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플레인스의 성녀 블랙 캣(Black Cat) 16
낸시 피커드 지음, 한정은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2007년 애거서상의 수상 작품다운 작품이다. 애거서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대개 '선정성, 폭력성 과잉이 없으며 통상적으로 아마추어 탐정이 주인공이며 한정된 지역과 등장인물을 다룬 작품’이 후보가 된다.> 이 설명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며 더 나아가서 8,90년대 미국 추리소설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미국식 신본격 추리소설을 코지 미스터리로 잘 나타낸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7년 에드거 상에 선정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켄자스시티의 스몰 플레인스라는 소도시의 풍경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가 살인과 추방이라는 청춘들의 아픔과 대비되게 잘 표현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1987년 1월 23일 단 하루 밤에 일어난 사건으로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 날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한 소녀는 그 날 살해당하고 모든 사람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빼앗겼다. 그 소녀의 시체를 목격한 이들은 침묵으로 동맹의 맹세를 했고, 이 후 그 소녀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한 소년은 마을에서 쫓겨났다. 자신을 지켜주리라 생각한 부모는 판사이면서도 아들이 아닌 자신들의 이웃이자 친구들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소년이 떠나며 첫사랑을 잃어버린 남겨진 소녀와 소년의 친구 또한 아파하며 성장했다. 죽은 소녀는 단순히 살해당한 소녀로 이름도 없이 묘지에 묻힌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소원을 들어주는 동정녀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 뒤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추방당한 소년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마을에 돌아온다. 그리고 그녀의 비석을 보고 자신이 잊지 않고 있음을 알리고자 마을에 남는다.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잔인하다는 걸 안다. 그렇다고 진실을 거짓보다 낫다고 하지는 않는다. 거짓은 속으로 곪아 퍼지며 사람을 괴롭히고 진실은 환부를 드러내 도려내는 고통을 주고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로 인해 진실을 알고자 한 사실을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거짓이 견디기 힘들어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자기 합리화라는 눈가림으로 양심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 해도 인간은 자신에게 닥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일과 자신을 버린 자들에 대한 복수를 막을 수는 없다.  

작은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절묘한 구성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작가는 기적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2007년 에드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가 제이슨 굿윈의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에게 상을 넘겨줘야 했지만 그 해 애거서상과 매커비티상을 타서 2관왕이 된 작품답게 처음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고 그것을 1987년과 2004년을 넘나들며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과 마을 사람들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그들이 감추고 있는 가식의 뒤에 있는 것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작은 시골 마을 스몰 플레인스, 판사 아버지를 둔 미치네 가족, 의사 아버지를 둔 애비네 가족, 보안관 아버지를 둔 렉스네 가족은 절친한 사이다. 부모들도 친구 사이고 아이들도 친구로 잘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친구라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는 완벽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이 완벽했다면 살인 사건을 조사도 하지 않고 묻어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미치가 떠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해도 결국 숨기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그들이 알 수 없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라는 이유를 방패로 삼아 자신마저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믿음을 상실한 가족들과 기적을 믿는 사람들의 대비는 오늘날 믿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의심받는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기적은 믿는다. 그 기적의 토대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그저 믿는다. 그것은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만을 인간은 믿을 뿐이라는 반증 아닐까. 기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기적을 믿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허구가 쌓여서 거짓이 진실이 되고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해당한 소녀도 기적을 믿었으리라.  

