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 리스트를 보다가 ‘식도락가를 위한 런던 먹거리 여행‘이라는 제목을 보았다. 뜬금없었다. 런던에서 식도락? 어떤 여행 소개책을 봐도 ‘피시 앤 칩스‘ 런던에서 먹거리를 기대하지 말라는 정보만 읽었던 것 같은데 먹거리여행이라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까지, 버러 마켓부터 브릭 레인까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레스토랑에서부터 갑자기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레스토랑들까지 지금 런던에서 가장 핫한 맛집과 톱셰프들의 대표적인 레시피 그리고 런던이 자랑하는 다양한 세계 음식들을 소개한다.
흥미진진한 역사, 수백 년 된 상징적인 건축물, 다양한 문화와 예술 프로그램 등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과 대표 메뉴를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고 있으며, 역사와 전통이 있는 푸드 마켓과 그 속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아르티장 푸드를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교통편도 함께 정리해주고 있어 식도락가들의 여행지 선택에 믿을만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맛집과 레시피, 푸드마켓과 교통편 정리라면 여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버러마켓은 뭐며 브릭레인은? 돌이켜보니 런던은 뭘 먹어도, 어딜가나, 피시앤칩스 이상으로 기대말라는 어디선가 유입된 편견으로 정보를 찾아 볼 생각조차 하지않은 것 같다. 사실 리얼여행자들은 시간과 경비의 압박 때문에 핫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하지만 방구석여행자들에게라면 이런 정보책은 새로운 꿀잼을 선사한다고 하겠다. 특히나 파리나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정보책을 가진 런던이라면 말이다.
최근의 키워드가 런던이었어서, 내친김에 좀 더 찾아보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책이 검색된다.
폴 오스터의 뉴욕3부작을 재밌게 읽은 만큼 도리스레싱의 런던스케치도 기대가 되고 조지 오웰이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인생에서 어떤 밑바닥인생을 그려놨는지도 궁금해진다.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는 파리와 달리 왠만한 미술관 박물관은 입장료가 없는 런던에서 미술관 여행이라면 발바닥 품만 들면 된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데이트 모던까지! 그런 런던에서의 미술관 산책이라면 얼마든지 해줄 용의가 있다.
˝세계적인 런던 미술관들을 소개해 주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의 독특한 사연을 들려주는 미술 에세이. 10여 년 동안 런던 미술관들을 드나들었던 저자가 자신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그림들을 골라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펼쳐낸다. 내셔널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 국립 초상화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에 소장된 작품 백여 점이 전해 주는 생생한 내력들을 들을 수 있다.
유명한 명화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가 책에 수록된 그림들을 선택한 이유는 명성이 아닌 특이한 ‘사연들‘ 때문이다. 지금은 갤러리 벽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점잖게 걸려 있지만, 그림들은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나름의 역사와 다양한 내막을 겪어 왔다. 저자는 각양각색의 그림들이 어떻게 태어나서 여기까지 왔는지, 그 내밀한 사연과 여정들을 들려준다.˝
˝티타임으로 하루를 보내는 런더너들에게 티룸은 일상의 장소다. 단순히 차문화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통해 축적된 런더너들의 일상과 생활 방식을 엿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들이 일상 속에서 찾는 티룸을 우리는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8년을 거주한 런던 생활자인 저자는
티룸 마니아이자 플로리스트인 스스로의 감각과 감성, 세심한 취향을 녹여 산책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티룸을, 미술관에서 지친 다리를 쉬는 것 그 이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차 한 잔을, 양손에 쥔 쇼핑백만큼이나 만족감을 얻을 게 분명한 티타임을 제안한다. 미국식 티룸, 퓨전 아시안 티룸, 파리의 전통적인 베이커리 카페 등 기존의 전통적인 티룸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새로운 트렌드의 티룸 역시 소개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책은 런던 곳곳에 숨겨진 취향별 티룸을 소개하는 책이면서 8년간의 영국 적응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여행자, 유학생에서 런던 거주자로 적응하는 저자의 이야기와 런던과 영국의 차문화에 익숙해지고 마침내 일상으로 그 문화를 즐기게 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로렌 차일드의 런던은 정말 멋져!도 눈에 띄는데,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마들렌느와 쥬네비브를 읽으면 한 눈에 파리명소가 개관되는 것 처럼 긴 설명이 복잡해서 싫은 귀차니즘 여행자들이라면 그림책을 후루룩 넘겨보는 것도 여행을 미리 즐기는 방법이다.
