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바다였다. 한밤이었고 바다로 가려고 도로에서 모래밭으로 막 발을 내디디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아주 부드럽고 얇은 향기가 나는 것이었다. 바람에 실려 코 끝을 스치고 갔다는 딱 그정도의 스침이었다. 둘레둘레 주변을 살폈더니 키가 작은 나무에 하얀 꽃들이 조롱조롱 피어있었다. 햐, 이렇게 작고 얇은 꽃잎에서 이런 향기가 난단 말이야, 하면서 한참을 쪼그리고 코를 킁킁 댔었다. 그 때 밤바다는 어둠속에서 물결치던 파도 소리와 함께 꽃댕강나무의 향기로 남았다.
그런데 며칠 전 도심을 바삐 걷고 있는데, 한쪽으로 한가득 꽃댕강나무가 보였다. 늦여름, 초가을 이 시점이 도심에서는 꽃을 보기 힘든 시기라 반가웠다. 쨍한 한낮이었고, 꽃은 끝물이 아니라 한참 피어나고 있었다. 잎은 반짝였고, 꽃은 생생했다. 그런데 그때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나무의 양으로 보자면 바닷가보다 훨씬 많은데도 말이다. 어, 하면서 다가가 코를 들이댔지만 향기는 나지 않았다. 뭐지? 한밤과 한낮의 차이인가? 내리쪼이는 햇살의 등쌀에 향기마저 기를 못 펴는 것일까. 꽃이 피어 있다면 향기가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향기도 어느 시간대를 골라 뿜어내는 것일까?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에는 야간산책을 하기 적당한 시간까지 알려준다고 한다. 봄에 라일락나무도 저녁시간에 더 짙은 향기를 내뿜는 것처럼, 어떤 시간대에 어떤 장소를 걷느냐하는 것은 추억의 질을 다르게 해준다. 우연히 맞물리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런 정보들을 미리 알고 있는 것 또한 삶이 근사해지는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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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은 날씨 예측, 자취 추적, 도심 산책, 해변 산책, 야간 산책, 그리고 수십 가지 분야에서 자연의 단서와 신호를 알아보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기술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의 관찰력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훨씬 더 근사해지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백 가지 자연의 흔적들과 친숙해지면 야외에서의 경험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고, 모든 것을 알게 될 때까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주는 짜릿한 감각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