작가가 작품후기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한편의 동화를 현대적으로, 어른들이 읽을 수 있게 만든 작품처럼 느껴진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회오리바람에 날려간 도로시가 <인 콜드 블러드>에서 범죄에 휘말리는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게 읽어가면서 작품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미치가 어쩌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스몰 플레인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살인과 추방, 배신과 화해, 불신과 용서가 융화되어 토네이도에 모든 것을 삼켜지고 남은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뿐이라고, 인간에게 자연이, 기적이, 동정녀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듯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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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30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30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30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30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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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떨어지는 속도
류성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보자마자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참 멋있는 제목이라는 게 처음 든 생각이었다.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라... 도대체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는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난 한번도 장미가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봤을지 모른다. 단지 기억에 없을 뿐이다. 벚꽃이 떨어지는 것은 많이 봤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봤으니까. 목련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목련꽃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고 싶어서.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사랑이 가슴에 툭 떨어지는 속도와 같지 않을까 하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혹은 죽음을 맞이하는 속도, 후회를 하게 되는 속도, 미련을 남기는 속도, 살면서 발걸음 내딪을 때마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속도, 그 낯설음의 속도, 마음에서 무언가 깨지고 무너지고 사라지는 속도를 말하는 것은 아닌가 혼자 이런 저런 속도 생각을 하느라 멍해 있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속도일지도 모르고, 언제 지나갔는 지 모르게 돌아보면 까마득해져버린 시간의 속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마다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는 아마도 다르게 느껴질 것이리라.   

작가의 단편 모음집 <나는 사랑을 죽였다>에 <봉선화 요원 & 384요원>이라는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작품의 토대가 된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이 장편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좀 더 다른 작품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사랑과 미스터리, 작가의 작품에 가장 기본이 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룰 작품으로는 또 이만한 소재도 없다 싶다.   

384요원과 봉선화요원이라는 남한에서 각기 어릴 적부터 길러낸 테러리스트 강승혁과 송다혜는 서로 다른 조국을 위해 일하는 동류의 인물들이다. 강승혁은 북을 위해, 송다혜는 남을 위해. 그런 이들이 서로 운명적으로 만난다. 국정원에서 알아낸 강승혁이 간첩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송다혜가 접근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송다혜를 사랑하는 어린 시절 또 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강승혁의 친구이자 국정원 직원인 한동희가 삼각관계로 얽히게 된다.  

강승혁과 송다혜를 내세워 분단 국가가 처한 현실과 인간 자체에 대한 인식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눈을 뗄 수 없는 속도감과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 뭉클하게 만들고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과 미스터리를 배치하고 있다. 또한 적절한 삼각관계와 달라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내며 로맨스도 보여준다.
 
다시 속도로 돌아가보면 송다혜에게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는 눈물이 떨어지는 속도와 같다. 강승혁에게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는 사랑을 느끼는 속도와 같고 한동희에게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는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속도와 같다. 그들은 이미 그들이 세상에 단 둘뿐인 고독한 존재임을 알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장미가 떨어지는 속도는 아름다우면서 무서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정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이 아무리 냉혹해 보여도 꽃은 늘 피고, 지면 다시 피고 하기를 반복하듯이 꽃이 피는 한 인간에게 마지막 희망도 있는 거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역시 미스터리 로망, 사랑에 대한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다운 작품이다.  

책 속에 봉쇄 수도원에 대해 정지용의 시 <구성동>에서 따온 한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꽃도 귀양 사는 곳이라는 말이 너무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 곳은 아마도 이 시에 묘사된 이런 곳이 아닌가 싶었다. 쓸쓸하고 적막하고 고독이 켜켜이 쌓여 볼래야 볼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곳. 그런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다혜는 정말 꽃다운 어린 시절을 귀양 살고 꿈을 골짝에 묻어버린 것이었다. 

골짝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黃昏)에
누리가 소란히 쌓이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 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산 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언제 책을 읽고 흘렸는 지 모를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흘러 내렸다. 마흔 넘은 나이에 참 주책이다. 하지만 사랑이 시리고 아픈 것을 어쩌겠는가. 눈물이 흐르면 흘리는 거지 그것을 막을 이유 또한 없는 것이고. 삶은 선택의 연속같아 보여도 닫힌 문을 계속 열고 있는 문 열기의 연속일 뿐이다. 삶은 도돌이표같은 것이고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미스터리한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매번 잊어버린다는 거다. 붉은 장미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청춘도 하나, 둘 떨어진다. 떨어지는 장미의 속도와 같이 지는 청춘을 위하여 건배를 외친다. 모든 청춘은 사랑하였기에 장미처럼 떨어져도 아름다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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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1-2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져요.

