
아, 요즘 SF는 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추리소설이 너무 밀려서요^^:;;

Kitty 2009-03-2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언제나 부지런하세요~
제임스 패터슨 소설도 번역되어 나왔군요.
하긴 그만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 출간되지 않는게 더 이상하지만...
(헉 찾아보니 엄청 많이 나왔네요 ㄷㄷ)
여기선 정말 많이 팔리는거 같던데 저는 그냥 그렇더라고요. ㅎㅎ

물만두 2009-03-21 16:16   좋아요 0 | URL
네.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반응이 별로예요.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라도 끈질기게 밀어보면 어땠을까 싶답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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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건이 연이어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성적 비관이나 왕따 문제로 인해 자살한 사건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사회 현상과 맞물려 이 작품을 읽게 되니 좀 묘한 느낌이다. 루머에 의해 자살한 여학생이 남긴 테이프가 배달된다. 그 안에는 그녀가 자살하게 된 이유들과 원인을 제공한 아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클레이는 해나를 좋아했지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못했다. 그런 그는 무슨 잘못을 해서 이 테이프를 받게 된 것일까?

테이프를 다 듣고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라는 메시지가 있다. 만약 전달하지 않는다면 복사본 테이프가 공개될 거라고 협박하고 있다. 해나 베이커는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거지? 클레이는 해나가 남긴 지도의 별표가 표지된 곳을 따라가며 해나의 녹음된 진짜 이야기를 듣는다. 해나의 녹음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해나를 생각하며 이해하려 애를 쓰는 클레이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테이프 한 면이 한 챕터를 이루며 전개된다. 마치 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루머로 인해 괴로워하고 따돌림에 속상해 하고 누구도 믿지 못해 친구 사귀는 것조차 겁이 나는 해나와 그 루머를 퍼트린 아이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다르듯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어도 돌을 던진 아이는 그걸 모른다. 안다고 해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루머에 대한 파장을 알았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또 그저 생각일 뿐이다. 루머는 그래도 누군가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고 피해자는 해나와 같은 피해자는 늘 있게 마련이니까.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아이들이 이런다고 죄책감을 갖는다면 애초에 그렇게 뻔뻔하게 학교 생활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누군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잡아달라고 말은 왜 못했니? 자살이 그것보다 쉬워서 그랬니? 살다보면 고비라는 게 있게 마련인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말았구나. 그런데 난 네 아픔에 공감은 하지만 네 자살에는 공감하지 못하겠다. 아이들이 너에 대해 루머를 퍼트려서 널 괴롭혔다면 너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믿지 않았으니까.  

테이프 속에서 들려오는 자살한 여자 아이,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단 하룻밤을 새워 자살까지 이르는 해나의 과정을 들으며 클레이는 자책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우린 모두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해나가 아이들이 자신에게 그러는 걸 이해하지 못했듯이 이 테이프를 듣는 아이들도 해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클레이와 달리 원망하는 아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방어적이고 이기적이니까.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클레이와 같은 아이들이 더 많기를 기대한다. 

루머를 퍼트린 아이는 재미로, 장난으로 그랬지 모른다. 그리고 루머를 하나의 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루머에 대해서는 피해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보다 내가 한 작은 말실수가 누군가를 벼랑끝에서 밀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나'와 '너'는 결코 다른 인물이 아님을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통해서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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