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야 누리야
양귀자 지음 / 문공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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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야 누리야'는 문단의 기성 작가가 예전의 동화를 다시 손 보아 내놓았다는 점에서 박완서씨의 ‘부숭이는 힘이 세다’와 닮은 꼴이다. ‘부숭이’가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땅힘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소년인데 반해 ‘누리’는 반 고아의 신세로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야 했던 10살 소녀였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부숭이’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더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누리’와 같은 삶을 사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 한다. ‘누리야 누리야’는 서문과 맺음말이 이야기의 시작이고 끝이다. 누리가 엄마를 찾아 집을 떠난 후 대학생이 되기까지 10년간의 여정은 서문과 맺음말에 담긴 애틋한 사연으로 더욱 더 가슴 아리는 ‘이야기’ 가 된다. 10살 누리에게 펼쳐진 운명은 어린 소녀가 맞서 싸우기에 가혹한 것이었지만 결국 누리는 사랑을 ‘나눔’으로써 행운을 ‘누리’게 되는 삶을 살게 된다.

작가가 독자가 알아야 할 주제가 무엇인지 따져 보는 골치 아픈 책 읽기에 앞서 ‘내가 누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잠시 생각할 시간만 가지면 된다고 당부했듯이 ‘누리야 누리야’는 가슴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뭉클함을 느끼고 그 뭉클함을 어떻게 ‘나누고’ 살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장편이라도, 책의 크기가 크며 적당히 삽화가 곁들여 있어 초등 3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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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 일공일삼 11
엘레노어 에스테스 지음, 루이스 슬로보드킨 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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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믿기지 않는 얘기군. 그것이 정말이라면 넌 공주님이지? 하지만 드레스 백벌의 주인 완다 페트론스키는 공주님이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 놀림감이 되는 작고 초라한 아이였다.

인기 많고 예쁘며 공부 잘하는 그러나 앞장 서 완다를 놀리는 페기, 그 옆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기는 하나 앞장 서 제지하지는 못하는 매디의 심리묘사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이야기의 틀인데, 방관자 매디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별다를게 없는 우리의 태도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책의 장정이나 크기 두께 그림이 여자 아이의 취향에 맞는다. 여타의 소외 문제를 다룬 아동 책이 남자 아이가 주인공인데 반해 여자 아이가 등장하는 점에서도 그렇고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그림의 잔잔함도 여자아이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고, 아동기에 짚고 넘어 가야 할 주제와 깊이가 느껴지는 문학성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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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쉬 단편집 : 세상 속 특별한 이야기 중앙문고 66
야노쉬 글 그림, 유혜자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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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고에서 나온 야노쉬 단편집은 아홉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용감하다. 날개 없는 인간이 감히^^ 하늘을 나는가 하면 공주를 위해 사자를 물리치며, 자유롭게 살기 위해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살아가기도 한다. 생명이 보장되지 않은 새를 사서 따뜻하게 보살폈다가 숲이라는 세상을 새에게 돌려주기도 한다. 야노쉬가 그려내는 작품 공간 속의 인물들은 다양하며 인간미가 넘치기에 아름답다. 그들은 자유로이 살 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단편들 속의 주인공들은 현대의 삶에 비추면 어리숙한 인간들이다. 소유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서 용기를 내며, 친구를 위해 우정 그 이상의 것을 행하며 상상의 나래 속에서 살아간다. 요즘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자연과 대화하며 살아가고픈 본성이 어찌 없겠는가. 야노쉬 단편집은 그렇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런 삶을 생각케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야노쉬의 책은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런 느낌은 그림이나 글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그리고 순수함에서 비롯된다. 그의 동화는 자칫 황당하여 필연적인 서사구조가 없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하고 가벼운 사건 속에 인생의 진리나 가치를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던져 놓기 때문에 마음으로 읽지 않으면 별 볼 일 없는 책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그의 글에는 찾아 읽어야 할 메시지와 감동이 있기에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단편이고, 그림이 재미있으며, 비유와 직접 화법이 적당히 섞여 있어, 초등학생이면 전학년이 모두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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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미래그림책 8
야시마 타로 글 그림, 정태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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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 타로는 ‘까마귀 소년’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입니다. 그림책의 온화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거친듯 개성 강한 그림이 이 작가의 특징입니다. 다소 날카로워 보이는 터치는 그림에 속도감을 불어 넣습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정지된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런 대표적인 그림이 표지의 안쪽 그림입니다. 빌딩 숲 사이로 새가 날아가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정지와 연속의 환각 상태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순간이 바로 그렇지 아니한가요?

‘우산’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순간의 일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내가 되었고 그랬기에 그 사소했던 그리고 평범했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의 오늘도 그만큼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날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는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산’은 우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 삶의 일상성을 반추하게 합니다.

우산을 쓰고 어른들 틈새에서 걸어가는 모모의 모습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단순함과 일상의 한 컷이라는 상징성을 잘 살려 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春, 夏, 雨, 桃 네 글자로 주인공 모모의 성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싶은 아이가 눈이 부셔서 바람이 불어서 라는 깜찍한 핑계를 찾아내는 것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요소이지요. 자신의 모습이니까요.

'우산’은 처음으로 혼자 우산을 쓰고 걷는 그런 일이 얼마나 우리 인생에서 의미 있고 소중한 일이었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조금 거창하게는 자주적인 삶의 시작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우산'은 그렇게 자주적인 내가 또는 남이, 나에게도 남에게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함으로써 긍정적 자아감을 갖게 해주는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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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집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9
마틴 워델 지음, 장미란 옮김, 안젤라 바렛 그림 / 마루벌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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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집>은 그림책이 가진 무한한 신비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주제를 드러내는 은근한 접근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비감을 부추겨 몇 백년 동안 아무도 들지 않았던 숨어 있는 집에 먼지 쌓인 어떤 책을 펼쳐 보는 듯 두근거림 마저 느끼게 됩니다.

책 전체 분위기를 감싸고 도는 차분한 분위기가 생동감 있는 유아들에게 재미 없는 책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학 전 아이가 재밌다는 평점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아이는 아마도 직관으로 가족 사랑에 대한 주제를 찾아 읽은 듯 합니다. 외로운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은 삽을 든 인형, 뜨개질을 하는 인형, 가방을 멘 인형입니다.

삽과 뜨개질 가방은 가족의 구성원을 대변하는 소품으로 상징의 힘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글은 그림에 그림은 글에 이렇듯 상호 작용을 충실히 하면서 서로의 내용을 보충하고 자극하는 그림책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에게 작용해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가 그림책 그 자체의 느낌들로 몸 전체로 스며옵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이루어야 할 관심 애정 역할 그리고 그 안에 깃든 평화가 읽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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