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테면 잡아 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5
원유순 지음, 윤봉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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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북극곰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동물원에서 비실거리며 늘어져있는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 말이다. 하긴 그런 북극곰은 북극에 가야 볼 수 있으니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내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모습일까 가끔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TV에서 보여주던 모습, 평소 상상하던 북극곰의 모습은 CF에서 보던,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씨익 웃음짓는 새하얀 평화로움이었다.

그런 상상이 처음으로 깨진 것은 2년 전 짧은 다큐 영상을 보고나서였다.'네이버'의 '네이버캐스트'에 '오늘의 과학' 코너가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칼럼 형식으로 과학 이야기를 소개하는 곳인데, '다큐 사이언스'에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몇 장면을 캡쳐하여 하나의 주제로 묶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북극곰'이란 제목으로 북극곰의 리얼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반달무늬물범을 사냥하기 위한 치열한 추격전, 결국 잡은 사냥감의 두개골을 깨부시는 장면, 내장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면서 입가에 선명하게 묻어나오는 붉은 자욱.
맞다, 500kg의 그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려면 그래야 하겠지. 누가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니. . .
삶은 생존이구나, 그것도 아주 치열한 과정이라는 것이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온 충격이었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도 쉽게 먹을 것을 얻는다. 슈퍼의 진열장에 주욱 늘어선 각종 먹거리들. 그것조차 번거로우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몇 번의 클릭만으로 얻을 수도 있다.
편리한 세상이다. 어느 정도의 돈만 있으면 먹을 것을 얻고자 치열할 필요가 전.혀. 없는. 쉬운 세상. 너무 쉬운 나머지 슈퍼에 전시되어있는 것들이 한 때는 잘려나간 잎만 있었던 것이 아닌, 처음부터 고깃덩어리였던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결국 나비가 된 애벌레 이야기를 읽고, 갉아먹힌 배춧잎을 더럽다고 여겼던 나의 태도를 반성했다.
사냥개와 멧돼지 가족 이야기는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의인화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들도 자연의 일부로서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이 시점에서 그 옛날 원시 시대처럼 수렵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무리한 말은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욕심은 부리지 말고 먹을 것을 얻어야지 싶다.
세 알의 씨앗을 심었던 농부의 마음처럼,
한 알은 새에게,
한 알은 짐승에게,
그리고 나머지 한 알만을 먹고자 했던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인간은 자연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니. . .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라, 먹이 사슬의 한 축으로서 존재할 뿐이다'(p5).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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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2013-07-2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니체가 '인간을 지구의 피부병'이라 했어요. 삶에 겸손.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 - 철학자들이 말하는 사랑의 모든 것
올리비아 가잘레 지음, 김주경 옮김 / 레디셋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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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철학자들이 `사랑의 모든 것`에 대해 분석하고, 사랑의 시작과 흐름과 변화와 지속성을 얘기했지만, 400여 페이지에 걸쳐 쓰인 문장들을 머리로 읽고 가슴으로 받아들인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 모든 `사랑`은 주관적이다. 내 삶이 유일하듯이, 그 안에 담긴 `사랑`도 그러하다. .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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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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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느낌. . .
사랑이라 하기에는 매달린 삶이 슬프고 깊다. 
'어머니와 나의 세상은 무서운 게 아니라 무거운 것이었다.'(p186)

김려령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유머러스하게 가벼우면서도,
직선으로 파고드는 무거움이 있고,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을 안겨 준다. 
간결하게 넘어가는 행간에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숨어있다. 
그래서, 단숨에 읽히는 책이면서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한동안 멍한 여운이 남는다. 

'너를  봤어'. . .
누군가를 본다는 건, 보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건,
단순한 외형부터 내면의 깊이까지 아우를 수 있음이니 참 깊고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말이다. 

글을 읽을 때마다,
글이 담고 있는 무게가 느껴질 때마다,
내 안에서 나오는 글이 조심스러워진다. 
요즘 함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 . . 나는 나의 글에. . . 무엇을 담고 싶은 것일까.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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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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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보이는 세상이 넓어진만큼 생각도 넓어졌다는 것이겠지.

