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랑 오붓이 앉아 ocn에서 해주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봤다. 김하늘과 권상우의 좌충우돌 혈전을 보면서 어찌나 낄낄댔는지... 해질 무렵, 이제는 어스름하게 깔린 노을도 자치를 감추어가고, 귀가길에 종종 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간... 둘이서 한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권상우가 김하늘에게 하는 말,
"너 오늘 컨셉이 삽질이냐?"
그 말에 나는 풋 하고 웃었지만, 엄마는 어리둥절해 하시며..
"그게 무슨 말이냐?"
해석을 요구하신 것이다. 순간 난 멍하니 엄마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던 거다. 굳이 이해하기 쉽도록 바꾸자면, 뭐.. 너 오늘의 주제가 어...의도에 맞지 않은 어리버리한 행동이냐...뭐... 아..뭐라고 해야하지?? 난 계속 머리를 굴려야했다. 엄마는 잠시 갸웃하시고는 다시 영화를 보셨지만, 이미 둘 다 영화보다는 어떤 씁쓸한 괴리감에 맘이 상해 있었다.
비속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내가 저 말을 이해한다는 것도 우스웠다. 문화에 젖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절실하게 느꼈다. 엄마랑 나 사이에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한 저 말이 얼마나 싫었는지...
게다가 저 말을 순수하게 우리말로 바꾸지도 못하면서 느낌으로 이해해 버린 나는 또 뭔가...
오늘은 커피 맛도 쓸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