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랑 오붓이 앉아 ocn에서 해주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봤다. 김하늘과 권상우의 좌충우돌 혈전을 보면서 어찌나 낄낄댔는지... 해질 무렵, 이제는 어스름하게 깔린 노을도 자치를 감추어가고, 귀가길에 종종 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간... 둘이서 한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권상우가 김하늘에게 하는 말,

"너 오늘 컨셉이 삽질이냐?"

그 말에 나는 풋 하고 웃었지만, 엄마는 어리둥절해 하시며..

"그게 무슨 말이냐?"

해석을 요구하신 것이다. 순간 난 멍하니 엄마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던 거다. 굳이 이해하기 쉽도록 바꾸자면, 뭐.. 너 오늘의 주제가 어...의도에 맞지 않은 어리버리한 행동이냐...뭐... 아..뭐라고 해야하지?? 난 계속 머리를 굴려야했다. 엄마는 잠시 갸웃하시고는 다시 영화를 보셨지만, 이미 둘 다 영화보다는 어떤 씁쓸한 괴리감에 맘이 상해 있었다.

비속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내가 저 말을 이해한다는 것도 우스웠다. 문화에 젖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절실하게 느꼈다. 엄마랑 나 사이에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한 저 말이 얼마나 싫었는지...

게다가 저 말을 순수하게 우리말로 바꾸지도 못하면서 느낌으로 이해해 버린 나는 또 뭔가...

오늘은 커피 맛도 쓸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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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8-3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그런 말을 다시 설명하기란 너무 힘들것 같아요.. 요즘 학생들이 쓰는 말을 잘 이해하기 못할 때가 있어요.. 정말 세대차이를 몸으로 느끼게 되겠죠...

꼬마요정 2004-08-3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언어가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해도, 요즘 한글을 보고 있으면 정말 파괴라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답니다. 특히나 귀여니의 소설이 인기가 많은 걸 보면 괜히 화가 나구요... 슬퍼요~ㅡ.ㅜ

반딧불,, 2004-08-3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정말 슬프다 못해 기가 막히더군요.
귀여니는 넘 심해요.
이해는 하지만, 슬프고, 화가 나는 기분이더군요.
깊이가 없어서 싫더이다.

반딧불,, 2004-08-3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2616


panda78 2004-08-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 파괴의 주범으로 나중에 국사 교과서에 실릴 겁니다.

꼬마요정 2004-08-3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깊이만 없으면 아직 어리니까..가 되지만, 한글을 파괴하는 건 범죄에요~~ 그쵸??
판다님/ 옳소이다... 맞아요~~~~^^
 


 

 

 

 

 

 

 

 

 

 

게니우스(Genius)

사람의 출생과 죽음을 돕는 신.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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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가(獻花歌)



[원문]
 
紫布岩乎 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 兮不喩慙 兮伊賜等  
 花 兮折叱可獻乎理音如


[양주동 역]
 

 

[김완진 역]

 

[현대어 역]
  자줏빛 바위 가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진댄
  제 꽃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 설화]
「삼국유사」 권2  '기이 제이(紀異 第二)'  《수로 부인》편의 배경 설화 중 관련 대목만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성덕왕 시대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할 적에, 가다가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다. 곁에는 돌로 된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바다에 다가서 있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이것을 보고 좌우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구인고?" 종자(從者)들이 말하였다. "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물러섰는데,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수로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어 오고 또한 노래를 지어서 바치었다. 그 노옹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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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8-3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 참 멋지지 않나요? 아름다운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꼬마요정 2004-08-3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한테도 저런 멋진(?) 추종자가 있었으면...^^;;
 
 전출처 : 보슬비 > 갖고 싶은 연필 꽂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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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8-3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부시아저씨 오늘 쪼금 괴로우시겠군요.. ㅋㅋㅋㅋ

꼬마요정 2004-08-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추천하고 퍼 왔답니다.^^
 
 전출처 : 보슬비 > 이런 선생님만 있으면 나 다시 학교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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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4-08-31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정말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학교에요^^

꼬마요정 2004-08-3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점은..여 선생님이 한 명도 없다는 거...^^
남자들은 정말 싫어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