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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엄마 여행 1
정미영 지음 / 즐겨찾기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해 가을이었나, 아이와 영화를 보고 오는 길에 서점에 잠시 들렸다.
의례히 서점가면 하던 대로 신간이 뭐나 나왔나 보고 있는데 따뜻한 일러스트 표지의
"20년의 엄마여행"이 눈에 띄었다.
세계의 명문대를 합격하고 대한민국인재상을 받은 김푸른샘을 키운 엄마이야기였는데,
요즘 워낙 엄마들이 아이를 키운 책들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하고 펼쳤다.
시원시원 큼직한 글씨체와 차 한잔 앞에 놓고 조근조근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은 화법으로 인해
페이지는 금새 술술 넘어가고 있는데 어느새 아이 아빠가 와서 집에 가자고 채근을 한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는데도 이 책이 잊혀지지 않았다.
사서 보면 될 것을, 도서관에 들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 우리 동네가 아닌 멀리 있는 도서관에 드디어 들어왔고 내 대여순서가 되기를 다시 기다렸다.
드디어 2권의 책을 받은 날, 아주 신나게 집에 왔다 .
왜 이렇게 이 책에 대해 미련이 많았을까.
사실 이유는 알고 있었다.
저자는 나와 같은 직장맘이었고,
우리 평범한 사람의 살림살이를 하고 있었으며,
전통적 사고를 하는 가족 구조에서
힘겹게 온 가족이 노력해가며 "행복"을 일구어 나가고 있었다.
시골 할머니의 까맣게 그슬리고 쪼글쪼글한 손을 보는 듯한 책,
그러면서도 할머니의 넉넉하고 소박한 웃음을 보는 듯한 책..
그런 느낌을 첫 몇 페이지에서 받아서 이리 오래도 기다리고 또 기다렸나 보다.
비록 내가 산 내 책은 아니지만 몇 달의 기다림은 이미 내 것인양 그리도 뿌듯한 기분조차 들었다.
2권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읽을 수록 아이를 잘 키운 노하우는 뒷전이었고
자신의 삶을 조금씩 개척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린 샘이 홀로 유학을 갔다가 방학을 이용해서 집에 왔을 때..
아빠와 오빠가 없을 때면 옷을 훌훌 던지고 속옷만 입고 "엄마, 엄마"를 외쳤던 모습을 보자니
왠지 샘과 내 아이가 겹쳐져 보인다.
"엄마, 엄마, 저도 이렇게 해 보고 싶었어요. 다른 아이들 처럼요,
다른 애들 처럼 크게 아주 크게 옆에서 엄마를 불러보고 싶었다고요.
엄마, 엄마아 하고요.
그리고 옷도 편하게 아무렇게나 입고 우리 집에서처럼 돌아다니고 싶었다고요."
라고 말하던 샘..
그런 샘을 실컷 안아주고, 손을 잡고 함께 잤던 그녀..
한 달 후 더 이상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지도 않고,
속옷 위에 겉옷도 입어가기 시작하면서 다시 품위있는 초등학생으로 둔갑해 갔다는 대목에서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렇게 큰 아이도 엄마를 그리워 하는데,
우리집 꼬맹이는 그동안 엄마를 얼마나 찾고 싶었을까,
떼를 부리고, 어리광도 피울 나이가 있을 텐데
그동안 얼마나 참았을까..
엄마의 정을, 가족의 사랑을 그득그득 담아야 할 항아리가 얼마나 비워져 있었을까..
지금 일을 조금 쉬어보니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그동안 엄마 보고 싶지 않았어?" 라고 말하니..
"엄마 보고 싶어도 참았지.."라고 말하는 우리 집 초등 1년생을 보고 나도 꼬옥 안아줬다.
아이를 믿는 다는 것,
아이를 끌어준다는 것,
아이를 지켜본다는 것..
그녀의 삶을 통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의 부족한 면은 눈을 감았고 귀를 막고..
예쁘고 잘하는 것만 보려고 했다.
내 일상이 바빠서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나도 아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부족한 면도 보이고 채워줘야 할 면도 보인다.
그래도 예쁘고, 그래도 사랑스럽다.
많이 고맙다.
솔직한 그녀가..
이제부터 자신의 꿈을 키우겠다는 그녀에게 끝없는 응원을 보낸다.
< 에피소드 >
조카네 집에 갔을 때 이 책을 가지고 가서 읽었다.
아이들은 서로 잘 놀고 있고..
아빠들끼리도 담소를 나누고 있고,
울 동서는 일하러 간 상태라
난 책이나 읽어야지 하고 가지고 가서
애들 봐주다 말고
눈이 뻘게서 울고 있으니
울 신랑이 책을 뺏어 버린다..
여보야, 앞으론 좀 같이 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