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어느 고을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형의 성은 김가요, 이름은 방이라고 하였다. 조상 때부터 귀족이요, 겨레를 도와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케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훌륭한 사람이었다. 방이에게는 동생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 동생은 심술쟁이요, 욕심꾸러기였다. 하루는 방이의 아버지가 방이 형제를 불러 앉혀놓고,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한 쌍씩 주어 그것을 꺾도록 하였다. 둘이 다 쉽게 꺾어 보였다. 다음엔 두 쌍씩 주고 그것을 합쳐서 꺾으라고 말하였다. 방이 형제는 온 힘을 다하여도 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아버지는 정색을 하면서,
" 이것 보아라, 지금 너희가 각각 젓가락을 꺾어 보았는데, 한 쌍을 꺾을 때는 쉽사리 꺾였지만 두 쌍을 합쳐 꺾으려면 힘이 무척 들고 잘 부러지지 않는구나. 너희 형제는 내가 죽은 후에도 서로 힘을 합하여 서로 믿고 서로 도와 의좋게 살아가는 동시에 겨레와 나라를 위해 힘써야 한다. " 하고 재산을 형제에게 똑같이 나누어 준 후 돌아가셨다.
방이는 아버지의 유언을 잘 받들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였고,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동생을 위해 희생적으로 돌보아 주었다. 그러나 동생은 아버지의 유언이나 형의 착한 마음씨 같은 것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똑같이 분배받은 자기 형의 재산을 탐내어 매일같이 형한테 가서 이러쿵 저러쿵 조르고 못살게 굴어 방이의 재산을 거의 빼앗아 가고 혼자 호강스럽게 살아갔다.
방이는 동생한테 모든 재산을 다 빼앗기어 아주 구차스러운 가난뱅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동생을 미워하거나 탓하지는 않고 오히려 동생이라도 잘 사니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동생한테 가서 돈을 꾸어 달라기도 하고, 때로는 양식을 꾸어 달라기도 하였으나 그 때마다 거절당하고 도리어 자기 형 방이에게 욕을 하며, 자기 집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쫓아 보내기가 일쑤였다. 방이의 아내와 아들이며 딸들은 고생스럽고 궁색한 생활을 하였다. 그 고생스러운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저럴 수가 있느냐고 모두들 혀를 차면서 방이의 동생을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어느 해 초가을, 밭에 보리를 갈아야 할 터인데, 방이네는 보리씨가 한 톨도 없었다. 그렇다고 보리 종자를 살 돈도 없고, 그것을 꾸어 올 집도 없었다. 방이는 할 수 없이 염치를 무릅쓰고 동생네 집에 가서 " 동생! 보리가 없어서 밭에 종자를 뿌리지 못하고 있네. 미안하지만 보리 한 말만 꾸어 주면 내년 여름 보리 타작을 해서 열 말로 갚을 터이니 형을 살려 주는 셈 치고 좀 꾸어주게. 그 은혜는 잊지 않을 터이니---."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다. 동생은 여러 가지 트집을 잡더니 어떻게 생각하였던지 " 내일 식전에 오시오, 꾸어줄 테니. " 하고 내뱉듯 말하였다. 방이는 무척 기뻤다. 그래도 동생이 제일이고 세상에 형제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한편 방이 동생은 보리섬을 마당에 헤쳐놓고 잘 영글지 않은 제일 나쁜 보리만을 골라 그것을 솥에 넣고 밤새도록 삶았다. 이른 새벽에 그 삶은 보리를 퍼서 물기가 없도록 말렸다. 그리고는 식전에 방이가 자루를 가지고 동생 집으로 왔을 때, " 형님 주려고 제일 좋은 보리만을 고르고 싹이 빨리 나라고 물에 담구어 놓았습니다. " 라고 하며 한 말을 가득 되어 주었다. 한결 즐거워진 방이는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동생의 고마운 처사를 말하고, 아이들은 모두 고마우신 작은 아버지라고 칭송을 하였다. 방이는 보리씨를 밭에 뿌리고 날마다 밭에 가서 살다시피 하였다. 하마 새들이 날아와 밭을 헤치고 귀중한 보리씨를 주워 먹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보리싹은 도무지 나지 않았다. 맹숭맹숭한 보리알 그대로이고 보리씨는 자꾸 썩어가기만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밭은 파랗게 무성한 보리가 물결치고 있었지만 방이네 밭에는 싹 하나 나오지 않았으니 방이의 안타까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밭 한가운데에 꼭 하나 보리싹이 움돋아 자라났다. 방이는 하는 수 없이 그 보리싹 하나를 위해 날마다 나와 지키고 있었다. 첫여름이 되어 이삭이 나오고 누릿누릿하게 익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노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보리 이삭을 전부 쪼아 먹었다. 방이는 울상이되었다. 동생의 보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갚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오느니 한숨 뿐이었다. 그러자,
" 방이야! 착한 방이야! 네 사정이 정말 딱하구나. 내가 몹시 배가 고파서 다 쪼아 먹었는데 어떻게 한담. 나를 따라 오너라. 그럼 좋은 수가 있을 거야. 빨리 따라와! " 하고 노랑새가 말하였다. 방이는 그 새를 따라 큰 바위까지 따라갔다. 큰 바위 밑 굴 속에서 빨간 옷을 입은 어린이가 금방망이를 가지고 나와서 방이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 방이야! 이 방망이로 땅을 치면 네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 "
하고는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방이는 배가 고파서 우선 금방망이로 땅을 치며 " 좋은 음식 나오너라. "하였더니 금방 맛있는 음식이 한 상 나왔다. 실컷 음식을 먹은 방이는 금방망이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다 마련하였다. 좋은 논과 밭도 많이 마련하고, 좋은 집도 짓게 되자 방이는 부자 소리를 들으며 잘 살게 되었다. 그리고 불우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마을의 길도 고치며 개천에 다리도 놓고 자기 동생에게 신세진 것도 열 갑절 이상으로 갚았다. 그러나 이 일을 알 게 된 동생은 배가 아프고 질투가 났다. 그래서 동생은 형 방이가 한 대로 흉내를 내어 자기도 금방망이를 하나 얻었다. 그러나 동생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무서운 짐승이 나타나 으르렁 대고 뱀이며 돌이며 잡초 같은 것만 나타나 해치려고 하였다. 마침내 방이 동생은 재산을 잃고 울화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방이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동생의 병 구완을 했다. 그때서야, 동생은 비로소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며 형 방이에게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였다.
그 후 방이 동생은 병이 나았고, 방이 형제는 서로 믿고 서로 사랑하며 힘을 합하고 도와 이웃을 잘 살게 하였으며, 불우한 사람들을 도와 서라벌 겨레를 번영케 하고 삼국통일의 터전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