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시간을 아세요? 베틀북 그림책 49
안느 에르보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베틀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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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시간을 아세요?

언제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낮과 밤. 그 틈새에 새벽과 저녁이 있다. 낮과 밤은 어두워서든 밝아서든 그 강렬함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새벽과 저녁은 자칫 놓치기 쉬운 시간대, 그 짧음의 서러움으로 외롭게 스쳐 지나가는 인생들이다.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어서 우리가 그것을 부담 없이 누리는 동안 파란 시간, 저녁은 그 이치를 깨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연인을 두고도 부리나케 제자리에 돌아와야 했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우리의 삶은 우리가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 너무 미미하게 여겨서 인식하지도 못하는 존재들의 희생 속에 영위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마치 인형극의 소품을 연상시키며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은 파란 시간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골무를 쓰고 바늘로 목도리를 여미고 책을 들고 있는 저녁, 선택 받지 못해 틈새에 낀 존재가 되었지만 세상 큰 목소리들 속에서 그래도 빛나는 작은 목소리들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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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전사 비룡소 걸작선 28
로즈마리 셧클리프 지음, 찰스 키핑 그림, 이지연 옮김 / 비룡소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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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과거의 끝은 어디일까? 로즈마리 셧클리프는 소년 드렘을 통해 청동기 시대 인간의 삶을 상상력으로 재현했다. 이 소설은 대양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언덕에 앉아있는 한 노인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노인은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온 타누의 후손으로 지금은 금빛 살결을 가진 족속들에게 지배를 당하지만 과거 영화로운 시대를 잊지 않고 꿈꾼다. 대양은 인간들이 사는 땅들을 가로 막는 구실을 하지만 건너기만 한다면 그것은 가교이다. 언덕에서 노인이 바라보는 대양과 유럽에서는 메이플라워라고 불리는 아가위 나무가 같이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드렘은 한 쪽 팔을 쓸 수 없는 아홉 살 소년이다 소년은 3년간 소년의 집에서 전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거쳐 마지막에 늑대를 잡게 되었을 때 부족의 전사로 서게 된다.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생활상과 공동생활체의 모습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과거를 눈 앞의 현실로 성큼 당겨 놓는다. 여인들이 베틀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든가 가축을 키우는 모습등 식생활, 주생활, 의생활이 문학적으로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5,6학년이 읽는다면 교과와 관련해서도 매우 흥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외국문학을 읽힐 때 흔히 어린 아이의 부모들이 조바심을 느끼는 부분, 우리 아이의 정신의 서구 문명에 먼저 물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사고의 편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에 기우가 없는 작품이다. 태고의 자연에서 한 소년이 통과의례를 거치고 어른이 되는 그 과정을 보면서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것을 성인식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도 생각게 하고 싶다. 수렵과 채취로 먹을 것을 구하던 그 옛날은 사냥을 잘 하는 가를 검증 받고 신성한 자연의 힘에 복종하고 경외심을 갖는 것으로 어른임을 인정 받았다면, 지금은 어떤 것으로 어른임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걸까... 우리 역사 이야기인 꼬마단군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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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힘찬문고 33
이경자 지음,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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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 어렵다. 내가 잘 모르고 있어서이기도 하거나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관심사가 과거의 현실로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5, 6학년이상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성장동화이다.

시대를 1961년이라고 정확하게 명기해서 사실감을 높였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삶의 현실과 11살 소녀의 내면을 어렵지 않게, 정감있게 풀고 있어서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일제시대에 어땠다는 가르치기 식의 말보다 자기 또래 아이의 삶을 통해 들여다 본 재일동포의 현실을 아이들에게 잔잔한 아픔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며, 역사적인 현실에 눈돌리는 계기를 줄만하다.

요즘 여기 우리 사춘기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외부와 내부의 갈등이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국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조선인으로 일본에 살아야 했던 소녀가 느꼈던 그 갈등을 책으로 읽으며 같이 느껴본다는 것은 아이들의 사고 확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가즈와 스나라는 두 소녀가 축이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의 다른 얼굴들이다. 이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이역에서 살아야 했던 재일조선인 마을에 대한 보고서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이 소박하고 정감있는 동화가 너무 거창한 리얼리즘 다큐처럼 들린다. 그건 아니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왜 책을 읽는지 문학이 왜 존재하는지 우리는 왜 관심을 주위세계로도 돌려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그냥. 스멀스멀 안에서 번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야기 책 안의 공간과 사람이 살아있는,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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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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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이 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일까요?'
책을 읽던 5학년 딸아이가 불쑥 던진 말이다. 이 말은 책의 뒷부분 해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있게 와닿는 말이다.