물만두 2009-01-22 12:53   좋아요 0 | URL
읽으시와요~

진주 2009-01-2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한 번 로멘틱하여라~~ㅎㅎ
이 책은 무슨 장르예요? 그..그러니까 이 책은 죽이고 살리는 제가 무서워하는 그런 장르는 아닌가봐요? ㅎㅎ 만두님 설 잘 쇠세요~^^ 만두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물만두 2009-01-24 16:54   좋아요 0 | URL
로맨스 소설인데 저야 늘 추리소설로 읽죠^^
사랑도 죽이고 살리는데요?ㅋㅋㅋ
언니도 설 잘 지내세요.

paviana 2009-01-24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두님 설 잘 지내세요.맛난거는 조금씩 조금씩 자주 먹는 센스를 발휘해보세요.

물만두 2009-01-24 16:55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도 기축년 새해 잘 보내세용~
맛난거 조금씩 자주 먹는데 살은 안찌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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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가 돌아왔다!!!
이름만으로도 읽어줘야 하는 이 시대 진정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시리즈다~
감격, 감격, 더 나와라!!!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1986), Out on the Cutting Edge (1989), A Ticket to the Boneyard (1990), A Dance at the Slaughterhouse (1991) 백정들의 미사 
이 네권이 800만가지 죽는 방법과 이 작품 사이에 있는 작품들이다. 바로 다음 작품을 내주지 이건 또 뭔가 싶다. 다 내주면 좋겠는데...

  

크아~ 딕슨 카의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니 대박이다!
정말, 반드시, 꼭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봐야 하는 작품이다.
1월부터 왕대박 큰잔치도 아니고 무지 감격스럽다. 

 

여고생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야쿠자가 된다고?
아카가와 지로의 작품으로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를 계속 보고 싶은데 참...
그나저나 아카가와 지로의 청춘 유머 미스터리라고 하니 눈길이 간다. 

 

17권이 나왔다.
약간 실망하고 있는 중인데 이번 작품을 어떨지 모르겠다.
같은 소재의 반복처럼 느껴지는데 슬슬 끝날때가 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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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2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악 매튜 스커더~~
연휴동안 봐줘야 하는데 얼른 올려나요 호호 땡투 ♡
백귀야행은 멀어진지 꽤 되었는데 다시 한번 봐볼까요? 보시고 괜찮으면 알려주세요 호호

물만두 2009-01-21 13:5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이 백귀야행을 보시고 알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1-21 14:58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 슬퍼요 연휴 끝나고 봐야할듯 24일에나 온다네요 훌쩍.
백귀야행은 음..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간 받아먹은 리뷰를 생각해서 ㅋㅎㅎ

물만두 2009-01-21 15:5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2월에나 읽게 될 것 같아요.
백귀야행 감사합니다~ㅎㅎㅎ

보석 2009-01-2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부러진 경첩]을 어제 주문하려고 했는데 당일 배송이 안 되서 포기했지요.^^

물만두 2009-01-21 15:59   좋아요 0 | URL
설이 코 앞인데 당일배송이 되겠어요?
좀 늦게 봐야겠죠^^

Kitty 2009-01-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귀야행이 벌써 17권이나 나왔나요? 저도 한 10권까지는 봤는데...
흑 만화책 보고파요 ㅠ

물만두 2009-01-21 15:59   좋아요 0 | URL
전 15권인가 그래요.

2009-01-21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1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1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1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oni 2009-01-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백귀야행이 나왔군요.

