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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마녀와 옷장 ㅣ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2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라는 네 아이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는 '옛날에...'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웬지 마음이 두근거린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면서. '옛날에...' 하고 시작하면 어딘지 모르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 역시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나의 그런 기대감을 충족 시켜 주었다.
크게 보면, 이야기는 모두 인간의 이야기다. 거기에 요정이 나오든, 신이 나오든, 마녀가 나오든 우리는 작품 속의 인물들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찾아 읽고 해석하거나 분석한다. 그러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그런 것이 읽힌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이해하고 위로 받고 용기도 얻고 재미 있다고 호호거리도 하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 흘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는 이런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다. 때로 신화적이고 종교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
가장 이야기 다운 이야기는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 숨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다르게 얘기하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막 읽고 나서 보다, 두고 두고 생각나는 책이었다. 지금도 마음속에서 작품속의 인물들이 살아 숨쉬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그래서 작가도 일곱 권이나 연작을 쓰지 않았을까) 책장을 덮고 책을 바라만 봐도 그 안에 펼쳐진 세계가 공간으로 다가올 정도로 이야기가 입체적이다. 그 이유는 그 안의 인물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구체적으로 묘사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인물들이 짜임이 온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거기에 보태어 인물들이 가지는 상징성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뭉게뭉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폴린 베인즈의 그림에 대해서도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몹시도 원시적이고 문학적이며 구체적인 그림이 이야기의 마력 속으로 독자를 거침없이 밀어 넣고 있다.표지를 넘기면 첫 페이지에 파우누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숲의 정령, 허리 위쪽은 인간의 모습이며, 아래쪽은 발굽이 달린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이마 양쪽에 뿔이 하나씩 솟아 있다)가 루시와 우산을 쓰고 눈 덮인 겨울 숲으로 들어가는 뒷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그리고 아래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이브의 딸, 팔짱을 끼면 둘 다 우산을 쓸 수 있어요. 저 모퉁이만 돌면 우리 집이에요, 따뜻한 불도 있고, 토스토와 케이크도 있어요.' 정말이지...나도 무작정 뒤따라 가고 싶은 그런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