세상은 뿌리 박힌 것과 떠도는 것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내면도 그러함을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으며 위로 받으며 산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아이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그렇게 끄집에 내어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인간형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작가는 더 낫고 덜하다는 인식의 틀로 줄 세우기를 하지 않았다. 서로가 어떻게 배려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 줄것인가를 얘기한다. 그런 작가의 시선이 책 전체에 포근하게 깃들여 있다.

또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앞 못보는 아들의 위한 배려임을 알았을 때 책이 더 의미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작가의 얘기를 미리 해주고 그런 자연적인 묘사들이 속깊은 애정에서 나온 것음을 알게 한다면 지루해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이치와 살아가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 개성있는 주변인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읽기엔 초등5학년 이상에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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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너머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0
찰스 키핑 글.그림, 박정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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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란 말은 창 안과 밖 두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제이콥은 엄마나 할머니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짰을 법한 레이스 커튼이 드리워진 창이 있는 집에 산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 창 너머로만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아이이다. 나는 창 안 쪽 따듯하고 안전한 세상에 있지만, 창 밖의 세상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동정심이 가는 사람, 무서운 속력으로 질주해오는 어떤 존재들이 득시글거리며,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사이에 닥쳐와 버리는 무서운 사건들도 숨어 있다.

제이콥이 비록 질주하는 말들에게 채일 염려 없는 안전한 2층, 창 안쪽 세상에 살고 있는 소심한 아이지만 창마저 닫고 눈을 감은 채 살 수는 없다. 그런 관계들을 작가는 바깥 세상의 그림자가 아이 얼굴에 드리우게 해 세상과 나의 공생 관계를 드러내 준다. 내가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세상일지라도, 바깥 세상은 그렇게 '내게 드리워진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아이의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는 무엇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그런 불확실성을 작가는 선과 색, 형태로 교묘히 이야기한다. 아이가 있는 공간은 창을 통해 세계를 향해 열려져 있지만 아이의 마음까지 열려져 있는 것은 아니어서 외로움으로 차있다. 그래서 바깥 세상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등진 흰색 커튼은 아이에겐 검은색 커튼일 따름이다.

그러나 바깥은 또래 아이가 걸어다니고 내가 좋아하는 사탕가게도 있는 곳이다. 아이가 가지는 그런 불확실한 감정을 작가는 빛과 어둠이 동시에 느끼지는 밝은 색들로 어룽어룽하게 표현하였다. 그림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눌함과 선이 주는 명확함과 어두운 색은 이 책 전반에 암울하고 모호하다는 인상을 심어 놓았다. 동굴에서 내다보는 듯한 컴컴한 이미지가 세상에 속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밖이라는 한계 상황을 보여 주기 때문에 그림의 구도가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커튼은 아이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역동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처음에 아이는 자기 얼굴도 다 나오지 않을 정도로 커튼을 조금만 열었다. 미친 말들이 날뛰는 장면은 커튼을 곡선으로 휘게함으로써 말을 표현한 강렬한 색과 함께 요동치는 아이의 심장 소리가 들릴 듯 아이의 심리가 리얼하게 표현되었다. 돌연한 사건은 아이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지만 커튼을 열어젖히고 한 발 세상에 다가가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교회와 양조장에 대비되는 청소부 질레트씨와 쭈그렁탱이라 불리는 노파와 그의 비쩍 마른 개가 있다. 제이콥은 질레트씨를 좋아하고 쭈그렁탱이와 그이의 말라빠진 개에 대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치이고, 제이콥은 김이 서린 창문에다 웃고 있는 통통한 쭈그렁탱이와 역시 통통한 개를 그려넣음으로써 세상에 대한 희망이랄까 자신의 의지를 통해 고독하고 두려웠던 내면을 밝게 해소하였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인데 창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 그 아스라한 경계 위에 제이콥의 소망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강한것과 약한 것이 존재하고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내리누르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제이콥과 같은 소심하고 약한 소년이 김서린 창문에 그려넣는 그런 희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가는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창 너머'는 암울한 이미지 때문에 어린이 그림책으로 선택 받기 힘들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속깊은 그림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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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2006-02-26 01:57   좋아요 0 | URL
전문가 같으세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