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미도르 - 전3권
김혜린 지음 / 길찾기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테르미도르도 북펀딩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꺼내 읽었다. 새로 나오는 건 좋은데, 다 좋은데… 난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게 함정. 그래서 <북해의 별>도 꾹 참았는데.

여전히 가슴 아픈 이야기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북해의 별>에서는 유리핀과 에델이 서로만 사랑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유제니에게서 비요른을 보고, 세자르에게서 바리를 본다. 프랑스 혁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만큼 피와 눈물이 많이 흐른 사건이었다. 정말로 유제니 같은 상퀼로트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 혁명으로 그들은 행복해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가지 옛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원도에 전해지는 전설이나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제주도 전설이나 다른 각 지방에 있는 민담과도 결을 같이 한다.

마지막 고씨네 이야기는 아마 중국의 강태공 이야기가 더해진 것처럼 보인다. 강태공은 나이 여든이 되어서야 주 문왕에게 등용되는데, 그 때까지 공부만 했고 70부터는 낚싯줄만 드리우고 있었으니 아내가 당연히 화가 나고 구박할 만했다. 그런데 화를 내고 도망갔던 아내가 돌아오니 쏟은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누가 먹여살려줬는데 그딴 식으로 지 유명해지는 일화를 만들었지만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니까, 슬프게도.

고씨네 이야기도 비슷하다. 내내 글만 읽느라 밖에 비가 와도 말리던 곡식을 안으로 들이지 않던 남편이 당연히 밉지 않을까.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내가 밭도 갈고 남의 집에 일도 해주고 이렇게 살아가는데 말이다. 그래놓고 훌쩍 과거 보러 떠나서 몇 년을 안 오면 어떻게 기다리란 말인가. 인편에 편지라도 보내주지. 그래서 아내는 재혼을 하고 재혼한 남편이 죽자 떠났던 남편이 과거 급제해서 돌아왔다. 남편은 아내가 재혼했기에 함께 할 수 없다 내쳤는데 그 방식이 저 강태공과 같았다. 아내는 결국 멍하게 있다가 죽었는데 남편이 아내가 죽은 자리에 막대를 꽂고 색색의 헝갚을 달아 넋을 기렸다고 한다. 그 자리에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고지네’ 부르며 떡조각 등을 막대에 붙이거나 놓았는데 그게 지금의 ‘고시레’가 되었다고. 그 아내의 성이 고씨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2-12-06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시레가 그런 뜻이었군요??
고지네~
불쌍한 여인이었네요ㅜㅜ

꼬마요정 2022-12-07 21:21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너무 안타까웠답니다.ㅠㅠ 하여간 이기적인 인간이었어요. 그 남편이란 놈!!

바람돌이 2022-12-06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남편들만 나오는건가요? 그럼 책 읽다가 속터져 죽을거같아요. ㅠ.ㅠ

꼬마요정 2022-12-07 21:23   좋아요 0 | URL
남편은 저렇구요, 남동생은 누나 은혜 잊어버리고, 오빠는 여동생 덕에 좋은 데 장가가고 끝나구요. 뭐 옛날 이야기라는 게 다 여인네들의 피 땀 눈물을 갈아 남정네들 성공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ㅠㅠ
 
달콤한 죄악 - 뱀파이어 헌터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 1 밀리언셀러 클럽 36
로렐 K. 해밀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애니타 블레이크!! 너무 멋진 여자다. 수많은 뱀파이어물 중에 본인이 뱀파이어가 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주인공이며, 덩치도 작다. 몸무게가 48키로그램? 내가 원서를 안 봐서 모르지만 미국은 도량형을 다르게 쓰니까 그에 맞게 번역한 것이겠지? 그 몸무게로 덩치 큰 남자나 뱀파이어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아는데, 그만큼 정신력도 강하고 능력도 있다. 애니타는 소환사이자 뱀파이어 사형집행관이다. 그런데 남주는 장 클로드, 뱀파이어란 말이지. 아직 1권에서는 그 관계가 분명하지 않은데 과연 작가는 애니타의 성격과 가치관으로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해진다.

니콜라오스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필립을 죽이고 나를 깨물었다. 아마 지금은 내가 자기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만큼 무서워하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두려워하는 존재를 대결하고 처치하는 데 깨어 있는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해 왔다. 1000년 묵은 뱀파이어는 분명무리한 주문이다. 하지만 여자라면 모름지기 포부가 있어야 하는법이다. - P364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12-05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이렇게 뱀파이어 장 끌로드에게 끌리던지요 ㅋㅋㅋㅋㅋ 애니타, 힘 내!

그런데 이 책도 시리즈로 있는데 국내에 3권까지만 번역되고 중단된 것 같더라고요. 제가 출판사 홈페이지에 더 내달라고 글 남기고 그랬는데 그 후로 아무 소식도 없는... ㅠㅠ

꼬마요정 2022-12-06 11:57   좋아요 0 | URL
아, 나오자마자 장 끌로드 남주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근데 1권에선 장 끌로드가 관 안에만 있어요 ㅋㅋ 애니타 먹여서 지 힘 보충하고 ㅋㅋㅋ

미국에선 20권인가 21권까지 나왔다 하더라구요. 우리나라는… 3권까지만 나오고 그마저도 절판… 슬픈 일이죠. 다락방님 메일도 보내셨는데 왜 책 안 내주냐구요!!!

책읽는나무 2022-12-05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지금부터 뱀파이어물 책 소개 시작하신 건가요??^^

꼬마요정 2022-12-05 22:27   좋아요 1 | URL
아니요, 아니요 제가 그런 깜냥은 안 되구요 ㅋㅋㅋ 다락방님이랑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비슷해서, 다락방님이 좋아하신다는 캐릭터인 애니타 블레이크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읽었는데 애니타 멋져요!!
 
