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필립 빌랭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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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니 에느로의 작품 '단순한 열정'을 읽고, 바로 이 책을 읽었다.'매순간 질투의 지옥이었고, 매순간 이별의 준비였고, 미칠 듯한 탐닉의 시간이었던 사랑!' 책 뒤에 적혀 있는 이 문구처럼 이 책을 잘 설명하고 있는 문구는 없을 것이다. 냉정한 어조로 A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아니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수없이 연습하던 이별의 순간을 차분하지만 열정적으로 적고 있다.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면서 너무도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쓰고 있는 작가는 책에서 마치 아니가 잊혀진 옛 연인인양,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랑인양 모순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단순한 열정'을 읽고 즉시 이 책을 읽어서인가 마치 '단순한 열정'의 2편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만큼 필립은 아니의 문체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것 역시 그녀를 향한 그의 간절하고 미칠듯한 사랑의 고백인 것일까... 이제는 떠나가버린 연인에 대한 질투의 절정인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단순한 열정'을 읽을 때의 마음처럼 가슴이 아팠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술렁임은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글에 배어나오는 그의 질투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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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5 - 지구를 떠받치기를 거부한 신
에인 랜드 지음, 정명진.신예리.조은묵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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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문에서 이 책을 극찬하는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사실 난 미국이 너무나 싫어서 이 책 읽는 것을 기꺼워했다. 적을 알아야 이긴다고 했던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미국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는 책.. 그래서 그네들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책.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였다.

꽤 두꺼웠다. 한 권당 500페이지 정도이니 읽는데도 이틀 밤을 새워야만 했다. 소설 형식을 빌어 기업가 정신을 표현했는데, 내용은 재밌었다. 미국에서는 이 책이 지적 스릴러로 분류된다는데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차에서, 대학의 강의실에서, 더러운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가들의 연회에서 그리고 침대에서까지 철학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은 단 하나! '인간의 이성은 위대하고 절대적이다.' 이 명제를 위하여 온갖 상황이 다 발생한다.

이 책은 미래의 뉴욕에서 출발한다. 얼치기 도덕주의자들, 인류애를 주장하는 위선자들의 집권으로 진정한 기업가들은 모두 파업을 선언하고 그들만의 아틀란티스로 숨어버린다. 그러자 그들에게 빌붙어 살아가던 다수의 어리석은 대중 및 집권자들은 멸망하고 기업가들은 세상으로 돌아와 세상을 재건한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창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국 정부의 제재에 못 견더 캐나다로 이전한다고 소동을 피웠을 때 이 책의 기업가 정신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정부의 제재는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시장경제의 침체를 가져온다. 그리고 너무나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기업가들의 이윤을 떨어트리고 판단할 줄 모르는 대중들은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며 그들을 옥죄어간다고 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캐나다 이전 소동이 이 책의 상황과 비슷하거나 혹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어이가 없었다.

이 세상의 기업가들 중 이 책에 나오는 프란시스코나 대그니, 리어든처럼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만을 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모든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노리는 무뇌충같다 하더라도 대중들은 생각할 줄 안다.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활동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즉 이 책에 나오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또한 사회는 진보하는 법인데 이 책에 따르면 사회는 퇴보한다는 것인가.

옛부터 동양에서는 상업을 천시하였고, 덕분에 상인들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러한 상황을 타개할만한 구실을 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산업혁명기에 빨리빨리 어서어서 발전하자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미국과 다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미국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는지, 왜 세계의 경찰 행세를 하며 온갖 나라에 간섭을 하는지, 그리고 왜 자신의 나라 안의 치안에는 부실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

그들에게 A는 A이다. 영원히 말이다. 그들은 그들이 한 번 강대국으로서 세계를 호령했다면 영원히 그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제임스나 오런 보일과 같이 남을 등쳐먹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자신은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한다면서 마음 속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착취한다. 대그니와 같은 도덕률로 무장한 이성적인 인간은 그들의 이상향이다. 남의 눈을 가리기위한. 이상향으로 가는 행세를 하면서 마음껏 남의 피를 빨아먹는다.