물만두 2009-01-22 20:11   좋아요 0 | URL
네~

2009-01-22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9-01-2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빔일댓글들은 항상 궁금해요.^^

물만두 2009-01-24 16:55   좋아요 0 | URL
파비아나님 이런 말이 있잖아요.
알면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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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미도리의 책장 5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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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이도지 케이라는 경찰관이 경찰로서 맡은 마지막 사건과 경찰을 그만 두고 그동안 경찰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엉성한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옴니버시 형식으로 담고 있는 독특하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전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네 탓이야>를 교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느낌으로 이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코지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순직하게 되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경찰이 된 케이는 소꿉친구와 결혼을 했지만 1년도 못되어 도망가는 은행강도의 차에 치여 아내를 잃고 만다. 그런 아픈 사연을 간직한 케이가 후지노 유키라는 자유기고가의 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조금 이상해졌다고 동료 경찰 고이즈미는 느끼지만 그것을 죽은 아내가 생각나서라고 짐작하고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조사를 하면서 후지노 유키에게 일을 의뢰한 출판사에서 케이는 또 소꿉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경찰을 그만 둔 뒤 책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 후지노 유키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이다. 여기에 <죽어도 안 고쳐져>는 다이도지 케이가 쓴 첫번째 책 제목이기도 하고 강연을 갔다가 우연히 강도에게 납치를 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숭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좀도둑질을 일삼던 원숭이 조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케이에게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뒤 살해당해서 케이를 당황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죽여도 안 죽어>는 다이도지 케이의 두번째 책 제목이자 한 추리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케이에게 자신의 원고를 완전범죄로 만들고 싶은데 좀 봐달라고 의뢰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락과 붕괴>는 자신도 모르게 사망한 작가의 대타가 되어버린 케이가 그의 별장에 자료를 찾으러 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대체 그 별장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애를 쓰는 걸까... <도둑의 엉뚱한 원한>은 다시 대타로 강연을 갔다가 자신이 쓴 책 때문에 도둑질을 못하게 되었다는 미술품 도둑에게 납치되어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게 되는 이야기다.

사건들은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을 빼면 코지 하드보일드라 할만 한 작품들이다. 유머러스하기도 하면서 무지막지한 점도 있고 냉혹한 점이 있기도 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에서 다음 작품의 등장 인물이나 개요를 언급하고 있다. 또는 다음에 등장하는 <다이도지 케이 최후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작품에 등장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맞물려 별개의 사건인 것 같은 하나의 사건에서 여러 사건들이 악연처럼 소개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치밀하고 계획적이라 읽는데 집중하게 된다. 경찰 생활 십수년이면 어떤 일은 없었겠는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떻게 선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는 그 만남 당시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사건도 마찬가지다. 완전범죄라고 저지른 범죄가 엉뚱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고, 하나의 사건이 더 큰 사건을 불러 올 수도 있고,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꼭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비효과는 어디에나 있고 또한 나비효과에 부메랑 효과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만 잘 살아도 안되고 남도 잘 살아야 내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약간은 허술한 듯 보여지게 쓰고 있지만 그 허술함 속에 숨겨진 것이 오히려 더 하드보일드해 보이고 풍자적으로도 보이는 것이다. 역시 와카타케 나나미다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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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1-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주문했어요. 기대되네요.^^

물만두 2009-01-20 13:16   좋아요 0 | URL
기대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1-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물만두님의 리뷰는 제게 직방으로 작용하는군요 히히

물만두 2009-01-20 14:54   좋아요 0 | URL
호객만두로써 보람을 느낍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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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록 경성탐정록 1
한동진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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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30년대라는 암울했던 일제시대 경성을 무대로 왜경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집이다. 그 탐정 이름은 설홍주다. 이름이 알려주는 것처럼 셜록 홈즈를 우리 이름으로 바꾼 것이고 친구인 중국인 한의사는 와트슨에서 따서 왕도손이다. 처음 잡지에서 단편을 봤을때는 왜 설홍주일까 그랬었다. 아둔하기는... 작가의 의도는 이로써 명백해졌다. 셜록 홈즈와 왓슨이 등장한 것과 같은 류의 작품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멋지게 보여줬다. 

이런 작품이 진짜 1930년대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읽는 내내 서글펐다. 에도가와 람포처럼 우리도 한 시대를 풍미하고 추리소설계를 이끌어줄, 그리고 그 끈을 절대 놓치지 않을 대작가의 이름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쩌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너무 심한 비약이고 일장춘몽이려나. 어쨌든 지금이라도 본격 추리소설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 이제 우리에게 탐정이 생겼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탐정 시리즈다. 그 앞날에 축복있기를 기원한다. 