[전자책] 하얀 이빨
곽재식 / 아작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벼운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마지막 날, <신들의 황혼> 공연이 끝나고 관람했던 시장이 회관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중 어떤 남자가 시장에게 총을 겨누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난히 하얀 이빨이 돋보였던 그 남자는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 총을 놓치자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지려 했고, 오른쪽 눈 아래 총을 맞고 죽고 만다. 그가 던지려 했던 것은 도시락. 도시락 폭탄인가 싶지만 그냥 도시락이다.


어째서 이 남자, 이름은 이구일인데 그가 시장을 향해 총을 쏘려 했고, 도시락을 던지려 했을까? 그건 유독 하얗게 빛나던 그의 이빨에 단서가 있다. 그리고 '나'는 치약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연구원이었는데 이구일이 하던 연구가 한매봉 교수와 관련이 있다 하여 그 교수와 회사가 함께 하던 일 때문에 관련 논문을 살펴 보게 되는데... 


이 이야기 속에는 곽재식 작가 특유의 풍자적인 유머와 관료제가 가진 책임 회피, 아무리 피해가 큰 성분이라 하더라도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아무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사안일까지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의외로 '나'는 인기가 있다. 그런데 어쩌면 혜옥 선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걸까, 환각 때문일까? 망할 사장의 비윤리적 태도는 인류애를 상실할 만큼 치가 떨렸고, 이구일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소송에 얽히고 일자리를 잃고 정당한 논리를 부정당해서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그가 명예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예의는 있었으면.


그래도 크루즈 여행은 못 갔지만 연인과 함께 먹은 수박은 시원하고 달달했겠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11-30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쉬 이구라면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하나 뿐인 아들 이구 일까요?
총과 도시락이 등장 하니
윤봉길 안중근 의사도 떠오르고 ㅎㅎㅎ

곽재식 교수님 전공을 넘어 장르물의 다작을 쏟아 내고 계시능 ^^

꼬마요정 2022-11-30 23:44   좋아요 1 | URL
아, 이구가 아니고 이구일인데 어쩌면 이구를 염두에 두고 작가님이 작명하신 걸수도 있겠네요. 이야기 중에도 안중근 의사의 도시락 폭탄도 아니고 왜 도시락을 뭐 이런 대사도 나오긴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구도가 비슷하네요. 일제라는 악과 민원을 무시한 시장... 역시 스콧님 통찰력이 대단하세요!!!

곽재식 교수님 이야기는 다 재미가 있어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2-12-01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왜 도시락을 던지려 했지 궁금해요. 알려고 하면 책을 읽어야 할까요? ㅎㅎ

꼬마요정 2022-12-01 15:01   좋아요 1 | URL
사실 도시락은 그닥 중요하지는 않아요. 소설이 짧고 재미있어서 읽어 보시는 거 추천!! 곽 작가님 책이니까요 ㅎㅎㅎ 그러고보니 별 셋은 너무 짜게 준 건가 싶기도 하네요. ㅎㅎㅎ 이게 참.. 별 기준 어렵습니다.
 
불쾌한 이야기 바벨의 도서관 28
레옹 블루아 지음, 김계영 옮김, 이승수 해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바다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서문에서 보르헤스가 말했다. 레옹 블루아는 우주는 일종의 신성한 암호문이고, 그 안에서 모든 인간은 하나의 단어, 문자 혹은 단순한 구두점이라고 생각했다고. 그의 상상에 의하면 우리는 이미 지옥에 있고, 모든 인간은 자신의 동료를 고문할 책임을 맡은 악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단어, 문자, 구두점들이 모여서 이뤄진다. 그래서 개연성도 없고 선악의 심판도 없다. 우연이 남발하거나 초자연적인 어떤 힘에 묶이거나 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허브차>는 우연히 듣게 된 자신을 향한 범죄 이야기이다.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허브차에 독을 타다니. < 그 집 늙은이>나 <최후의 소각>은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이고, <순교자>는 어머니가 자식과 사위를 해치는 이야기이다. <하찮은 생각>은 아무리 봐도 너무 하찮다. 4명이 어떻게 한 몸이 될 수 있는가. <플뢰르 씨의 종교>는 씁쓸하다. 말 그대로 최고신을 '돈'으로 여기는 플뢰르 씨는 돈을 너무나 숭배하여 돈을 쓰지를 못한다. 그는 수백 가구를 도왔으나 정작 자신은 가난하고 죽은 뒤에는 구두쇠로 욕만 먹었다. <은빛 각막>은 볼 줄 아는 이가 죄인이 되는 세상이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살인자라는 직업이 실수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은 다!>는 좀 가슴 아팠다. 언뜻 근친상간이 비치기도 한다. <어느 치과 의사의 형벌>은 범죄로 이룬 행복이 예기치 않은 살인을 불러오는 이야기이다. <카인의 가장 아름다운 습득물>은 마치 옛날 영화 <텔 미 썸씽>이 생각나다고나 할까. 가장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롱쥐모의 포로들>이었는데, 카프카의 <성>이 생각났다. 끝내 도달하지 못한 성과 끝내 벗어나지 못한 롱쥐모... 


레옹 블루아는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검은 유머'를 가장 잘 구사하는 작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이야기들이 너무 단편적인데다 지금 현실이 더 검은 유머 같아서 말이다.


아쉽게도 <플뢰르 씨의 종교>와 <은빛 각막>은 표지 제목이 서로 바뀌어 있었고, 간혹 오타도 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