나는 이 책에서 그것을 보았다. 이 책이 50년도에 출판되어 아직까지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들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로맨스에 집중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사랑마저도 이성의 영역에서 통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 모성애라는 감정마저도 이성에 포함시킨 이성의 영역에서 행동하는 자들의 사회가 현재의 미국과 같은 사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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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딜레마 - Learning Fable Series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 우화 시리즈 4
데이비스 허친스 지음, 김철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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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이라는 쥐에 들어본 적이 있다. 고 3때 영어 문제지에서 레밍들은 어떤 시기만 되면 절벽 밑으로 뛰어내린다며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했다.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친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레밍 중 한 마리, 독특한(실제로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에미가 집단의 전통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에미는 친구인 레니를 일깨워서 레니 역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게 된다.

이 책은 이 쥐들을 통해서 절벽 앞에 선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절벽 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단지 전통이니, 남들이 다 하기 때문이니 하는 이유들로 그저 그렇게 살아 온 우리들을 창조적인 태도로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어 내가 원하는 것, 즉 이상을 실현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에미처럼 절벽 너머의 큰 가능성을 찾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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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구하기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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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그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을 지경에라도 처한 것일까?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해체, 중국의 개방 등으로 사실상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에게 승리를 거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는 라이벌인 사회주의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었나 보다. 라이벌의 존재에 의해 정당성과 효율성을 가졌던 자본주의는 라이벌이 사라지자 자기 쇄신의 부조과 드러나는 허점 등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계속 비판받고 있다.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윤만을 위해 내달리는 이기적인 기업가들의 시장. 그리고 이 이기심을 부추긴 사람이 애덤 스미스이며, 그는「국부론」에서 자본주의를 옹호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저자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애덤 스미스야말로 철학 속에서 경제학을 발전시켰으며, 그가 내세운 자본주의의 전제는 도덕성이라면서 애덤 스미스를 위대한 철학적 인물로 내세운다. 그리고 그의 철학사상이 담겨 있는 「도덕감정론」이야말로 도전받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제서다. 저자가 소설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소설의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 본인의 입을 빌어 경제이론을 전개해야 한다는 작가의 강박관념(?) 또는 소망 때문인지 애덤 스미스는 빙의의 형태로 나온다. 즉, 유령이 되어 남의 몸에 씌인 채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스릴러 비슷하게 주인공인 신참 경제학자와 유령 애덤 스미스는 도망다니다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그다지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유쾌하지도 않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 유령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를 꼼꼼이 챙겨보면 좋겠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경제이론과 도덕성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써 놓았다. 이 책에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그런 부분들이다. 또한 볼테르, 루소, 흄, 케네 등 애덤 스미스와 당대에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들도(빙의의 형태이긴 하지만)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대화도 챙겨보면 괜찮겠다.

이 책을 읽고 「도덕감정론」과 「캉디드」가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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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 Learning Fable Series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 우화 시리즈 1
데이비스 허친스 지음, 김철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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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고 모델'에 관한 우화이다. 사고 모델이란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상, 조직에 대해, 그리고 그것들에 적응해가는 방식에 대해 가진 신념, 이미지, 가정'을 가리킨다. 즉,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우화로 표현한 것이다.

아주 먼 옛날, 원시인 5명이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름은 웅가, 붕가, 우기, 부기, 트레볼이다. 그들은 동굴 속에만 있었으며, 동굴 벽에 비치는 바깥 세상의 그림자가 진짜라고 믿으며 살아갔다. 동굴 밖에 나가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동굴 속 삶에 아주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기가 동굴 밖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이 일로 부기는 4명의 원시인들에게 쫓겨나고 만다. 동굴 밖으로 나온 부기는 진짜 세상을 알게 되고, 이제껏 그림자를 진짜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경악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릇된 신념과 가정의 위험을 알 수 있다. 동굴 밖의 세계에 대한 그들의 신념은 그릇된 신념이며, 그것이 그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것을 조직에 적용시키면 된다. 사실, 동굴 속 원시인들은 변화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 공포가 동굴 밖 세상에 대한 그릇된 신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공포를 없애려면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동굴 밖으로 나온 부기는 왜 사람들이 동굴 속에 들어가 사는지를 알게 된다. 오랜 옛날, 관점의 차이로 불화가 생긴 두 부족이 다툼 끝에 동굴 속에 숨어 살게 된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서로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정당화 시키려고 한다. 사고 모델은 항상 불완전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고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투게 된다. 우리가 사고를 바꾸면 우리의 행동도 바뀌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부기는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 자신의 친구들의 사고를 바꾸기 위해서. 여기서 이 책은 끝이 난다. 결과는 알 수 없다. 그 과정도 모른다. 우리는 문제점과, 사고를 전환하면 된다는 해결책은 알지만, 그 과정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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