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표정을 읽다가 런던을 걷는 게 좋아를 읽게 된 것은 아니지만, 영국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읽고 나니 <건축의 표정>에 소개된 내용들이 집에 있는 책들과 중복 되는 부분이 있어 다시 찾아 보았다.
막연한 동경의 장소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언제가 한 번은 꿈의 장소 헤이 온 와이가 소개된 두 권의 책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베이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이 발단이 되어 알게 된 곳이다. 사진으로 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름을 기억했던 곳이다. <유럽의 걷고 싶은 길>은 도보 여행가 김남희가 직접 걸어본 여행길 9군데가 소개된 책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그리고 마지막을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장식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거대한 트레일이라 해도 될 정도로 도보여행의 천국으로 꼽히는 영국, 그런 영국에서도 '도보 여행자들의 고향'을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레이크 디스트릭트, 즉 호수지방이라고 답한다. 열 여섯 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깊은 계곡,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산빛과 물빛이 고운 그 미색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찎이 걷기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워즈워스나 요절한 시인 키츠와 셸리, 러스킨 등의 시인과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산길과 호수길, 능선길, 계곡길, 마을길들이 천방위에 펼쳐져 소요하기 좋아하는 이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린다.249
포터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여름을 났다. 윈더미어에서 머물던 1882년, 포터는 목사 캐논 론슬리를 만나게 된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과도한 개발과 관광산업에 우려를 표하던 그는 1895년, 자연과 문화를 보호할 목적으로 내셔널 트러스트를 설립한 인물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깊은 사랑에 빠진 어린 포터는 런슬리를 통해 평생 그녀에게 각인될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269
헤이 온 와이가 소개 된 책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이다. 이 책은 스위스와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영국등 모두 24곳의 책마을만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많이 소개된 곳이 프랑스이고 자그마치 일곱 군데이다. 영국은 네 곳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격인 곳이 헤이 온 와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와도 멀지 않아서 루트를 짜려면 얼마든지 짤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마을에서 택시를 내리자마자 비바람을 피해 아무 집이나 뛰어들었다. 대낮인데도 전등을 켠 침침한 실내에서 카운터를 지키는 할머니의 인사를 받기도 전에 거대한 곰인형과 마주쳤다. 조막만한 토끼인형들도 드럼통을 채웠다. 층층이 쌓인 상상의 도시와 인물이 뒤엉킨 퍼즐 그림 상자들은 백화점 코너를 옮겨다 놓은 모습이었다. 동화책과 퍼즐만을 취급하는 집이다. 277
1962년에 리처드 부스의 주도로 세계 최초의 책마을을 선언하고 나선 뒤로 그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높여온 이 책의 왕국은 책을 주제로 한 관광촌의 전형이 되었다. 방문객은 봄가을의 축제 성수기에 비해 겨울에는 거의 10분의 1수준이다. 그러나 겨울에 찾는 사람들이 더 진지한 고객이고, 우편 판매의 비중이 크니까 계절이 차이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에 찾는 사람들이 더 진지한 고객이고, 우편 판매의 비중이 크니까 계절의 차이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한다. 성채와 별도로 '마켓 스트리트'골목에 자리 잡은 부스가 창업했던 가게는 검은 철골과 목조로 틀을 삼고 박공을 올려 언뜻 보기에는 파리 바스티유에 있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매장의 축소판이다. 지상 3층과 지하를 합쳐 40만권을 수용한다는 자랑처럼 연면적이 991.5 평방미터는 넘어 보였다. 282
건축의 표정으로 촉발된 영국 읽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제 도쿄로 넘어가보려 한다. 김영하여행자도쿄가 발단이 되었다. 임경선의 도쿄는 빌려 두었고, 다음 책은 어떤 책이 될지 기대가 된다.