설홍주와 왕도손이 등장하는 작품들속에 작가는 30년대 경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나야 그 시대 사람이 아니니까 고증이 잘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읽는데 손색이 없으니 독자는 만족하리라 생각된다. 인력거가 다니고 전차가 다니고 왜경에 굽실거려야 하고 나라 팔아 작위를 손에 넣고 떵떵거리는 자가 있고, 모던 보이, 신여성, 룸펜이 판을 치고 일본이나 중국으로 유학을 갔다 온 사람들이 넘쳐나고 청계천엔 거지가 득실거리고 세계는 대공황이 휩쓸고 있는 상황을 곳곳에 잘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설홍주란 인물의 시니컬함은 현실적이다.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인물들만 그 시대를 산건 아닐 것이다. 독립운동을 안한 인물들이 모두 친일파에 나라 팔아먹은 자도 아닐 것이다. 그저 암울한 현실에 하루하루를 시대에 맞춰 산 인물들이 더 많을 것이다. 설홍주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늘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는 레이시치 경부에게 비아냥거리는 걸로 만족한다. 
 
딱 봐도 경성에 셜록 홈즈와 왓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편들이다. <운수 좋은 날>은 마치 현진건의 단편 <운수 좋은 날>을 연상시키는 작품이기도 했다. 후배에게 사라진 친구의 행방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은 후 신문에 난 납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황금 사각형>은 부친이 숨긴 재산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푸는 수수께끼 형식의 작품으로 그 풀이가 기발했다. <광화사>는 30년대 청춘들의 삶과 사랑을 한 주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푸는 작품이다. <천변풍경>은 청계천의 묘사와 그곳에서 사는 거지들의 이야기, 그리고 일본 여관에서 일어난 한 밤의 살인 사건을 통해 그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김두환의 등장이 신선했다. <소나기>는 가벼우면서 기발한 작품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거의 매일 중국음식점에서 같은 음식만 먹는 우산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오는데 비가 내리는데 그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 우산을 사서 그것을 쓰고 나갔다면 그 이유는 뭘까가 궁금해서 왕도손이 설홍주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 설홍주는 기막히게 알아맞추게 된다. 

단편이 더 나와도 좋고 장편이 나와도 좋다. 이 정도면 깔끔하고 좋다. 설홍주와 왕도손의 활약이 홈즈와 왓슨처럼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작가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그에게 본격 추리소설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아니 기대하고 싶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단편집이라 참 기뻤다. 일본 추리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다. 이 작품을 한번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들어도 전혀 손색없을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겠다. 무조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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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01-18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글도 쑥쑥 잘 읽혀서 좋은걸요~(웃음)
그런데, '설홍주'라는 이름을 모르고 봤을 때, 이 벽지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만두 2009-01-18 11:22   좋아요 0 | URL
흐흐흐 술이름같기도 해요^^

L.SHIN 2009-01-19 06:07   좋아요 0 | URL
아! 술 이름으로 하면 저말 이쁠 것 같습니다.(웃음)
설홍주(雪紅酒)...눈처럼 맑고 피처럼 붉은 술..ㅎㅎㅎ

물만두 2009-01-19 10:3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상표등록하세요^^

비로그인 2009-01-2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이 작품 읽고 국산 명탐정의 출현에 반가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요즘 들어 제대로 멋진 명탐정이 거의 나오지 않는 듯한 분위기라서 안타까웠거든요. 설홍주 탐정은 이름이나 분위기나 모두 마음에 듭니다. 시대 배경도 독특하고요. 생각해보니, 이런 일제시대 배경의 작품이 나온 것도 요즘이니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저런 강박관념이 사회에 많아서 이런 작품이 나와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말씀대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영화계와 드라마계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시대이니 어쩌면 이 작품을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에서 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이 작품이 널리 알려지고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분 말씀으로는 책이 많이 팔려야 후속작이 나올 거라는군요. 부디 잘 되기를~

물만두 2009-01-29 20:27   좋아요 0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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