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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기 - 찔레꽃 울타리 ㅣ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봄 이야기'는 마루벌에서 나온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4권 중의 한 권이다. 이 책은 우리 아이가 읽기에 또는 내가 읽어 주기에도 글이 좀 많다 싶은 시기에 순전히 엄마 욕심으로 구입한 책이다. 처음 책을 본 순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었던 것이다.
'봄 이야기'는 머위의 생일을 찔레꽃 울타리 마을에 사는 이웃들이 작은 소풍을 준비해 축하해 주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는 가족 사랑, 이웃 사랑의 모습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내용을 따뜻함이 느껴지게 풀어 놓았고.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현했다.우리 아이와는 숨은 그림 찾기를 했을 만큼 구석구석 세세한 묘사가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보고 또 봐도 새로 찾을 거리가 있는 마술 상자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 그림책의 잔잔한 느낌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은 그림의 배열이다. 글자와 그림의 구성이 다양하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어서 안정감 속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림이 일품인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어휘의 부드러움이다. 읽어 주기에 적당한 어조로 쓰여 있기도 하지만, 어휘 하나하나에 살갑게 정이 가서 좋아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주인공 이름은 머위. 돌능금나무에 사는 사과 할머니, 나무 딸기, 저장 그루터기, 딱총 나무 덤불에 사는 까치 수염 아저씨... 이런 어휘들만으로도 이 그림책이 단 시일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자연을 오래 들여다 본 사람이 자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쓴 역작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는 머위, 눈초롱, 바위솔...이런 이름 앞에서 왜 우리 아이 이름을 이렇게 짓지 않았나 통탄한 바 있다^^. 그럴 정도로 찔레꽃 울타리 마을은 내가 살고픈 동네다. 꼬마 아이의 생일에 동네 사람이 모여 소풍을 가고, 풀잎으로 짠 보자기를 펼치고 음식을 내놓는 정경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다. 내가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공유함으로써,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의 이상을 마음에 담을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레 아이의 삶에 반영되리라. 그것이 아이의 눈높이를 어른의 눈높이로 끌여 올려서가 아니라, 내가 아이의 눈높이로 낮아져서 읽히는 것이기에 더욱 기쁘다. 이런 기막힌 삶의 체험을 그림책을 읽어 주며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라일락 나무 한 그루의 향기가 온 동네에 진동하는 이 봄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