독서입담가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게‘라는 달콤한 제목의 책도 보이고 너무나 당연한 티와 커피가 주제인 책도 있다. 그리고 한 눈에 관심을 끄는 것은 ‘런던 걷기 여행‘이다. 어떤 풍경을 어느 방향에서 접근하느냐는 여행의 중요한 일면이다.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데이트 모던 같은 경우도 밀레니엄브릿지를 건너 정면 입구로 들어가느냐 런던아이쪽에서 버스를 타고 뒷쪽 출입구로 들어가느냐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런던의 걷기여행을 참고한다면 더 좋은 각도로 대상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화려한 겉모습이나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런던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산책길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런던 시내를 중심으로 북부의 리틀 베니스, 남동부의 그리니치, 서부의 노팅 힐까지 런던의 중심 지역을 15개 구역으로 나누어 구석구석 소개한다. 걷기 코스는 대부분 1.5킬로미터 안팎의 짧고 조밀한 구간으로 풍부한 볼거리와 함께 런던의 크고 작은 명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관심도에 따라 주변 코스를 연결해 나만의 맞춤 코스를 만들 수 있다.
걷기여행에 꼭 필요한 실사에 가까운 상세하고 정확한 지도와 꼼꼼한 안내가 담긴 《런던 걷기여행》은 ‘런던 사람들의 런던’을 보여 주는 든든한 여행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관심도에 따라 나만의 맞춤코스를 만들 수 있다‘라니 매력적인 문구다. 시간은 흘러가고 공간은 거기 있으니 여행은 여행자가 만들어가는 개별적인 느낌이다. 느낌은 인상을 만들고 인상은 이미지로 마음에 각인되는 것, 어떤 이미지를 만들 것인가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산책길의 이미지를 저장하고픈 여행자라면 런던을 걷는 게 좋아와 런던 걷기 여행을 세트로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선한 가이드책 발견! <여행, 디자이너처럼>시리즈다. 60명의 아티스트가 60곳의 장소를 소개해주는 책이다. 도쿄도 나와있으니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여행, 디자이너처럼>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로컬 크리에이터 60명이 직접 60개 장소를 추천한다는 것. 이번에 출간된 《런던》 《파리》 《뉴욕》에도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부터 영화 감독, 일러스트레이터, 패션 디자이너, 뮤지션 등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공개한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을 촬영했던 카페를 알려주기도 하고, 인기 많은 레스토랑의 꼭 맛봐야 할 메뉴를 공유하기도 한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카페 정보를 나누는가 하면, 자신이 디자인한 호텔을 자신 있게 권하기도 한다. 덕분에 기존 여행 가이드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생한 추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욱 돋보인다.
<여행, 디자이너처럼>은 실제 여행지에서의 활용성을 1순위로 고려해 제작된 가이드북 시리즈다. 너무 무겁고 두꺼워서 여행지에서 분할해 갖고 다녀야 하는 여행 책들과 달리, 콤팩트한 사이즈와 부담스럽지 않은 볼륨감과 무게감이 실용적이다. 여기에,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담았다. 책 안에 소개된 모든 장소들에 구글맵으로 한 번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를 수록한 것. 여행지에서 검색에 대한 수고로움을 덜고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행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사진과 챕터 구성 등을 보여주는 <여행, 디자이너처럼> 시리즈는 여행에서도 ‘남다름‘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꼭 맞는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간만의 새벽눕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