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혼자‘있는 주말이다. 어두워져도 불을 켜지 않아도 되고 끼니 때가 돌아와도 안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바로 곁에 있는 노트북을 켜지도 않고 크레마와 스마트폰만으로 하루를 보냈다. 이럴수가. 이럴수도 있구나. 덕분에 근육 켜켜이 쌓여 있던 것 같은 피로감은 덜어냈다.

지난 주에 달과 6펜스를 종이책으로 읽고 오늘은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중 달과 6펜스와 인생의 베일 부분을 읽었다. 꼭 그렇게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너운달에 나오는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너운달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멀리사는 친구가 너운달의 그리스인 조르바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고백했을 때 나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야겠다, 그렇게 결심한 것 같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아직 읽지 못했기에 니코스 카잔차키스 부분은 넘어가고 바로 서머싯 모옴 부분으로 들어왔다. 인생의 베일은 모옴의 원작 소설이 있는 줄 모르고 봤고, 모옴의 소설이 있다는 걸 알고 한 번, 두 번을 봤기에 시간이 흘렀어도 비교적 장면과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는 편이어서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너운달의 인생의 베일 부분을 읽었다.

철학을 책으로 읽는 것은 역시나 이해가 안된다기 보다 잘못 이해할까 염려되어 강의를 찾아 듣는 편이다. 니체는 EBS강의를 시간을 두고 두 번을 들었기에 그 이후로 니체에 대한 책이 좀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에서 모옴이 소설에서 구현하는 니체적 사고를 짚어주는 부분들이 좋지만, 니체 이외의 다른 철학자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소설의 내용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들도 좋다. 단지 알고만 있는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던 개념들을 소설 속의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들과 연관지어 분석해주니까, 더 깊이 알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심플함과 그래도 그냥 사는 것 보다는 더 알아지는 정도의 깊이와 넓이가 내가 원하던 것이다. 복잡한 게 싫지만 그렇다고 너무 단순한 건 더 싫으니까.

 

좀 안읽히는 소설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달과 6펜스를 읽으니 그래, 소설은 이런 맛이야하는 생각이 든다. 술술 읽힐 뿐더러 캐릭터가 손에 잡힐 듯이 살아 있다. 이상을 삶속에서 구현하는 스트릭랜드의 이기심에 속이 다 시원했고 있을까싶지 않지만 확 공감되는 스트로브의 찌질함 또한 애잔했다.

 

                                                                                                                                                                         

'니체는 예술이 삶에 끊임없이 자극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자극이 없다면 타성적인 삶, 반복되는 삶에 불과할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세기 초 모더니스트들의 문학 정신을 서머싯 모옴이 『달과 6펜스』에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 진리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 무언가 발견하고 모색하고 찾아 나서고 창조하는 사람들, 이러한 소수의 사람들이 있고 이와 달리 삶에 안주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164'

 

 

'내부자들에게 예술은 삶을 기품 있게, 윤기 있게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들에게 예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자 교양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스트릭랜드는 그걸 초과해버렸지요. 스트릭랜드나 고갱의 경우는 수단과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니체에 따르면 ‘가치의 전도’입니다. 삶과 예술의 위계가 뒤집히는 겁니다164'

 

 

'스트릭랜드에게는 예술이 우전적인 가치이고 삶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트릭랜드가 내부자였다가 뛰쳐나왔다는 것은 공포를 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을 때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당혹감이기도 합니다. 이 인물의 문제성은 내부에서 튕겨 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에게도 자문하게 합니다. 내 안에 스트릭랜드가 있는가 없는가.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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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은 모옴의 걸작으로 평가받지는 않습니다. 통속소설로 분류되지만 그 기준을 상당히 높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물 중심으로 서술되고 키티와 남편 월터 및 키티와 정부 찰리와의 관계를 다룹니다. 이들이 놓인 시대 상황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소설에 요구되는 당대 사회상의 총체적인 묘사 및 재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을 때 보통 통속적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제한성을 수용하면 그 범위 안에서 굉장히 단단하게 쓰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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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는 현실적입니다. 마흔이 되었고 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삶과 예술을 둘 다 잡을 수 없다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니체의 개념에 따르면 노예의 삶이죠. 원하지 않지만 의무로 사는 겁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낙타의 삶입니다. 스트릭랜드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하며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려는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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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크레마의 하이라이트(밑줄긋기)는 북플로 공유가 안된다
2.알라딘 ebook앱의 하이라이트는 북플공유가 되지만
400자이상은 안된다
3.원래의 한 페이지의 하이라이트를 변경하면
책한권 전체의 하이라이트가 취소된다.
4.한 페이퍼에 여러개의 밑줄긋기를 한 번에 올릴 수없다(또는 방법을 모른다)
5.체험판만 읽었는데 다 읽은 기분이 든다.
(실제 다 읽은건가? 체험판은 왜 체험판이지?
-찾아보니 30프로 정도의 분량을 체험할 수 있는 게 체험판이다)
6. ebook은 극도의 게으름을 조장한다.
(반듯이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는 독서. 한 번 뒤척이지도 않는다)

-오늘 알게 된 것.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무산계급에만 있다."라고 그가 전에 일기장에 썼던, 신비롭게 진실하면서 명백하게 부조리한 구절이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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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오늘 오후 내내 가즈오 이시구로 책들을 두고 종이책을 살까 ebook을 살까 고민하다 가즈오책들은 종이책을 자매들에게 빌려 읽기로 하고 다른 두꺼운 책 몇 권을 ebook으로 샀다.

다운로드를 받고 신나는 마음에 서문만 읽었는데도 배가 부르다. 그런데 늘 초입에서 감동 받고 정작 대문은 열어 젖히지 못했던 듯. 사놓고 보니 야금야금 겨울여행을 준비하는 행태가 되었다.

ebook의 좋은점을 알게 되고 내가 ebook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진정한 불행이 시작됐다. 종이책과 ebook을 둘 다 사고 싶어진 것. 오늘 산 책들은 <우리가 고아였을 때>만 빼고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다. 1984는 990원 하길래 아님 말고의 심정으로 한 번 사봤다.

종종 활자가 꼴도 보기 싫어, 라는 마음이 되곤 하지만 더 많은 날들에 책은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할 수 없다. 오늘은 정작 책쇼핑을 하느라 책읽기를 못했다. 오늘 자매단톡방에 올라온 빵터짐 인기 멘트는

˝종이책 사면 ebook은 공짜로 줬음 좋겠다˝

크레마 새 버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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