'아끼다가 똥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이지?'(p42)
예전에 읽었던 책에 나온 내용 중에 돈의 가치와 관련된 재미있는 상상이 생각난다.
돈을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날마다 가치가 조금씩 떨어져, 3개월쯤 지나면 그냥 종이가 되어버린다는.
옛날 사람들이 인심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는 음식도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에 어차피 썩을 거 나누어 줄 수 밖에 없었다나.
상상의 이야기지만, 정말로 돈이 그렇게 된다면 세상이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거 없지.'(p45)
가끔 생각을 한다. '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욕심을 부려도 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싶다는.
.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 보기만 해도 행복한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품성, 작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함,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마음 등을. .

'. . 책방에 가는 기쁨, 책 사는 기쁨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오. . 그게 무엇이옵니까?. . 책 읽는 기쁨이라오. .'(p94)
요즘 다시 책 읽는 것이 좋아진다.
혹자는 실제로 경험하면 되지 굳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책은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중 하나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흩어져 있는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이랄까? 내 맘 속 어딘가에 들어있는 깨달음이나 감성을 새삼스럽게 인지하게 해주고, 정돈해주는 역할과 같은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되므로, 유치원에서 흔히 말하는 '생각주머니'를 크게 해주는 역할도 더불어. . .

'책 읽는 도깨비'를 읽고, '책'과 '돈'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깨달음과 책의 두께는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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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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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엔 좀 애매했다. 학창시절 순정만화 마니아였던 나를 순정만화가 아닌 만화로 재미와 동시에 경이로운 감동을 주었던 만화 『울기엔 좀 애매한』(최규석, 사계절, 2010)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무거운 주제가 가볍게 들어와 마음을 자꾸 당기는 듯한, 부드럽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현실의 모습이 오히려 날카롭게 스며드는 느낌을 안고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담았다.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이 책을 읽으면서 깨져버렸다. ‘비정규직’에 관련된 이야기는 무겁고, 안타까우면서 암울한 색깔로 묘사될 수밖에 없다는……. 그래서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웃기면서도 가장 뭉클하다.

‘사람은 분노가 아니라 웃음으로 남을 죽인다.’(프리드리히 니체)는 말처럼 웃음의 힘은 위대하다. 그것이 풍자나 해학의 형태를 띤다면 심각하고 무거운 서술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고, 그 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UV의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처럼.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비정규직 관련 용어도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고, 사진 찍듯이 묘사된 현실적인 글들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이제까지 읽었던 비정규직 관련 책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한 곡의 노래를 듣고 노래를 부른 가수에 반하게 되듯이, 이 책을 읽고 나는 ‘더작가’의 팬이 되었다.

  

내가 비정규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던 때는 2010년 가을이었다. 그 즈음 동네의 상가에 있는 슈퍼가 거대한 슈퍼에 인수되어 일하시던 분들이 대거 바뀌어버린 일이 있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분들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써서 독서모임에서 같이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이제 사모님 얼굴 보는 것도 마지막이네요.”

오랜만에 아파트 상가 슈퍼에 갔다가 생선 파는 아저씨를 만났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 그만 두세요?”

“이곳이 L슈퍼로 넘어갔잖아요. 4일까지 물건 값 세일하니까 서둘러 가져가세요.”

“여기 계셨던 분들은 전부 다른 데로 가시는 건가요?”

“예. 모두 그만 두어야 하구요, 7일부터는 L슈퍼 직원이 들어와요.”

“그럼, 어디로 가시는 건데요?”

“글쎄요……. 차차 생각해봐야죠.”

아저씨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지하 슈퍼에서 장을 보았다. 처음에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없는 물건이 종종 있었다. 썩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우리 동네에서는 가장 컸기에 그곳으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대형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카트가 없어서 물건을 많이 살 때면 플라스틱 바구니를 낑낑 거리며 계산대로 들고 가곤 했다.

올 봄 즈음 지하 슈퍼는 새 단장을 했다. 며칠 지나고 가보니 산뜻한 세부 간판으로 실내가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진열된 물건이나 시설이 그리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다. ‘겉만 바뀌면 되나? 속이 바뀌어야지.’나는 속으로 살짝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몇 달이 지나니까 슈퍼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차츰 정이 들었다. 주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는 주로 밤늦게 슈퍼의 계산대를 보셨고, 내가 갈 때마다 “늦으셨네요?”라며 꼬박꼬박 인사말을 하셨다. 배달을 해 주시는 분은 키가 큰 아저씨였는데, 나를 볼 때마다 우리 동네 제일의 미인이 오셨다고 추켜세우시곤 하셨다. 상술이었겠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둘째 아이와 같이 슈퍼에 들를 때면 시식용으로 깎아 놓은 과일 조각이나 사탕을 아이에게 건네주시곤 하셨다. 생선 파는 아저씨는 내가 대하나 낙지를 자주 사는 것을 아셨기에 좋은 것이 들어오면 얼른 와서 귀뜸을 해 주시고 가격을 살짝 깎아주셨다. 과일 담당 아저씨는 키위를 고를 때면 “그건 어제 재고예요. 이거 가져가세요.”라며 좀 더 좋은 과일로 골라주셨다. 카운터를 보시는 아주머니들은 늘 웃음을 지으며 말이 없는 내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네시곤 하셨다. 퇴근 후 슈퍼에 다녀오는 일은 힘겨웠지만 그분들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는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생선 파는 아저씨와 얘기를 나눈 이후로 한동안은 지하 슈퍼에 가지 않았다. 갑자기 바빠진 일상 때문에 소소한 물건들은 집 주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구입을 했다. 그렇게 상가 슈퍼의 존재는 잠시 내게서 잊혀졌다.

 

일주일가량이 지났다. 오랜만에 지하 슈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 들어선 순간 생선 파는 아저씨의 말이 생각났다. 슈퍼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진열된 물건마다 큼지막한 가격표가 붙어있었고 매장의 크기에 비해 과도할 정도로 직원의 수가 많았다. 슈퍼 바깥에는 포장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새 것으로 보이는 카트가 일렬로 줄을 맞춰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건도 훨씬 싸고 개수가 많았다. 2~3개가 한 묶음으로 되어있어 물건을 사려면 필요 이상의 수를 사야한다는 점이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그것조차도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가계에 이득이 되는 듯 했다. 입구에서 물건을 계산하니 아주머니 한 분이 나타나셔서 배달될 물건을 상자에 담아 포장을 해 주신다. 가까운 대형 마트에 온 것처럼 너무나 편했다. 새로운 L슈퍼에서는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가격표가 붙어있는 물건을 집어서 말없이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면 되었다.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었다. 물건도 많고 사람도 많았지만 마치 다른 곳에 온 듯이 지하 슈퍼는 낯설었다. 예전의 사람들과 지금의 L슈퍼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졌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만 빈곤의 격차가,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거대한 자본이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가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주변에서도 그런 종류의 일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컴퓨터 게임의 과정에서 새로운 스테이지로 자리가 옮겨진 것처럼 바뀌어버린 슈퍼의 모습에서 삭막함이 느껴졌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물건 사이로 간간히 흐르던 따스한 정이 한꺼번에 스르르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무거워진 발걸음에 무거워진 마음을 매달고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다.》

 

그분들 생각이 다시 새록새록 난다. 다들 어디로 가버리셨을까? 더 좋은 직장으로 가셨으리라 애써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다시 무거워진다. ‘정말 그래도 될까?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정말 그래야 하는 걸까?(p5)’…….

 

머리말을 다시 읽어본다.‘우리는 정말 괜찮은 걸까?’(p6) 그래도 ‘이렇게 물을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아질지 모른다고, 그런 기대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고(p6)'말하는 김해원 작가의 말에 슬며시 나의 기대를 얹어보련다. 164쪽의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여러 작가들과, 이 책을 읽고 나처럼 뭉클한 느낌을 갖는 사람들과, 부족한 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다면 자그마한 변화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사람의 몸이란 마음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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